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밥 맛있게 짓는 법(update)
강연이나 상담을 마치면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는 현미밥 짓는 법입니다. 잘못지은 현미밥은 꺼끌거려 먹기 어렵습니다. 나 역시 초기에는 그랬습니다. 계속 현미밥을 지어먹어보니, 요령이 생기고 더 이상 ‘꺼끌거리는 느낌’은 들지 않고 현미밥 짓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강연 뒤 내가 싸간 현미도시락밥을 맛본 분들은 한결 같이 정말 현미밥이냐고 되묻을 정도로 맛있습니다. 오히려 흰밥은 물양을 잘 못 맞추면 질퍽거리거나 꼬두밥이 되어 낭패이지만, 현미밥은 그럴 위험이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백미와 달리 현미는 껍질(쌀겨)이 있기 때문에 얼라든지 보완할 수 있습니다. 선입견을 버리고 현미밥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려는 열린 마음을 갖는다면 1주일도 안가서 흰밥은 더 이상 씹는 식감도 없는 맛없는 밥으로 인식될 것입니다. 흰밥은 씹지 않아도 그냥 막 넘어가서 별로 기분이 좋지 않고 싱겁게 느껴집니다.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백미밥와 현미밥을 주면 현미밥만 먹습니다. 먹을 것이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백미밥을 먹습니다. 현미의 특성을 이해하면 밥 짓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습니다.
맛있게 현미밥 짓기 위한 기본 개념
백미와 달리 현미는 껍질(쌀겨)과 쌀눈이 있습니다. 따라서 쉽게 현미 속으로 물이 침투되지 않습니다. 당연히 밥 짓는 데 물이 많이 필요하고 또한 시간이 다소 더 걸립니다. 이 원리만 기억하면 됩니다.
현미 밥 짓는 요령
1. 밥물이 많아야 합니다.
1) 일반 요령; 처음 현미밥을 짓는다면 평소 백미밥 짓는 것보다 4~5배 이상 더 넣는다는 생각으로 밥물높이를 아주 넉넉히 맞추어야 합니다. 특별히 잴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많이 넣으면 됩니다.
2) 현미밥물 양의 기준은 왕겨 도정한지 얼마나 오래 됐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현미는 아직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한꺼번에 도정에서 오래 보관된 경우가 많아 현미 겉이 많이 말라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갓 도정한 현미를 구했다면 일반 현미에 비해 물을 줄여야 합니다.
3) 또한 시중에는 0분도 현미가 아님에도 현미로 포장된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도 물의 양을 크게 줄여야 합니다. 새로 사온 현미로 한두 번 정도 밥을 해보면 밥물 양을 곧 알게 됩니다.
2. 둘째 뜸을 오래 들여야 합니다.
1) 전기 압력솥이라면 현미나 무쇠 솥 코스로 맞추면 됩니다. 요즘 전기 압력솥이 잘 나와서 물만 많이 넣으면 무조건 잘 됩니다.
2) 일반 압력솥이라면 센 불에 추가 심하게 흔들리면 약한 불로 줄여 10분 이상 두어야 합니다.
3) 압력 밥솥이 없는 단체 급식소 ; 대형 압력솥은 꽤 비싸서 구매하기 쉽지 않습니다. 압력솥이 아니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제가 운영했던 암 요양병원의 조리사분들은 압력솥 없이 100명 분 정도 맛있게 지어냈습니다.
먼저 더 물을 많이 넣고 밑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가끔 저어주며 5분 이상 끓여줍니다. 그리고 나서 뚜껑을 닫고 똑같이 밥을 하면 됩니다.
3. 가열 없이 김이 저절로 빠지도록 기다립니다.
일반 압력솥의 경우 불을 끈 후 김을 빼지 말고 그대로 둡니다. 전기 압력솥 역시 전기를 그대로 잠시 둔 뒤 먹을 때 푸슬러서 드시면 됩니다.
4. 현미 맵쌀에 현미 찹쌀을 적당히 섞어 줍니다.
현미 멥쌀은 껍질 때문에 찰기가 거의 없어, 현미 맵쌀로만 지은 밥을 푸면 밥이 흩어집니다.
현미 찹쌀을 섞으면 훨씬 부드럽고 찰기를 느낍니다.
원하는 식감과 취향에 따라 현미 맵쌀과 현미 찹쌀 비율을 1:1 ~ 9:1 정도 하십시오. 처음 현미밥을 접하는 분들은 1:1 정도로 해보십시오. 저희는 5:1 정도로 맵쌀을 많이 넣고 밥을 짓습니다. 찹쌀을 많이 넣으면 더 먹게 됩니다.
5. 현미밥 보관 시: 현비밥 짓는 시간이 오래 걸려 힘들다는 호소를 하는 직장인들이 가끔 있는데요, 오히려 현미밥을 한꺼번(예, 1주일씩)에 많이 해서 하루 먹을 양만큼 분할 보관하면 오히려 흰쌀밥보다 시간 절약이 크게 줄어듭니다. 물론 맛도 새밥과 크게 다르지 않고요.
1) 단기 보관 시
가능한 맨 밥을 전기 보온으로 보관하지 마십시오. 색도 변하고 맛도 없어집니다.
- 전기를 끈 상태에서 먹다가 식어서 밥이 딱딱해지면 물을 다시 붓고 밥을 푸스른 다음 살짝 끊이고 뜸을 좀 들인 다음 드시면 됩니다(백미 코스). 쪄서 데워드셔도 됩니다.
- 전기밥솥의 보온으로 오래 보관하고 싶으면
밥솥에 물을 조금 붓고 뚜껑있는 밥그릇에 담아 보관해야 합니다.
