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버텨보려 했는데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더군요. 재료값이 올라 천원 김밥값을 1500원으로 올렸는데 올리기 무섭게 손님이 절반으로 줄면서 매출이 급감하는데 24시간 김밥을 팔고도 나중에 보면 주머니에 남는 돈이 없더라구요.”
20대 중반에 결혼해 20여년 아이 셋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지내던 이미순(가명 51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씨는 지난 2004년 남편의 퇴직으로 천원 김밥집을 시작했다.
“다른 음식은 잘 못해도 김밥 하나는 맛있게 만든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 당시 유행하던 1000원 김밥집을 시작했는데 단골손님도 늘고 단체 주문도 많아져 딸 둘 대학 공부를 시키는데 충분했습니다.”
26m² 남짓한 분식집을 운영하며 24시간 김밥을 마는 직원 3명을 거느린 ‘사장님’소리를 듣던 이 씨는 “하루 1000원 김밥만 2000줄씩 팔던 때도 있었다”면서 “소풍이나 휴가철 김밥을 사기 위해 가게 앞으로 죽 늘어선 손님들을 볼 때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고 회고했다.
그러던 그녀가 얼마 전 가게 문을 닫았다.
재료값 상승으로 지난 3월 김밥 값을 인상한 그녀는 손님이 줄자 5월 ‘가정의 달 이벤트’라는 명목을 붙여 김밥 값을 다시 1000원으로 내려 끊어진 손님을 잡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재료값이 워낙 많이 오르다보니 값은 1000원으로 내렸어도 전처럼 김밥 속을 넉넉하게 넣기 어려운데 손님들이 부실해진 김밥을 외면한 것 같다”는 이 씨는 “김, 계란, 햄, 맛살, 단무지, 쌀 등 김밥 재료값이 20~30%이상 오른데다 인건비도 만만치 않아 직원을 세 명에서 한 명으로 줄이다가 이마저도 내보내고 혼자 꾸려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가게를 내놓았다”고 했다.
이 씨에 따르면 김밥에 들어가는 김(100장)은 지난해 연말 3000원 하던 것이 3800원으로 27% 올랐고 20㎏ 쌀 1포대도 3만5000원에서 4만3000원으로 23% 올랐다.
또 한판(30알)에 3200원 하던 계란은 4500원으로 22% 올라 지단을 붙이기가 무섭고 단무지도 3㎏ 한 상자에 2200원에서 2800원으로 27% 상승했다.
“오른 게 어디 이것뿐이냐”는 이 씨는 “참기름, 식용유는 물론 도시가스와 수도·전기세 등 관리비, 인건비까지 삽시간에 올라 100번, 1000번을 고민하고 또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오더라”고 하소연했다.
[relNewsPaging]
지난달 대전시의 일반음식점 폐업 건수를 보면 동구 26, 중구 27, 서구 44, 유성구 22, 대덕구 12곳 등 모두 131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4곳이 문을 닫은데 비해 39%(37곳)가 늘어 하루 4.5곳이 가게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6월 167곳이던 신규 영업신고는 올해 137곳에 불과해 극심한 경기불황을 보여줬다.
5개 구 중 가장 많은 음식점이 문을 닫은 서구청 관계자는 “관내 영업장 임대료와 운영비가 다른 곳보다 많이 들기 때문에 장기 경기불황과 소비 위축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도일보에 있습니다.
viewBestCut('bestRight')
노컷뉴스 제휴사/ 중도일보 임연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