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거치면서 공포와 불안을 악용한 ‘나쁜’ 종말론이 세간에 번지고 있다. 특히 이단사이비 집단들은 전염병이나 전쟁, 기후 위기 등으로 인한 종말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을 미혹하고 있다. 이단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종말론 확산을 경계하면서 한국교회가 성도들에게 건강한 종말론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게티이미지뱅크© Copyright@국민일보 조믿음(사진) 바른미디어 대표는 10일 “코로나 기간 진행한 이단 관련 상담의 대다수가 종말론에 대한 것이었다”며 “종말론을 부추기는 이단은 항상 있었지만 사람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시대적 상황에서 그 영향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바른미디어는 이단에 대한 정보를 유튜브와 콘퍼런스를 통해 알리고 이단 미혹자와 탈퇴자의 회복을 돕는 단체다. 조 대표는 코로나 백신을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짐승의 표’와 연결한 것을 잘못된 종말론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A단체의 경우 ‘짐승의 표인 백신을 맞은 이들과 관계를 맺지 말라’고 종용하며 한국을 떠나 도피처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종말론 이단들의 경우, 자신을 교주라고 주장하는 이단들과 결을 달리하면서 ‘시대를 분별하려면 깨어 있어야 한다’ ‘성경을 더 열심히 읽고 공부해야 한다’는 말로 일반 성도를 손쉽게 미혹하기도 한다. 조 대표는 “종말이 오는 날짜와 도피처를 특정하거나 성경에 나오는 상황과 절기를 현재에 꿰맞추는 등 불건전한 종말론의 특징을 성도들이 잘 파악하고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전쟁·기후 위기 틈타… 사이비 종말론 활개© Copyright@국민일보 신자든 비신자든 왜곡된 종말론을 비롯해 이단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뭘까. 환경적인 요인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조 대표의 진단이다. 소위 말하는 ‘종교 중독’은 취약한 상태에 놓인 이들이 종교에 의존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B단체는 어린아이를 둔 젊은 엄마를 타깃으로 삼는다. 3~4명이 조를 짠 뒤 포섭 대상자의 아이를 봐주거나 집안일을 도와주면서 친밀감을 쌓고 단체로 끌어들인다. 혼자 고립돼 아이를 보면서 지치고 힘든 엄마들의 마음을 ‘훔치는’ 것이다.
코로나·전쟁·기후 위기 틈타… 사이비 종말론 활개© Copyright@국민일보 조 대표는 “이단은 이혼가정, 한부모가정 등 소외되고 외로운 이들을 1순위로 공격한다. 한국교회가 사회적 약자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며 “한국교회는 이단에서 빠져나온 탈퇴자를 위한 교리교육, 심리지원, 경제적 자립 등에도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한계시록에 대한 두려움을 벗고 종말론을 심도 있게 공부해 성도들을 가르치는 일도 목회자의 중요한 과제다. 박재은 총신대 교수는 “예수님이 재림하셔서 종말이 오는 게 ‘무서운 심판’이거나 ‘세상의 끝장’이 아니라 복되고 영광스러운 것이라는 점을 성도들이 깨달아야 한다”며 “재림한 예수님은 죄로 타락한 세상을 새롭게 재창조하시며 우리와 직접 대면해 교제하신다. 성도들이 이런 영광스러운 재림을 기다리도록 목회자들이 건강한 종말론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바른미디어는 최근 이단들의 현황과 그릇된 종말론을 비롯해 이단에 미혹되는 이들의 심리를 담은 책 ‘이단백서’ 개정증보판을 펴냈다. 팬데믹 이후의 상황을 추가했다. 종교 중독의 개념을 설명하며 사이비 종교가 사람을 통제하는 구조를 서술했고 중요한 이단 관련 사건의 판결문을 분석했다. 어려운 교리 분석보다 ‘하나님의교회 건물은 왜 클까’ ‘여호와의 증인은 왜 병역을 거부할까’ 등 일반 성도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쉽게 풀어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