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생으로 5년간 연평균 10억원을 소득세로 냈다. 가난 때문에 고교를 4년만에 졸업했고
이를 비관해 3차례나 자살을 시도했다. 고교 3학년때부터 사업을 시작해 광고대행업과 입시
영어학원 의류업 요식업 정보 컴퓨터 유통업 등에 손댔다. 평균 3년마다 주력업종을 바꿨
다. 사업상 지금까지 70여개국을 여행했다. 사업이외에 개인적으로 굴리는 순수 투자자금은
100억원에 이른다. 주식 및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었다. 사업과 투자를 위해 국내 종합지와
경제지 경제주간지 3종씩을 구독하고 해외 경제지 2종, 해외잡지 3종을 읽고 있다. 연평균
독서량은 25권정도.
《2000년 우리 서점가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그러나 '한국의 아
빠'들이 무턱대고 이 책대로 따라 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무엇을 귀담아 듣고 무엇을
흘려들어야 할까.》
돈에 대한 한국 사회의 태도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처럼 대단히 이중적이다. 어느 종교에
서는 돈이라는 말 대신에 ‘물질’이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 신성한 장소에서 돈이라는 단
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불경스럽게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돈에 대해 말하는 것을 상스럽고 천하게 여기는 태도는 우리 사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 식의 초월형 가르침도 있고,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
베개만 베면 행복한 것이라는 식의 안빈낙도형 가르침도 흔하다. 이런 가르침대로라면 우리
사회는 더없이 깨끗하고 청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살펴보면 작가 출신 김홍신 의원의 말처럼 이 나라는 한 푼이라도 더 빼앗
기 위해 서로 뜯어먹고 사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고, 그런 탐욕으로 인해 한국의 부정부패
지수는 세계 48위(2000년 국제투명성기구 발표)에서 허우적거리고 있고, 한국의 뇌물공여지
수는 19개 수출주도국 중 18위에 올라 있다.
▼돈에 대한 이중성▼
돈에 대한 태도가 이렇듯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우리나라에서 최근 돈에 대한 솔직하고 노
골적인 논의로 가득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베스트셀러가 된 사실을 기쁘게 생각
한다. 사람들이 드디어 위선의 탈을 벗고 자본주의적 경제관념을 올바로 갖기 시작했으며
부자들이 모두 도둑은 아니라는 것도 깨닫기 시작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착하고 최선을 다하지만 이 사회에서 대접을 못 받는 불쌍한 사
람들’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정말 다 착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걸까.
나는 적어도 가난한 사람들 중 일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일을 시켜보면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도 많고, 임금이 적다고 일을 하지 않는 이도 많다.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마련해준 여러 일터에서 어슬렁거리며 시간만 때우는 이들도
자주 보도된다. 한 섬유회사 사장은 일할 사람을 구하려고 노숙자 수용소까지 가 봤으나 한
달 봉급 100만 원이 눈에 차지 않을 만큼 배부른 사람들이 많더라고 한탄했다. 3D 업종 현
장에 수많은 동남아시아 근로자들이 들어와 일하는 현실은 실업자가 100만 명이라는 통계
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게 한다. 가난한 자의 게으름이나 나태함은 누구도 비난하
려 들지 않는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돈이 어쩌다가 가져올 불행을 과장되게 묘사하는 데 익숙하다. 손대
는 것 모두가 황금으로 변한 미다스의 불행이 그 대표적인 이야기다. 누군가에 대해서 말할
때 ‘그 사람은 부자이긴 한데…’라는 표현을 흔히 쓴다. 그 말 뒤에는 대개 나쁜 얘기가
따라온다. ‘부부 사이가 좋지 않대’ ‘자식이 공부를 못한대’ ‘젊은 애인이 따로 있
대’ ‘성격이 괴퍅하대’ ‘고혈압에 당뇨래’ ‘탈세를 했대지?’ 같은.
그러나 부자가 아니어도 부부 사이가 안 좋을 수 있고 자식이 공부를 못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부자는 어떻게든 불행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어떤 부자도 존경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부정한 방법으로 부자가 됐다고 매도한다.
하지만 부자의 재산을 그렇듯 더러운 것으로 몰아세우면서도 거의 모든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를 원한다. 물론 우리 사회에는 정치적 결탁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도 많
다. 그래서 남들보다 몇십 배 노력해서 떳떳하게 돈을 벌고 세금도 양심적으로 내는 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런 참부자가 사실은 꽤 많다. 돈이 많으면서도 행복하
게 잘 사는 사람들 또한 많다.
▼부자더러 돈을 파묻으라고?▼
참부자들까지 다 도둑으로 생각한다면 사람들은 왜 부자가 되려 하는 것일까. 머릿속에
‘부자=도둑놈’이라는 공식이 박혀 있다면 부자가 되는 것은 도둑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사원이 과장의 생각을 알면 과장이 될 자질이 있는 것이고, 사장의
생각을 알면 사장이 될 자격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진정 부자가 되고 싶다면 참부자들의 생
각을 배워야 한다.
얼마 전에 100만 원짜리 도시락이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은제 케이스와 은수저에 10만
원짜리 전복죽, 캐비어 등으로 만들어진 도시락이었다. 뉴스에 나온 시민들의 반응은 대개
“지금 밥을 굶는 사람도 많은데, IMF를 벌써 잊었단 말이냐”는 것이었다. 기자들도 그런
반응을 거들었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워지면 언제나 호화사치품에 대한 질타가 빠지지 않는다. 그 내용은
몇천만 원짜리 모피코트와 핸드백, 골프채가 없어서 못 판다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부유층이 정신을 못 차렸다” “졸부들의 사치와 소비로 서민들의 꿈이
짓밟힌다” “그런 것 사는 사람들이 세금은 제대로 냈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식의 결론
을 내린다. 지난 3월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이사했을 때 20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옷과
가재도구, 12년 된 국산 17인치 TV가 나왔다며 언론의 칭송을 받았다. 부자는 그렇게 살아
야 한다는 논조였다.
나는 해외로 출장갈 때 1등석을 타는데, 사람들은 그런 내게 종종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빌 게이츠도 이코노미 클래스를 탄다”고 한마디씩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답한다.
“빌 게이츠는 자가용 제트 비행기가 있지만 저는 없습니다.”
잘 알려진 동화 한 토막. 어느 부자가 나무 밑에 금을 숨겨 놓고는 밤마다 찾아가 금을 보
고 기뻐했는데, 어느 날 금을 도둑맞았다. 사연을 들은 누군가가 슬피 우는 부자에게 이렇
게 말했다. “쓰지 않고 보기만 할 거라면 금이면 어떻고 돌이면 어떤가. 돌을 파묻어 놓고
그것을 금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아닌가.”
우리 사회는 부자들이 그렇게 돈을 파묻어 두기를 바라는 것 같다. 또한 부자의 돈은 생산
시설을 확충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자금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애국적인 의견도 있을 것이고,
이 사회에서 벌어들인 돈이므로 사회로 되돌려줘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생산과 고용의 창출은 그것이 자선사업이 아닌 이상 이득의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건전한 생산과 고용을 창출하라는 것은 결국 제조업을 하라는 의미인데, 우리나라 근로자들
의 노동생산성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매우 낮다는 것은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들이 이구
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생산성은 낮은데도 인건비는 터무니없이 비싸고, 노조는 생존권과
기득권에 목을 매단다. 나는 “우리가 생산성을 몇% 올렸으니 임금도 그만큼 올려달라”며
파업하는 노조를 본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 누가 섣불리 제조업에 자본을 투자하겠는가. 나도 20년 넘게 사업을 해봤지만
그런 사정을 알기에 한국에서 제조업을 할 생각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부자들이여 소비하라!▼
부자들의 재산이 사회로 환원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죽고 나서
공동묘지에서 부자 유령으로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내 딴에는 ‘노블리스 오
블리제’도 지키려 한다. 그렇다고 공익법인이나 장학재단을 만들어 겉만 그럴 듯하게 해놓
고 실제로는 상속수단으로 사용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어떤 형태의 사회환원이든 그것은 부자의 자유의사에 따라야 하는 것이지, 그 누구
도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 흔히 미국의 부자들은 기부를 많이 하는데 한국의 부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비난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내 돈을 30원만 내면 세금에서 70원을 돌려받
아 100원을 기부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박봉의 선생님들이 가난한 제자
들을 돕기 위해 월급 몇푼씩을 갹출해 기금을 만들어도 그 기금은 세액 공제를 못 받는다.
