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의 합평을 통해 처음으로 퇴고를 해 보았습니다. 어렵군요.... EBS 다큐프라임 대학입시의 진실을 보고 있어서 조금 격해진 부분도 있는듯 합니다.
얼마 전 유투브를 들었는데 요즘에 육각형 인간이 회자된다고 한다. 육각형 인간이란 대상의 특징을 드러내는 여섯 개 축의 그래프에서 각 기준 축이 모두 꽉 찬 상태를, 즉 '완벽'을 뜻한다. 여섯 개의 축은 외모, 성격, 학력, 자산, 직업, 집안이다. 헛웃음이 나왔다. 나에게 해당되는 것도 없을 뿐더러 요즘 세상에서는 모두 운이 아닌가 싶었다. 수저얘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내 아이에게 흙수저만은 면하게 해주자 싶었는데 육각형인간은 그냥 포기다.
왜 자꾸 이런 자포자기적인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걸까? 살기가 점점 힘들어지면서 개인의 노오~력으로는 도무지 답이 없기 때문일까? 제도적으로 이미 끊어진 계급간의 사다리를 너무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노력은 무의미하니 언어적 유희로 현실을 비웃는 걸로 위안이라도 얻는 걸까? 어느것이든 힘빠지는 현실이다.
2017년에 제작된 EBS 다큐프라임 대학입시의 진실 5부에 일본의 니트족의 한 예가 나온다. 나다 요시후미라는 33살의 한 남성은 도쿄의 쉐어하우스에 거주하면서 수입이 없이 한 달에 대략 100만원의 생활비를 쓰고, 하기 싫은 일은 안하고, 오직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나다씨는 고등학교때까지는 전교에서 1등을 하는 우수한 학생이었으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진학을 포기한 후 니트족이 되었다.
니트족이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자로 교육을 받지 않고, 노동을 하지 않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일본 노동후생성의 정의에 따르면 비노동력 인구 중에서 15~34세의 대학을 졸업한 자, 미혼이면서 가사노동이나 통학을 하지 않는 자를 가리킨다. 니트는 일반적으로 '일할 의욕이 없다' 는 의미로 쓰인다. 하류지향의 저자인 우치다씨는 유럽의 니트는 계층화의 한 증상으로 사회적 상승욕구가 있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일본의 니트족은 사회적 상승의 기회가 열려 있는데도 아이들이 스스로 그 기회를 포기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으며, 사회적 약자가 자진해서 차별적인 사회구조를 강화하는데 가담하는 방법으로 계층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약자가 자신의 사회적 입장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견해다. (p130)
나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강하게 저자의 의견에 반대하는 이유는 일본의 사회현상이 한국의 그것과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대학입시로 대변되는 공부는 그 정도가 일본에 비할바가 아니다. 소위 머리가 좋아 개천에서 용났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성공은 90년대를 끝으로 사라졌다. 학생의 학교 생활 전반에 대하여 정량적 평가가 아닌 정성적 평가를 입시에 반영하자고 만들어진 학생부종합전형은 그 취지가 무색하게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으로 무장한 소위 있는 집안의 자제들의 전유물이 되고 말았다. 없는 집 아이들은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고 접근조차 안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스스로를 병풍이라고 말하고, 공부를 포기한 아이들을 단지 등가교환이라는 경제적인 논리로 치부하는 것에 나는 도저히 동의가 안된다. 이미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넘어섰다고 본다. 제도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 제도는 교육부 장관이 또는 그 주무부처의 고인물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학부모가, 일선 선생님들이, 관계당국등 관련자들이 솔직하게, 투명하게 그리고 아이들과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후에 정해져야 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에 조금이나마 발을 담근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이기도 하고, 내가 입시제도에 별 관심이 없어서 자세하게는 모른다. 그러나 당장 내게 닥친 일이 아니라고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우리 앞의 현실은 하나도 바뀌지 않으리라는 건 안다. 그렇게 외면하면 나에게 닥쳤을 때 내 손을 잡고 같이 나아갈 사람이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항상 주위에 관심을 갖고 깨어 있는 시민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힘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