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2413 조회: 13 글올린 날짜 : 00/11/21 23:53
[아트오브워]멋진 전쟁..
전쟁의 예술이라는 제목처럼 멋진 전쟁에 관한 이야기였다. 주인공 쇼는 U.N 에서 일하는 요원이다. 그는 홍콩에서 북한 측의 중요한 정보들을 빼내기 위해 밀레니엄 파티에 참석한다. 웨슬리 스나입스의 액션을 보면서 가볍게 즐기는 액션영화일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처음 부분과는 달리 영화는 점점 더 정치적인 색채를 띠더니 권력의 암투를 그려가는 복잡한 형식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개인이 권력앞에서 스러지지 않고 싸워 이기지만, 영웅이 되기는 불가능했다. 그는 베일속에 가려진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무협영화속에서 흔히 볼수 있는 주인공의 모습처럼 쇼 또한 사건을 해결하고 조용히 사라진다. 영화속에서 배우들이 말하는 은퇴를 하고 말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컨스피러시]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권력에 이용되고 희생되려 하지만 다시 반전을 거듭하여 되살아나는 모습이 흡사 닮아 있었다. 허나 [아트오브워]는 [컨스피러시]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다.
우선, 이 영화속의 큰 배경으로 중국과 미국이라는 나라의 파워게임을 들 수 있으며, 그 안에서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우파성향의 인물이 나온다. 그리고 결과와 과정의 차이, 인종차별간의 문제, 주체성의 유무, 마지막으로 자유에 관한 언급이 있는 영화였다. 한마디로 말해 종합상자선물세트라고나 할까?
평화를 유지하는 UN은 미국을 대표하는 집단이다. 그리고 첸은 중국을 대표한다. 그런데 중국을 나타내는 모습이 첸이 부패하고 자기의 이익만을 챙기려하는 교묘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상대적으로 미국의 이미지가 더욱 좋아 보이게 하는 것을 빼놓지 않은 점을 보면서 역시 미국영화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훅스는 우파적 성향을 띤 결과지향적 인물이다. 그녀는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목적을 성취했다면 만족스러워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감독은 인과응보라는 동양적인 관점으로 답해주고 있었다.
사실 이 영화 속에는 동양적인 냄새가 짙게 깔려 있었다. 병법에 관한 내용부터 시작해서 교훈적인 내용이나 중국의 전통 의상(치파오), 티벳과 본국의 미묘한 문제 등 현재 중국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노력한 흔적들이 많이 느껴졌다. 게다가 줄리아역을 맡은 마리 마티코는 그러한 감독의 의도를 잘 보여주는 듯 했다. 쇼에게 주체성에 대해 논하는 똑똑한 동양인 아가씨와 흑인, 그리고 흑인과 동양인을 무시하는 백인.. 결국 이 백인-블라이는 죽는다. 최근에 본 [오 형제여, 어디로 가는가]에도 나왔듯이 요즘의 미국영화는 인종차별주의를 폐지하는 흐름인듯하다. 그것이 과연 언제쯤 완벽하게 사라질지는 미지수이지만..
블라이의 등장으로 화려하게 반전을 맞은 아트오브워는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영화였다. 게다가 조금은 심각해질때마다 간간히 멋진 액션씬(마지막에 가면 폭소를 유발한다.)까지 가미해 지루함을 느끼는 관객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완벽한 시나리오와 현란한 화면들덕분에 더욱 재미있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