한국에서는 국가에서 진두지휘하는 것 외에는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
나는 부자들이 사회 환원을 하든 뭘 하든 돈을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쓰지 않을 돈을
모으는 사람은 돈의 노예다. 돈은 써야 한다. 한 달에 1000만 원의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에
게 그 10분의 1의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과 똑같이 소비하며 살라고 하는 것은 올바른 요구
가 아니다.
우리나라 은행의 개인 예금액 중 3분의 1은 전체 예금자의 0.3%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부자들이 철저하게 근검 절약하면 어떻게 될까. 그들이 가진 돈
대부분은 결국 2세에게 전달될 뿐 사회로는 흘러나오지 않게 된다.
부자의 돈이 사회로 환원되게 하려면 자선을 하라고만 할 게 아니라 허세성 소비라 할지라
도 돈을 쓰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돈이 돈다. 돈이 돌아야 고용이 창출되고
투자도 이뤄진다.
졸부들의 소비행태 때문에 사치풍조가 만연하다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세계의 명품들을 보
라. 벤츠 구치 샤넬 롤렉스 몽블랑 던힐 카르티에…이런 명품들이 사실은 다 사치품 아닌
가. 어떤 나라에선 그런 물건의 생산을 장려하는데, 그런 물건을 사치품이라고 몰아세우는
나라에서 어떻게 세계적인 명품이 나올 수 있겠는가.
▼개인의 부를 먼저 추구해야▼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권에서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중산층을 대표하는 가난한 아
빠와 부유층을 대표하는 부자 아빠를 대비하면서 돈이 부족한 것이야말로 모든 악의 근원
이라고 설명한다. 가난한 아빠는 좋은 학교를 나오고 안정된 직장을 얻어 월급이 많아도 늘
쪼들린다. 소득이 늘수록 세금이 많아지고 소비도 늘기 때문인데, 결국은 돈에 휘둘리는 인
생을 살게 된다.
그러나 부자 아빠는 그와 다르다. 돈 관리에 능한 그는 좋은 직장을 구하기보다 좋은 회사
를 만들라고 권한다. 수입이 생기면 부채를 줄이고 계속 수익이 나올 수 있는 자산에 투자
해 마침내는 금전적으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리면서도 세금혜택을 받아
세금은 더 적게 낸다.
저자는 부동산과 작은 주식을 통해 개인 금융을 키운다. 노동과 생산활동으로 부를 축적하
기보다는 돈으로 돈을 버는 방법, 즉 자산이 수입을 가져오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들
이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돈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금융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
는 게으름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2권은 수입을 얻는 방식을 수학의 4분좌표를 통해 설명한다. 현
재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을 봉급생활자, 자영업자 혹은 전문직 종사자, 사업가,
투자가 등 네 부류로 나누고 현금흐름 4분면이라는 좌표를 통해 각 그룹의 특성을 비교하
면서 궁극적으로 어느 그룹에 속해야 진정한 경제적 자유의 길을 얻을 수 있는지를 설명한
다. 그러면서 돈을 먼저 지출해 부채를 만들고 갚기를 반복하면 평생 돈의 노예 신세를 면
치 못하지만, 돈을 남겨 투자하면서 수입을 얻는 사업가나 투자가가 되면 돈으로부터의 자
유를 얻게 된다고 말한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3권에서 강조하는 것은 돈의 ‘90대 10’의 논리다. 인구의
10%가 전체 돈의 90%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10%에 들기 위해 저자는 5단계 투자전략
을 제시한다. 자신을 통제하라, 투자유형을 결정하라, 강력한 사업체를 만들어라, 궁극적인
투자가가 돼라, 용기있는 자가 돼라.
투자가들은 인정받는 투자가, 자격있는 투자가, 능숙한 투자가, 내부 투자가, 궁극적인 투자
가 등 다섯 유형으로 분류된다. 궁극적인 투자가가 되려면 사업 자체를 운영해야 하며 주식
에 투자하는 것은 그저 특정 사업에 불과한 단계라고 한다. 그러므로 강력한 사업체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 권 모두에서 저자는 개인적 부의 축적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기업이나 국가 등 다른 경
제주체의 부의 창출에는 전혀 무관심하다. 그가 말하는 부의 축적 방식은 새로운 생산과 고
용을 이끌어내지 않으며, 공동체적 부의 상승과도 무관하다.
이런 점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할지 모르지만, 나는 바로 그런 점을 높이 평가한다. 왜냐하면
개인의 부를 먼저 추구하는 태도가 자본주의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 책들에서 봉급생활자나 자영업자는 사업가로 변신하고 그 뒤에 투자가가 돼야 한다든가,
많은 것에 대해 조금씩 아는 것이 더 좋다든가, 서른 살 이전에 알거지가 되는 것이 좋다든
가 하는 말들에는 나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가난한 사람이 계속 가난한 것은 돈을 잃는 것
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맞는 말이다. 그의 부동산 투자 사례 중 경매로 산 집을 팔
아 수익을 남기는 것 역시 나도 써본 방법이다(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방법이 일반적으로 부
정적인 불로소득으로 간주되지만 저자는 가장 현명한 부의 축적방식으로 본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저자 기요사키가 돈을 번 곳은 주로 부동산 투자와 투자조언사업이라
고 하는 사실이다. 그가 벌인 다른 사업은 모두 망했다. 그가 독자들에게 줄기차게 사업가
가 될 것을 권유하면서도 정작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정신자세나 방법에 대해
서는 언급이 빈약한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3권의 제4부에서 강력한 사업체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긴 했지만, 내가 사업가, 투자가, 경영자로서 볼 때 그 부분 역시 저자가
약점을 보이는 곳이다.
▼우리와 다른 미국 부동산시장▼
그가 돈을 벌었다고 하는 미국의 주택시장은 단독주택 위주이고 구매형태가 우리와 전혀
다르다. 그렇지만 저자가 사용한 방법을 전혀 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한국에서 그
의 경험대로 8만 달러짜리 집을 30년 융자를 끼고 산 뒤 한 달도 안돼 10만 달러에 융자를
포함해 팔았다고 치자. 이 경우 우선 등록세 취득세 교육세 국채매입 등으로 6%정도인
4800달러를 납부해야 한다(융자를 안고 샀다고 이런 세금을 깎아주지는 않는다). 그 집을 1
년 이내에 다시 팔았으므로 실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이때 세율
은 40%다(미등기 전매시는 65%). 여기에 양도소득세의 10%가 주민세로 더해진다. 따라서
실제 수익은 팔릴 때까지의 금융비용을 고려한다면 약 5000달러가 될 것이다.
