등짐장수가 넘던 고개길
울진 십이령숲길 / 경북 울진군 두천리,소광리 (2010.8.21. 35℃)
두천1리(내성행상불망비)-바릿재-찬물내기쉼터-샛재-소광천-너삼밭재-저불한재-
소광2리 금강송팬션 (5시간10분)
춘양과 현동을 지나 불영계곡 구불구불 돌아서 십이령숲길 출발지인 두천리에 도착한 건 서울에서
떠나 5시간반이니 버스 타는 것만도 힘든 시간이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이틀째로 길 걷기도 그리
좋은 날은 아니다. 뙤약볕에 초파리까지 달려들었다. 대단한 도전정신이 필요한 날이었다. 십이령
고개길은 십이령이란 지명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개가 그 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 고개길을 사단법인
울진숲길에서 산림청 1호 숲길로 조성하여, 총 60㎞ 중 우선 13.5㎞를 지난 7월22일 개방하여 이제
한 달이 되었다. 누구는 이곳을 한국판 차마고도라 하였다.
울진 북면 흥부장에서 해산물인 미역,어물을 사서 두천리에 오면 하루가 걸리고, 거기서 십이령고개
길을 지나 이틀반 걸려 가서 봉화나 내성장 춘양장에 팔고, 돌아올 때는 잡화,약초,곡식을 사서 오는
일을 등짐장수인 바지게꾼이 하였다. 발이 없는 지게라 바지게인데, 쉬기도 힘든 형편이었다. 하룻밤
묵는 두천리엔 주막이 생기고, 짐을 져주는 일도 하였던 모양이다. 두천리 초입에 있는 「내성행상
불망비」는 봉화 내성에 사는 행단 접장을 위해 이곳 사람들이 고마운 표시로 세운 비다. 등짐장수
를 업신여기는 말로 등금쟁이라 했다는데, 그 등금쟁이도 1950년 중반 무장공비 출몰 후 없어졌다고
한다. 그 사건이 아니더라도 철도가 놓이고 물산의 이동 경로가 달라졌으니 끊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곳은 숲길 보전을 위해 하루 예약인원 80명만 받고 해설가의 안내를 받아 하고 있다. 한 달만에 1500
여명이 찾았다고 한다. 사단법인 울진숲길 사무국장인 이규봉씨 외 한 분이 동행하였다. 이 일에 열의
가 가득한 분이었다. 이곳이 DMZ에 이어 두번째로 밀도가 높은 산양 서식지인데, 지난 겨울에 폭설로
17구의 산양 사체를 거두었다고 한다. 가다 보면 중간중간에 동물들이 숨을 나무가림대가 있다.
짧은 숲길을 지나고 냇가에서 쉬었다가 찬물내기쉼터까지 가는 3.4㎞ 임도는 인내의 시험장이다.
이런 등짐장수의 땀의 노력으로 안동간고등어가 생긴 것이었다. 그런 땀을 생각해도 들고온 큰
카메라가 너무 무거웠다. 샛재를 넘어서서 성황당부터는 소광리에 사는 마을어른이 해설을 맡았다.
말이 장황하긴 하지만 이런 일을 맡게 하는 행정적 지원이 좋다고 생각한다. 샛재부터는 밑둥치에
번호를 받은 소나무들이 띄엄띄엄 보인다. 국가를 위해 쓸 소나무 1370그루가 대기하고 있다 한다.
짧은 숲길이 지나면 대광천이 옆으로 흐르는 임도이고, 또 다시 숲길이 이어진다. 마을 해설가가
이곳 민요를 마지막 고개에서 한다더니 우리가 분위기를 못 만든 탓인지 듣지 못하였다. 내심
'십이령바지게꾼 노래'를 듣고 싶었는데 아쉽다. 전체적으로 경관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다. 마을 부녀회에서 준비한 음식에도 정성이 가득하여 열성적인 노력을 온 마을이
함께 하고 있었다. (중간에 카메라를 잘못 건드려 종일 찍은 사진이 다 날아가 버렸다. 아래 사진은
동행한 산악대장 최효범님의 동의를 얻어 그 사진을 받아 사용하였다)
※사단법인 울진숲길 홈페이지 www.uljintrail.or.kr
(우)767-873 경상북도 울진군 근남면 행곡3리 988-5. 전화 070-7718-2999
※ 두천리 가는 길 : 울진에서 덕구온천 가다가 직전에 있는 갈림 길에서 왼쪽 두천리 표시 이정표 쪽
※ 십이령바지게꾼의 노래, 지도,기타 참고사항은 선비마을 블로그(blog.daum.net/jungsunbee) 참조
글 : 정선비, 사진: 최효범
내성행상불망비
내성행상불망비 앞 출발
임도
하천경관길
찬물내기 쉼터
샛재
성황당
소광리 마을
첫댓글 이효석의 메밀꽃 필무렵이 생각나네. 호젓한 산길.... 장터, 장사꾼, 행상, 고갯길.... 지금은 장사꾼이 아니고, 산꾼이 고갯길을 가네.
장 마다 130여리 길을 다녔을 등짐장수들의 애환이 묻어있는 길이더군. 디딜방아도 있고 성황당도 있고. 주막을 만들어 두면 맛이 날 것인데 아쉽더군.
섭씨 35도 날씨에도 강행군하였군. 아, 저건 수행길이리라. 한국판 차마고도....
나는 토요일 너무 더운 날이라....문경새재 숲 속 황토길을 맨발로 걸었는데(2관문까지) 계곡물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나무그늘과 물이 폭염주의보 속에서도 큰 땀 흘리지 않았고 집보다는 서늘하여 머리가 맑아졌었다.
(참, 나도 3년 전 불영계곡 절 앞에서 바위 위에있던 그 산양을 보았는데.)
그려 더울 땐 계곡으로 가야하는 건데. 여름엔 계곡 산행이 좋아. 땀을 반 되나 흘린 것 같으이.
좋은 데 다녀오셨네. 황토길이 뜨겁지 않았나 보군. 계곡물과 골바람이 좋았던 모양일세.
내가 자란 시골에도 찬물내기란 곳이 있다. 여름에 몰맞으로 가면 작은 폭포가 있었은데 옷을 입고 머리에 찬물 맞고 동네에 들어오면 베잠방이가 절로 말랐었다. 나도 이길 근처로 가 본적이 있다. 약 10년 전에 포장길이 새로 나서 갔다왔다. 내 증조부님 말씀에 의하면 예안, 도산, 월곡 사람들도 짐꾼으로 갔었는데 당시 안동군 재산현 현동에서 예안읍으로 짐 날라주는 일을 주로 했고 겨울에 농한기에 머슴이나 청년들이 돈 받고 한다는 뜻으로 삯짐꾼이라 했던 기억이 있다. 돈이 귀하던 시절이라 삯짐 져서 토지 산 사람도 있다고 하시더군! 참 잘 보았네~!
찬물내기. 참 정겨운 이름일세. 옷을 입은채로 들어갔다가 말린다니 멋진 피서법일세. 이번에 같이 갔던 친구들도 그렇게 하던데…. 삯짐꾼 들어본 것 같으네. 옛날에는 마을을 다니는 봇짐장수 등짐장사들도 간간이 볼 수 있었는데. 이젠 모두 지나간 일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