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지게의 노래
박 영 만
1.
에헤야 지게야 이 어인 일인가
태어날 땐 너와 내가 남남인데
한마음 한몸인 양 살고 있으니
아엿한 주인마님 눈치 보느라
헛간에서 때로는 처마밑 신세
에헤야 팔자치고 이상도 하지
봄철 꽃가지 여름엔 참외수박
막내딸 혼수감을 네가 져오면
대청에 모시려 정중히 맞았지
살미 긴배미 도랑물가 논길을
작대기손 들풀을 헤쳐 가는데
백옥 이슬방울 바지 젖어오면
너의 주인은 달랑대며 콧노래
뒤에선 지게발목 화답해 주니
아침 나들이는 상큼해 좋다네
2.
에헤야 지게야 나를 짐 많구나
오자봉 운흥산 불러 위에 싣고
꽃향기 새소리 다 지고 나르네
이웃의 아픔과 궁상스런 일들
지고나와 벼랑에 모두 부리고
찔레가지 외진 숲길을 헤쳐와
꼴머슴 업혀 외나무다리 건너
꽃나무 향기 땔감 한 동 싣고
에헤야 지게야 집안에 부리자
여보게 이 짐 저 짐 가릴손가
새참밥 혼수짐 쌀가마 떡시루
이런 짐들은 콧노래 흥얼흥얼
채전밭 개똥 쇠똥 져 나를 땐
방글 방글 개똥참외 웃어댔지
지게야 너와 나는 평생동반자
3.
에헤야 지게야 어디를 가느냐
짧은 발목으론 소래산 군자봉
긴 발목으론 냉겨들 호조벌판
나븐들 큰 모춤 한 짐을 지고
논바닥 짚고 부들부들 서더니
땔감 지고 서둘고개 넘어가면
오금아 날 살려라 쏜살같았지
밧줄에 묶여도 너는 자유하니
목발 치며 의젓하게 나아가세
에헤야 지게야 도끼를 얹어라
발채에서 곰곰이 궁리해 보면
찍어 없앨 것 수도 없이 많네
튼실한 갈퀴 하나는 얹어야지
스치는 바람 떠가는 뭉게구름
흐르는 시간시간 다 긁어모아
지게야 발채에 듬뿍 담아오자
4
지게야 우리 밧줄에 묶인 인연
멜빵에다 두 어깨 달싹 붙이고
두 발 고르게 바른길 걸어야지
지게야 작대기로 목발을 쳐라
산꽃 방실방실 시냇물은 졸졸
산자락 패랭이꽃 눈짓해 주면
주인은 엉덩이춤 너는 배꼽춤
건너편 장군바위 손뼉쳐 주니
지게야 작대기로 목발을 쳐라
지게야 긴다리 자랑을 말게나
저 산이 한 팔로 힘껏 내치면
떼굴떼굴 저 아래 뒹굴린다니
짧은 다리도 자랑은 금물이네
볏단 짐 나르다 세울 곳 없어
끙끙 소리내는 이 지켜보았지
* 살미 : 미산동의 자연부락. 마을 앞에 넓은 호조벌이 펼쳐져 있음.
* 냉겨들: 거모동의 거무개에 있는 들판.
* 호조벌판 : 물왕저수지에서 신현동 걸뚝에 이르는 넓은 들판.
* 나븐들 : 물왕저수지 아래에 자리한 들 또는 광석동의 자연부락.
* 서둘고개 : 조남동의 응단말에서 안산 수암동의 지장골로 통하는 고개.
* 장군바위 : 소래산 서쪽 부분에 있는 큰 바위. 당나라 소정방이 백제를 치기 위해 바다를
건너와 이 일대에서 진을 치며 있었다고 전해 내려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