어떤 리노베이션도 없다는 전제하에서 볼 때 이러한 수익은 언뜻 보기에 상당히 매력적으
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가격비교 대상이 많은 아파트로는 이런 투자가 불가능하고
단독주택이나 상가건물이 대상이 될 텐데, 그럴 경우 과연 1년 이내에 구입가보다 20%를
더 받고 팔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의 말대로 융자를 받아 집을 사서 월세를 놓으면 어떨까. 집값을 100으로 잡으면 융자금
은 잘해야 시가의 60%이고, 대출이자로 연 10%, 즉 6 정도가 나간다. 월세 역시 60%선에
서 형성되고 그 금리를(매우 희망적으로) 연 20%로 계산하면 12를 얻는다. 그러므로 차익
은 6인데 이것이 당신이 투자해야 할 46(세금 포함)에 대한 수익이다. 농어촌지역 외의 지
역에 있는 주택으로 연면적이 116㎡ 미만인 주택 또는 전용면적 85㎡ 미만의 공동주택을 2
개 이하 소유한 사람의 주택임대 소득은 면세되므로 이렇게 하면 약간의 수익 창출이 가능
할 것 같아 보인다. 물론 높은 이율의 월세가 빠짐없이 들어올 수 있는 지역이어야 하고,
금융비용에도 큰 등락이 없다는 전제 조건이 따른다.
이제 조금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자. 한국자산관리공사(예전의 성업공사)의 공매물건 중 금
융기관이나 기업체가 소유한 비업무용 부동산은 최장 5년까지 분할 구입할 수 있고, 낙찰가
의 3분의 1 이상만 내면 주택이나 공장은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할부로 매수대금을 납부할
경우에는 계약이행 중에 등기이전 없이 매수자를 다른 사람으로 변경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산관리공사의 공매물건을 할부로 사서 웃돈을 붙여 팔거나 월세를 놓으면 어떨
까. 이것 역시 가능하다. 하지만 비업무용 부동산의 공매가격은 반드시 시세를 다각도로 조
사해야 한다. 시세에 비해 싸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절대로 공매에 참여하면 안 된다. 법
원 경매에서 취득해 월세를 놓는 방법은 낙찰가가 시세보다 30% 이상 싸다면 수익이 분명
히 창출된다(공매와 경매 재테크에 대한 내용은 앞으로 동아일보에 실을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부동산을 다른 부동산과 바꾸면서 발생한 자산이득은 그 부동산을 현금화할 때
까지 세금을 면제받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교환거래시 원래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양도소
득세와 주민세를, 새로 얻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취득세와 등록세 등을 내야 한다.
▼수익구조 없는 사업은 사기▼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내용 중 독자들에게 환기시키고 싶은 것은 사업을 벌여 기업
공개를 함으로써 부자가 되라는 것과 가맹점 사업 및 네트워크 사업에 대한 것이다.
사업의 기본 목적은 고객을 만족시키고 그 대가로 수익을 얻는 것이다. 즉 그것 자체로 정
당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 그런 수익구조를
만드는 게 사업가가 할 일이지, 기업 공개나 가맹점을 끌어들여 자기만 부자가 되겠다는 생
각은 아주 좋지 않다.
우리 주변에서 보면 본사에서는 가맹점으로부터 인테리어 비용이니 뭐니 하면서 돈을 뜯어
가는데, 정작 가맹점은 수익을 못내 부실한 경우가 허다하다. 인터넷 공모를 통해 10억 원
대의 투자자금을 모은 회사들 역시 대다수가 이익을 못내고 있는 것은 기본적인 수익구조
도 없이 사기에 가까운 행각을 벌인 결과다. 기요사키를 가르친 부자 아빠 자신은 기업 공
개를 하지 않았다.
이제 네트워크 마케팅에 대해 생각해보자. 네트워크 마케팅이란 쉽게 말해서 암웨이, 뉴스
킨 같은 판매방식을 말한다. 불법으로 간주되는 피라미드식 판매방법과 구분돼 합법으로 인
정받고 있기는 하나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판매해야 하는 것은 똑같다. 나는 이러한 판매방
식에 상당한 적대감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는 네트워크 마케팅을 통해 갖가지 물품이 안면도 없던 사람들을 상대로 많이 판
매된다. 하지만 학연이나 지연, 혈연 등의 인맥이 끈끈하게 연결돼 있는 한국에선 일단은
안면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판매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판매자의 부
탁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어제까지는 판매자에게 친구나 친척이던 사람이 오늘은 판매자
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줄 ‘도구’로 전락하는 것이다.
구매자가 볼 때도 판매자는 더 이상 친구나 친척이 아니라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라고
강요해 내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사람이 된다. 두 사람 사이는 떨떠름한 관계로 변한다. 이
로 인해 결국은 인간관계가 파괴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게다가 판매자 자신도 실적을 올리
려고 불필요한 물건을 많이 사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잦다. 혹시나 이런 판매기법으로 부자
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깨끗이 잊어버려라.
‘기업을 소유한 부자는 돈을 벌고 돈을 쓰고 세금을 낸다’는 말은 어느 정도만 맞는 말
이다.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그가 말하는 기업이 법인이라면 사장이나 임원의 월급, 승용
차 구입 및 유지비, 해외출장비, 식사비, 골프비용 등은 비용으로 간주될 수 있다.
여기에서 사장이 가족과 함께 한 식사비나 해외여행비는 원칙적으로 예외지만 현실적으로
구분이 쉽지 않다. 사장의 별장은 어떨까? 연수원이나 연구소 명목으로 별장을 구입하는 경
우가 있지만 곧 들통난다. 사장의 집은? 국민주택 규모라면 모를까 이것도 안 된다. 해변가
의 땅이나 임야는? 사업목적과 관련돼야 한다. 투자용으로 사는 농지는? 농지매매허가를 받
아야 한다. 주식투자는? 가능하지만 이익금에는 법인세가 부과된다.
법인이 커져서 부자가 되면 사적인 용도로 쓰는 비용이 많아진다. 그렇게 되면 직원들에게
떳떳하지 못하게 되어 공기업처럼 경영이 부실해질 수 있다. 올바른 법인사업자라면 돈을
벌고, 그 돈을 일부 쓰고, 세금을 내고, 남은 돈에 대해 한번 더 세금을 내면 개인 돈으로
만들 수 있다. 법인 사업자는 모든 거래를 사실대로 장부에 기록해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
으면 교도소 신세를 질 수도 있다. 때문에 법인 사업체를 하는 사장들은 봉급 생활자 다음
으로 세금을 투명하게 낼 수밖에 없다.
▼남을 위해 일하라▼
그렇다면 한국의 수많은 개인 사업자는 어떨까. 그들은 대부분 돈을 벌고, 돈을 최대한 감
추고, 세금을 적게 내고, 나머지는 다 쓴다. 즉 전체 매출액을 실제보다 낮춰 신고한 금액에
표준소득률을 근거로 세금을 내며 나머지는 다 자기가 쓴다. 나중에 실거래 사실을 추징당
할 수도 있지만 장부가 없으면 그것도 어렵다.
때문에 가장 불투명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들은 자영업자거나 면허증을 가진 전문직 종
사자들이다. 그들은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근거가 있어야 과세한
다’는 국세청의 대원칙 때문에 현금 수입은 타인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고 일일 상황은 찢
어버리면 그만이다.
