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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녹의 전성시대] 유지희
S#1. 암전
남자1E (사무적이고 건조한) 사건 번호 95, 고, 합에 678호.
피고인사 애녹, 징역 4년. 동 피고인의 공금 횡령에 대한
검사의 기소사실을 인정, 징역 4년을 선고한다. 미결
구금일수는 모두 형기에 산입한다.
E [둔중한 철대문 닫히는 소리
S#2. 교도소 앞 (낮)
하얀 화면.
화창한 하늘 보여지다가 푸드득 소리와 함게 보여지는 비둘기 몇
마리.
짐 보따리든 출소자들 나와서 가족, 친지들과 반갑게 만나고
앞서나온 몇몇은 우중우중서서 두부 먹고 있다.
이들 뒤로 교도소 정문 느적대며 빠져 나오는 걸음의 주인공(TU)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늘씬한 몸매에 빼어난 용모(애녹)
뒤로 질끈 묶어 맨 긴 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 배낭 하나 달랑 든
모습이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온 듯 착각을 불러 일으킬정도.
주변 출소자들과 마중객, 힐긋 힐긋 애녹 쳐다보고 애녹,
주변 휘휘 둘러 보다가, 고개 숙이고 맨 땅 발길로 툭툭 찬다.
S#3. 교도소 담장 부근 보도
애녹, 무표정한 얼굴로 담배 피우며 걷다가,
마치 먹줄 긋듯, 담장 벽에 대고 주욱 담배 끈다.
(뒤로 감시 망루 멀리 보이고 ) 그 모습 멀어지며, 타이틀
"애녹의 전성시대, 愛綠의 全盛時代" 오른다.
S#4. "XX빌딩" 앞 현관+ 승용차 안
회전문 돌아가고 그 회전문으로 빠져 나오는 애녹(TU)
애녹, 얌전한 정장 차림에 단정한 단발 컷트, 화사한 화장 (요란하지
않은) 애녹 바로 뒤이어 배사장(50대 초반) 뒤따라 나오고 주차된
차들 훑으면, 창세, 소형 승용차 안 운전석에서 룸미러로 이 둘 보고
있고.
애녹 (공손히 인사하며) 들어가세요.
배사장 (아쉽다) 차를 갖구 오셨나?
애녹 [아니요,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들어가 보세요.
배사장 [그러면, 꼭 연락 다시 주세요.
애녹 (대답없이 미소로, 들어가라는 인사 다시 공손히 하고)
배사장, 할 수 없이 돌아서고
배사장, 문 붙들고섰던 수위의 90도 경례 받으며,
다시 체통차려 들어가고,
창세, 핸들에 얼굴 바짝 들이대고 애녹 보다가,
애녹, 다가오자 자세 고쳐앉아 옆좌석에 놓아둔 서류봉투,
본넷트에 올려 놓는다.
애녹 (타고, 안전벨트 매며) 그 서류니?
창세 (시동걸며) 네.
애녹 [니가 나보다 한 사라 아래라 그랬나?
창세 (차 빼며) 네.
애녹 [그럼 너두 인제부터 나한테 말 놔.
창세 (앞만 보고) 네.
애녹 [혼인신고 하구나면 너하구 나하군 인제부턴 법적으로 부부야.
창세 (운전 중) 네.
애녹 (흘깃 보고 웃는다) 너, 내 이름이나 제대루 아니? 사
애녹이야, 사 애녹.
창세 [압니다, 저는 주 창세.
애녹 (귀찮다는 듯) 알어, 나 머리 안 나뻐.
(시트 뒤로 기대 눈 감는다)
백마담E [주 창세라구, 새루 쓰는 앤데, 얼마 안 봤지만 그래두 애가
단단해. 순진한게 머리 굴리게도 안 생겼구. 뭐니 뭐니해두
얼굴이 안 팔린 애라 딱 좋다.
S#5. 룸쌀롱 "喜 외경 (저녁)
중소도시, 위락지구에 위치한 지하 룸쌀롱.
"대중음식점 喜" 네온싸인 간판 깔끔하게 걸려 있고
양실장E [걔가 뭐, 공금 십 몇억을 꿀꺽했다는 애유?
S#6. 화려한 장식이 어우러진 내실
양실장, 다리 꼬고 테이블에 앉아서 담배 피고 있고
백마담, 화장대 앞에 앉아서 콤팩트 꺼내 두들기고 있다.
백마담 [꿀꺽은 야, 걔는 그 돈 만져보지도 못했다니까. 참, 사랑이
뭔지, 그 놈의 사랑에 눈이 멀어서 걔두 당한거야. 꼭 젊었을
때 내 짝 난거지.
양실장 (별로 믿지 않는 얼굴로 뒤에 대고 웃고) 그래두 성깔 꽤나
있겠든데?
백마담 [그 안에서 변한거지 (담배 연기 터는 손짓하며, 돌아앉아)
얘, 양아, 너는 여기 환기도 잘 안되는 방서 그렇게 피워대니?
양실장 (얼른 끈다)
백마담 [애녹이 걔, 저기 들어 갈 때만 해도 담배는 술집 여자만
피는 줄 알았다더라. 그런 애가 그렇게 변했으니 참. 어쨋든 걔
덕에 나, 그 안에서 몇 달 엄청 편하게 보냈다. 애가 아주
의리가 있어요.
양실장 [그럼 뭐하우? 호적에 빨간 줄 가고, 비빌 언덕두 없다며?
백마담 [허긴... 걔 땜에 아주 집안이 풍비박산 난 모양이야. (다시
돌아앉아, 화나는 몸짓으로 괜히 얼굴 더 두들겨대며) 걔
꼬드긴 놈은 그 돈 몽땅 챙겨서, 미국인가 어디루 날랐데요.
아주 작정을 하구 덤볐던지, 헤어졌다는 마누라 끼구 잘만
사나 보더라구, 썩을 놈의.
양실장 (O.L) 아, 지가 병신이라서 당한 거지.
백마담 (거울로 노려보며) 가재는 게 편이라구, 너두 남자라구 남자
편 드냐?
양실장 [아니, 얘기가 그렇다는 거지 그래서 그 사업 하겠다구
뛰어든거유? 허긴, 뭐 걔 정도면 물건은 물건이라, 우린 손해
볼거 없겠지만.
백마담 [지 한두 있구, 한 밑천 빨리 해서 이 나랄 뜨겠대요. 한이
많은 얘야. 피붙이라곤 동생 하나 달랑 남았는데, 안 본대.
여기저기 다니면서 온전치 않은 애들 돌보고 산대드라. 그
애들 돌보면서 언니 용서하는 맘, 만들어 보겠다나 어쨌다나,
언니 덕분에 집안이 그 짝 됐으니, 어디 용서가 쉽게 돼겠니?
양실장 [어쨋든 이를 갈아 붙이고 뎀비들겠구만.
백마담 [이가 아니라 지가 칼을 갈면 뭐하니? 엘 콘드르 빠사,(한
손으로 멋있게 손 튕기며) 철새는 날아가고 그렇게 사는거지,
사는게 뭐 별거있냐? (요리저리 거울 보며) 몇 개월 사이에
얼굴이 아주 갔네, 갔어.
양실장 (머리 뒤로 손깍지 끼며) 몇 년 먹었다구요?
백마담 [4년 먹구 하루도 에누리 없이 꼬박 살았다니까.
양실장 [초범에 사정이 그런데 많이 먹었네.
S#7. 씬 4의 차 안
애녹, 여전히 눈감고 있고 창세, 운전하면서 애녹 얼굴 힐긋힐긋
본다. 애녹 얼굴위로
백마담E [줄 댈 데 없구, 뒤 봐줄 사람 없으면, 그런거 모르니?
애녹 (눈 감은채) 왜 자꾸 봐?
창세 (깜짝 놀라) 네? (엉덩이 이리저리 괜히 움직이며 어쩔줄
모르다가) 참, 이거 사장님이 사업하려면 필요하다구.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 준다)
애녹 [뭐야(받아서 피식 웃으며, 눌러보고 귀에 대보며) 아, 걸면
걸리구, 전국 어디서나 방방곡곡? 또 뭐있니? 사랑은 정보를
타구, 또 날개까지 달아주는거?
창세 [번호는 거기 적혀있습니다.
애녹 (짜증난다) 너, 지금 우리 장난하는 줄 알어? 부부면 부부다와
야지.
창세 [네.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아니, 그래, 알았어.
애녹 (앞 보며, 무심히) 너두 지하철이나 버스같은데서 막
삐리리대게하구 다니니?
창세 (여전히 작은) 차 모는게 일인데, 별루 탈일도 없어.
애녹 [운전하면서두 하지마.
창세 (피식웃는다)
애녹 (보며) 뭐야, 내 주제에 이런 말 하니까 웃긴다 이거야?
S#8. 호텔 남자 화장실안
배사장 거울 열심히 봐가며 이 속에 뭐 안꼈나 보고.
양복 안주머니에서 빗 꺼내 머리(가발임) 조심스럽게 빗고
백마담E [나, 한창일 때 세무서 말단으루 있던 작잔데, 뭔 짓을
했는지, 지금은 노른자 땅에 빌딩만 열 개두 넘어.
배사장 (샘플용 향수 꺼내 여기저기 찍어바르고, 구취제거용 마우스
스프레이 뿌린다) 먼저 저녁을 먹어야겠지?
S#9. 호텔 커피숍
구석자리에 자리잡은 얌전한 정장 차림의 애녹,
물 마시며 입구쪽 살펴보고 있다.
넥타이 만져가며 들어서 둘러보는 배사장.
애녹, 못 본척하며 테이블위에 놓은 서류에 뭐라 끄적여댄다.
배사장, 애녹 앞에 와 앉으며
배사장 [아이구 이거 숙녀분을 기다리게 하구, 죄송합니다.
애녹 (얼른 서류 집어넣으며) 아녜요, 제가 좀 일찍 나왔습니다. 요
근처에 볼일두 있었구 해서요.
종업원 다가와, 물잔 놓고.
배사장 [뭐, 하실까?
