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금동대향로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고 싶어서 책을 구입을 했으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백제금동대향로가 아니라,
고대 동북아의 정신세계에 대한 탐구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저자가 인용한 도서목록이 결코 간단치 않음(물론 내 수레책도 있음)과 주를 단 솜씨를 보고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임을 금방 알아채릴 수가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역사전공자가 아닌 철학을 전공하고, 자기 분야만을 전문적으로 파헤친 올해 만으로 48세의 평범한 학인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의 글에서 불교중심으로 동북아시아 고대사상사를 보아왔던 기존의 통설은 여지없이 면박을 당하며, 중앙아시아의 다양한 문화와 동북아 문화간의 폭넓은 교류의 흔적들이 마구 쏟아져 나옵니다.
저자는 백제금동대향로를 푸는 결정적인 열쇠로 고구려 고분벽화를 사용했습니다. 고분벽화와 대향로에 보여준 도상을 통해 세계사적인 사상의 흐름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하여 그의 결론에는 동북아는 중원과는 별도의 사상적 세계임을 드러내보였습니다. 그가 고구려를 유목과 농경의 복합문화권으로 파악한 것은 내가 수레책에서 밝힌 것을 좀 더 부연설명한 것이고, 또 연꽃을 불교가 아닌 동북아 고대의 사상적 연원에서 찾은 것 등은 나와 많은 점에서 일치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책에서는 여전히 대향로에 대한 많은 의문의 소지를 남기고 있었고, 형식분류와 년대편년에 있어서는 여전히 중원지역의 흐름을 염두에 두고서 풀어내는 점에 있어서는 여전한 한계를 보였습니다.
또한 고구려와 백제의 문화가 독특한 문화권역임을 설명하고자 했으나, 그 실체가 무엇인지, 또한 외래문화의 영향이 중원일변도가 아님을 자세히 논증하기는 했지만, 이곳에서 출발한 문화가 어떻게 전파되었거나, 이곳 문화의 기저의 핵심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흡한 탐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결론은 역시 선언적인 명제를 택함으로써 많은 허전함을 갖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연구는 고분벽화에 대한 공부와 한구고대사상사, 동서문화교섭사 등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유익한 정보를 많이 담고 있습니다.
편하게 이야기해서 너무나 많은 공부를 한 저자이지만, 역시 담아낸 글의 양이 제한되어 그가 생각한 전모가 덜 드러난 것이라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아직 저자도 고대동북아의 정신세계에 대한 일목요연한 체계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었습니다.
또한 제목에 상응하는 금동대향로가 이것이라는 그 무엇이 책을 다 읽어보아도 여전히 한눈에 들어오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금동대향로와 고분벽화에 대한 이만한 전문적 접근은 없었습니다. 고대동북아의 정신세계는 현재 연구진행중인 아직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이를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필히 이 책을 봐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어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