한국에서 ‘회사는 망해도 오너는 산다’는 말이 왜 나오는 것일까. 물건을 회사에서 살 때
리베이트를 받아 챙기거나, 물건을 제조할 때 수량을 속여 남는 것을 무자료로 팔아치워 자
금을 마련, 자기 호주머니에 집어넣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을 사장 혼자서는 못한다. 그러
니 능력도 없는 친족이나 친구를 끌어들인다. 그리고는 직원들에게 약점이 잡힌다. 그래서
해고도 못시킨다. 결국 회사는 곧 망한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싫어하는 말은 ‘너 자신을 위해 일하라’는 것이다. 봉급 생활자들은
누구나 언젠가는 자기 사업을 하기를 바랄 것이다. 자기 일을 해서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이
다. 그런데 현실에선 남의 일, 사장의 일을 대신 해줘야 한다. 그렇다 보니 ‘이게 뭐 내 일
인가’ ‘내가 암만 노력하면 뭐해’ ‘내가 아무리 애써도 돈은 다른 놈들이 차지하는
데’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라. 회사를 그만두고 독립해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회사에서 가장
일을 잘하고 재미있게 하던 사람들이다. 회사 다닐 때 신명나게 일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기
사업을 해도 망한다. 이 세상 모든 일이 사실은 남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장을 위해
하는 일이 아니다. 고객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돈은 고객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남을 위한 일을 잘 해야 부자가 된다. 기요사키는 이를 간과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나는
그를 사업가나 경영자로 보지 않는다. ‘피자헛’을 들여와 한때 엄청난 성공을 거둔 성신
제씨는 ‘창업자금 칠만 이천원’에 이렇게 썼다.
“수많은 아르바이트 학생을 써봤다. 이 중에는 나는 유명한 디자이너가 될 꺼야, 공인회계
사가 될거야, 이까짓 아르바이트는 용돈벌이니까 대충 시간만 때우다 가자면서 건성건성 일
하는 학생이 아주 많았다. 그들 중에서 단 한 명의 디자이너, 단 한 명의 공인회계사도 나
온 것을 본 적이 없다. 아르바이트로 접시 닦는 일을 하더라도 여기에 미치는 사람이 본업
에 돌아가서도 그 일에 미치고 결국 성공하게 된다.”
많은 부자들은 일하는 것이 취미라고 말한다. 일을 즐긴다는 뜻이다. 당신도 부자가 되려면
일을 즐겨야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억지로 한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다면
당신의 목구멍은 평생 포도청으로 남아 있게 된다.
▼일 재미 없으면 사표 내지 말라▼
기요사키는 사회 초년병들에게 세일즈를 권유하는 것 같다. 나는 구매담당 직원들에게 어떤
영업사원도 믿지 말라고 한다. 영업사원이라면 자기가 파는 물건을 꿰뚫어 사용법은 물론
경쟁사 제품들까지 귀신처럼 파악해야 하는데 그런 영업사원을 한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
서도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그저 회사에서 준 교육자료만 달달달 암기해서
말할 뿐이다. 그러니 고객이 감동할 리 없고, 직원들도 일이 재미있을 리 없다.
더욱이 다른 부서에서 하는 일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그래서 시야가 넓어질 수 없고
일이 재미있어질 수가 없다. 사장과 직원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장은 전체를 보는 눈을 갖
고 있다. 반면에 직원은 시키는 것만 하는 좁은 시야를 갖고 있다. 고급차 뒷좌석에 앉은
사람들이 그저 운이 좋아서 거기에 앉아 있는 게 아니다.
‘세 번은 질리고, 다섯 번은 하기 싫고, 일곱 번은 짜증이 나는데, 아홉 번은 재가 잡힌
다’는 말이 있다. ‘재가 잡힌다’는 말은 일에 리듬이 생겨 묘미를 느낀다는 말이다. 더
이상 피곤을 가져오는 ‘노동’이 아니라, 재미를 느끼는 단계인 ‘일’이 된다는 말이다.
당신이 하는 공부나 업무가 ‘노동의 파편’으로 남아 있는 한 당신은 언제나 ‘노동의 노
예’로 남게 되고 평생을 돈에 휘어잡힌다.
그러므로 만일 당신이 직장인이고 모든 것은 남을 위한 일이라 재미도 없고 스트레스만 팍
팍 쌓이지만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서 억지로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절대로 사표를 쓰면
안 된다. 사표를 쓰고 나가서 무엇을 하든 당신은 틀림없이 퇴직금까지 날려먹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억지로라도 회사를 다녀야 한다. 그게 제일 안전하다. ‘부자 아빠 가난
한 아빠’의 ‘자기를 위해 일하라’는 말만 믿고 회사를 차리면 절대 안 된다.
새 연재물인 ‘세이노의 부자아빠 만들기’는 무일푼에서 수백억원대의 갑부가 된 ‘한국
판 부자아빠’의 주인공 세이노씨(필명)의 생생한 ‘부자되기’ 체험담이다. 일반인이 기존
의 고정관념을 깨고 사물을 좀더 다른 시각으로 파악하도록 촉구하기 때문에 도발적인 내
용이 많이 들어 있다. 따라서 투자결정에 대한 절대적 지침서라기보다는 참고자료로서 활용
가치가 높다.
많은 사람들이 복권을 산다. 복권에서 꿈과 희망을 찾으려고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은 공상
을 한다. ‘나에게 1억원만 있다면 카페 하나 차려 여유 있게 살아 볼 텐데’‘5000만원이
있으면 주식투자로 더 벌 수 있는데…’ 등.
하지만 이는 많은 돈이 기회를 준다고 믿는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돈이 기회를 줄 수는 있
다. 다만 돈이 주는 기회의 크기는 액수 미만으로 언제나 제한된다는 게 내 경험이었다. 1
억원이 주는 기회는 그 1억원으로 제한을 받는다는 말이다.
1988년 봄 미국의 평범한 자동차수리공이었던 폴 쿠니는 26세로 복권 특등상에 당첨됐다.
상금이 무려 2071만달러로 우리 돈으로는 약 230억원에 이른다. 쿠니는 상금을 받자마자 자
신이 일하던 자동차판매회사의 경영권을 사들였다. ‘불행 끝, 행복 시작’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쿠니의 회사는 방만한 경영으로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3년 뒤에는 부부 사이에도
금이 가 당첨금의 33%인 690만달러를 주고 이혼했다. 쿠니는 가진 돈으로 쉽게 재혼했지만
위자료만 주고 또 이혼했다. 새로 시작한 중고차 판매사업도 잘되지 않아 고리의 사채를 쓰
기 시작했고 빚이 500만달러가 넘자 결국 파산신청을 냈다.
돈이 제공하는 기회는 이를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 의해서만 증폭되고 확장될 수
있다. 1억원이 생기면 좋겠다는 공상이 필요한 게 아니라 1억원이 생겼을 때 활용할 수 있
는 지식이 먼저 축적돼야 한다. ‘돈이 생기고 난 뒤 활용법을 배우면 되지…’ 하는 자세
는 멸망에 이르는 것과 같다.
예컨대 어느날 1억원이 하늘에서 당신 앞으로 뚝 떨어졌다고 치자. 당신은 일단 구체적인
계획이 없을 테니 1억원을 금융기관에 맡길 것이다. 하지만 어느 금융기관에 맡길 것인가?
이자를 많이 주는 곳이 어디인지도, 어느 곳이 믿을 만한지도 모른다.
