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농산물이라는 말이 왜 생겨났을까 ?
식물은 본래 자기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서 적당한 때를 골라 싹을 틔우고 몸집을 키운 후 꽃을 피워 2세를 만들기 위한 번식 활동을 하고 생을 마감한다.
어찌 보면 인간이나 동물이 살아가는 방식이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식물은 자연조건에 의지하면서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을 터득하여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제철농산물이라는 수식어를 달기 시작하였다.
1970년대 이전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이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생산량 증대 농업기술이 발달하고 소득이 늘어나면서 맛있는 농산물을 찾게 되었다.
더 나아가 촉성재배나 반촉성재배 또는 억제재배와 같은 아무 때고 구입하여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의 개념이 생산자의 이윤추구와 소비자의 구매욕구가 어울려 소비시장에서 농산물 구매의 일상적인 일이 되어 버렸다.
제철농산물의 사전적 의미는 알맞은 시절에 나는 농산물이다.
알맞은 시절이라는 것은 농작물이 햇빛과 물, 바람 그리고 영양분을 가지고 자연 상태로 자라거나 번식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대부분의 채소가 봄 아니면 가을이 제철이고 과일은 여름과 가을이 맛이 좋은 계절로 볼 수 있으나 현재의 소비 형태로 볼 때 설득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채소의 경우는 요즈음 제철을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소비자들의 경우 똑같은 채소가 일 년 내내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니 헷갈리기 십상이다.
농업기술이 발달한 이유도 있지만 생산자들은 가급적 빨리 또는 늦게 시장에 출하하여 좋은 가격을 받으려 하고 소비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먹거나 남들이 먹지 않을 때 사서 먹을 수 있다는 욕구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생각된다.
농산물은 농업인의 손으로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선별, 저장, 운송, 가공과 같은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이 농산물이 소비자의 식탁까지 오르기까지의 거리를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라고 하는데 이 거리가 멀어 질수록 탄소배출량도 높아진다.
또한 유통단계가 복잡해지고 소비기간이 길어지면 손실되거나 폐기되는 농산물도 늘어나고 안정성의 위험도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탄소배출이 많은 겨울철 시설채소류나 저장농산물보다 생산, 유통, 보관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을 줄이는 제철농산물이나 지역에서 생산한 로컬푸드를 소비하는 것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제철에 나는 농산물은 수량도 풍부하니 가격이 저렴해지는 이점도 있다.
우리는 봄에는 겨울을 뚫고 나온 신선채소 여름에는 햇볕을 듬뿍 받은 싱싱한 과일 가을에는 풍성한 곡식과 같이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 특성을 이용하여 제철에 나는 농산물을 다양하게 이용하여 왔다. 특히 제철에 생산된 농산물이 맛과 영양이 더 좋다.
예를 들어 봄나물은 다른 시기에 생산된 것보다 생리활성 성분인 파이토케미컬이 더 많고 햇빛을 충분히 받은 토마토는 라이코펜 성분이 더 많아진다. 아스파라거스는 수확과 동시에 영양가가 급격히 떨어진다. 장기간 저장돼 다른 계절에 판매되거나 제철이 아닐 때 얻은 아스파라거스엔 숙취해소 성분인 아스파라긴산이 적게 들어 있다.
일본의 한 연구소가 시금치의 항산화력을 측정한 결과 겨울철에 생산된 것이 여름철에 생산된 것보다 7배 높아진다고 한다.
제철의 의미를 잊어버리게 한 채소와 과일들이 너무 많다.
자연 상태에서 재배(노지재배)할 경우 생산할 수 없는 시기에 시설재배를 통하여 거의 연중 생산하여 소비자의 입맛을 찾아가기 때문에 이 시기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철로 알고 있다.
소비자들의 욕구를 맞추기 위한 농부들의 마음고생은 둘째로 치더라도 생산을 위한 에너지 소비량과 경영비 부담 그리고 생산물의 영양소나 향기의 차이 그리고 농작물의 입장에서 알맞은 생육조건에서 잘 자란 것인지는 한번 되새겨 보아야 한다.
때를 잊고 오늘 먹은 농산물이 식탐과 욕심의 결과물이 아니었는지 ?
또는 제철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먹는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