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순까지는 봄기운이 남아 있더니 중순을 넘어서면서 장미꽃이 시들며 떨어지기 시작한다. 화려운 꽃을 피우려 얼마나 애를 썼는지 파란 잎들도 누렇게 시들며 떨어져 나가고 앙상한 가지에 걸려 있는 것들은 가시뿐이다. 장미 넝쿨과 마주 서게 되면 나도 모르게 꽃을 보며 속삭이게 된다. 정말이지 너무 수고 많았어~~ 늘 고마워요 하고 중얼거리게 된다.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고 보여주기 위하여 모든 기운을 쏟아붓는 노력이 너무 가상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아름다운 꽃으로 매듭짓고 이어서 씨앗으로 제2의 생명 잉태하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자연의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이 시기가 넘기면서 장미는 몸살을 앓는다. 장미가 그렇게 지쳐 있을 때 진딧물이 찾아와 괴롭히기 시작한다. 면역이 떨어진 장미는 수난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 때 방재를 해주고 거름을 뿌리 위에 덮어 주고 흙으로 다져 놓으면 보름정도 지난 후 다시 생기를 찾아가고 장마가 물러가면서 새로운 잎을 싹으로 키우고 다시 한 송이 두 송이 장미꽃을 환생시켜 놓는다. 봄처럼 그렇게 강렬하고 엄청나게 무리로 피는 것이 아니라 적당 한 간격으로 꽃송이의 크기도 소담스럽게 피는 모양새라 보고 마음에 담기에 봄에 피는 장미꽃 보다 부담이 오히려 없는 것 같다. 지난 늦가을 겨울을 잘나도록 도우려 잠미 심어 놓은 곳에 거름을 주고 낙엽을 수북하게 쌓아주면 냉해를 입지 않고 봄이 오면 꽃이 얼마나 실하게 피는지 모른다. 짙은 붉은빛과 함께 꽃송이도 보기 좋은 대형으로 줄기에 가득하게 피어나서 가지를 축축 늘어지게 한다. 5월에는 장미꽃과 함께 향기에 매료당하는 은방울 꽃이 집단적으로 피어 곁에 서 있으면 바람결에 향기가 전신으로 퍼지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우리 신체특징 중 후각이 없었다면 얼마나 삶 자체가 삭막했을까 하고 생각해 보는 시기가 계절의 여왕 5월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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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시간 동안 가뭄이 들며 폭염에 시달린 산막 잔디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누렇게 색이 뜨기 시작하였다. 보기가 딱하여 물호수를 준비하고 샤워기를 매달아 아침저녁으로 뿌려 주었더니 그나마 여름 꽃들이 찾아오기 시작하였다. 벌개미취 자색꽃이 피기 시작하였고 흰 백합도 만개되었으며 나팔꽃도, 채송화도 피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필 준비를 하고 있는 여름꽃은 과꽃과 나리꽃, 범꼬리, 금꿩다리 꽃등이다.
멕시코 산 천수국 꽃이다. 작년 봄 다섯 모종을 심어두었더니 탐스럽게 피었다. 그 후 가을걷이 지날 때까지 와 겨울 내내 내버려 두었더니 씨앗이 여기저기 날려 모종으로 자라기 시작하여 장맛비 소식과 더불어 빈 화단 곳곳에 모종을 이식해 주었다. 장마와 더불어 쑥쑥 25- 30cm 크기로 자란다. 그 시기가 되면 여름꽃과 더불어 가을꽃으로 이어져 산막을 화사하게 변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가지, 고추, 토마토 쌈채, 부추가 자라고 있다. 한 여름과 가을까지 요긴하게 먹거리를 제공한다. 쌈채는 지금 자주 먹는 야채다