카페 한 곳을 계약하고 싶어도 임대차계약의 맹점이 무엇인지 모른 채 부동산중개소의 말
에만 귀기울일 것이다. 막상 카페를 시작한다고 해도 식품위생법을 전혀 모를 것이고 실내
장식은 어떻게 하는지, 자재비가 얼마나 드는지도 까맣게 모른다. 근로소득세가 어떻게 계
산되는지도 모르므로 가게 운영과 관련된 세무 관계도 맹문이다. 이 모든 것은 다른 사람을
고용하면 해결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가? 어느 사업이든지 출발점에서는 인건비를 줄여야
하는데 종자돈을 남에게 맡겨놓고 뭘 하겠다는 것인가? 그래서 1년 뒤에 그 1억원이 반토
막이 될 가능성이 99%나 된다.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다. 돈이 생겼을 때 그 돈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며 지식이다. 그
런데도 사람들은 우선 순위를 바꾸어 생각한다. 돈을 꿈꾸지말라. 그 돈을 운영할 수 있는
지식을 먼저 갖춰라. 돈이 아니라 그 지식이 기회를 준다는 점을 잊지말
라.sayno@korea.com
등록 일자 : 2000/11/12(일) 19:03
[세이노의 부자아빠 만들기]젊은이여,야망을 갖지말라
‘젊은이들이여, 야망을 가져라’라는 영어문구를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야망을
품었다고, 또는 꿈을 가졌다고 성공한 사람을 나는 주변에서 한명도 보지 못했다. 필요한
것은 야망이나 꿈이 아니다. 야망이나 꿈은 너무 막연하다. 너무 원대하기 때문에 현재 자
신의 모습과 비교하면 워낙 거리가 멀고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구체적인 목표 의식이다. 가까운 장
래에 이룰 수 있는 정확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빌 게이츠가 허름한 창고에서 사업을 시
작했을 때 무슨 거창한 꿈이 있었을까? 국내 재벌들이 사업 초기에 뜨거운 야망에 불탔었
을까? 내 생각에는 아니다. 그저 아주 가까운 미래만 바라보며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부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으
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월급을 받는 순간 그 돈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기에 한편으로 좌절하면서 버는 대로 쓰게 되고 결국 평생을 신용카드에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목표를 ‘1000만원 모으는 것’으로 정하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월급에
서 얼마를 떼어 저축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고 그에 따른 행동도 이어진다. 저축을 하게
되고 곧 목돈을 쥐니 부자의 길로 접어드는 첫 계단에 올라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당신의 모든 목표는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질 수 있는 구체적인 것으로 정해야 한다.
10년 후? 2년 후도 너무 길다. 오직 내년에만 관심을 가져라. 영어 공부나 컴퓨터 익히기도
마찬가지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꿈보다는 당장 중학교 기초영문법을 2개월
이내에 독파하겠다거나 컴퓨터인 경우에는 한달 안에 엑셀을 끝내겠다는 세부 목표를 가져
야 한다.
일단 목표를 세웠으면 뒤를 돌아보지 말 일이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의 경우 거의 모두 교
재의 앞 부분만 손때가 묻어 새까맣다. 어제 공부한 것을 내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가 하
는 불안감에 자꾸 들쳐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안된다. 계속 전진하면서 한
권이 끝났을 때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비결이다. 우리 삶의 목표도 역시 마찬가지
다. 먼 훗날에 대한 막연한 야망이나 꿈은 당신의 현실과는 너무나 큰 괴리감이 있어 결국
당신을 도태시킨다. 가까운 장래에 아주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 후에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라. 그것이 꿈으로 가는 첫계단이다.sayno@korea.com
올해 저축의 날 대통령상을 받은 박종문씨(48)는 저축액만 2억원이 넘는다. 그는 어릴 때
가난 때문에 진학도 못하고 집안농사를 거들었다. 결혼후에는 부인과 함께 머슴살이와 행상
등을 하면서도 악착같이 저축했다. 그러다 채소밭 소작일을 맡았고 오이, 상추 등을 길러
행상으로 돈을 모았다. 그는 요즘도 부인과 함께 새벽 4시에 일어나 밤 11시까지 일한다.
참으로 성실하고 근면하다.
하지만 나는 성실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다고 생각한다.
성실하기만 하면 남보다 잘 살 수 있는 시대가 물론 있었다. 하루종일 자연과 싸우던 농경
시대가 바로 그런 시대였다. 박씨처럼 자연에서 소득을 얻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아직도 성
실하게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 전업농민은 인구의 5%에 불과하다. 우리는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다. 어떻게
일하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능력이 성실보다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당신이 성실하게 열심히 일한다고 이 세상이 감격해 하며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주지는 않
는다.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놀지도 않고 가게를 지킨다고 손님들이 감탄하며 찾아와
매상이 오르는가? 직장에서 휴가도 반납한채 열심히 일한다고 사장이 월급을 올려주는가?
당신이 밤을 새워 성실하게 만든 제품이라고 해서 소비자들이 당연히 구입하던가?
당신의 경쟁자들도 모두 성실하며 열심히 일한다. 회사에 필요한 사람은 출근부에 열심히
도장찍는 직원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다.
성실은 기본이고 거기에 능력이 있어야 부자가 될 수 있다. 능력은 일을 개선시키고 보다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힘이다. 시키는 일만 잘하거나 남들처럼만 하
는 것은 능력이 아니다. 시키는 일도 잘 못한다는 말을 계속 듣는다면 그 일은 당신에게 맞
지 않는다.
다시 한번 명심하라. 능력이 있다는 말이 열심히 성실하게 오랫동안 일한다는 뜻은 아니라
는 점을.
벌써 12월이다. 내년의 당신 수입은 올해보다 늘어날 것인가? 작년과 금년에 하는 일이 양
적으로나 질적으로 변화가 없고 지식의 양도 불변이라면 수입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자녀들의 교육비가 증가했다고? 그건 당신 개인의 사정이다.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수입이 늘어날 리 없다면 회사나 고객이 볼 때 당신이 꼭 있어야 하는 존재
는 아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알고 있는 지식을 노트에 자세히 기록해보라. 대부분 기껏해야 3, 4페
이지에 불과할 것이다.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는데 몇 개월이 걸리겠는가? 역시 3, 4
개월? 그렇다면 당신의 몸값은 신입사원과 사실상 다를 바 없다.
왜 스트레스가 생기는가? 일이나 인간관계가 안 풀리기 때문이다. 왜 안 풀리는가? 푸는 방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왜 모르는가? 공부를 안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한 달에 책 한
권도 읽지 않고 공부는 학원이나 학교에서만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왜 공부를 스스로 안 하
는가? 게으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수입이 적다고 투덜대고 스트레스 타령을 한다.
당신이 부자가 아니라면 제일 먼저 투자해야 할 대상은 부동산도 아니고 주식도 아니다. 한
기업이 연구개발비나 교육비를 많이 투자하면 좋은 회사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회사가
성공한다.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자기 투자를 해 스스로를 비싸게 만들면 몸값이 올라간다.
즉 당신 자신을 돈 찍어내는 기계가 되도록 만들라는 말이다.
연봉이 500만원 오른다는 것은 연 수익률을 10%로 가정할 때 당신이 적어도 1년에 5000만
원은 더 굴리고 있다는 말이다.당신이 작년보다 적어도 2000만원이상의 이익을 추가로 창출
한다는 뜻이다. 자영업자 역시 보다 많은 손님이 찾아오도록 몸값을 비싸게 만드는 것이 가
장 좋은 투자이다. 몸값은 결코 학벌이나 학위와 비례하지 않는다. 이론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실무를 잘 알아야 몸값이 올라간다. 서울대공대 이면우 교수는 “어려운 것을 남에
게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것이 진짜로 잘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외국회사에서 좋
은 인센티브와 억대가 넘는 연봉을 받으며 다년간 경영을 맡은 적이 있다. 내가 고액의 대
우를 받은 것은 실무를 잘 알기 때문이었지 박사처럼 이론에 정통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기회는 오직 준비되어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몸값을 올리려면 지금 당장은 필요없는
다른 일들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직위가 올라갈 때 관리할 능력이 있게 된다. 노력이란 당
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하기 싫어하는 것을 더 많이 하는
것임을 기억하라.
