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이어도 펑크가 나는데…
- 비행기 타이어펑크도 몇 시간 걸려야 다시 운행하는데
- 보험사 긴급수리서비스는 전국 어디서나 10분내 출동
1992년인가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서쪽 바다에 누어있는 Kodiak 섬에 대구(Cod)를 수입하러 갔다가 앵커리지로 귀환하는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다. 내가 탈 비행기의 타이어가 펑크가 나서 출발이 몇 시간 늦어진다고 하는데 두 시간 후에 도착하는 다른 비행기가 가져오는 타이어를 끼워야 출발할 수 있단다. “비행기 타이어도 펑크가 나나?” 놀라운 기분이었다.
하기야 그것도 타이어일진대 펑크도 당연히 날 수가 있지만 왜 수리가 그 자리에서 안 되는지 의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로펠러 여객기를 볼 수 없지만 세계에서 항공업이 가장 잘 발달되었다는 미국에서는 오히려 낡은 프로펠러 비행기가 아직도 취역하고 있다. 내가 타 보았던 앵커리지와 Kodiak 섬간의 비행기도 프로펠러 비행기였는데 승객이 20여명 정도 됐었나?...
내가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보기는 1968년에 서울에서 강릉간 비행기였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프로펠러 기가 전부 철수했는데 그로부터 24년만에, 그것도 미국에서 타 보았고 더욱이 비행기 타이어까지 펑크라니 문명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간 것 같았다.
아무튼 몇 시간 후에 다른 비행기가 가져온 타이어를 달고 기운차게 솟아오른 프로펠러 기를 타고 앵커리지로 돌아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에는 아직도 프로펠러 기가 기간항로 이외의 섬 같은 곳으로 승객을 실어 나르고 있다고 하며 동남아시아의 뉴기니아 섬이나 인도네시아의 섬들도 이들 고물 프로펠러 기가 버스처럼 운행된다니 여기서도 역시 비행기 타이어가 계속 펑크가 날 것이니 재미있지 않은가?
그 후에 비행기 타이어 펑크는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이왕 펑크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자동차타이어펑크는 나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지금은 보험회사 덕분에 조금도 힘들게 없지만 옛날에는 아니었다. 스페어타이어를 차에 가지고 다니다가 펑크가 나면 차체를 들어올리고 자기가 그 작업을 하던가 견인차를 불러야 하니 고생 꽤나 해야 했다.
언젠가 도시외곽순환도로를 산본에서 과천방향으로 출근 중이었는데 차가 흔들리며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에 노변에 차를 세우고 보니 뒤 타이어가 펑크나서 폭삭 주저앉아 있었다. 비는 부슬부슬 오는데 옷을 적시며 예비타이어로 갈아 끼우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젖은 옷을 갈아입고 다시 출근한 적도 있다.
고가도로 상판 이음새의 쇠판을 고정시키는 볼트가 느슨해져 놀게 되면 지나가는 타이어로 뚫고 들어와 단번에 손가락 만한 구멍을 내므로 차가 주저앉았던 것이다. “만일 앞 타이어가 이리 됐다면?” 생각만 해도 앗질 해진다.
위와 같은 사고가 아니고 이런 경우는 또 어떻고? 여의도에서 5시쯤 빌딩 앞에서 노변주차를 했는데 주차요원이 언제 나오느냐고 하기에 한시간 쯤 걸릴 거라고 했더니 아무 소리 안 했다.
용무가 길어져 7시쯤 나와 보니 주차요원은 없고 자동차의 앞 타이어 2 개가 주저앉아 있다. 방법이 없어서 견인차를 불러 수리공장에 가보니 타이어 옆구리를 송곳으로 찔렀기 때문에 타이어를 다시 못쓰고 새것으로 갈아버린 적이 있다.
너무 화가 나서 다음날 그곳에 다시 가서 주차비를 주고 누군가가 송곳으로 찔렀는데 늦게 나왔다고 그럴 수가 있느냐고 항의했더니 주차요원이 6시에 퇴근하기 때문에 그 때까지 안나오면 주차비를 받을 수가 없고 얌체들은 주차비를 안 내려고 일부러 늦게 온단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들이 내 차를 찌르지는 않았다는 것이고 6시 이후에 타이어 사고는 자기들이 책임질 수 없다고 하여 심증은 가지만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보험회사마다 긴급서비스제도가 생겨서 이런 일은 추억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재작년인가 6 식구가 모두 카니발 한 대에 타고 여름휴가로 설악산을 가는 길인데 타이어가 주저앉았다. 고속도로 길옆에 차를 세우고 보험회사에 연락하니 가까운 도시에 있는 계약정비소에서 10 분 이내에 서비스 카가 출동하여 타이어를 무료로 교환해주었다.
견인해야 할 고장이면 견인차가 출동하여 공장으로 견인하는데 기본 20 킬로까지는 무료라고 했다. 비행기도 타이어가 펑크나면 미국에서도 몇 시간 걸려야 새 타이어로 바꿔 끼고 다시 운행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자동차는 고속도로상이든 전국 어디서도 펑크나 고장이 나더라도 그게 어디든 간에 가장 가까운 도시의 정비소로부터 10분 이내에 출동하여 고쳐주는 좋은 세상이 되었다.
전국 어디라도 통하는 고속도로망에 자동차가 넘치고 철로 상에는 고속전철이 질주하는 이 좋은 세상, 이제 그토록 푹 썩은 정치만 정화되면 얼마나 살기 좋은 대한민국인가?
- 이호영 -
베네모어통상 대표/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물류신문】 2004년 4월 6 일자 『이호영의 千字칼럼』(131) 에 게재
배경음악은 River of Babylon 입니다
첫댓글 나도 지난해 가을에 대진 고속도를 달리다가 펑크가 나서 고속도로 노변에 차를 세우고 직접 스페어 타이어를 교환한 경험이 있다네. 한국이라는 자동차는 제발 펑크나지 않고 잘 달리기를 기원하네.
우리나라도 이제는 여러 분야에 AS 잘 이루어지고 있지. 호영이 말대로 정치의 As 만 잘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도 한 층 더 엎그리이드 될텐데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