애녹 [네, 전 그냥 커피 주세요.
배사장 [아, 난 그거, 인삼뿌리 갈아넌 그 뭔 쥬스냐, 그거줘.
종업원 [네, 감사합니다. (빠지고)
애녹 (그윽히 웃으며) 몸관리를 잘 하셔서 그런지, 아직 40대루 보
이세요. 출가한 따님있다고 누가 보겠어요?
배사장 (흐뭇한) 허허, 하긴 뭐 남들두 그런 소린 많이들 해요.
애녹 (쌕 웃으며, 물 컵 만지작하는 위로)
백마담E [이 작자가 머릴 어떻게나 잘 굴리는지, 세입자 몰래 빌딩
잡아 대출받구, 지들 일가친적들끼리 작당해서 경매루 넘겨
버린대. 그렇게 길거리 나앉은 세입자들만 수두룩하대드라.
애녹 [참, 따님 앞으로 된 보험증서, 한 보름 후면 따님 댁으로 배달
될꺼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배사장 [ 아 이렇게 젊은 분이 살라구 애쓰시는데, 뭐 서루 돕구
살아야죠.
애녹 [차 대접만으론 안 될 것 같은데, 어떠세요? 오늘 저녁은 제가
배사장님 좋아?絿척? 걸루 대접하구 싶은데요
배사장 (너무 잘 풀려 흐뭇한) 아니지, 미쓰 사가 벌면 얼마나
번다구, 내가 내야지, 히히히.
S#10. 장어집 (저녁)
"민물장어 전문"네온싸인 번쩍이고, 고급 승용차들 즐비하다.
주변에는 러브호텔 두어채 있고
배사장E [아, 미쓰 사도 좀 먹어요.
S#11. 장어집 안
지글대는 불판위에 장어 구어지고 있고
배사장, 애녹 앞에 고기점 놓아준다.
옆 테이블에서는 40대로 보이는 두 남녀,
서로 입에 쌈 싸 넣어주는 모습 보이고.
애녹 [네, 많이 먹구 있어요, 드세요. (메뉴판 올려다보며) 오분자준
가 저거, 그렇게 몸에 좋다면서요?
배사장 [아, 미쓰 사가 역시 뭘 좀 아시네. (신나서) 장어에다 오분자
주면, 남자들 (하다가) 히히, 이거 미쓰 앞에서 별 얘길 다
할라그러네. 참. 아, 근데 이거 차를 가져와 놔서.
애녹 (웃음) 한 잔씩 맛만 보죠 뭐. 어떤 맛인지 궁금해요.
배사장 [그래, 그럼 딱 한잔씩만 할까?
<시간경과>
술병 너댓개 놓여있고, 취한 배사장.
애녹, 배사장 술잔에 술 따라주고 있다.
배사장 [어, 이거 미쓰 사 땜에 나만 취하네, 히히히.
애녹 [제가 술을 잘 못해서요. 전 못해두, 술 못하는 남자는 남자두
아니라구 생각해요.
배사장 [역시, 미쓰 사는 멋있어. (손 잡으며) 우리가 왜 진작 못
만났나 몰라, 응?
애녹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어머, (교태스럽게 빼며) 저 잠깐
화장실 좀.
배사장 (일어서는 애녹, 완전히 혹한 눈으로 보고)
S#12. 화장실 안
애녹, 핸드백 안에서 구강 청정제 꺼내 한 참 입 헹구다 뱉고
애녹, 거울보고 루즈 다시 바르며 핸드폰 건다.
애녹 [나야..... 1시간 안으로 나갈거야.
S#13. 장어집 앞 주차장 (밤)
애녹, 취한 배사장 부축해 나오고
애녹, 남자2에게 자동차 키 전해준다.
애녹 [배사장님, 대리운전 시켰으니까, 가세요. (차에 대고) 잘
모시세요.
배사장 (발음 꼬이는)미쓰사아, 우리 요기 어디 가서 좀 쉬었다
가자. 쉬었다가 내가 데려다줄게, 응?
애녹 [아이, 오늘 많이 취하신 거 같은데 들어가셔야죠. 전 그냥
택시 불러 타고 가면 돼요.
배사장 [딱 한시간만, 응?
애녹 (차로 밀고 가며) 오늘만 날인가요? 아까 제 핸드폰 번호 적어
드렸잖아요, 연락주세요. (배사장, 떠밀 듯 차로 밀어넣는다)
애녹, 배사장 차 떠난 것 확인하고, 창세 차로
S#14. 한적한 국도 달리는 차 안 (밤)
창세 운전하다 옆 좌석 보면 애녹, 찡그린 채 눈 감고 있고
창세 [괜찮아요?
애녹 [술 안했어, 속이 좀 미슥거려서 그래.
창세 [반말이 잘 안나오네요. 일 할 땐 잘 할께요.
애녹 (싫지 않은 눈길로 한 번 쓱 보고) 어디 포장마차 없니?
S#15. 포장마차 안
애녹은 취한, 창세는 마시지 않는
애녹 (입으로 훅 바람 불어 머리카락 날리며) 얘, 난 그렇다치구, 넌
뭐니? 왜 이렇게 살려그래?
창세 (웃는다)
애녹 [흥, 니 인생두 나 만큼 안풀린 모양이다. (자작술 따르고)
창세 (말리며) 그만해요.
애녹 (뿌리치며) 됐어. (마시고, 술 잔 딱 놓으며) 고아니? 아님
찢어지게 가난하니?
창세 [부모형제 없구, 찢어지게 가난해두, (사이) 바르게 사는 사람,
더 많습니다.
애녹 (의외다) !
창세 [어머님 계시고, 형님은 바루 작년에 사고루 돌아가셨어요.
(큰숨쉬고) 형수는 애 둘 놨두고 집 나갔구요. 학교 다니는
동생이 둘입니다.
애녹 [뭐야, 그러니까 너만 목 빼구 바라구 있다 이거네. (창세 처지
조금 안됐다, 또 한 잔 따르며) 애 놨두고 집 나가는 여자, 난
절대루 이해 못해.
창세 (고개 숙인 채) 택시 몰다 사고 냈는데... 몇 푼 쥐어준
합의금은 합의금대루 날리구, 결국 몸으로 떼웠어요. 게다가
큰 조카가 무슨 병이라나... (고개 들어 애녹 보고) 수술 받으면
괜찮대요.
애녹 (마시고) 흥, 완전히 절벽위에 섰네. 너, 아니? 절벽위에 섰을
땐 딱 두가지 길만 있는거.
창세 [ ?
애녹 (손가락으로 위, 아래 찌르는 제스츄어 써가며) 위로
날아오르든가, 아님, 아래루 추락하든가.
창세 [다시 돌아가두 되겠죠.
애녹 [아니, 절벽위에 선 게 지그음, (손가락으로 테이블 콕콕
찌르며) 현제란 말야. 과거루는 못 돌아가구, 무슨 말인지
몰라?
창세 (알아듣겠다는 듯 고개 끄덕이며 혼잣말) 뛰어내리든가,
날아오르든가....
애녹 (웃으며, 기분 좋게 한 잔) 인제 말귀 좀 알아먹네. 그래서,
조카 병원비만 내면 돼니?
창세 [나선 김에 시골 내려갈 돈두 만들어야죠. (표정 약간
밝아지며) 가서 닭을 키우든 돼질 키우든, 아님 꽃을 키우든,
뭐든지 키울거예요.
애녹 (갑자기 쓸쓸한) 넌 좋겠다. 갈 데 있어서. (한 잔 또 마신다)
S#16. 창세의 옥탑 방 앞 (밤)
창세, 취한 애녹 부축하며, 한 손으로 문 열고 있다.
애녹 (창세 밀어내며, 옥상 난간으로 갔다가 창세, 돌아보며) 그래!
넌 좋겠다! 갈 데 있어서. 흥! 그리구 뭐든 키워라, 뭐든
키우는데.... 단 ! 사람만은 관둬라! (검지 흔들어 대고 웃으며)
아 니, 아니지, 사람이아니고, 사랑만은 키우지 마라! 그래,
사랑만은 키우지 마..... (주저 앉는다)
창세 (얼른 달려가 부축하고)
S#17. 옥탑방 안 (밤)
창세, 애녹 벽에 기대 앉혀놓고 얼른 이불 편다.
애녹 (두다리 쭉 뻗으며, 그냥 사설조) 엄마, 아부지, 내가 다 잘못
했어.
창세 (측은한 눈길로 돌아본다)
애녹 [애숙아, 언니가 잘못했다, 너밖에 없는데,응?
창세 (부축해 누이려면)
애녹 (부득불 일어나, 빤히 보며) 누구더라? 아아, 내 남편, 창세,
주창세!
창세 [맞아요, 누워요.
애녹 (재미난 얘기라는 듯 웃음며) 우리 아부지, 나 땜에 돌아가셨
다, 엄마두. (깔깔대듯) 우리 아부지이...(판결봉 땅땅땅
내리 치는 흉내내며 )알지? 이런 어르신들 들락거리는 청에서,
문 지켰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맨날 차문 붙잡구 꾸벅꾸벅
인사하구, 그렇게 오로지 문만 지켰단 말야. 웃기지? 맨날
문만 지켰는데, 딸년 하난 못지켰다 말씀이야.
창세 (측은한) 알아요, 됐으니까, 누워요
애녹 (삿대질 하듯 창세 밀어내며) 니가 뭘 아니? 그렇게 맨날
문만 지켰는데, 근데에....(쓰러지며 중얼거림) 딸년 하나 잘
둔 덕분에 잘리시구, 술루 사시다가 쓰러져 돌아가셨단
말씀이 야. (다시 정신 차린 듯 창세 쳐다보지만, 눈 풀린)
우리 아부지, 근사한 횟집 한번 못 가보셨다... 비행기두 못
타보셨다.
창세 (베걔 대준다) 알아요, 자요.
