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성사의 힘과 은총
성사의 힘과 은총은?
우리의 어머니이신 교회의 가장 귀중한 보물은 “성사聖事”다.
성사는 그리스도께 제정하시고 교회에 맡긴 은총의 표징이며,
감각적인 상징을 통해 효율적인 은총을 낳기 때문이다.
일곱 성사septem sacramenta(세례, 견진, 성체, 고해, 혼인, 신품, 병자)는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목숨처럼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구원에 헤아릴 수 없이 중요한 성사에 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우리 삶의 여러 단계를 위한 강력하고도 영적인 이 동반자들 중 세례성사에 관하여 알아보자.
우리 시대에는 예수님께서 이천년 전 사람들이 볼 수 있던 위로자, 목자, 구세주로서의 지상의 모습으로는 우리에게 다가오시지 않는다. 그럼에도 오늘날에도 우리는 기적을 행하시는 하느님을 이천년 전 하혈하던 여자가 그랬던 것처럼(마태 9, 18-26 참조) "만져볼" 수 있다. 그렇다. 오늘날에도 하느님의 전능하신 힘이 그분에게서 발하고 있다. 바로 그분의 일곱 성사의 치유의 힘, 성별의 힘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목적으로 당신의 생명을 십자가 위에서 바치신 것이다. 이것이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의 감사송에 너무나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지극한 사랑으로 십자가에 높이 달리시어 저희를 위하여 몸소 자신을 제물로 바치시고 심장이 찔리시어 피와 물을 쏟으시니 거기서 교회의 성사들이 흘러나오고 모든 이가 구세주의 열린 성심께 달려가 끊임없이 구원의 샘물을 길어 올리나이다."
다시 말해, 성사들을 통해 그리스도께서는 믿는 이들을 치유하신다. 성사들을 통해서 안으로는 교회에 생명을 주시고 교회를 끊임없이 쇄신하면서, 공동체를 한 걸음 한 걸음씩 당신과 닮게 하신다.
불행하게도 20세기 동안 대규모적인 배교가 있었다. 이에 관해 요셉 라칭거 신부는(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프라이징 대학교의 신학 교수이던 1958년에 이렇게 표현했다.
“현대교회의 외형은, 이교도인들의 교회가 되어왔다는 사실에 의해 본질적으로 아주 새로운 방식으로 정의된다. 그들은 스스로를 여전히 그리스도인이라 부른다. 그러나 사실은 이교도가 되어왔다. 이교도의 신앙이 오늘날 교회 안에 존재한다." 그리하여 때때로 “나는 세례성사 없이도, 혼인성사나 사제 없이도 신자가 될 수 있다!" 라는 말을 듣는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
하지만 주님께서 주신 일곱 성사의 은총이 무시될 때, 세상의 성화와 우리 인류의 성화가 정말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결코 아니다! 누가 우리를 죄에서 해방시킬 것인가? 매일의 삶에서 복음을 따라 살아갈 힘, 사심 없이 봉사할 힘, 자비롭게 사랑할 힘, 모든 사람을 용서할 힘, 그런 힘을 누가 우리에게 주는가? 굳건하게 희생할 힘, 악의 유혹에 저항할 힘을 누가 우리에게 주는가? 병고와 고통이 우리에게 축복이 되도록 인내하며 짊어질 힘을 누가 우리에게 주는가? 우리에게 이 힘을 주시는 분은 오직 하느님뿐이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무엇보다도 일곱 성사를 통해 그 일을 하신다.
2020년 1월 12일 주님 세례 축일에 시스티나 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기들 서른두 명에게 세례성사를 베풀었다.
“세례를 받은 아이들은 성령의 힘으로 성장할 수 있기에 어린아이들에게 세례를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추기경의 "계약의 궤"
그런 이유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일곱 성사의 은총이 지닌 그 가치를 우리는 매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독일 쾰른대교구장 요아킴 마이스너 추기경(1933 2017년)이 이와 관련해 죽어서까지 멋진 증언을 했다. 그는 자주색 제의를 입고 묻히길 원했다. 그 제의는 여러 번 수선한 상태였는데, 바로 서품식에서 입었던 제의였다. 그리고 그의 확고부동한 요청에 따라, 그의 세례 증명서, 견진 증명서, 사제품과 주교품의 증명서들도 함께 그가 죽은 후(2017. 7. 5) 관 속에 넣어졌다. 요아킴 마이스너 추기경은 평생 그것들을 보물처럼 소중하게 여기면서 작은 상자 안에 보관했었다. 그는 그 상자를 자신의 “계약의 궤"라고 불렀다.
