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인천 답동성당 마당에서 인천교구 사제단이 마련한 「무의탁 노인들을 돕기 위한 사제들의 바자」가 열렸다.
애장품 1천여점 모아…음식 공연도 준비
『K 신부님이 기증하신 석판화입니다. 십자가상 예수님 모습이 담긴 작품입니다. 5만원부터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구매를 원하는 분 원하는 가격에 손을 들어주세요』
10월 30일 오후 인천 답동 주교좌 성당 마당에는 때아닌 경매장이 들어섰다. 경매장은 분명한데 「처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천연덕스럽게 흥정을 붙이는 사회자도, 진행 도우미로 경매 물건을 높이 들고 선보이는 이들도 모두 로만 칼라의 사제들이다. 모여든 신자들은 경매품에 대한 관심에 앞서 익살스런 멘트로 물건 값을 부르고 낙찰자를 정하는 「신부님」 모습에 연신 폭소를 터뜨리고 만다.
경매장 외에도 이날 성당 곳곳에서 만나는 사제들은 다소 파격적이고 이색적이었다. 의류 매장 판매대에서 물건을 팔고,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음식 그릇을 치우고, 호객(?)을 위해 목청을 높이는가 하면 마당 한편 간이무대에서는 네명으로 구성된 사제 중창단이 고객들의 쉬는 시간을 위해 생활성가 공연을 벌이고 있었다.
인천교구 사제단이 사제들 스스로 구체적인 나눔을 실천해 보이는 장으로 마련한 「무의탁 노인들을 돕기 위한 사제들의 바자」.
기획부터 준비 일정 전체를 자체적으로 준비하며 교구 사제들은 평소 아끼는 물건을 내놓고, 본당 신자들과 함께 음식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도 하고, 작은 음악회도 기획하면서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나눔」의 의미를 직접 몸으로 펼쳐내 보이는 자리를 열었다.
교구 사제단 전체 이름으로 바자가 개최된 것은 한국 교회 내에서 초유의 일이다. 『사제라는 이유만으로 신자들에게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사제들이 더욱 착한 목자로서 보답하는 것과 함께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누면서 섬김과 나눔의 공동체 실현의 모습을 실천해 보자』는 것이 바자를 준비한 가장 큰 취지.
이를 위해 교구장 최기산 주교는 주교 수품때 교구청 사제단이 선물한 홈씨어터 기기와 실내등을 기증했고 이학노 몬시뇰은 수석 장식품 등을 내놓는 등 150여명 사제단 대부분이 각자의 애장품들을 나누었다. 한마음이 되어 모아진 물품들은 의류 생활용품 성물 미술 공예작품 등 천여점을 넘어섰다.
그런 면에서 이번 바자는 사제들 간 공동체적 형제애를 나누고 일치된 마음으로 함께 사랑을 실천하는 자리로도 큰 의미를 보이고 있다.
행사장에서 자리를 함께 한 최기산 주교는 『바자를 준비한 사제들과 많은 물품을 내어준 사제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하고 『이 행사가 사제들이 성덕을 닦아나가는데 도움이 되고 신자들도 나눔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 준비위원회 대표를 맡은 김일회 신부(인천가톨릭대 교수)는 『신자들이 사제들에 대한 마음의 벽을 허무는 자리가 되고 또한 신자들과 함께 하려는 사제들의 적극적인 마음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사제들의 신원과 소명의식을 되새겨 보는 기회로써, 더불어 노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문제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자 수익금 전액은 무의탁 노인들을 위한 복지기금으로 사용하도록 교구 사회복지회에 지정 기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