애녹 [그리구, 우리 엄마는 또오... 또오 (하다가 고개 옆으로 떨구며
잠든다)
창세 (잠든 애녹, 고개 바로 해주는데)
애녹 (정장이 불편한지 잠결에 맨 윗 단추 풀고, 아래 단추 잘
못 찾는다)
창세 (잠깐 망설이다가, 애녹 반쯤 일으켜 단추만 다 벗겨 주는데,
브래지어 바람이 아닌 속옷이 또 있다. 다시 망설이다가 웃
옷 벗긴다. 벗겨 눕히다 보면, 남자 것 같은 반팔 런닝 셔츠)
시간 경과
창세, 벽 한구석에 기대 앉아 잠든 애녹 지켜보고 있다.
(뿌옇게 밝아오는 창문)
S#18. 주택가(오전)
창세, 기분좋은 얼굴로 손에 봉지 들고 오르막길 오르고 있다.
E [핸드폰 벨소리 계속 울려댄다.
S#19. 옥탑방안 (오전)
애녹, 머리맡에 놓인 핸드백 더듬대며 뒤져 핸드폰 꺼내고,
애녹, 낯선 방 풍경에 깜짝 놀라며 전화 받는다.
애녹 (이미 놀랐으므로 잠에 취한 목소리 아님) 네. (하다가) (런닝
차림인 거 알고 다시 깜짝 놀라며) 아, 배사장님,
잘들어가셨어요? (방안 둘러보면, 방문위에 옷걸이까지 해서
얌전히 걸린 옷).... (급히 한손으로 꿰 입으며) 실례는요 뭘,
오랜만에 너무 즐거웠어요....
창세 (봉지 들고 들어선다)
애녹 (창세 보고는 약간 놀라다가, 돌아서 단추 마져 채우고)
내일은 제가 약속이 있구, 음, 며칠 있다가 제가
연락드릴께요..... 네, 그럼 들어가세요.
창세 [깼어요?
애녹 (쑥스러운, 여전히 돌아서있는) 너 사는데니?
창세 (역시 약간 쑥스러운) 네, 많이 취해서 거기 사장님네루는
안간다 그래서요.... 많이 불편해해서 벗겨드린거예요, 난...
친구 집서 잤어요.
애녹 (쑥스럽다, 핸드백 챙겨 일어선다)
창세 [쥬스랑 컵라면이랑 사왔는데, 금방 물 끓일게요. (나가려는데)
애녹 [됐어, 갈래.
창세 (쥬스 꺼내, 앞에 있던 컵과 함께 밀어 넣으며) 이거부터
마시고 있어요. 조금만 있어요, 빈 속으로 다니면 안 좋아요.
(얼른 나간다)
애녹 (어정쩡하게 여전히 서있고)
창세 (문 열고 들여다보며) 저, 그리구, 거기 가기 싫으면 여기
있어도 돼요. 전, 친구 집에서 지내두 됩니다. (문 닫고)
애녹 (할수없이 도로 앉아 방 안 둘러보면, 빌려온 비디오 테잎
많다) (몇 개 들어보다가 밖에 대고) 너, 그 영화 봤니?
창세E [뭐요?
S#20. "喜"내실 안
애녹, 백마담 앉아서 차 마시고 있다.
백마담 [네 번 만났다구?
애녹 [응, 번번이 지 맘대루 안 되니까 더 달았어.
백마담 [그럼, 인젠 날 잡아∼ 괜히 더 빼다가 지 풀에 나가
자빠지 게 하지 말구.
애녹 [안그래두 그럴라 그래.
백마담 [너, 아주 타고 났다
애녹 (쓴웃음) 흥, 그래 보여?
백마담 [참, 거긴 있을 만하니?
애녹 [어.
맥마담 [돈 좀 꿔줄까? 방 알아보게?
애녹 [싫어, 뭘해두 내 돈 아니면 싫어. 그리구 금방 돈 생길
거잖아.
백마담 [허긴, 니들 부부 아니냐?
애녹 (정색하며) 언니, 왜그래? 나 걔네 집서 밥두 잘 안먹어.
잠만 자, 걔는 친구 집서 자구.
백마담 [아이구, 애가 왜이래? 누가 뭐랬다구, 그냥 그렇단 얘기지.
S#21. 옥탑방 안 (저녁)
애녹, 영화 "Out of Africa" 보고 있다.
두 주인공, 쌍발 비행기 타는 장면, 테마 음악과 함께,
E [노크소리
애녹, 얼른 눈물 훔치고.
창세, 들어선다.
창세 (웃으며) 또, 봐요
애녹 (비디오 멈추고) 어, 웬 일이야?
창세 (문가에 앉아서 포장된 작은 박스 내민다) 지나다가 보이길래
샀어요.
애녹 [뭐야?
창세 (너무 쑥스럽다, 뒷머리 긁적이며) 처음 사 본거라, 맞을지
모르겠네요.
애녹 (의아한 얼굴로 포장지 뜯으면, 여자 슬립 박스 보이고)?
창세 [그냥.... 저번에... 술 마셨을 때....
애녹 (고개 숙인 채 박스, 만지작거리고)
창세 [봤어요... 더울 거 같아서요....
애녹 (낮은) 나, 거기 들어가서 얼마 안됐을 때, 엄마 계셨을 때....
엄마가 보내주신거야. 웬만큼 더워도 입어.
창세 [!
애녹 (본래 톤) 안그래도 일 할 때 입을라고 사논거 있어. 어쨌든
고마운데, 앞으론 이런거 신경쓰지마.
창세 (약간 무안한)
애녹 [밥은 먹었니?
창세 [네.
애녹 [안 그래두, 날 잡잔 얘기 할려 그랬어.
창세 (복잡한 표정되고)
시간경과, 다른날 오전
거울 앞에 서있는 애녹 상반신, 까만 슬립 차림.
애녹, 정장 옷 입고 .
애녹, TV옆 탁자에 놓인 내의박스 (동씬) 위에,
잘 개킨 런닝셔츠 (씬17의) 놓으려다가 열어보면, 하얀색 슬립
보인다.
애녹, 입으로 바람 훅 불어 머리카락 날리고, 박스 도로 덮는다.
S#22. 씬11의 장어집 안
씬11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배사장, 애녹.
술 한병 놓여있고, 애녹 자작으로 한 잔 따르려면
배사장 (속으로 쾌재 부르며, 얼른 따라주는) 아이구, 오늘 미쓰
사가 안 좋은 일이 있나? 천천히 해요, 천천히.
애녹 (마시고) 오늘은 제가 좀 취하고 싶네요. 큰 오빠쯤 되는 거
같아 참 편해요. 주정 좀 부려도 되죠?
배사장 (장어 잔뜩 구겨넣고, 손사레 지으며) 그럼, 그럼. 이 오빠가
든든히 지켜 줄테니까, (술잔 또 채워주며) 맘 턱 놓고 마셔,
응, 쭈∼욱.
애녹 (마시고) 저, 사시은 오빠... 속인게 있어요.
배사장 (흐뭇한) 먼데, 우리 동생이 뭘 속이셨나?
애녹 (무척 망설이는).....
배사장 [우리 예쁜이 동생이 뭘 속이셨길래 그러시나? 괜찮아,
다 말해봐.
애녹 (호소하는 눈빛으로) 저 사실, 미쓰 아녜요.
배사장 (뜨끔) 엉?
애녹 [돈하나 보구 중매루 2년전에 결혼이라구 했는데. 도박에
폭행에 한 번두 행복해본 적이 없어요.
배사장 (좀 깨름직하다)
애녹 (눈물 떨구며) 그나마 부모 재산 다 털어먹고, 인젠 이렇게
내가 보험 외판으로 나선 형편이에요.
배사장 [애는 있구?
애녹 (손수건으로 눈물 닦으며) 아뇨, 그냥 법적으로 부부일
뿐이에요.
배사장 (속으로 주판알 퉁기는 표정)
애녹 (자작 술 따라 마시며) 어쨌든 죄송해요, 오빠처럼 잘해
주셨는데... 말씀 굳이 안드려도 되지만, 속이고 싶지
않았어요.
배사장 (여전히)....
애녹 (다시 눈물 찍으며) 오늘이 마지막으로 만나는 거루
생각하고 나왔어요. 그래서 다 털어놓구 싶었어요.
배사장 (마지막?) 뭐얼, 속일라 그래서 속였겠나?
애녹 [세상 남자들 다 그 인간 같은 줄 알았는데.... 정말 남자한테
이런 맘 드는건 처음이에요.
배사장 (술 따라 주며) 그럼, 세상에 나쁜 놈들만 있는거 아니지.
S#23. 장어집 앞 주차장 (밤)
취한 모습의 애녹, 배사장 부축 받으며 나오고.
창세, 주차장 일각에 세워진 차 안에서 지켜보고 있다.
창세, 옆 좌석에 놓아둔 소주 한 병 , 따서 한모금 마신다.
배사장 [우리 동생, 많이 취했는데, 요 근처서 잠깐 쉬었다 갈까?
애녹 (정신 차려보려고 애쓰는 모습으로) 아뇨, 괜찮아요.
배사장 (애녹, 차에 태운다)
애녹 (못이기는 척 탄다)
S#24. 도로켠 러브호텔
뒤 쪽으로 방금 나온 장어집 네온싸인 요란하고
깜빡이 켠 차, 러브호텔로 들어간다.
그 뒤를 따르던 차, 지나치다가,
조금 더 간 지점에서 천천히 U턴 해 러브호텔 쪽으로
애녹E [아니, 잠깐만요, 속이 좀 안좋아요.
S#25. 호텔 방안+ 욕실
흐뭇한 얼굴로 침대에 걸터 앉아있는 배사장, 급히 옷 벗는다.
배사장, 벗다말고 생각난 듯 방문쪽으로 가 문 잠긴 것 다시
확인하고.
화장실 안 애녹, 샤워기 튼다.
배사장 (노크하며) 괜찮아, 동생?
애녹E [네, 정신 좀 들게 씻구 나갈께요.
배사장E [나두 같이 씻을까?
애녹 (옷 그대로 입은 채 변기 뚜껑위에 앉아) 아뇨, 금방 나갈께요.
