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남한강기행 /-발원지를 찾아서- 김형수

[소봉]

남한강 기행

 -발원지를 찾아서-

                          김형수

내가 그 먼길을 찾은 것은

나의 길이 송두리째 없어지고 나서였다

숱한 햇살이 다녀간 후였던가

나는 처음이었지만

물 위엔 이미 흔적이 있었다 

아,자연이란 그리도 지엄한 것이던가

물가의 풀포기가 낫에 베인 흔적

누군가 생명 한줌을 징발해간 흔적 

그 위로 서리 맞은 능금잎이 떨어지고

꼬리 긴 다람쥐가 물을 먹던 자리인 듯

날카로이 각진 돌에 물이 묻어 있었다

나는 금새 울 것같이 뉘우쳤다

지하 카페며 담배연기 떠다니던 어두운 회의실

굴뚝 같은 강당에서 무슨 짓을 했던가

비숍이 오기 전 몇천 년의 성상에도

비숍이 다녀간  백 년후의 세월에도

강물은 흐르고 이곳은 다만 유구했으리라

발원지에 이르러

족제비 한 마리가 내 눈살에 등 찔려 쫒기는 동안

내 이름은 오직 침묵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