나는 동아일보를 받으면 경제면부터 상세하게 본다. 그 다음은 문화면이다. 문화를 알아야
인간을 이해하고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사회, 스포츠 등은 대충 보는 대신 광
고는 유심히 본다. 이런 상품이 나왔구나, 이런 회사가 생겼구나, 이 동네는 이런 집을 이
정도 가격으로 파는구나, 사원모집 광고를 이렇게도 하는구나 등을 재빨리 눈에 집어 넣는
다.
나는 일간지와 경제지를 하나씩만 골라 꼼꼼히 읽고는 다른 신문들은 상당히 빨리 훑어본
다.
어쩌다 지하철을 타보면 우리나라에 체육계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듯
한 느낌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 신문을 읽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야쿠자도 타는 한일노선을 제외하면 국제선 항공기의 일등석 손님들은 모두 경제지를 찾는
다. 반면에 이등석 손님들은 스포츠 신문이나 주간지를 먼저 찾는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가? 그것은 관심의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등석을 타는 사람은 대개 일차적 관심이 경제이며 그래서 돈을 더 번다. 이등석을 타는
사람은 부자가 되고 싶어 하면서도 일차적 관심은 경제가 아니라 재미난 기삿거리들이다.
봉급 생활자들은 대부분 경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지만 침을 튀기며 말할 수 있는 분야는
정치이거나 스포츠이거나 연예인들에 대한 것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당신이 TV 앞에서
환호를 올릴 때 부자가 되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TV 속의 주인공들임을 깨달아야 한다.
당신은 대차대조표를 볼 줄 아는가?
만약 당신이 정치인과 운동선수의 이름은 줄줄 꿰면서 대차대조표를 볼 줄 모른다면 당신
은 지금 다른 사람들의 게임에 박수를 칠 뿐, 자신이 주인공인 게임에서는 규칙도 모르고
있는 셈이다.
왜 5분 후면 다 잊어버리게 될 살인 사건 같은 내용들에 시간과 정력을 쓰는가? 당신은 부
자가 되고 싶지 않은가.
돈과 친해지려면 먼저 경제와 친해져야 하고 증권, 부동산, 경영 등에 대한 책들을 읽고 흐
름을 배워야 한다. 부자가 아니므로 몰라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부자가 될 가능성은 정말 제
로에 가깝다.
신문에 나오는 경제란은 꼬박꼬박 챙긴다고?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경제 지식은
당신을 절대로 부자로 만들어주지 못한다. 그 이상이 필요하다. sayno@korea.com
등록 일자 : 2000/12/17(일) 17:34
[월요재테크] 세이노의 부자아빠 만들기
요즘 퇴직자들의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퇴직자들이
급증하면서 나도 자주 그들의 형편을 지켜봤다. 안타깝게도 그들이 그나마 갖고 있던 퇴직
금을 모두 날리는 경우를 여러번 목격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특성
들을 발견했다. 퇴직 이후 공백기를 갖게 되는 이들이 주의해야할 항목을 정리했다.
첫째, 퇴직자들은 귀가 얇다. 남의 말을 너무 쉽게 믿는다. 직장 다닐 때는 몰랐던 어떤
‘황금 거위알’이 실제로 있다고 믿는다. 3억원인 골프 회원권을 1억6000만원에 사면 돈이
많이 남는다는 말을 믿고 덥석 구입한 사람이 주변에 있었다.
또 한달에 10% 이자를 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 퇴직금을 맡긴 경우를 보았고 주식에 투자
해 깡통을 찬 사람도 있었다. 브로커의 말을 듣고 경매에 잘못 들어가 덤터기를 쓴 분도 보
았다. 특히 주의할 것은 자본을 같이 대 동업을 하자는 친구의 말과 임원으로 들어와 경영
을 맡아 달라는 유혹이다. 퇴직자들이 명심할 것은 친구든 누구든 간에 돈벌이가 될 사업을
당신이 뭐가 예쁘다고 제공하겠느냐는 것이다. 귀를 두껍게 해야 한다.
둘째, 전직장에서 맡았던 일의 경제규모에 집착한다. “전에는 내가 1년에 100억원의 예산
을 집행했다”는 식의 말을 많이 듣는다. 조직 안에서는 1000억원이 아니라 1조원도 다룰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의 일과는 전혀 상관없다. 바로 조직이 한 일이다. 퇴직자에게
는 더 이상 그런 조직이 없다. 이제는 1만원, 1000원을 당신의 경제 단위로 삼아라. 물론 이
것 때문에 우울해 할 이유는 없다.
셋째, 체면에 구애받고 시간을 허송한다. 실제로 내가 겪은 바로는 월수입 50만원짜리 이사
직위를 월수 200만원의 분식점보다 더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실리를 택하
라. 또 재취업을 위해 직장에 다닐 때 간과했던 자기개발에 미친 듯 빠져야 할텐데도 소일
거리에 몰두한다. 어느 회사든지 중년의 경험자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사장 입장에서 보면
중년의 퇴직자들은 할 줄 아는 것이 너무 없어서 채용하지 않으려 한다. 2, 3년 후에 호황
이 온다고 생각하고 대비하라.
넷째, 부하 직원이 여전히 있는 줄 안다. 이제는 아무도 당신을 위해 커피를 타다 주지 않
는다. 당신이 직접 해야 한다. 소소한 모든 일들을 배워라.
마지막으로 잃을까봐 두려워한다. 이런 사람들은 금융기관에 돈을 넣고 이자를 받는 것 이
외에는 아무 것도 안한다. 퇴직금 이외에도 재산이 웬만큼 있거나 ‘다 쓰고 죽어라’라는
원칙의 신봉자라면 물론 상관없다. 퇴직당했다고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 기회는 반드시
온다는 점을 명심하라.
‘새 천년의 기대’에 부풀었던 2000년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오늘, 당신은 지금 당신의 상
황이 작년과 차이가 없어 우울할 수도 있다. 내년에도 여전히 돈이나 일 때문에 고민할 것
이라고 생각하기에 맥이 빠질는지도 모른다.
20여년전 우연히 서울 압구정동에서 아파트값을 물어본 적이 있다. 가장 작다는 20평대도
나로서는 평생 못가질 가격이었다.
사람들은 ‘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당시 나는 도대체 할 것이 없었다.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대학생도 아니었다. 홀로 세상에 던져진 가난한 청년에게 ‘하면 된다’는 말은
정말 사기나 다름 없었다.
결국 자살을 생각했고 그것이 거듭 실패하자 “이왕 사는 것, 피보다 진하게 살아보자”고
결심했다. 23세의 어느 봄날이었다. 다시 봄이 왔을 때 나는 차고에서 살면서 닥치는대로
공부를 했고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다.
5년후 28세의 어느 여름날, 나는 마당까지 있는 집과 자가용을 처음 샀다. 그렇게나 불가능
하게 여겨졌던 일이 이루어진 것이다.
살다 보면 해도 해도 안될 것 같이 보일 때가 있다. 어떠한 대안도 보이지 않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절망적인 때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로버트 슐러는 “절벽에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일지라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한다. 떨어지고 있으므로 하늘을 향해 날아볼 수는 있지 않느냐는 것이
다.
나 역시 그렇게 떨어지던 중 비쩍 마른 두 팔로 온 힘을 모아 세상 속으로 날갯짓을 시작
했다. 추락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런 날갯짓을 할 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절망의 골짜기에는 밑바닥이 없다. 아무리 깊이 떨어져도 우리를 산산조각으
로 부서뜨릴 절망이란 이 세상에는 없다는 말이다. 우리를 파괴시키는 것은 우리 자신일 뿐
이다.