(웃 옷 벗으며, 혼잣말) 뭐 같이 씻어? 오빠∼아, 하! (웃 옷서
휴대폰 꺼내고, 샤워기 더 많이 틀며) 나야, 302호실. 정확히
10분 후다, 잘해.
S#26. 러브호텔 주차장
창세, 전화끄고 시계 보며 담배 꺼내문다.
남자3, 차로 다가오고
남자3 [어서욥쇼. 쉬었다 가시게요?
창세 [누구 좀 보러 왔어. (수표 한 장 쥐어준다) 카운터 가서
302호 열쇠 좀 갖다줘.
남자3 (받으며) 저희 영업상, 이러시면.
창세 (한 장 더주며) 볼 일이 있어서 좀 그래. 너네 영업엔
지장 없어.
남자3 (받고) 영업에 지장만 없게 해주십시오. (빠지고)
창세 (옆에 놓아뒀던 소주 마신다)
<인터컷> 창세의 상상
배사장, 애녹, 부둥켜 안고있는 모습
창세 (소주, 꿀꺽 꿀꺽 마시고, 큰 숨 내쉬며 입 닦는다)
S#27. 호텔 방 안
애녹, 큰 타올을 몸에 두르고, 머리엔 작은 타올 감은 채,
뿌연 김을 뒤로 하고 나온다.
옷을 감싸쥐고 무척 수줍은 표정으로 다가온다.
배사장, 벗은 몸으로 침대 안에 반쯤 앉 듯 누워 있다가,
황홀한 표정으로, 얼른 이불 한 켠 들어주며
배사장 [얼른 얼른, 감기 들어용.
애녹 (방 한켠에 걸린 시계 살짝 본다)
S#28. 호텔 복도 302호실 앞
창세, 소주 마져 마시고, 빈 병 던진다.
손에는 카메라 들려있다.
S#29. 방 안
창세, 문 벌컥 열고 들어서면, 배사장, 벗은 등 보이고 있고.
배사장, 열중해 있는지 모른다.
애녹, 창세 보고, 외마디 비명 지르며 시트로 감싼채
침대 아래로 피한다.
창세 (달려들어 배사장 발길로 차고)
배사장 (아직 얼 빠져 있다) 뭐, 뭐야, 이거!
창세 (걷어차고 주먹질하며) 뭐, 이거?
애녹 [여보, 여보, 잘못했어요.
창세 (불길같은 눈길로 노려 보다가 달려들어 마구 팬다)
시간경과,
무릎 꿇고 앉은 팬티 차림의 배사장, 가발 엉망이고.
대충 옷 꿰입은 애녹, 입술 터지고 머리도 엉망이다.
창세, 둘 앞 탁자에 앉아 심각한 얼굴로 맥주 마시고 있고.
배사장 (싹싹빈다) 저, 선생님, 한 번만 , 너그런 맘으로.
창소 (확 열 받는 얼굴로 걷어찬다, 낮게 이 가는) 조용히 해.
배사장 (나가 동그라진 채) 정말 오늘이 첨입니다.
창세 (말 끝나기 전에 달려가, 머리 한 대 휘갈기고)
배사장 [아이구!
창세 (더 낮게 목소리 깔며) 조용히 하라 그랬어.
배사장 (그래도, 싹싹 또 빌며) 억울합니다, 제발 노염 푸시고.
창세 (자리에 앉으며) 어차피 니 놈 땜에 우리 가정은 박살났어.
(한 잔 들이키고) 나만 박살나면 얘기가 안돼지. (사진기,
툭툭 치며) 공평하게 살아야, 사람 사는 도린거야, 안그래?
배사장 (무릎 꿇은 채 기어와 창세 다리 붙잡으며) 아이구, 선생님,
제발.
애녹 [여보, 제발 (창세에게 매달리면)
창세 (발길로 걷어차며) 이 자리서 니 둘 ?六? 버리고 나두 가면
끝이야, 알어?
배사장 (창세 서슬에 완전 주눅 든다)
S#30. 러브호텔 주차장 + 차 안 (밤)
애녹, 창세 걸어나오고
애녹 [키 줘, 난 깼어.
창세 (키 주고)
애녹 (문 열다가, 창세 보고 씩 웃으며) 잘 하든데?
애녹, 창세, 차에 타고.
애녹, 시동거는데.
창세 (씁쓸하게 웃으며) 미안해요. 아깐 나두 모르게 정말 화가
났어요.
애녹 (무슨 소린가 싶은 얼굴로 창세 잠깐 쳐다보다가, 되묻는다)
뭐?
창세 (큰 숨 들이쉬며, 진지한) 아깐 정말 화가 나더라구요.
애녹 [너, 많이 취했어.
창세 [취하지 않았어요.
애녹 (차 출발시키며, 차가운) 취하지 않았으면, 안 들은거로 할게.
S#31. 사무실 (오전)
10여평 규모의 사무실로, 서재같은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여기저기 골프 상패 등 놓여있고, 장식용 서가엔 백과사전
꽂혀있다.
배사장, 책상에 앉아 시계보며 초조하게 담배 피고 있다.
창세 벌컥 문 열고 들어서면, 후다닥 담배 끄고 일어서는 배사장.
배사장 [아이구, 어서 오십시오.
창세 (잠깐 사무실 휘 보다가 소파에 앉는다. 담배 꺼내물면)
배사장 (얼른 앞에 놓인 라이터로 불 붙혀준다)
창세 [영우개발 사장님이 생각보다 조촐하게 계시네.
배사장 [말이 사장이지, 완전 빈 껍데깁니다.
창세 [당신 지금 나하구 놀자는거야? 조 앞 방에 당신 밑에 사람들
있는거 같든데 가서 떠들어 줄까?
배사장 [아이구, 왜 또 이러시나?
창세 [그래, 나두 심신이 피곤하니까, 긴 말 하기 싫어.
배사장 (책상 서랍 속에서 봉투 꺼내 온다) 말씀하신 액수루다...
창세 (집으려면)
배사장 (얼른 막고는, 헤헤대며) 저, 그걸 주셔야지.
창세 (주머니서 사진봉투 꺼내준다)
배사장 (꺼내서 필름 확인하고) 감사합니다. (봉투 건내고, 얼른
불빛에 필름 비춰본다)
창세 (봉투 열어, 수표 센다) 당신, 나 같은 놈 만나기, 다행으루다
알어. 두구 두구 괴롭힐수두 있었어.
배사장 [네, 그러시죠.
창세 (일어서, 나가다) 마지막으루 충고 하나 하겠는데, (보다가)
관두자. (나간다)
배사장 (분을 참지 못해 씩씩대다, 옆에 놓인 청자 항아리 집어
들지만, 아까와서 곧 내려놓고, 필름 들어 찢어 보려지만,
물론 찢기지 않는다)
S#32. "喜" 내실
백마담, 애녹, 창세, 서로 수표 나누고 있다.
백마담 (수표 흔들어 보이다 핸드백에 챙겨 넣으며) 처음 치곤
괜찮았는데.
애녹 [언니 덕이 컸수.
백마담 [니 둘이 더 수고했지 뭐. 창세, 너 불만 없지?
창세 [네.
백마담 [이게 워낙, 니 둘만 그런식으로 하면 6대 4루, 애녹이
여섯에 니가 넷인데, 우린, 물건이 물건이잖니? 품질검사가
완벽히 끝난걸루, 대령하다보니까, 니 몫이 좀 줄었다.
창세 [압니다.
애녹 (사실은 창세에게 말하는) 언니, 나, 조그만 방 좀 알아볼까해.
창세 (잠깐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애녹 [창세 얘네 집에서 신세 지기두 그렇구.
백마담 (왜 또 한 얘기 하나 싶지만) 그래라.
창세 (수표 만지작거리는)
애녹 [다음 건수는 , 생각해 논거 있지?
백마담 [그러∼엄.
창세 [방두 알아봐야 돼구, 좀 쉬었다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애녹,백 [ ?
백마담 [그래, 애녹이 니 몸두 좀 그렇구, 당분간 쉬지 뭐.
애녹 (창세 마음 짐작하는) 몸, 괜찮아, 집두 아니구 방 구하는건데
뭐.
창세 (고개 숙이고, 생각에 잠기는)
백마담 (애녹, 창세 번갈아보며 분위기 파악하려는 표정)
S#33. 지하 주차장
황교수, 주차해놓은 차로 다가오며 원격 시동기 누른다.
"삑" 소리와 함께 시동 켜지고.
황교수 다가오다가 앞 범퍼 우그러진 것 보고 기겁하는데.
백마담E [어디 교수라는데, 엄청 돈이 많아요. 레슨이다 뭐다에
마누라가 아주 대놓구 나서서 한 재산 긁어 모았대.
황교수, 찌그러진 범퍼 살펴보며 분통 터뜨리다가,
앞유리에 끼워놓은 쪽지, 발견하고 꺼내 읽는다.
애녹E [죄송합니다.
S#34. 호텔 커피숍+ 빠 (저녁)
애녹, 수줍고 죄송한 모습으로 황교수와 마주하고 앉았고,
황교수, 쥬스잔 빨대 빨며 애녹에게 뜨거운 눈길 보낸다.
백마담E [이 위인이 여자라면 또 깜빡하는데, 하두 대놓고 뒷돈
챙기지, 여자문제두 요란하지, 학교서두 잘릴판이가봐.
빠, 스텐드에 앉은 애녹, 황교수.
애녹, 칵테일 마시다가 황교수의 무슨 얘긴가 듣고는
사례 들려 웃다가 쏟고.
황교수 얼른 손수건 꺼내 닦아주며 느끼한 웃음 보낸다.
S#35. 캠퍼스 정문 부근 (낮)
창세, 고개 숙인 채 걸어 나온다.
창세, 주변 두리번 거리다가 클락션 소리에 돌아보면,
애녹, 썬그라스 낀 채 창세 뒤쪽에서 운전해 다가온다.
창세, 여전히 고개 숙인 채 타고.
S#36. 애녹의 방 안 (오후)
10평 미만 원룸 형식의 방.