2) 장기 보관 시
한 끼 분량씩 용기에 담아 냉동 보관하다가 먹을 때 냄비에 물을 조금 붓고 밥을 넣어 약한 불에 익히면 새로 밥한 것처럼 됩니다. 따라서 밥 할 시간이 모자라는 학생이나 직장인은 한가한 주말에 1주일 치 밥을 한꺼번에 해 냉동 시켜 놓으면 매우 편리하고 시간 절약이 됩니다.
@ 현미는 껍질이 있기 때문에 식거나 얼린 밥을 다시해도 확 퍼지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5. 잡곡을 섞고 싶을 때
1) 일반 잡곡
흰밥에 영양분이 적다는 것을 아는 분들은 보통 잡곡을 섞어 보완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현미밥은 영양이 매우 풍부하므로 잡곡을 일부러 섞어 먹으려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더구나 시중의 잡곡들도 모두 도정을 해서 실제 원하는 영양분을 제대로 얻을 수 없고, 돈 낭비만 됩니다.(잡곡은 쌀보다 비싸기 때문에)
잡곡을 먹고자 한다면 도정 안 된 통곡 잡곡을 넣어야 합니다.
율무나 보리 밀은 원래 흰 색이 아닙니다. 시중의 흰 잡곡들은 껍질을 벗겨냈기 때문입니다. 통율무, 통보리, 통밀은 원래 매우 누렇고 심지어 검게 보입니다.
통 잡곡을 사려면 일반 시장이 아닌, 인터넷 구매를 해야 할 것입니다.
2) 콩
콩이 맛있어서 먹고 싶다면 섞어 먹어도 되지만
단백질 부족을 염려하며 일부러 꼭 콩을 섞어 먹으려 할 필요가 없습니다.
현미는 모유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현대인은 단백질 과다를 걱정해야 하며, 특히 육식을 하는 분들은 심각한 수준의 단백질 섭취를 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콩은 식물성이라 큰 염려는 없지만,
그래도 단백질 함량이 너무 높아 많이 먹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과유불급.
6. 가래떡도 현미가 더 맛있습니다.
1) 현미는 기본적으로 간이 베어있어 소금 간을 조금만 해도 고소하고 맛 있습니다.
갓 빼낸 가래떡은 설탕이나 조청 없이 먹어도 정말 맛있습니다.
2) 현미 떡은 잘기가 적기 때문에 오래 끓이지 않아야 합니다.
딱딱해진 현미 가래떡을 찬물에 담가 풀어준 다음
요리 마지막 순간에 넣고 잠깐 끓이면 풀어지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7. 잘 씹지 않는 아이들과 소화가 잘 안 될까 걱정하는 분들께
물론 오래 씹어야 소화와 영양소 흡수가 충분히 잘 됩니다.
그러나 아이들처럼 잘 씹지 않거나 또는 치아가 부실한 노인일수록 현미밥이 더 필요합니다.
현미밥을 먹는 목적은 단지 비타민과 무기질 등의 영양소만이 아니라 섬유질 섭취에 있기 때문입니다.
현미의 섬유질은 다른 섬유질에 비해 독성물질 흡착력이 매우 높습니다.
또한 잘 씹으면 더 좋지만, 그렇지 못해 똥으로 현미 알갱이가 그냥 나온 것처럼 보여도
현미밥 알갱이 속은 이미 화학반응에 의해 거의 다 소화된 상태입니다.
똥으로 나온 현미를 눌러보면 물만 차있습니다.
그나마 현미라도 먹어야 몇 번이라도 더 씹게 되고, 씹을수록 면역력이 많은 침이 나오고 저작 활동으로 두뇌를 발달시키고 치매를 예방하는 이점을 얻습니다.
심지어 이가 없다면 잇몸으로 씹어 드시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렇지만 잘 씹지 않는 아이들과 소화를 잘 못 시키는 가족이 걱정된다면,
물을 더 많이 넣고 밥을 하거나 질게 하거나
으깨거나 갈아서 주면 걱정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화가 잘 되느냐 안 되느냐가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가짐입니다.
현미 죽 용 상품도 있습니다. 물을 부어주면 쉽게 풀립니다.
2020년 8월 9일, 현미밥 채식하는 농부의사 임동규
<새로운 팁>
# 불리면 조리 시간이 단축됩니다. 불려 밥을 할 때는 바로 할 때보다 물량을 조금 줄여줍니다.
# 센불에 가열하여 추가 심하게 돌면 잠시 꺼두었다가 2~3분 뒤 약한 불로 재 가열해주면 쌀에 압력이 덜 가해져 더 원형에 가깝게 밥이 됩니다.(잘기가 덜 함)
첫댓글 pc가없어 모처럼 피씨방에 들러 카페에 들어와봅니다. 지리산요양병원에서 배운현미밥을 중단없이 잘 먹고 살고 산답니다.
오랫만이네요. 잘 지내시죠? 요즘 어디 계셔요?
선생님 열정 은 변함 없으시군요 모처럼 피씨방을 찾았읍니다. 저는 3년전에 한반도에 마지막 남은 낙원 전남 고흥에 귀촌 했습니다. 3면이 바다인 이곳에 좀 느리게 행복하게 살고 있죠 처음 1년은 혼자 살다가 아내가 동참 해줘서 잘 살고 있답니다. 가끔 피씨방 들러 인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잘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현미 섭취를 하면 소화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오래 불려서 오래 뜸을 들여 먹거나
발아현미
발효현미
볶은 곡식으로
현미 누룽지로
이것도 부담이 된다면
마지막으로 5분도미(쌀눈이 살아있는 쌀)부터 시작하여 장기능이 회복되면
차츰 0분도 현미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