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용봉산- 눈 내리니 또 다른 운치가 있는 곳

[하심이]

용과 봉은 상서로운 짐승이기도 하지만 왕가나 황제를 상징하여 함부로 쓰지 못하는 이름이다. 근데 그 두 영물의 이름을 함께 쓴 산이라니....

어지간해서 용납되기 어려울텐데 홍성의 앉은뱅이 높이의 산에 떡하니 그 이름을 바쳤다. 그 이름이 과하지도 무겁지도 않을까. 살짝 염려스럽기도 하지만 일단 가서 보고 느끼고 감상하고 감탄하고 푹 빠져들다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수긍할 수 밖에.

바다도 가깝고 내포 들도 내려다 보이는 산정은 수평의 연속에서 작은 수직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안긴다. 어쩜 저런 암봉이 이런 평야에서 솟구쳤는지 언밸런스 한듯 유니크하게 다가온다.

홍성은 이렇듯 지세가 독특해 인물을 많이 배출한 곳이다. 백야 김좌진을 비롯 만해 한용운과 매죽헌 성삼문이 이 곳 홍성 출신이며 최영도 철원과 홍성 출생의 두 설이 있다 한다(그래서 용봉산에 터무니 없는 최영의 설화,혹은 전설이 있다. 쏜 화살 보다 빠르게 말 타고 달려가 홍성 읍내까지던가 그 화살을 잡았다나)

또한 고암 이응노화백이 이 곳 태생이며 판소리의 명고수 였으며 춤의 대가 였다는 한성준의 본향이 이 곳이라니 예술에도 일가를 이룬 분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용봉산과 가까이 가야산, 덕숭산, 오서산등도 두루있어 산꾼들에겐 즐거움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은 올 겨울의 시작을 체감한 날이다. 새벽의 싸늘한 공기도 그랬지만 아침밥을 먹는 순간에도 추운 것은 여전했고 산행지를 도착해 오르려는 순간부터 첫 눈이 내렸다. 완벽한 조건을 다 이행한 겨울의 시작을 알린 서설이다. 바위가 미끄럽지 않을 만큼과 분위기를 띄울 정도의 적정한 양의 눈이라 복눈이 맞다.

시작은 용봉초등학교를 끼고 우회하여 매표소에서 인당 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올라 용도사를 거쳐 오른다. 약 30분이면 작은 봉우리 하나에 오르는데 투석봉이다. 그리고 이후로는 암봉의 능선을 길게 오르내리며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조망이 시원한 길이 이어지는데 바로 이어 최고봉 용봉산(381m)이 나온다. 표지석이 암봉의 위에 설치돼 인증샷은 대기가 필요해 패스.

오목조목, 아기자기한 잉증맞은 바위들도 있지만 넓직하고 우람하며 장엄한 바위들도 다부지게 포진해 멋진 바위산이 연속된다. 봄에 왔을때는 전경이 시원한 화창한 날이였는데 눈발이 날리며 흐리고 안개가 옅게 낀 날씨에 온전히 바위에만 집중하게 되니 바위 하나하나가 다 멋져보인다.

악귀봉(이름이 무시무시)이 이 산의 진수이다. 옆으로 자라는 소나무부터 행운바위, 용바위, 물개바위, 삽살개바위, 작은 병풍바위(순서는 약간 틀릴수 있음)등이 구경의 재미를 더하고 사진에 담느라 걸음을 멈추게 한다.

춥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니 여기 작은 금강산(이 산을 소개하는 안내 표지판에 씌여 있으니)도 밥 먹고 더 봐야지. 헌데 손이 시렵다. 첫 술에 밥이 얹힌 느낌이다. 소주 한잔을 급히 마셨더니 쑥~~ 밀고 훑어 내려간다.

전망대를 거쳐 병풍바위를 보고서야 바위의 향연, 암석의 파노라마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그리고 600미터만 더 진행하면 휴양림 입구가 나오며 산행 끝. 응봉산에서 눈 맞으리란 생각은 정말 손톱만큼도 없었는데 막상 눈발 날리는 날 이 산도 묘미가 있었다. 다행히도 아이젠이 필요없을 만큼의 눈이라 살짝 즐거운 기분만 돋구는 느낌이어서 색다른 경험과 추억이 되었다.

꼭 홍성의 신도심과 내포의 너른 뜨락의 멋진 광경은 아닐지라도 참으로 흥미진진한 구경이라 만족감이 충만한 산행이었다. 봄에도 왔었고 겨울도 겪었으니 나중나중 가을에 또 기회가 있을터니 그 때 더 세세하게 구경해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