TV 한 대, 비키니 옷장, 거울, 소형 냉장고 정도의 간단한 집기만
있다.
거울로 보이는 애녹, 검은색 슬립 차림, 시원한 세련된 반 팔 원피스
입고. 애녹, 곱게 접은 런닝셔츠 (씬 17), 내의 박스( 씬21) 위에
올려놓으려다가, 열어서 꺼내본다.
하얀색 슬립, 대보고, 쓰다듬어보다 잘 접어 도로 넣고.
다시 입바람 불어 머리카락 날리고
S#37. 복어집 전경 (밤)
복어 모형 불 밝혀진, 깔끔한 분위기의 복어집.
S#38. 복어집 방안
고급스런 분위기의 복어집으로, 방방이 떨어져있다.
애녹 (씬 36 차림), 구위원장과 앉아 식사중.
주방장, 들어와 복어회 접시 놓고 가며 열심히 인사하고 나가고.
구위 [아, 일본애들은 이 복 사시미 한 점이면 그만 깜빡입니다.
이 근처선 이 집이 복요리루 최고예요.
애녹 (수줍게 받아먹고)
구위 (흐뭇하게 바라보며) 어째 그날 나가고 싶더라니. 그 날 골프
연습 안나갔으면 평∼생 후회할뻔 했어요, 허, 허, 허.
애녹 [아뇨, 제가 후회했겠죠. 구위원장님 덕분에 골프도 한 수
배우고, 이렇게 식도락까지 즐기는데....
구위 [아니지. 아무리 산해진미도 분위기가 아니면 소태 맛일텐데,
오늘, 정말 좋습니다.
애녹 [구위원장님 같은 분이 정치판에 계신다는 게 밑기지 않아요.
전 정치판하면 도둑놈, 사기꾼 (살짝 입 가리고, 호호 대며),
진짜 그런사람들만 노는 덴 줄 알았거든요.
구위 [아이구 우리 미쓰 사가 이거 알구 보니까 굉장히
독설가시구만.
애녹 [아니, 미쓰 아니라니까요, 자꾸 그러시네. 어쨌든 큰 오빠쯤
뵙는 것 같구, 정말 편하구 참 좋아요.
구위 (술잔 들며) 아, 그럼 오빠하지 뭐, 그런 의미에서 자 건배!
애녹 (쭉 마시고, 술잔 건넨다)
구위 (탐욕스럽게 쳐다보고 받으며) 우리 동생, 화끈해서 좋아!
나하구 궁합이 딱딱 맞어!
S#39. "XX지구당 위원회" 현수막 붙은 건물 앞 도로
굵은 빗줄기 뿌리고 있다.
애녹, 주차중인 차 안에서 멍 든 눈가에 계란 굴리고 있다.
백미러로 보이는 건물, "XX지구당 위원회 현판 보이고.
창세, 건물서 나온다, 우산 없지만, 그래도 천천히 맞으며 걸어온다.
S#40. 운행중인 차 안 (여전히 비 뿌리는)
창세, 굳은 표정으로 운전하고 있고.
애녹, 굳은 표정으로 창세 눈치 살피고.
애녹 [뭐, 잘못된 거 있니?
창세 [없다 그랬잖아요.
애녹 [근데 왜 눈치 보게 만들어?
창세 [......
애녹 (앞 노려보며) 너! 지금이라두 싫음 관 둬!
창세 (진지한 눈길로 한 번 쳐다보고) 관두면, 나두 관두죠.
팽팽한 침묵, 윈도우 브러쉬 소리만 요란하다.
애녹 (낮게 까는) 차 세워!
창세 (그냥 간다)
애녹 [안 세워?
창세 (그냥 간다)
애녹 (창세 노려보다가,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너한테 분명히
얘기해두겠는데. 난, 사람은 안 키워.
창세 (가라앉은) 말해서 알구 있어.
애녹 (언제했나 싶은 얼굴로 창세 쳐다봤다가) ? (머리카락 후
불며) 알면 쓸데없는 소리, 다신 하지마!
창세 (기아 변속해 속도 높인다)
S#41. 룸쌀롱 안 (저녁)
창세, 여자1, 2끼고 술 마시고 있다. 많이 취한 모습.
창세 (양복 주머니, 봉투에서 수표 한 장씩 꺼내 여자들에게 주고)
여자1,2 (받고, 호들갑 떨며 뽀뽀해주고 난리다) 어머, 오빠 너무
멋있다아!
창세 (확 밀치며) 꺼져! 야, 니들 그게 무슨 돈인지 알기나 알아?
세상 치사하구 더러운 돈이야, 돈 (술 마시려면)
여자1 (얼른 잡아서 입에 부어주며) 오빠는∼ 돈이 좋은 거지 왜
치사해.
창세 (여자 머리 확 밀쳐내며) 치사하게 벌었단 말씀이야.
여자1 (머리 맞아?? 기분 상하지만) 아이, 오빠 뭐 오늘 화나는 일
있나부다. (안기려는데)
창세 [돈 받았으면 인제 꺼져, 꺼지라구. (앞에 있던 술병들,
와장창 쓸어버린다)
여자 1, 2 비명 지르며 뛰어 나가고.
창세, 벽에다가 술병 던지고.
뛰어 들어오는 종업원 두어명.
S#42. 애녹 방 안 (밤)
애녹, 이부자리 위에 팔 괴고 누운 채 (씬 17의 런닝 차림),
천정 응시하고 있다.
창세E [관두면 나두 관두죠.
애녹, 후다닥 일어나 (생각하기 싫어서) 불끈다.
창밖으로 비 뿌리는 소리 들리고.
천정위에 촘촘히 밝혀지는 야광 별 스티커.
E [핸드폰 벨소리
S#43. 경찰서 앞 (오전)
애녹, 앞서 나오고,
창세, 양복 한 손에 걸친 채 뒤따라 나온다.
창세, 입술 핏자국 말라 붙어있고, 이마에는 반창고.
애녹, 앞서 걷다가 뒤 한번 돌아본다. (마음 아픔)
창세, 고개 숙이고 걷고 있어서 애녹이 보는지 모른다.
애녹, 모른 척 다시 앞서가다가, 선다.
창세, 여전히 고개 숙인채 걷다가 애녹 앞에 서고.
애녹 [배 고프다. 어디 가서 뭐 좀 먹자. 그렇게 밤새 난리치구
배, 안고파?
창세 (고개 숙인채, 발 툭툭 차며) 미안해요, 거기 형님한테두 연락
갔을텐데.
애녹 [됐어, 내가 가겠다 그랬어. (웃으며) 술두 잘 못하네, 뭐.
창세 (여전히 고개 숙이고 있는).....
애녹 [그러지마, 몸만 버려.
창세 (고개 들어 무슨 말인가 하려는데)
애녹 (돌아서 앞장선다)
S#44. 해장국집 안
창세, 애녹, 해장국 앞에 놓고 있다.
둘 다 별로 먹지않은 상태로, 창세 먼저 수저 놓는다.
애녹 (보고) 안 들어가니?
창세 (담배 꺼내 문다)
애녹 (상관않겠다는 얼굴로 떠넣는)
창세 (담배 피지는 않고 들고만 있다, 생각에 잠긴)
애녹 (힐긋 본다)
창세 [뭐, 하나 물어봐두 돼요?
애녹 (수저 놓고) 아니, 물어보지마.
창세 [언제까지 할 생각이예요?
애녹 (입 앙다물고 다른데 쳐다본다)
창세 [그것만 얘기해줘요.
애녹 [얘기 했잖아, 싫으면 관두라고.
창세 [그건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녜요.
애녹 [넌, 그렇게 술 퍼마시고, 조카 수술비랑, 시골 내려갈 돈이랑,
다 된거야?
창세 (똑바로 응시하며) 피하지 말아요.
애녹 (맞받아 보며) 누가, 뭘, 피해? 난, 너 안무서요.
창세 (고개 숙인 채 한동안 있다가 일어선다)
애녹 (입술 깨물며, 고개 숙이다가 따라 일어선다)
S#45. 해장국집 앞 보도
주머니에 손 찌른채 걷는 창세.
해장국 집에서 나온 애녹, 급한 걸음으로 따라나와 창세 앞에 선다.
딱 마주하고 섰는 모습이 싸우려는 모습같아,
오가는 행인 몇 명 힐끔 거리고.
애녹 (시선 상관 않고, 한동안 그대로 섰다가) 나, 아프리카루
갈꺼야.
창세 [ ?
애녹 [이 나랄 떠나서, 나, 아무도 모르는데, 나두, 또 아무도
모르는데, 그런데서 살구 싶어. 매일 그 안에서 쇠창살 보면서
꿈꿨 던 거야.
창세 (다시 앞서 걷는다)
애녹 (다시 앞에 서며) 창세야, 우리 한번 만 더하자. 넌, 그리구,
좋은 여자 만나, 난 아냐. 그러면 돼는 거야, 사는거 별 거
아냐.
창세 (대답없이 다시 앞서 걷고)
멀어지는 창세 뒷모습 바라보고 섰는 애녹 모습 위로.
E [영화 "Out of Africa" 테마음악 흐르고
S#46-1. 인써트 (씬21)
영화 "Out of Africa" 중에서, 남녀 두 주인공이 쌍발 비행기 타는
장면. (앞 뒤 좌석으로 나눠앉은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
두 손 꼭 잡고 있고, 아프리카 대초원에 펼쳐지는 홍학 무리떼 이동
모습, 등등 보며 감격에 겨워하는)
S#46. 창세, 옥탑 방 안 (밤)
불 꺼진 방 안 (음악 계속되고 있고) 비디오 켜져있고,
위 인써트 장면 되돌려 다시 보는 창세 (무릎 껴안고 앉아서)
메릴 스트립이 손 내밀어 뒷좌석에 앉은 로버트 레드포드 손 꼭
잡는 장면, 천천히 보여지며 그위로.
창세E [또 봐요?
