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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민병준 여행전문작가][[머니위크]민병준의 신향토기행 / 강원도 삼척]
백두대간 덕항산(1,071m) 기슭의 깊은 산골인 대이리 골말은 굴피집과 너와집을 구경할 수 있는 마을이다. 굴참나무 껍질을 벗겨 지붕에 차례로 포갠 굴피집은 물이 잘 빠지고 건조가 잘 될 뿐만 아니라 보기와 달리 수명도 길어 ‘굴피 천년’이라 한다. 온돌방, 도장방(창고), 외양간, 봉당 등이 한 지붕 아래 외벽으로 감싸져 있어, 겨울의 추위를 덜게 하고 산짐승들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 화전민 애환 서린 굴피·너와집
굴피집 위쪽 언덕에 자리한 너와집은 집주인인 이종옥씨의 선조가 병자호란 때 피난 와서 짓고 정착한 집이라고 한다. 지붕에 얹은 너와는 질이 좋은 소나무를 길이 60~70cm, 너비 30cm, 두께 3~5cm 정도로 쪼개서 만든다. 또 앞개울의 통방아는 100여 년 전에 대이리 마을의 방앗간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루에 벼 2가마를 찧을 수 있다고 한다.
대이리에 들어섰다면 동굴 관람을 놓칠 수 없다. 환선굴은 동양 최대의 석회동굴로 유명하다. 굴속엔 장님굴새우 등의 희귀동식물과 아름다운 석순과 종유석, 그리고 오래 전 수도승이 기거하던 온돌터와 아궁이가 남아 있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동굴 관람 2시간 소요. 어른 4000원, 중고생 2800원, 초등학생 2000원.
한편, 환선굴 근처에 있는 대금굴은 2007년 6월에 처음으로 공개된 석회동굴. 이 대금굴은 동굴 입구가 노출되지 않아 종유석 등 동굴 생성물이 아주 잘 살아있다. 동굴 속엔 많은 양의 동굴수가 흐르고, 여러 개의 크고 작은 폭포와 동굴호수 있어 비경을 연출한다. 1시간30분 소요. 요금은 어른 1만2000원, 중고생 8500원, 초등학생 6000원. 반드시 삼척시청 홈페이지(http://tour.samcheok.go.kr)에서 예매를 해야만 관람할 수 있다. 대금굴 입장권으로 환선굴 무료 관람 가능. 주차료 1000원.
◆ 아름다운 삼척 해안 드라이브
삼척은 이렇듯 굴피집돚너와집과 환선굴돚대금굴로 유명하지만, 삼척을 가장 삼척답게 하는 건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에서 흘러내린 오십천을 굽어보며 천년을 서있는 아름다운 죽서루(竹西樓, 보물 제213호)다. 오십 굽이나 휘돌아 감으며 흘러간다는 오십천 물가 층암절벽 위에 지은 죽서루에 오르면 멀리 병풍처럼 펼쳐진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두 눈에 든다.
관동팔경 중 하나로 꼽혀 시인묵객들의 발길도 잦아 고려 때는 김극기를 비롯해 이승휴·안축 등이 흔적을 남겼고, 조선시대엔 이이·양사언·정철 등 내로라하는 당대 명사들이 이곳에서 남긴 시가 수백 편에 이른다. 그러나 이제 세월이 변해 죽서루에 올라 시 읊는 나그네 드물고, 진주관에서 버선발로 뛰어나오며 객을 맞아주는 아리따운 삼척 명기들도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났다.
삼척해수욕장과 정라동을 잇는 새천년해안도로는 해풍이 다듬은 기묘한 모양의 갯바위와 파도 넘실대는 바다가 한 폭의 풍경화처럼 펼쳐진다. 새천년해안도로 남단에서 삼척 오십천을 건너 7번 국도를 타고 남진하다 한재 고갯마루에 이르면 잠시 차를 멈추고 바다를 바라보자. 삼척 10경에 꼽히는 ‘맹방 명사십리’가 눈을 황홀하게 한다. 끝 모르게 이어진 백사장과 무시로 밀려드는 파도가 장관이다.
이어 마읍천을 지나면 이름도 무시무시한 ‘살해치’. 고려의 마지막 임금인 공양왕과 두 왕자가 살해되었다는 곳이다. 공양왕은 고려 왕조의 몰락과 함께 폐위되어 왕자들과 함께 원주와 간성을 거쳐 삼척으로 귀양지를 옮겼다가 1394년(태조 3)에 이곳에서 교살되었다. 궁촌마을 뒤쪽 언덕에 공양왕릉(恭讓王陵)이 조성되어 있다.
공양왕릉을 벗어나면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황영조 선수의 고향 초곡마을. 초곡항이 내려다보이는 바닷가 언덕에 자리잡은 황영조 기념관에선 몬주익의 영웅인 황영조의 성장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어 만나는 용화장호항 해변 전망대도 바다 조망이 일품이다. 장호항 안쪽의 갯바위는 일출 풍광이 좋은 곳이다.
장호항에서 고개를 하나 넘으면 해신당(海神堂). 지금은 우리나라 어디서도 보기 어려워진 남근(男根) 봉헌제의 특이한 전통이 남아 있는 곳이다.
전설 한 토막. 아주 오랜 옛날 앞 바다 바위섬으로 돌김을 따러 나갔던 처녀가 갑자기 불어 닥친 폭풍에 휩쓸려 죽자, 그 이후로 고기가 전혀 잡히지 않았고 고기잡이 나갔던 젊은이들이 자주 목숨을 잃었다. 그러다 마을 사람들이 나무로 남근을 깎아 처녀에게 제사를 올리니 모든 것이 예전처럼 풍요로워졌다고 한다.
해신당 공원 안에 있는 어촌민속전시관은 동해안 어민들의 생활상과 세계 각국의 성(性) 민속문화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공간.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 주차는 무료.
◆ 여행정보
교통 영동고속도로→ 동해 고속도로 동해 나들목→ 7번 국도→ 동해→ 삼척<수도권 기준 3시간30분 소요>
◆ 숙박
새천년해안도로가 있는 정하동에 펠리스호텔(033-575-7000), 원덕읍 호산리에 호산비치호텔(033-576-1001) 등 유명 해수욕장을 주변으로 숙박업소가 많다. 이외에도 신리너와마을 너와펜션(033-552-5967)에서도 숙박이 가능하다.
◆ 별미
곰치는 잔가시가 많고 흉측하게 생긴 물고기지만 시원한 국물 맛이 좋아 해장국으로 아주 인기가 있다. 또 비린 맛이 없으며 육질이 담백하고 연하여 입에서 살살 녹는다. 삼척항엔 만남의 식당(033-574-1645) 등 곰치국을 전문으로 내놓는 식당이 여럿 있다. 1인분에 7000원.
◆ 참조
삼척시청 관광정책과 033-570-3845, 대이동굴 관리사무소 033-541-9266, 어촌민속전시관 033-572-4429
민병준여행전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