마약 중독자들의 일상을 그린 영화 ‘트레인스포팅’에서 주인공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
한 삶은 선택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학벌도 돈도 능력도 없으므로 평범하게 살래야
살 수도 없지 않느냐는 절망이 근저에 깔려있다. 그는 대안으로 마약을 선택한다.
‘트레인스포팅’은 기차역 플랫폼에서 들어오는 기차의 번호를 맞히는 영국의 게임이다.
삶은 우리에게 달려오지만 우리는 삶의 번호를 알지 못하고 단지 번호를 맞추는 게임을 할
뿐이라는 의미이다.
우리는 왜 절망하는 것일까? 미래의 상황을 현재의 처지에 비추어 미리 계산하기 때문이다.
지금 일류대를 못다닌다고 해서 10년후에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금의 빚을 5년 후에
도 못갚을 것이라고, 지금의 봉급으로는 평생 남들처럼 못 살 것이라고 미리 계산해 체념한
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이러저러하므로 5년후, 10년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기에 희망이 없다
고? 너무 계산이 빠른 것 아닌가? 점쟁이도 자기 미래는 모르는데 어떻게 감히 신의 영역
인 미래를 스스로 투시하고 미리 계산할 수 있다는 말인가.
부자가 되려면 미래 방정식에 지금의 처지를 대입하면 안된다. 우리에게 달려오는 삶의 번
호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이 할 일은 미래에 무슨 일인가가 새로 일어날 수 있도록 책을 읽고 지식을 축적
하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정치, 문학, 역사, 종교 서적들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영혼의 양식을
얻기 위해서라고 하면서.
일용할 양식부터 넉넉하게 만들 수 있는 지식을 먼저 갖추고 교양을 닦으면 안될까? 미국
프로야구선수인 박찬호가 연습은 안하고 교양을 늘리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
까? 사회에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을 먼저 하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년만 미친 듯 하
면 장담하건대 내년에는 벅찬 가슴을 갖게 된다.
이미 그렇게 몇 년째 살아 왔음에도 변화가 없다면 당신은 그저 삶의 번호를 잘못 찍는 바
람에 길을 잘못 들었을 뿐이다. 그 잘못된 길에서 절망하지 말고 빨리 깜박이를 켜고 차선
을 바꾸어라. 새 길에서는 새 삶이 무섭도록 빠르게 달려올 것이다.
새해가 왔다. 올해도 우리는 생활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외화 ‘아마데우스’를
본 적이 있는가? 죽도록 성실하게 노력하지만 끝내 영혼을 울리는 음악을 작곡하지 못하는
살리에르. 망나니처럼 생활하면서도 타고난 재능 덕분에 감동적인 음악을 아주 쉽게 만들어
내는 모차르트. 그 모차르트 앞에서 살리에르가 느끼는 열등감과 시기심.
역시 외화인 ‘굿 윌 헌팅’을 보았는가? 엄청나게 열심히 공부해 미국 최고의 대학에 들
어 간 학생들과 교수들. 반대로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청소부이지만 타고난 천재성으
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어려운 수학문제를 척척 푸는 윌 헌팅. 학생들과 교수들은 천재 청
소부에게 무엇을 느꼈을까? 시기심과 열등감 등이 뒤섞이면서 좌절감도 느끼지 않았을까.
천재를 보았을 때 ‘나는 나’, ‘너는 너’라고 생각하며 살 수도 있겠지만 불행하게도 우
리는 시기심도 있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기도 한다. 특히 천재가 저 먼 나라에 있다
면 그저 찬사나 보낼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 보면 사정이 다르다. 우리는 자
신이 보잘것 없는 듯한 느낌에 빠지고 만다. “왜 나는 이 사람처럼 되지 못하고 저 사람처
럼 하지 못할까”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래서 공상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천재가 되고 수퍼맨도 되며 억만장자로 둔갑하는 한편
투명인간도 돼 이 세상을 누비고 다닌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그 돈으로 뭘 하겠다는 상상의
나래도 끝없이 펼쳐진다. 하지만 그 공상에서 깨어나면 현실이 싫어진다. 내가 그랬다.
카드 다섯 장을 쥐고 하는 포커판에서 나올 수 있는 카드패에는 2,598,960개 종류가 있다고
한다. 즉 최고의 카드패를 쥘 사람은 약 260만명 중 한명이다. 하지만 포커에서 그런 카드
패를 갖고 있지 않아도 당신은 이길 수 있다. 그저 포커 게임에 참석한 사람들보다 조금 더
좋은 패를 갖고 있으면 된다.
자, 최고의 카드를 받은 잘난 사람들은 무시하자. 그들의 포커판에는 비슷한 사람들이 몰려
있다. 엄청난 부자들의 신화 같은 이야기에 초라해할 필요도 없다. 돈을 번다는 것은 다른
보통 사람들과의 게임이지 당신보다 훨씬 잘난 사람들과 벌이는 전쟁이 아니다.
부자가 되는데는 신이 내린 어떤 재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학벌도, 배경도, 자격증도 큰
도움이 안된다. 새해에 꼭 부자가 되고 싶다면 이 점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보통 사람들과
의 게임이기에 그렇게 어려운게 아니다.
예컨대 당신이 보통 사람이라면 하버드를 수석으로 나온 사람과 경쟁할 까닭이 없지 않는
가. 오히려 그 사람 곁에 더 무시무시한 경쟁자들이 있을 뿐이다. 그저 우리는 우리가 속한
분야에서 다른 보통 사람들과 경쟁해 이기면 된다. 그들이 놀 때 놀지 말고 그들이 잠잘 때
덜 자고 그들이 쓸 때 덜 지출하면서 목돈을 준비해 기회를 찾으면 된다. 이 지극히 간단한
법칙이 올 한 해 독자들 마음 속에 각인되기를 바란다. (신동아 1월호에 실린 글을 참고하
기 바란다.)
히 사람들은 “나는 받는 돈 만큼만 일할 것이며 그 돈은 내가 일한 시간과 비례해야 한
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같은 직종의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똑같이 일한다고 믿기에 남들
이 받는 보수에 대단히 민감하다. 같은 학교를 나왔으니 대우도 같아야 한다고 여기며 같은
자격증을 갖고 있으니 똑같은 보수를 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사람들간의 질적인 차이를 인
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산업화시대의 노동자들이 가졌던 생각 그 이상도 그 이하
도 아니다.
아르바이트 학생들도 그렇다. 졸업후 정식으로 채용을 하고 싶다고 사장이 말할만한 학생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대부분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언제라도 즉시 다른 사람으로
대체시킬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일만 한다. 받는 대가가 얼마이므로 그 이상을 하게 되면 손
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바로 그런 생각이 가난으로 가는 고속도로임을 명심하라.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대생 스테이시 가델라는 접시 하나를 닦아도 물기가 없었다. 그
자세가 눈에 띄여 입사제안을 받았고 불과 5년만에 본사의 마켓팅이사가 되는데 그 회사는
미국 외식업계 4위인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였다.
에버랜드에서 티켓을 파는 등등의 평범한 직원으로 입사한 이은예는 눈에 젖은 신발에 발
을 동동대는 아이에게 자기 신발을 벗어줄 정도로 서비스에 투철해 입사 4년만에 서비스아
카데미 강사로 전격 발탁됐다. 톰 피터스(이 사람의 모든 책을 읽어라)는 리츠칼튼 호텔의
한 여자청소부가 어떤 자세로 청소에 임했는지를 소개한다. 그녀는 침대보 접는 방식도 개
선시킬 정도였고 말콤 볼드리지 생산성 대상까지 받았다.