애녹E [창세야, 있잖아, 내 꿈이 저거였어. 저 여자, 남자 손, 꼭
잡는 거 보이지? 내 꿈이 저거였어, 너무 좋은 거 봤을 때,
그래서 눈물 날 때... 좋은 사람하고 같이 그 기쁨을 나누는 거.
S#47. 애녹, 집 앞 (오전)
애녹, 화장기 없는 얼굴로 급히 나온 모습.
창세, 차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다.
애녹 [무슨 일 있어? 오늘 아무 약속 없는 날이잖아.
창세 [타세요, 갈 데가 있어요.
애녹 [어딜?
창세 (차에 타며) 어떡해 안합니다, 타요.
애녹 (망설이다가 탄다)
S#48. 야산 언덕위에 위치한 패러글라이더 비행장 (낮)
창세, 애녹 데리고 올라가면,
패러글라이더 탈 준비하고 있는 대여섯 사람들.
애녹, 무슨 일인가 싶은.
창세 [걱정 마세요. 제가 공수부대, 낙하 점프 고단자 출신입니다.
애녹 [뭐하자구.
창세 [그냥 요기서 몇 번 연습하구, 바루 내 뒤에 같이 타기만 하면
돼요. 조종은 내가 하니까. 애녹씨 태워줄라구 여기 와서 몇 번
연습두 했어요.
애녹 (기 막힌 듯 웃으며) 너 참 엉뚱하다.
창세 [오늘, 생일이죠?
애녹 [ !
시간경과
창세, 애녹의 비행 장비 (옷, 헬맷 등) 꼼꼼히 챙겨주는
S#49. 패러글라이더에 타고 있는 두 사람+ 내려다 보이는 주변 풍경
애녹, 창세, 함께 타고 있는 패러글라이더 (텐덤 플라이트).
그 발 아래로 보이는 야산, 논밭 푸르르다.
애녹, 어린아이 같이 신나는 표정.
창세 (뒤에 대고 소리친다) 무섭지 않죠?
애녹 (소리친다) 좋아!
둘이 탄 패러글라이더 모습 멀리서 보여지고, 그 위로.
애녹E (소리치는) 창세야, 고마워.
S#50. 옥탑방 (저녁)
창세, 애녹과 함께 들어서서 불 켜면.
방 한가운데 여러 가지 차려진 생일상과 케익 놓여있다.
애녹, 표정 확 굳는다
창세 [미역국두 끓여놓구, 생선두 구워놨어요. 금방 뎁혀올께요.
애녹 (그대로 서서, 착 가라앉은 목소리) 그냥 맥주나 한 잔 하자며.
창세 (나가려며) 금방 돼요.
애녹 (창세 잡는다) 그만둬. (큰 숨 쉬고) 그만둬, 갈래.
창세 (나가려는 애녹 잡고) 뭘 어쩌자는 거 아녜요. 그냥 받아주면..
그렇게 좀 하면 안되요?
애녹 (뿌리친다) 그냥? 뭘? 그냥 받아주면 안되냐구? (똑바로 쳐다
보며) 아니, 안되겠어. (격분에 찬) 너, 나 왜 자꾸 똑같은
말 시키니? 이러면 내가 감동스러워서, 고마워서, 그래 우리
인제부터, 지금부터, 주면 받구, 받으면 주구, 그런 사이하자
그럴거 같아? 안해, 못해, 됐어? (나가려면)
창세 (나가려는 애녹 다시 잡고) 뭐가 무서운거예요?
애녹 (똑바로 쳐다보며) 무서운거 없다 그랬잖아! 싫을 뿐이야.
(뿌리치며) 너, 사람이 사람한테 위안이 될 줄 알어? 아니,
절대로 안돼. 기대할 일 없구, 기대시킬 일두 없어 그렇게
사는게, 정답이야. (나간다)
창세 (그대로 벽에 기대 서있다가 벽 한 번 쾅 친다)
S#51. 애녹 방 (밤)
애녹, 들어와 불 켜지 않은 채 벽에 기대 쪼그리고 앉는다.
애녹, 그 자세 그대로 쓰러지듯 누우면, 천장에는 야광 스티커 별
반짝이고. (인써트)
플레쉬백 컷트 씬 21의 창세, 수줍게 내의박스 내밀던 장면.
씬 29의 창세, 애녹 노려보다가 달려들어 치는 장면.
씬 39의 창세, 지구당 사무소 앞에서 비 맞으며, 천천히 걸어오는
장면.
씬 43의 창세, 경찰서 앞에서 고개 숙이고 다가오던 장면.
씬 48의 창세, 애녹의 비행장비 꼼꼼히 챙겨주는 장면.
씬 49의 패러글라이더 타며 함께 좋아하던 장면.
씬 50의 차려진 생일상.
창세E [그냥 좀 받아주면, 그렇게 좀 하면 안돼요? 뭐가 무서운
거예요?
애녹 (눈가에 맺히는 눈물 쓱 닦고, 돌아 눕는다)
S#52. 옥탑 방 (밤)
창세, 깜깜한 방, 문간에 기대앉았다가.
엉금엉금 생일상으로 다가와, 케익에 촛불 켠다. (세 개)
창세, 다시 뒤로 물러나 문간에 기대 앉아서 촛불 물끄러미
바라본다.(두 무릎 세워 팔로 감싸안은 모습)
S#53. 대중음식점 喜 부근 거리 (오전)
야쿠르트 아줌마, 배달통 들고 지나가고. 거리 청소부 청소하고.
부근 양품점 앞에서는 부부가 소형차 세워놓고 옷보따리 내리고
있다.
S#54. 喜 내실 안
백마담, 거울 앞에 앉아 열심히 얼굴 맛사지 하고 있고.
양실장, 탁자에 앉아 담배 피고 있다.
백마담 [그 물건은 좀 그렇지 않니? 혹시 잘못되면 우리까지 된통
당할 수도 있잖겠어?
양실장 [그런 거 잡아 넣는게 영감님들 일인데, 어떻게 내가 당했수
하겠수 제 발등 찧긴데.
백마담 [그래도, 웬지 좀 그렇다.
양실장 (담배 끄고 의자 끌어 바싹 다가앉으면) 누님, 우리도
그 영감 목줄 쥘 건더기 좀 있어야잖수? 잘못될 일두 없구,
설사 잘못되두 누님이 걔 큰 집 동기란거 빼고는, 뭐 확실한
연루 증거나 있수?
백마담 [허긴, 돈두 현찰루 받아서 사채루 굴렸으니 그것두 괜찮구.
연락두 내가 하지 걔보곤 말라 그랬어.
양실장 [그게 아니라두 우리 입이 어떤 입인데, 여차직하면
동네방네 불구 다닌다 그러면 우린 괜찮게 돼있어. 잘못되두
걔들이나 당하지, 우리 떡하니 뒤에 앉아서 목줄만 쥘 수 있단
말이우. 걱정 끄시고, 전화 넣어봐요.
백마담 [애녹이야 당연히 하겠다 그러지. 지 일에 아버지 일에 한이
좀 맺혔어? 걘, 내가 뜯어 말려두 덤벼들거다.
양실장 [그럼, 됐어. (전화기 들어준다)
백마담 (잠깐 양실장 보면)
양실장 (어서 하라는 고개짓)
백마담 (전화기 받고)
S#55. 나레타쥬
헬스클럽 수영장 급히 들어서는 애녹 (저녁시간이라 이용객 적다)
마침 나서던 권 부장판사 (40대 초반)와 부딪힌다.
권, 급한 애녹 모습에 돌아보면 (수영복 차림의 애녹 모습 눈길가고)
애녹, 풀장 밖 의자에서 핸드폰 집어든다.
헬스클럽 엘리베이터에 동숭하는 애녹, 권 부장판사.
애녹, 젖은 머리 약간 털다가 권에게 사과.
권, 불쾌해하지 않으며 매너 좋게 웃는 위로.
백마담E [공 좀 들여야 될거다. 대학교 때 붙어서 벌써 부장이다,
부장. 거 왜 심증은 가는데 물증 없는 타입이잖니? 아주 물 샐
틈이 없어요, 그래두 챙길거, 놀 건 다 한다더라.
애녹, 수영장 풀 밖으로 빠져나와 의자에 앉아있는 권 앞 지난다.
권, 애녹의 고혹적인 외모에 은근히 관심갖는 표정되고,
백마담E [니가 잘 하겠지만, 이번엔 니가 절대로 먼저 접근하면
안돼.
애녹, 호텔 스텐드 바에 홀로 앉아 칵테일 마시고 있고.
동행과 좌석에 앉아있던 권, 잔 떨어지는 소리에 돌아보면 애녹.
권, 이야기 도중 간간히 애녹 쳐다보고.
지방법원 앞, 이빨 쑤시며 직원들과 들어오는 권,
우울한 얼굴로 나오는 애녹과 마주친다.
권, 놀란 얼굴로 돌아보지만, 애녹 무심히 스쳐지나가고.
수영장 풀밖에 앉아, 간간히 입구 쪽 바라보는 권.
풀 안에 이용객 (한 두명) 거의 없어서 오래 기다렸음을 알 수 있다.
S#56. 호텔 빠 (저녁)
권, 입구 보이는 쪽으로 앉아 동행과 술 마시고 있다.
애녹, 혼자 들어서서 스텐드에 앉는다.
권 (애녹, 보고 급히 술 한잔하고) 미쳐 말 안했는데, 이거 내가
오늘 꼭, 얼굴 비출 자리가 있다.
남자4 [아, 그럼 일어나야지. (지갑 꺼내며, 웨이트레스 부른다)
어이, 여기 빌!
권 (역시 지갑 꺼내며) 야, 반반 내자.
남자4 [너, 왜 이러냐? 이거 몇 푼한다고. (웨이트레스 카드 준다)
권 (가려는 웨이트레스 붙잡고 계산서본다)
(웨이트레스 빠지면 지폐 몇 장, 남자 4에 건넨다) 넣어둬.
요즘은 친구두 못 믿을 세상이다. (앞서 성큼 성큼 나가고)
남자4 (지폐 챙겨 넣으며, 권 뒤통수에 대고) 자식, 오바하네.
