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기부'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어볼 수 있다. 구세군 냄비에 동전을 넣거나 ARS를 통한 수재민 돕기와 같은 행동들을 통해 누구나 한번쯤은 기부행위에 동참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남을 돕는 일'이라고만 생각하는 기부는 기부자의 동기, 의도, 비전에 따라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나의 기부는 어디에 속하는 지를 생각해 보자.
주는 행위(giving)
지하철 안에서나 길거리에서 걸인에게 적선해 본 적이 있거나 수퍼마켓이나 은행에 설치된 불우이웃 돕기 모금통에 거스름 돈을 넣어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베푸는 사람은 자신의 ‘돈’이 어디에 사용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보다는 단지 돈이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속에 준다.
이 경우 자신의 돈이나 물품을 주는 사람이나 그것을 받는 사람 모두 그 행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곧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주는 행위'는 돕고자 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무형의 자원이 일방향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옮겨지는 것을 말한다(transfer).
자선(charity)
전통적으로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기부형태다. 수재민을 위해 담요나 음식물을 제공한다든지 노숙자를 위해 임시거처를 제공하기 위해 또는 소년소녀가장들에 대한 생활보조를 위해 기부를 한다.
자선이란 말은 라틴어의 '사랑으로 주어진 기부(GIFT GIVEN OUT OF LOVE)'라는 말에서 파생되었으며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간의 동정적이고 감정적 관계가 전제된다.
대중매체에서 소년소녀가장들의 눈물겨운 겨울나기 이야기를 접한다든지 추운 지하철 역사 바닥에서 잠을 자는 노숙자를 보면서 또는 홍수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수재민들을 보며 우리는 마음깊이 애처로움과 동정심을 갖는다. 그래서 자선은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이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당장의 필요한 욕구를 해결하고자 한다.
자선에서는 자신의 기부에 대한 어떠한 분명한 결과를 요구하기보다는 기부에 따른 뿌듯함과 수혜자들의 고통과 필요가 어느 정도 줄었을 것이라는 믿음이면 기부에 대한 보답으로 족하다.
자선적 기부는 주로 그 문제가 왜 발생했는가 하는 근본원인보다는 현재 요구되는 개인적 욕구와 필요에 초점을 맞춘다.
자 이제 다소 생소하지만 좀더 넓은 기부의 세계로 나가보자.
박애적 기부(philanthropy)
개개인의 문제말고도 사회에는 빈곤문제, 환경문제, 아동학대문제, 노인문제, 디지털 격차 문제, 여성차별 문제 등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
박애적 기부는 개개인의 욕구가 아닌 좀더 넓고 좀더 공공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