기 몸값은 그렇게 높이는 것이다. 당신이 일한 대가에 대한 법칙 두 개가 있다. 첫째 당신
이 먼저 보여주지 않는 한 국물도 없다. 대가를 더 많이 받는다면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세상은 절대로 당신의 그 각오를 먼저 믿어주지 않는다. 적토마는 홍당무가 없어도 잘 달린
다. 둘째 보상의 수레바퀴는 언제나 처음에는 천천히 돈다. 가속도가 붙기까지에는 시간이
소요된다. 사람들은 겨우 몇개월 열심히하여보고는실망해 곧 “일하는 본성”을 드러낸다.
몇 시간을 일하고 얼마를 받는지는 잊어버려라. 일의 질적인 결과에만 관심을 두어라. 몇
년후에 받게 될 대우에 걸맞는 일 솜씨를 지금 먼저 보여주어라. 부자가 아니라면 가진 것
은 몸과 시간 밖에 더 있겠는가. 그것들을 바쳐 일의 질을 높여라.
물론 투여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대가가 충분치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기다려라. 곧 많
은 사람들이 당신을 찾을 것이며 당신의 몸값은 저절로 높아지게 되어 있다. 그 몸값이 부
자가 될 수 있는 투자의 종자돈이 된다. 동료들의 야유와 시기가 부담스러워지기도 할 것이
다. 콩쥐를 시기하는 팥쥐는 언제나 있는 법이므로 무시하라. 적어도 5년후에는 그들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군에서 나는 저녁에 도서관장을 하면서 닥치는대로 읽었다(무협지는 단 한 권도 읽지 않았
다). 제대 후에는 그 당시 가장 컸던 종로서적센터와 도서관에서 책을 보았다. 성공에 대한
책들도 읽었지만 실전 노하우는 하나도 없고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아라”는 뜬구름 잡
기들이었다. 오히려 빈민들에 대한 책과 논문들이 현실감 있었다. 그렇게 해서 달동네에서
파는 요구르트는 이름도 못들어 본 회사의 것이지만 부자 동네에서 파는 유명 요구르트보
다 더 비싸고 품질은 더 떨어진다는 것도 알았고 어떻게 행동하면 가난의 굴레에 빠져 들
어가는지도 어렴풋이나마 배웠다.
박완서의 단편 ‘도둑맞은 가난’에서 여주인공의 가족은 아버지가 실직한 이후 어머니의
허영심과 체면 때문에 급속히 가난하게 된다. 결국 모든 재산을 날리고 판자촌으로 이사온
다. 그녀는 인형옷을 만드는 일이라도 하지만 가족들은 가난을 껴안지 못한 채 연탄가스로
자살하고 그녀 홀로 남는다. 어느날 그녀는 도금공장에 다니는 청년을 알게 되고 “같이 살
면 하룻밤에 연탄 반장을 아낄 수 있지 않느냐”는 이유로 그와 동거한다. 그러나 그 청년
은 부잣집 대학생 아들. 아버지가 빈민촌에 보내 가난을 경험시킨 것일 뿐이었다. 그 사실
을 알게 된 주인공은 “이제는 부자들이 가난마저도 훔쳐간다”고 울부짖는다.
나도 소설 속의 그 부자 아버지처럼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살펴볼 것을 권유한다. 내가 부
자가 된 것은 부자들에 대한 정보도 없었던 시절에 부자들을 따라 해서가 아니라 가난한
자들을 따라 하지 않으려고 기를 썼기 때문이다.
왜 사람들은 백만장자들의 특성만 배우려고 하는가. 가난한 자들에게도 공통적 특성이 있
다. 내가 발견한 첫번째 특성은 바로 지난 회에 말한 “당신이 주는 돈만큼만 일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특성은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조
언을 그저 운이 좋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치부해 버린다. 일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설명
하면 “좀 더 이용하고 부려 먹으려는 수작”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
세상을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쉽게 흥분하고 판단을 내린다. 자기가 가난한 것은 못배웠기
때문이거나 남들보다 약삭빠르지 못하기 때문이며 “있는 놈들이 돈을 다 갖고 있기 때
문”이라고 믿는 경우도 많다. 그들은 우주에는 총 3201억5983만7647개의 별이 있다고 내가
말하면 믿지만(내가 알게 뭐냐), 내가 경험적으로 알게 된 주의사항들을 말하면 믿지 않는
다. 하긴 칠조심이라고 써붙여도 직접 손을 대보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지 않은가.
당신이 미래에 부자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가난한 친구
들을 찾아가 부자가 되는 방법에 대한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보라. 그들의 말에 당신이
공감을 한다면 당신도 가난한 자들의 공통적 특성을 갖고 있음을 깨달아라.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라는 시 ‘귀천’을 쓴 시인 천상병의
소원은 “내 집 하나만 있었으면”이었다. 심지어 그는 “누가 나에게 집을 사주지 않겠는
가? 하늘을 우러러 목터지게 외친다”고도 했다.
그러나 1993년 그가 삶을 마감한 곳은 ‘주인 말고도 세가구가 있는 집’이었고 열네사람
이 몸을 부딪치며 살던 그런 곳이었다. 왜 그는 가난했던가. 시를 좋아했기에 시만 썼기 때
문이다. 하지만 그는 돈을 다루는 상과대학을 다녔던 사람이다.
시인으로서 시만 쓴다면 가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똑같은 시인이지만 류시화는 내가 짐
작하기에 가난한 시인이 아니다. 그는 편집자로서 세상에서 대가를 얻어내는 마케팅기법도
아는 사람이다.
당신이 시인이라면 천시인처럼 살든, 류시인처럼 살든 스스로 선택할 나름이다. 그러나 만
약 당신이 류시인처럼 세상으로부터 더 많은 대가를 얻어내고 싶다면 자기가 하는 일의 범
주를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 어느 직업을 가졌든지간에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보자. 보통의 자가용 운전사의 경우 “목적지까지 잘 모셔다 드리고 차량관리 잘
하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해”라고 생각한다. 약 10여년 전 기사 한명을 채용했다.
그 시절에 나는 언제나 신경이 날카로웠다. 보통의 직원들은 야단을 맞으면 얼굴이 하루 종
일 굳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내가 별 것도 아닌 일에 불덩이 같이 화를 냈어도 5분
후에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사장님 약속 장소에 가실 시간입니다.”
그는 자신이 아는 길이어도 지도를 미리 보고 샛길들을 확인했고 오후에 비가 온다는 예보
가 있음에도 “오후에 비가 안 올 수도 있다”고 하면서 차를 닦아놓았다. 내가 책을 권하
면 그는 내가 ‘좀더 부려먹으려고’ 그러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심심하다고 기사대
기실에서 화투를 치는 사람도 아니었다. 우선은 차량을 최선을 다해 관리하고 남은 시간에
는 여직원에게 도와줄 일이 없느냐고 묻는 사람이었다. 자기 돈으로 차량정비 서적을 사서
공부하는 운전사를 나는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만난 적이 없다.
1년여의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새로 기사를 구하고 다른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당시 연매출 400억원대 회사의 영업부 과장직에 앉혔다. 그리고 다시 1년후 그는 사표를 냈
다. 돈을 어떻게 버는지를 알았다고 하면서 말이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를 내보냈다. 몇
년 후 그가 업소용 김치 납품공장을 아내와 함께 운영하고 있음을 들었다. 직원이 10명정도
된다는 말과 함께.
사람들은 한가지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자기 기준에 맞추어 일을 한다는 점
이다. 부자가 될 사람은 세상이 원하는 기준에 자기를 맞춘다. 그 기준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고 넓고 깊다. 당신의 기준을 바꾸라는 말이다. sayno@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