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맘마미아(MAMMA MIA!)라는 영화를 보다
크게 두 번 울컥했다.
맘마미아에서 나온 두 장면 때문이다.
# Scene 1
딸을 시집보내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메릴 스트립이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들과
옛 젊은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데,
그 춤과 노래가 온 동네 여자들의 소녀시절 마음을 건드려
부두가로 다 모이게 하고 춤추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 배우들이 부르던
아바(ABBA), 댄싱퀸(Dancing Queen) 의 가사 중 이 부분이
영화의 장면과 더불어 내게 와닿았다.
You are the Dancing Queen, young and sweet, only seventeen Dancing Queen, feel the beat from the tambourine You can dance, you can jive, having the time of your life See that girl, watch that scene, digging the Dancing Queen
당신은 겨우 17살의 젊고 달콤한 춤의 여왕, 탬버린 박자를 느끼는 춤의 여왕이에요.
당신은 춤출 수 있어요. 자이브를 추며 당신의 삶을 느낄 수 있죠.
저 춤추는 소녀를 봐요, 댄싱퀸을 찾아요.
#
반찬마실 하던 날,
한 번도 노래와 춤을 추시지 않았던
어르신들이 수건 돌리기 하시며
노래하시거나 어깨춤을 추시는 광경을 보며
그저 젊은 사람들이 함께 있고
원더걸스 아주머니들이 흥을 돋우니까
신이 나셔서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맘마미아를 보다
이 장면과 그 날의 풍경이 겹쳤다.
젊은 시절 누구보다 즐겁고 흥겹게 보내셨던
그 날의 추억이 불쑥 되살아나셨던 것은 아닐까.
어르신들이 신나게 수건을 돌리며 쫓아다니시고
노래 한 곡조, 춤 한 가락 주저없이 하시는 그 모습이
어쩌면 젊은 날, 자신의 정열적이었던 마음과 추억을 되짚고 계신 것은 아닐까.
가장 정열을 다해 청춘을 보내셨던 그 날의 끈을 더듬고 계신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 장면이 눈물나게 뭉클했다.
내가 본 그 풍경이 그런 의미는 아닌가 해서.
# Scene 2
또 한 번 나를 울렸던 장면은
어머니 역의 메릴 스트립이
예전의 연인 중 한 명인 피어스 브로스넌과
딸의 결혼식장을 가는 언덕에서
사랑했던 지난 날을 노래하는 장면과,
둘이 결혼을 약속하는 장면이다.
#
반찬마실 할 적에
상동 사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백○ 할머니가 노래 부를 차례에
'흑기사(벌칙을 대신 해주는 남자를 속칭)'를 자처하고 나서셨다.
그렇게 할머니 곁에 앉아
할머니와 눈을 마주치시고
이 노래, 저 노래 부르시는 할아버지,
혼자 듣고 계신 할머니 무안하시지 않도록
재미난 노래와 걸쭉한 노래를 섞어가며 부르시던...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 구성진 노래 가락에 맞춰
할아버지 무릎을 손바닥으로 토닥토닥 두드리시고...
비록 이 두 분이
사랑하는 감정으로 그리 하셨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80대, 90대의 사랑이 가능할까? 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대답할까.
가능할 수도 있겠지.
가능할...까?
글쎄, 혼자 사시는데 당장 생계가 문젠데 사랑이 가당키나 할까.
아니 결혼은 어려워도 뭐 사랑은 가능하지 않을까?
.
.
.
가능성을 묻기보다
그저 당연한 것 아닐까.
감정이 살아있고
삶에 대한 의지가 있고
관계, 소통이 그립고
젊을 적 사랑한 추억이 있는데
남녀 만남이 좋지 않고, 그런 관계가 그립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래서인지 인생의 황혼기에
둘만의 새로운 인생을 가꾸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
영화 속 주인공들 위에
거창에서 뵌 어르신 두 분이 겹쳐졌다.
그래서 또 한 번 울컥했다.
사람은 뜻을 쫓는 존재라는데
한편으로 지난 추억, 시절의 양분으로 지금의 삶이 지탱되기도 한다.
92세의 사랑은 어떠할까.
젊은 시절의 감정만 못 하고
젊은 날 체력과 몸은 아닐지언정
삶의 노을에서 마지막으로 꺼진 줄 알았던
그 시절의 추억과 낭만이 되살아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