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로 떠나는 ‘고인돌 밀당 체험여행’
아주 먼 옛날. 수렵과 어로 활동을 하던 인류 최초의 삶터는 움집이었다. 우리가 캠핑을 즐기는 것은 혹시 수천, 수만 년 전 움집에 대한 DNA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지붕 없는 박물관 강화에 가면 선사시대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개성만점의 캠핑여행이 있다. 움막 닮은 텐트치고 선사시대 생활체험을 하는, '고인돌 밀당 체험여행'이 그것이다. 캠핑하기 좋은 계절. 청명한 코발트빛 하늘 아해 선선한 바람을 즐기는 낭만 가득한 가을 캠핑을 떠나 보자.
▲고인돌 끌기
부근리 고인돌에서 체험마당 열려
한반도 고인돌 중 가장 큰 것 중 하나인 부근리 고인돌 인근 넓은 공터. 주말마다 선사시대 체험마당이 열린다. 고인돌 밀당 체험여행을 알리는 고인돌 끌기 행사. 캠핑에 참석한 가족 중에서 먼저 부족장을 뽑은 후 모두가 힘을 모아 덮개돌을 밀고 당긴다.
큰 돌을 끌기 위해서는 50명 이상의 인원이 필요하다. 참가자들은 직접 고인돌 운반 재현에 참여함으로써 당시 사회적 구성과 권력의 크기를 몸소 느끼게 된다.
인류는 한곳에 정착하여 농사를 짓게 되자 하늘과 자연을 숭배했다. 하늘과 소통하는 제사장이자 부족의 우두머리인 족장은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거대한 고인돌을 세웠다. 부족민의 힘과 마음을 모아 채석을 하고 받침돌을 세우면 덮개돌을 올려 완성한 돌무덤은 하늘과 땅을 사람이 이어주는 다리였다.
산과 바다, 비옥한 토지가 있는 강화는 아득한 옛날부터 살기 좋은 땅이었다. 대형 판석을 운반하여 수백 명 이상의 인력이 동원되어야 하는 고인돌이 강화에 많이 발견되는 것은, 든든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하는 강한 통치 세력이 있었다는 증거다.
“덮개돌을 밀고 당기는 모습에서 착안하여 고인돌 밀당 체험여행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저희가 직접 제작한 원시시대 복장과 장신구를 착용하고 선사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직접 체험해보는 체험프로그램인데요, 백문이 불여일견, 활자로만 접했던 원시 인류의 삶을 상상해보는 살아있는 배움의 장입니다.”
▲고인돌 끌기
행사를 주관하는 우리문화재보호회 윤용완 대표는 지난 20년간 인천시의 문화유산을 정성껏 살펴온 ‘문화재 돌보미’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부작용으로 역사의 자취를 찾기 어려운 시대. 선사시대부터 켜켜이 쌓인 강화의 역사를 널리겠다는 소신을 갖고 본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원시캠프 프로그램을 즐기기 위해 선사시대 복장을 장착했다. 원시인 옷에 타조뼈로 만든 장신구를 하고 인생샷을 찍었다. 유년시절 봤던 박수동 화백의 ‘고인돌’이 떠올랐다. 만화 캐릭터가 되어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다.
타조뼈 장신구는 행사 주관단체에서 직접 제작한 것. 져 뼈는 다른 짐승 뼈와 달리 단단해서 도구로 사용하기 좋다. 선사시대 인류도 새뼈를 활용해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체험부스에서 타조뼈로 만든 뼈바늘로 가죽지갑을 지었다. 뼈바늘은 쇠처럼 날카롭지는 않지만 꽤 쓸모가 있다. 동물 털을 비롯하여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각종 섬유질로 실을 자아내던 인류 최초의 직물도구인 가락바퀴가 눈에 띈다. 역사교과서에서만 봤던 유물을 직접 실현해보니 ‘이게 실화냐?’소리가 절로 나왔다.
맨손 미꾸라지 잡기, 토기 빚기 등 오감체험
아직은 따가운 한낮 햇볕. 원시인들의 어로생활을 직접 경험해보는 맨손 미꾸라지 잡기를 했다. 장갑이나 뜰채 등 도구 없이 오직 맨손만 사용했다. 머나먼 옛날, 배를 곯고 있을 가족들을 위해 어느 가장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물고기 한 마리와 씨름 했겠지. 활자로만 접했던 옛날이야기를 몸으로 겪어보니 감회가 남다르다. 잡힌 미꾸라지는 겨우 한 마리. 식재료로 쓸 수 있지만, 기분 좋게 놓아 주었다.
▲맨손으로 미꾸라지 잡기
▲뼈바늘로 가죽옷 만들기
선사시대 토기의 대명사, 민무늬 및 빗살무늬 토기를 만들었다. 문화해설 강사의 설명과 함께 직접 토기를 빚는 시간, 오물 조물 흙을 만지던 한 어린이가 질문을 던졌다.
“옛날 그릇은 아래 부분이 왜 저렇게 뾰족해요? 저걸 어떻게 새웠을까요?”
“사람은 며칠 굶을 수는 있어도 물이 없으면 하루도 못살아요. 석기시대 사람들은 물을 구하기 쉬운 곳인 강가나 바닷가에서 살았어요. 강화도에 선사시대 유적이 많이 발견되는 이유인데요, 강이나 바다 주변의 땅은 모래나 진흙이에요. 강가나 진흙 위에 안전하게 토기를 꽂아서 세울 수 있기 때문에 빗살무늬 토기의 끝이 뾰족하지요. 인류가 발전하고, 청동기시대가 되면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산지나 구릉지로 점차 주거지가 이동해요. 산지나 구릉지에서는 끝이 뾰족한 그릇이 깨질 위험이 있어요. 그래서 청동기 시대부터는 납작 토기로 변화하게 되지요.”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얻는 살아있는 교육이 이뤄지는 광경이 흐뭇하다. 오감을 활용한 체험학습이 중요한 까닭을 새삼 확인했다.
▲불피우기 시합
저녁 어스름 무렵, 여기저기에서 탄식이 들린다. 마찰 발화 방식으로 불 피우기 경쟁이 붙었다. 가장 먼저 발화에 성공하는 가족에게 강화 농산물이 제공되었다. 1등 상품을 획득한 가족들은 기뻐서 펄쩍 펄쩍 뛰었다.
“용산에서 왔는데요, 평소에도 캠핑을 잘 다니거든요. 놀면서 배우는 특별한 캠프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 아이들이 설명을 들으며 직접 체험하다 보니 학습에 도움이 되어서 정말 좋네요.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추천해줘야겠어요.”
▲신나는 캠핑
바비큐 파티, 가족단위 레크레이션, 장기자랑 등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유쾌한 캠프파이어가 열렸다. 그 옛날 사람들도 사냥에 성공한 날이면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모닥불을 피우고 축제의 밤을 즐겼겠지. 이 신나는 캠핑여행에 참여 하고 싶어도 장비가 없어서 주저하고 있다면, 캠핑 장비를 일체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활용해보자.
문의: 우리문화재보호회 032-934-1400
글 김세라 I-View 기자, 사진 나윤아 자유사진가, 우리문화재보호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