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매체가 조성하는 위화감>
우리나라가 최근 40년간 겪고 있는 문제점 중에서도 소득계층 간의 위화감 조성은 큰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과거 선진국들의 경우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데 우리나라가 그것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는 듯하다. 영국의 개발학자 미샨이 '경제성장의 대가'라는 책에서 무리한 성장은 치유할 수 없는 혼란과 병폐로 사회를 병들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성장의 '혜택'이 농촌이나 저소득층에 미치기 훨씬 전에 그 '폐해'가 이들을 엄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동자들과 서민계층이 의식주도 해결하지 못한 채 퇴폐와 사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매체가 이를 조장하기도 하는데 특히 텔레비전은 부자들의 사치스런 모습을 보여주면서 일반 대중들에게 착각을 일으키고 위화감까지 조성하곤 한다. 경제력이 있는 고소득층을 겨냥한 TV상품화라고는 하지만 대중매체가 모든 대중에게 열려 있는 한 일반 대중들은 현혹되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대중매체가 조장하는 소득계층간의 위화감에 대해서 논하고자 한다. 대중매체가 대중간의 갈등을 어떻게 조성하는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부유층만을 위한 TV광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광고에서는 '대한민국 1%를 위한 차' 라는 문구가 나오고 한국투자신탁 광고에서는 탤런트 배용준이 "나는 부자아빠를 꿈꾼다" 고 말한다. 이러한 광고를 보는 대중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렉스턴'같은 고급차를 타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에서 뒤쳐지는 인생을 사는 것이라 생각할 것이고 그러한 차를 타는 사람들은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일까? 또 한국투자신탁 광고를 통해서는 자신이 부자아빠인지 가난한 아빠인지 생각 해 보고 만약 가난한 아빠라면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 것인가? 광고제작사측에서 무슨 의도와 어떤 생각으로 그러한 광고문구를 만들었는지 한번 물어보고 싶은 대목이다. 극소수를 위한 이런 광고들을 보면서 한국 사회가 자본주의의 바람직하지 못한 부분을 부각시킨다고 생각한다. 대중매체의 광고는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가진 자만을 겨냥한 광고는 서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뿐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인 VIP 마케팅은 어떠한가. VIP마케팅은 부자 마케팅이라고도 불리는데 남다른 제품 혹은 서비스를 원하는 최상류층을 대상으로 한다. 헤르메스 바카라 같은 프랑스 회사나 오스트리아의 리델 등 유럽 기업들이 소량의 수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대표적이고 LVMS그룹이 루이 뷔통을 만드는 것도 이에 속한다. 노키아의 자회사 베르투가 백금 케이스와 사파이어 모니터를 갖춘 2만달러짜리 휴대폰을 내놓았고 영국 매클라렌사가 3백만원짜리 유모차를 시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귀족마케팅은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대형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등의 가전제품은 물론 패션, 인테리어등의 부문에서도 일반제품보다 훨씬 비싼 프리미엄제품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제일모직은 한 벌에 천 오백만원 상당의 양복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나치게 비싼 제품의 선전은 몇 달 월급을 털어도 그것을 얻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밖에 없다.
텔레비전 드라마 역시 대중에게 위화감을 부추기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들은 재벌기업회장이나 의사, 변호사로 출연하거나 그들의 자녀로 구성되어진다. 그들은 흔하게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스포츠를 즐기고 여행을 한다. 스스로 노력해서 그런 자리에 오르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원래, 부모님이 부자이니까 그것을 대물림하는 경우이다. 의식주 생활하기에도 빠듯한 서민들이 이런 드라마를 볼 때면 부자들에 대한 괜한 나쁜 감정이 생기기도 하고 스스로의 처지가 비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강남에서 불특정 대상을 향한 범죄가 잦은 것도 비슷한 경우일 것이다.
대중매체는 대중 전달 매체를 줄인 것이고 여기서 대중이란 신분의 구별이 없이 한 사회의 대다수를 이루는 사람을 뜻한다. 즉, 대중매체란 누구나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은 부자인 사람, 가난한 사람, 사회에서 잘 나가는 사람, 사회에서 뒤쳐지는 사람 모두가 속한다. 따라서 특정 부류만을 위한 매체, 특히 상류층을 중심으로 하는 매체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물질만능시대, '돈'이 지배하는 사회라지만 소외된 곳도 생각할 줄 아는 대중매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