요아킴 마이스너 추기경
하느님의 영원한 자녀
우리는 세례를 받았지만, 우리 삶의 그 위대한 순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세례성사가 얼마나 큰 은총인지를 완전하게 의식하지 않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그 결과, 젊은 부부들이 신앙심과 지식이 결핍되면서 자기 자녀들에게 세례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사랑을 위대하고도 강력하게 제공하는 세례성사의 중요성을 전하고자 한다.
부모라면 누구나 가장 좋은 것을 자녀들에게 주고 싶어한다. 어떤 부모도 이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나는 어떤 음식이 건강에 제일 좋은지를 내 아이가 자라서 스스로 결정할 때까지 기다리겠다. 그때까지는 아이에게 어떤 먹을 것도 주지 않는 편을 택하겠다.” 그 결과는 아마도 죽음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영적 생명에 대해 이런 생각과 태도를 갖고 있다. 자녀들에게 세례를 보류한다면, 그래서 다른 성사들도 받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는 자녀들의 영혼에 양식을 주지 않는 셈이다. 세례성사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죄와 그 결과를 생각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세례성사의 중요한 효력은 바로 세례받는 사람에게서 원죄를 없애주는 순수한 은총이기 때문이다. 원죄를 없애준다고?
원죄와 그 결과
창세기가 우리에게 자세히 말해주듯이, 첫 인간들이 악마의 유혹에 완전히 떨어졌었다.
“그러자 뱀이 여자에게 말하였다.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여자가 쳐다보니 그 나무 열매는 먹음직하고 소담스러워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은 슬기롭게 해 줄 것처럼 탐스러웠다. 그래서 여자가 열매 하나를 따서 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자, 그도 그것을 먹었다. 그러자 그 둘은 눈이 열려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서 두렁이를 만들어 입었다."(창세 3, 4-7)
첫 인간들은 창조주 아버지에게 악마처럼 오만불손하게 반항했고, 그 결과, 아버지에게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자신들의 힘으로 행복을 얻겠다는 자만심에서 아버지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그들은 주 하느님께서 저녁 산들바람 속에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들었다. 사람과 그 아내는 주 하느님 앞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다. 주 하느님께서 사람을 부르시며, '너 어디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가 대답하였다. '동산에서 당신의 소리를 듣고 제가 알몸이기 때문에 두려워 숨었습니다.'"(창세 3, 8-10)
이 원죄를 통해 인간은 완전한 영적 어둠에 떨어졌고 하느님의 사랑을 잃어버렸다. 즉 하느님처럼 헌신적이고 이타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인간 자신의 잘못, 하느님 없는 이기주의 때문에 카인은 자신의 형제 아벨을 살해했다. (창세 4, 1-16) 그리고 오늘날 수없이 많은 면면에서 하느님을 떠난 후의 충격적인 결과를 본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어머니의 태중에서 살해되는 생명들이 얼마나 많은가.
첫 인간들은 자발적이고 의지적으로 하느님의 사랑과 선하심을 외면했지만, 하느님은 결코 당신 피조물들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으셨다. 오히려 당신 피조물들을 감싸 안으셨다. 상실감과 어둠 속에 갇힌 까닭에 사람들이 자신의 창조주를 더이상 알지 못하고 그릇된 신들을 숭배했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완전히 새롭게 드러내셨다. 그리고 영적 육적 죽음을 가져온 파멸의 단절을 하느님께서는 계약을 통해 치유하기 시작하셨다. 그분은 노아와 아브라함과 모세와 그런 계약을 맺으셨다.
예언자들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당신 사랑을 백성들이 더 깊이 알아들을 수 있게 하셨다. 사람들을 당신의 성심으로 끌어오기 위해 하느님께서 수천 년에 걸쳐하신 노력의 비할 길 없이 탁월한 클라이맥스가 그분 자비의 기적이다. 즉 하느님 아버지께서 인류를 구원하시고 거룩하게 하시려고 아드님을 보내시어 마리아에게서 인간이 되게 하신 것이다. 우리 인간들의 죄로 인해 생긴 뛰어넘을 수 없는 심연을 오로지 하느님 만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메우신 것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수난과 죽음으로 인류 구원을 위한 충만한 은총의 일곱 성사를 완성하시고 인류에게 전하셨다. 일곱 성사의 샘 안에서 창조주께서는 당신 자녀들을 먹이시고 거룩하게 하신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당신 교회의 일곱 성사 안에서 구원의 역사를 이천 년 넘게 중단 없이 계속하고 계신 것이다!
<마음의 승리 No. 97>에서
이선영 옮김
(마리아지 2024년 5•6월호 통권 245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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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처 : 아베마리아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