애녹 (옆시선으로 나가는 두 사람 보며) 아저씨,이거 너무 연해.
바텐더 (원액 칵테일 병 들고와 잔에 조금 더 넣어준다)
애녹 (술 잔 흔들어 얼음 부딪히며) 아저씨, 방금 나간 저 사람들
알아요?
바텐더 (고개 저으며) 글쎄요......
애녹 [그럼 됐어요. (조금 마시고) 아저씨, 나랑 내기 할래요?
바텐더 [ ?
애녹 [그 감색 양복 남자, 5분안으로 다시 들어오나 안오나.
바텐더 (재밌다) 아시는 분이세요?
애녹 (빙글거리며) 뭐, 그런 셈이죠.
바텐더 [손님 얼굴 뵈니까, 저두 다시 들어오실 거 같은데요.
애녹 [뭐, 그럼 내기가 안된단 얘기네 (다시 잔 흔들어 마시고)
바텐더 (다른 쪽으로 가, 볼일 보고)
권, 들어온다.
애녹, 바텐더, 눈웃음 나누고.
S#57. 포장마차 안 (밤)
창세, 혼자 앉아 술 마시고 있다.
애녹, 들어서서 두리번 거리다 창세 앞에 앉고.
애녹, 거의 다 비워진 소주병 본다.
창세 (애녹, 올려다보다가 자작술 따른다)
애녹 (외면했다가) 일은 잘 됐어.
창세 (술 잔 물끄러미 바라볼 뿐)
애녹 [그거, 잘 알아봤지?
창세 (취하지 않은, 가라앉은) 나두 공짜돈은 안 먹어요. 내일부터
한달간으로 해놨어요. (마신다)
애녹 (불편하다)......
창세 (마지막으로 술병 비우며 자작으로 따르고)
애녹 (사무적인) 일어설게, 마시다 와. (일어서는데)
창세 (고개 숙인채) 너, 안 잡어, 겁내지마.
애녹 (잠시 노리 듯 쳐다보다가 돌아선다)
창세E (돌아서 멈춰선 애녹 얼굴 위로) 너, 사람 안 키운다 그랬지?
그래두 사람 사이엔 녹술지 않는게 있어서 사는 거 모르니?
(발걸음 떼는 애녹 얼굴 위로) 모르겠지, 아니 모르고 싶겠지.
S#58. 권 부장판사 사무실 (낮)
국기, 대통령 사진 걸려있고 관공서 분위기난다.
"부장판사 권 정대
명패, 널찍한 책상에 놓여있고.
여직원, 서류 놓고 공손히 인사하고 나간다.
권, 의자 뒤로 기대고 앉아 펜을 입가에 톡톡 치고 있는 모습.
권, 결심한 듯 책상에 놓여있던 명함 들고 전화기 든다.
E [전화 신호음
여자3F "Good Afternoon, F&S Communications!"
권 (약간 당황하다가) 저, 사 애녹씨 계십니까?
여자3F [네, 사 매니저님은 지금 외부 출타 중이십니다. 급한
용무시 면, 핸드폰 전화번호 가르켜 드리겠습니다. 실례지만,
전화 거신 분 성함은?
권 [아, 아니 됐습니다. 핸드폰 번호 알고 있습니다.
S#59. 소형 사무실
책상 두 개 놓여있고, 손님용 탁자 의자 놓인 소형 사무실.
적은 사무실에 비해 전화기는 대여섯대 놓여있다.
남자5, 스포츠 신문 펴들고 읽고 있다.
여자3, 전화기 내려놓고.
남자5 [발음 좀 되는데?
여자3 [아침부터 여자가 몇 번이나 확인전화했어요? 나두 그
정도야 하지. 근데, 이거 몇 일 까지라 그랬죠? 신경쓰이네.
E [전화벨 소리
남자5 (책상 위에 불 들어오는 전화기 확인하고) 내거다. (전화기 들
고, 옆에 놓인 메모판 들고는) 네에, 흑룡 아세아
무역지삽니다.....
아, 박소장님 지금 외부 출타 중이신데요.
E [전화벨 소리
여자3, 전화수화기와 함께 메모판 든다.
S#60. 씬 56의 호텔 빠
스텐드가 아닌 곳에 앉아있는 애녹, 권.
간단한 안주와 외인 놓여있다.
애녹 [그 때 말 거셨을 때 사실 좀 놀랐어요. (수줍게 웃으며) 첨
뵌 분하구 얘기 나누고, 선뜻 명함까지 드린건 저두
첨이지만요.
권 [허허, 제가 영광입니다. 사실 저도 처음 본 여자분한테 나서서
말걸고, 명함 좀 달라고 손 벌리고, 또, 전화 드린것도 사애녹
씨가 처음입니다. 꼭 대학교때루 다시 돌아간 것 같이
설렛습니다. (기분좋게 한 잔)
애녹 (웃으며) 인상이 무척 좋아보이셨어요. 출판사들 많이
어려웠다는데, 요즘은 좀 어떠세요?
권 [뭐, 그렇습니다..... 참, 사애녹씨 쪽 일은?
애녹 [그래도 요즘은 해외바이어들이 늘어선지, 여기저기
수요업체들이 늘고있어요, 좋은 일이죠.
권 [정말 국가 발전에 단단히 한 몫 하십니다.
애녹 [나름대로 보람은 있어요. (호호대며) 이거 우리 대화가 너무
거창한거 아녜요?
권 [아! 그렇게 됐습니까? 허, 허, 허.
바텐더, 웃음소리에 힐끗 쳐다보고 씩 웃는다.
S#61. 몽타쥬
늦은 시간, 함께 깔깔대며 수영 중인 애녹, 권.
등반객들 틈에 섞여 웃으며 산 오르고 있는 애녹, 권.
산 입구 간이 매점에서 막걸리 잔 앞에 놓고 있는 애녹, 권.
전망좋은 레스토랑에서 마주앉아 와인 들고 있는 애녹, 권.
또다른 레스토랑에서 옆으로 나란히 앉아있는 애녹, 권.
탁 트이지않은 어두운 조명의 지하 레스토랑이다.
S#62. 씬37의 복어집 전경+ 차 안 (밤)
주차중인 차에서 길 건너로 바라보이는 복어집.
역시 복어 모형 불 밝혀져있다.
창세, 주차중인 차안에서 창문 열어놓고 담배 피고 있다.
애녹E [오늘루 끝낼라 그래.
S#63. 복어집 방안
들어온 지 꽤 된 분위기.
애녹, 권, 둘 다 꽤 취한 모습이다.
애녹, 자작하려들면, 얼른 따라주며 손 잡는 권부장.
권 [많이 힘든거 알아.
애녹 (눈물 떨구며) 권 사장님 같이 다 갖춘 분이 어떡게 알아요?
권 [겉 보기만 그래. 와이프하군 소 닭 보듯하구 살어.
애녹 (마시고) 권 정대씨 같은 분을 외롭게하다니, 보지두 못한
분이지만, 화나네요. (다시 눈물 찍으며) 법두 제 편이 아닌거
같아요.
권 (애녹 쪽으로 옮겨 앉아 어깨 감싸며) 애녹아, 내가 그쪽에
아는 사람 많으니까, 걱정 놓으래두.
애녹 (어깨에 기대 울먹이고)
권 (마음 아프다) 애녹아, 내가 뭐해서 말 안했는데, 사실은 내가
그쪽에 있다. 그러니, 걱정 마, 응?
애녹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근데, 왜 말 안했어요?
권 [미안해, 그냥 별 생각없이.....
애녹 (O.L) 아니겠죠. 혹시 뭐 부담 될 일 생길까봐였겠죠. (일어서
려는데)
권 (붙잡아 앉히며) 아, 아니라니까, 그냥 그렇게 잘 모르는 사람
만나면.....
애녹 (뿌리치고 일어선다) 그랬군요, 나란 존재는 그냥 그렇게 잘
모르는.
권 (다시 앉히며, 안는다) 애녹아, 아니라니까, 널 사랑해!
애녹 (떼놓고 마주보며, 강렬한 눈빛으로) 그사람, 떠날 수만 있구,
당신 곁에 , 아무렇게두 좋아요, 그냥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어떤 희생두 달게 받겠어요.
권 (다시 안는다)
S#64. 복어집 실내
권, 애녹, 취한 모습으로 방 나와, 구두 신는데,
때마침 다른 방에서 나오던 구위원장과 마주친다.
구위 [아, 이거 권부장님 아니십니까?
권 (구두 주걱 넣고 신다가) 아, 구위원장. (취한 김이라 반가운
목소리) 아이구, 여기서 뵙습니다.
구위 (다가와 공손히 아숙 청하다가 애녹 보고 놀란다) 어!
권 (구위원장 표정보고) 두 사람 아는 사이요?
애녹 (약간 당황했다가, 얼른 표정 수습하며) 안녕하세요?
구위 (떨떠름하게) 아, 잘 지내셨어요?
권 (취해서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우리 애녹씨가 발이
넓으시구만, 허, 허, 우리 담에 한 잔 합시다.
애녹 (권 뒤따라 가다가 돌아보고 씩 웃는다)
구위 (아직 뻥한) !
S#65. 러브호텔 도로 일각 (밤)
러브호텔로 들어서는 모범 택시.
뒤미처 U턴해 따라들어가는 차.
운전중인 창세 모습 보인다.
S#66. 권 부장 사무실 (낮)
권부장, 이마에 반창고 하나 붙히고,
뒷짐 진채 초조한 발걸음으로 사무실 왔다갔다한다.
E [인터폰 소리
권부장 (낮게 까는) 뭐야. .... 없다 그러랬잖아. (끊고) (생각난 듯
전화기 들고 누른다)
여자3(F) [네, 대호상삽니다.
권 [거기, F&S Communications 아닌가요?
여자3(F) [네, 아닌데요.
권 [XXX-XXXX번은 맞습니까?
여자3(F) [네, 번호는 맞는데, 아닙니다.
