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 살풀이 외 1편
김유신
바람이었네.
출렁이는 꽃바람이었네
어디까지일까
하늘을 치솟아 가는 처처가 자는 곳이고
흰 구름자락이 이브자리라는
나의 역마살 끼 살풀이 길은 어디까지인가
가늠키 어려운 바람이 일면 걷잡을 수가 없는 발길
코 구멍에 걸찬 암모니아가 기차수증기 뽑아 내 듯한
홍어애국이 그리워
남도 끝자락 목포터미널에서 반겨주는
나와 역마살 끼 버금가는
그 이름 또한 역마살 끼 드높은
이름이 光春!
지인의 소개받은 부부 오대양 남태평양을 누비는
삼학도 요트 항 50피트 선주와 합하였느니
이 바람은 얼마나 출렁임이 높으리까.
목포의 토속주 “인동주마을”에서 도화살 끼
나도 모르게 한 보따리 풀기 시작.
유달산에서 내려다보이는 평화공원
갓 바위 둘레길 흥 흠뻑 올려서
다시 무안군 삼향읍 남악시장에 찾아
“청진동 해장국” 홍어애국 몇 주발에 토주
도화살 끼가 드높은 서울양반 하얀 늙은이
농익은 육 자바기 사발은 이어져
에그 머니나! 아주머니 그 나이에도 볼이 홍익은 모습.
멀쩡한 아파트를 두고 한적한 삼학도 요트 항에
방이 셋이나 되는 50피트 요트에서
부부가 일상생활 매력에 산다는
출렁이는 물결을 내려다보게 되는
고요한 밤하늘 은하수가 인도하는 별들의 세계를 거닐며
달빛이 요요하게 내려 한껏 흥을 끌어 올려줄
출렁이는 요트의 부부 침실 보게 나
아. 그대의 光春!
옆방에서 방을 지새울 생각에 이내
백기를 들고 무궁화호 칠흑의 밤 열차에 기대어
새벽 3시 평택역에 돛을 내린
대낮처럼 밝은 빨간 지붕 골목 가로등에 날아드는
나방들 옆 골목을 빗겨 귀향한
나의 역마살 끼는 춘몽이었네.
태산목泰山木
신재효 김소희 판소리국창이 울려오는
고창 판소리박물관 마당에 들어서면
남도의 향수
태산목 거목이 반겨주고 있네
목가의 신석정 시인께서
생전 그렇게 좋아하시던
태산목泰山木
그분의 품안처럼
상록활엽수 넓은 잎 자락
이글이글 타오르는
한더위에도
그 넓은 그늘을 길게 늘이고
한산모시 적삼 바람으로
합장을 모으게 하는
하얀 꽃송이들이
그윽한 향으로 반겨주고 있네.
김유신_197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봄의 층계』 등. 경기도문화상, 안성문화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