농작물은 심은자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는데~~ 심어 놓고 전혀 돌볼 수가 없다가 여행을 다녀온 후 내려와 잡초 속에서 생사 귀로에 있던 녀석들을 보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부산을 떨었더니 생기가 돌며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잡초를 제거한 후 다시 김을 매 주고 거름도 주고 지주에 끈으로 묶어 주고 아침, 저녁으로 물을 뿌려 주었더니 기운을 차리고 전부 살아났다. 이젠 쑥쑥 자라서 양질의 반찬으로 변신하여 보답해 줄 것이다. 보듬어 주고 사랑해 주어야 하는 것은 인간에게만 극한 된 일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날이 잔뜩 흐렸다. 오후부터 장마 소식이 있어 오늘 실외 일은 일정을 포기한 상태다. 대신 음식 몇 가지 만들어 먹을 궁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이 녀석이 졸졸 따라다니며 반려견으로서 친교의 행동을 살갑게 하는 편이라 길동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혼자 있으면 보고 듣기만 할 뿐 말을 할 일이 없어 묵언을 유지할 경우가 참 많다. 사람과 사람끼리 자기주장대로 간섭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지만 서로의 존재감을 확인시켜 주는 배려와 사랑은 삶의 활력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 역할을 이 녀석이 슬쩍해 주는 경우가 있다. 충견이다 보니 주인 곁에서 늘 맴돌다. 내가 무엇을 하든지 책을 보거나 티브이 시청, 작업을 하는 경우 절 때 성가시게 하지 않고 저 멀리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혼자 즐긴다. 그리고 간간히 머리를 들고 주인 행색을 탐지한 후. 다시 반려견의 일상으로 빠져든다. 성가시게 하는 경우가 전혀 없는 녀석이다. 때에 맞춰 사료와 물을 갈아 주고 문을 열어 주며 밖으로 나가 용변을 해결하고 다시 들어온다. 영국에서 양을 전문적으로 몰이하는 녀석이라 영리한 편이다.
성모님 동산에 벌개미취 개체수를 늘려 놓아 나리꽃과 더불어 보기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가뭄에 누렇게 변한 금꿩다리 꽃도 상층부는 제자리를 잡고 있다. 삼 일 전 뒤편 잡초 제거작업을 하다 독초를 건드렸는지 대상포진처럼 피부에 수포 같은 것들이 피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오후부터 비가 온다 하여 오전 일찍 파이를 산책시키고 혼자 읍내 피부과 병원에 다녀왔다 대상포진이 아니고 독초 때문에 생긴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이라 진단을 받았다.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아 돌아왔다. 약을 먹고 연고를 바르며 서너 차례 병원 출입을 요청받았다. 10여 년 전에도 같은 증상으로 다녔던 피부과인데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이 인연이 주는 매력인 것 같다. 이젠 본격적인 장맛비가 시작될 모양이다. 동안 내려와 대책은 다 세웠지만 폭우와 태풍 등의 강도가 어떠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금년에는 폭염과 폭우가 세계적으로 대세라 많은 주의가 따라야 할 것 같다. 폭염주의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노약자들이다. 신체적 적응이 다른 세대보다 적응이 느리거나 미세하여 폭염을 이겨낼 방도가 없는 조건이니 스스로 주의하라는 경고인 것이다. 그래서 산막에서 작업은
오전 10시 전에 끝내고 줄곧 쉬다 오후 4시경 산능선으로 해가 가려지기 시작할 때 다시 작업을 해질 무렵까지 해야 한다. 그리고 장갑, 모자, 긴팔, 상의, 바지는 필수조건이다. 그리고 신발은 방수가 되는 긴장화가 꼭 필요하다. 작업에 몰두하다 피부에 상처를 만드는 풀 종류가 이외로 많다. 풀 속에 혹시 벌이나 꼬불꼬불하는 녀석이라도 있으면 긴 장화는 안전을 지켜 주기 때문이다.
산막은 지금 엄청난 폭우가 쏱아지고 있다. 오랜만에 듣어보는 빗소리, 여름이라는 절기가 실감 난다. 이곳에 폭우가 쏟아질 때에는 우선 먹구름이 서쪽으로부터 산을 넘어 동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너른 산을 가로지르며 쏟아지는 물소리는 나무 수종에 따라 다른 음향으로 변신하며 들려준다. 신나는 빗소리는 역시 활엽수 지역에서 들리는 소리다. 특히 갈참나무 잎 위에 떨어지는 소리는 장원급이다. 공명음이 장난이 아니다. 한 때 즐겨 듣던 비와 관련된 음악이 떠올라 틀어 놓고 듣고 있는 중이다. 공유의 개념으로 올려봅니다. 그리고 특히 여름 건강 잘 챙기시기를 소원합니다. 늘 평화와 함께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