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 4월 9일 ) 풀천지 맑은 하늘에 여우비가 내렸습니다.
구름조차 잘 보이지 않는 화창한 날씨에
빗방울이 툭툭 떨어지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이곳 춘양의 5 일장은 4일, 9일 인데
어제는 4 월 9 일... 웬지 돈을 많이 쓰게 될듯...^^ 한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저와 함께 감자밭 골을 타시던 아빠께서
" 오늘 점심은 춘양에서 간짜장 한그릇씩 먹자 !! "
고 하셨습니다.
가끔 춘양에서 식사를 하시게 될때
늘 저희 생각이 나셨다고 하시는 말씀에
다시 한번 부모님의 깊은 사랑 (^^) 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던 일을 마무리 하고 식사를 하러 가기전
거의 늪지대가 되어버린 끝머리 밭을 어떻게 활용 할것인가 하는
즐겁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한 고민을 하며 둘러 보시던 아빠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얼른 달려가보니 그곳에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쥬라기 시대를 연상케하는 모습에 순간적으로 긴장이 되더군요...^^
어떤 동물인지 전혀 몰랐지만 대충 잔머리를 굴려보니 고라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골 특유의 씨익 웃고 있는 듯한 표정은 영화에서나 가끔 본듯한 몽타주 였지요...^^
길게 뻗은 송곳니와 정교하게 맞물려 있는 뾰족한 이빨들을 보니
꼭 육식동물 같기도 하고...


먹잘것이 없었는지 무릎 밑으로만 털이 붙어있는 네쪽의 다리와
두 갈래로 갈라진듯한 발굽...

평소에는 구경하기 힘든 등뼈와 관절의 적나라한 모습...

그리고 엄청난 양의 하얀 털이 늪에서 수영을 하고 있더군요...^^
도대체 왜 이녀석이 이곳에 있을까 하니 벼라별 상상이 머릿속을 휘감았습니다.
늙은 육식 동물이라서 삶의 마지막을 장식할 장소로 이곳을 택하여
인간을 먼 발치에서나마 지켜 보다 숨을 거두었을까 ?
초식 동물이라서 족제비나 담비, 오소리, 너구리, 호랑이, 사자(?) 등의 육식동물에게 잡힌 후
까마귀와 온갖 동물들의 식사가 되었을까 ?
하는 여러가지 상황을 떠올려 보면서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작물들은 농사꾼의 발소리 들으며 큰다는데
저렇게 뼈만 앙상히 남을 때까지 녀석을 발견하지 못했던 제가 부끄럽기도 했구요.
원했던, 원치 않았던
자신의 몸을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고 승천한
녀석에게 명복을 빌어주었습니다.

마침 정체모를 동물의 뼈다귀를 보고 집으로 들어오니
감자를 담고 있던 형이 " 어디엔가 쥐가 잡힌 것 같으니 처리하라 " 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애써 농사지은 풀천지의 농산물을 네가지 ( 언어 순화 ^^ ) 없이 갉아 먹는
악마같은 쥐를 응징하기 위해
쥐가 남겨 놓은 흔적들 ( 감자를 갉아먹고, 콩을 물어나르고, 자루를 갉고, 비닐을 갉고,
방문을 갉고, 벽을 뚫고 대소변을 뿌려놓고... ) 이 포착되면
풀천지의 쥐덫 놓는 당번인 제가 쥐덫과 찐드기를 이용해 쥐의 인내심과 호기심을 자극하며
머리에 쥐나게(^^) 쥐와의 머리 싸움을 벌이곤 헀지요.
올 겨울에는 더욱 심해진 쥐의 악행에도 불구하고 쥐들을 응징하지 못해
그 흔적들을 볼때마다 늘 속이 상해있었는데
쥐가 잡힌 것 같다는 말에 너무 기뻤습니다.
추운 날씨에 끈끈한 접착제가 얼어버려
쥐가 밟고 다녀도 쉽게 떨어지는 찐드기는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미끼를 끼운 덫에만 가끔씩 걸리곤 했는데
이제는 그 특성을 파악 했는지
덫은 아예 건드리지도 않고 요리조리 피해 다니기만 하며 만행을 저지르던 녀석이
봄이되어 따뜻해진 날씨에 찐드기가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찐드기를 물로 보던 쥐가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지나가다가 잡힌 것 같았습니다.
비록 사진에는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 몸부림 치고 있지만
가족들의 땀과 정성으로 일궈낸 농산물을 도둑질 하는 녀석이기에
기념사진 한방 찍어주고... 보내 주었습니다. 먼곳으로... 아주 먼곳으로.. 심히 먼곳으로...^^

춘양에서 먹고싶은 메뉴로 점심식사를 맛있게 하고 장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 왕 ~ 추 , 자 알 크고 건강하고 ~~~~ "
하며 어쩌다 한번씩 마을에 들어오는 닭장수의 스피커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번에는 가장 양지바른 자리에 제대로된 널찍한 닭장을 지어
품종 좋은 토종닭을 구해와 본격적으로 자연양계를 하고 싶어하는 꿈에 불타있는
아빠의 오랜 연구를 기다려온지도 꽤 오래 된 탓이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봄만 되면 병아리를 사고 싶어하시는 엄마의 끈질긴 요구에
결국 스무마리의 병아리를 사게 되었습니다.
여우비 때문일런지... 4 월 9 일이라는 장날이 겹치는 듯한 날짜 때문이었는지...
화창한 봄날의 바람에 싱숭생숭한 마음 때문이었는지...
동물들의 목숨이 오락가락 하던 희안한 하루였습니다.
언제보아도 기분이 묘한 까마귀의 시커먼 울음만
파란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깃줄에 걸려 오늘의 소식을 어디론가 알리고 있었습니다.
첫댓글 풀천지 소식 반갑고요, 그 해골사진 중에서 유난히 튼튼하게 꽉 다물린 이빨이 참 부럽군요. 아마도 그 고라니(?)는 힘이 넘치는 장년기였나 싶은데......
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동물은 송곳니, 풀을 주식으로 하는 동물은 앞니, 곡식을 주로 먹는 동물은 어금니가 발달되어 있데요... 사람과 돼지는 모든 이빨을 고루 갖추고 있어 어떤 음식이든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하네요...^^ 저도 선생님의 소식이 반갑습니다..^^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