권 (소리나게 전화 끊으며) 약은 고양이 밤 눈 어둡다고, 완전
당했구만. (머리카락 엉크린다)
<인터컷>
씬 64의 구위원장 놀라던 모습.
권 [흥, 그 위인도 당했구만. (다시 일어서서 왔다갔다 하며
생각하는 모습)
S#67. 씬 39의 구위원장 지구당 사무실이 있는 건물 전경.
"2천년을 이끌 한국당의 새 일꾼 구 일천 현수막 펄럭이고 있다.
E [전화벨 소리
S#68. 사무실 내
대 여섯명의 테이블 놓여있다.
구위원장, 전화 받고 있고.
구위 (약간 놀라는 목소리로) 아, 그렇게 돌아가고 있습니까? ....
네 에.... (잠시 머리 굴리는 모습으로 듣다가) 이렇게 신경을
써주시고, 감사합니다, 권부장님.... 네, 네, 그렇죠. 안그래두
저두 그런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네, 그럼요.... 며칠 내로
뵙고 방안을 강구하죠, 권 부장님. ... 아, 오늘요? 네, 저야
좋습니다... 그럼 이따가 거기서 뵙겠습니다. (전화 끊고, 또
잠시 생각하다가) 뭐야, 지가 똥줄이 탄거잖아.
구위원장, 일어나 손님용 테이블로 와 담배 꺼내문다.
앉아있던 남자6 (체격 좋은 30대 초반) 얼른 불 붙혀주고.
남자6 [뭔 일 있습니까?
구위 (연기 한 번 깊게 내뿜고) 이게 완전 손 안대고 코 풀자는
심산데 말야.
남자6 [네?
구위 [어? 아니다. (보다가) 야! 니가 좀 나설 일이 있겠다.
남자6 [분부만 하십시오.
구이 (다시 혼잣말) 허긴 계속 뒷꼭지가 땡겼으니, 뒤 봐주는
생식에 나두 손해 볼 건 없지.
남자6 [ ?
구위 [어어, 이 나라의 사법 정의 실천을 위해서 뛸 일이 생겼다구.
남자6 (주먹 비비며) 아, 네, 좋죠.
S#69. 애녹의 방 (오후)
거울로 보이는 애녹, 런닝(씬 17) 위에 반 팔 원피스 입는다.
다시 벗는 애녹.
거울로 보이는 애녹 뒷모습, 런닝 벗는.
거울로 다시 보이는 애녹,
씬 21의 하얀 슬립 입었다.
애녹, 슬립 가만히 만져가며 쳐다본다.
S#70. 빌딩 앞 + 창세 차 안 (저녁 무렵)
애녹, 1층에 입주해 있는 "XX 여행사"에서 나온다.
창문 열고 담배 피고 있던 창세, 시동 걸고.
애녹, 올라타면 말없이 출발하고.
애녹 (잠깐 창세, 보다가) 어째 비라도 올 것 같다.
창세 [.....
애녹 [그쪽 길 많이 안 막히겠지?
창세 [.....
S#71. 호수끼고 있는 2차선 도로 (밤)
헤트라이트 밝히고, 차 한 대 지나간다.
오가는 차량 보이지 않는 한적한 도로.
S#72. 차 안 (밤)
창세, 운전하고 있고 (실내등 켜져있지 않다)
애녹, 앞유리 쪽으로 몸 기울여 길 찾는 모습
애녹 [이 호수 지나자마자, 오른쪽 (애녹 쪽) 으루다 처음 난
샛길이라 그랬잖아.
창세 [잘 봐.
애녹 [두 번이나 왔다갔다 했는데.... 내가 이렇게 길 눈이 어둡나?
미안하다, 고생시켜서.
창세 (흘깃 돌아본다) 미안하단 말, 처음한다.
애녹 (봤다가) 난, 미안할 줄도 모르는 사람인줄 알았니? 전번에
그거 태워 줄 때, 고맙단 말은 했지?
창세 [.....
애녹 [다시 해두 돼니? 고맙다구.
창세 (다시 돌아본다, 그 얼굴 위로)
애녹E [저, 호수, 참 좋다. 낮에 보면 좋겠다. 아니, 이른 아침에, 막
햇빛 비출 때 보면 좋겠다.
창세 [그 때.... (하다가 말 문 닫는다)
애녹 (무슨 말 하려는지 안다, 굳으며) 근데 왜 이시간에 오라는
거야? 더구나, 지 별장으로.
창세 (화제 돌리는 애녹 마음 알고) 정리했어, 내 맘, 굳을
필요없어. (깊은 숨 내쉬고) 사정, 사정 하더라. 사람 눈에 안
띄게 해달라고...
애녹 [허긴 이쯤에서 우리도 응해줘야지, 더 버티다간 어떡해
나올지 모르긴 해. (쳐다보며) 빨리 끝내고 나와. 우리
어디가서 이별주라도 같이 하자.
창세 (이 앙다무는)
애녹 [너랑 나랑 그러구 보니까, 같이 술마셔 본적도 없네. (갑자기
손짓하며) 어머! 저기다!
S#73. 별장 입구 산길 (밤)
차량 한 대 들어오고 있고 (역시 실내등 꺼져있는)
헤드라이트 불빛 사이로 비추이는 과실수, 제법 많다.
애녹E [저게 무슨 나무야?
창세E (무심한) 사과나문거 같은데.
애녹E [사과꽃이 하얀가?
창세E [멀리서 보면 하얀데, 가까이서 보면 약간 붉은 빛이 돌아.
S#74. 차 안 + 산길 일각
애녹, 차 유리창으로 바짝 기대 들여다 보고 있다.
비 뿌리기 시작한다.
창세, 이런 애녹 모습 보며, 다시 이 앙다문다.
(흔들리는 마음 다잡는)
창세 (다시 무심히) 달빛에 보면 더 좋아.
애녹 [언제 펴?
창세 [4, 5월 봄에.
애녹 [아깝다, 놓쳤네. 너, 아니? 나 아주 어렸을 때, 공책 받을려구
교회 갔었는데, 선악과라는게 있잖아 뭐냐면.... 사과나무
(하는데)
갑자기 건너편서 비춰지는 강렬한 헤드라이트.
창세, 놀라서 차 세우고.
차쪽으로 다가오는 어깨 1, 2. 각목 들고 있다.
창세, 놀라서 후진하려는데, 뒤에도 어느새 차량한대가 막고
서있다.
창세 (다급히 애녹, 고개 숙이게 하며) 숨어!
애녹 (본넷트 밑, 시트 아래로 재빨리 최대한 숨는다)
어깨 1,2 차로 다가와 각목으로 유리창 내리친다.
창세, 애녹 쪽 한번 돌아보고 뛰어내린다.
창세, 각목세례를 받으면서도, 어깨1을 머리로 우선 들이받고,
어깨2, 돌려차기 해댄다.
그러나 곧 일어선 어깨1 다시 달려들고, 어깨2도 붙고.
창세, 어깨 1, 2 상대로 잘 싸우지만.
앞 뒤 차량에서 나온 어깨 3, 4가 가세하면서,
창세, 여기 저기 나동그라지고 완전 엉망이 된다.
시트 밑에서 귀 막고 발발 떨고 있는 애녹.
화면, 사과나무들 훑으면, 둔탁한 때리고 맞는 소리 한동안
계속된다.
다시, 시트밑에서 귀막고 발발 떨고있는 애녹.
어깨4E [하, 요기 계셨네. (차 유리창 깨고)
어깨3 (애녹, 머리채 감아 나온다)
어깨4 (달려들어 원피스 위부터 찢는다)
애녹 (결사적으로 막지만, 찢겨 나간 옷 사이로 보이는 햐얀
슬립 윗부분)
창세 [피투성이가 된 채 있는 힘을 다해 이들에게 달려들며)
그 여잔 손대지마!
어깨3 (간단히 걷어차며) 어이구, 눈물나네.
창세 (다시 달려들지만 역부족, 간단히 맞고 떨어지고)
(안간힘 다해 다시 애녹쪽으로 몸 날려, 온 몸으로 애녹
감싼다)
어깨 1, 2, 3, 4 모두 달려들어 각목세례 퍼붓지만,
창세, 꼼짝않고 두 손 깍지 낀 자세 (C.U)로 애녹 감싼채
오롯이 맞는다.
창세, 무차별 각목세례에 움찔거리면서도 깍지낀 자세 그대로 애녹
감싸고.
다시 화면 사과나무들 훑으면,
또다시 한동안 들려오는 때리고 맞는 소리.
남자6 (창세, 애녹 쪽으로 다가온다)
(창세, 한 번 힘껏 걷어차며) 마, 니들같은 것들이 없어야,
이세상이 좋아지는 거야.
창세 (스르르 풀리는 깍지, 널부러진다. 물론 피투성이)
널부러져 있는 창세 위로 굵어진 빗줄기 뿌리고,
애녹 (울며) 창세야, 창세야!
어깨1 (애녹 걷어찬다)
애녹 (나동그라졌다가, 다시 창세에게)
남자6 (어깨1에게 눈짓)
어깨1 (애녹, 다시 걷어차고 널부러져있는 창세, 여기저기 뒤진다.
바지 주머니에서 필름통 꺼내 남자6에게 던져준다)
애녹 (다시 창세에게 매달려 울고)
어깨1 (주머니에 손 찌른채, 발로 창세 툭툭 건드려보다가, 앉아서
창세머리 이리저리 굴려보며 살핀다) 이거 너무 많이
깨졌는데요, 갈비랑두 많이 나간거 같은데....
남자6 [안 되겠냐?
어깨1 (고개 젓고)
남자6 [재수없게 됐네, 이거. 손만 봐주라 그랬는데. (침 탁 뱉고)
야, 빨리 철수.
애녹 (남자6 바지가랑이 붙들고) 제발 어떡게 좀, 병원에 데려다
줘요, 네?
남자6 (애녹, 걷어차고 차로 뛴다)
창세 차가 가운데서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앞 뒤차 모두 급후진으로
빠지고.
애녹, 울며 어떡게든 창세, 차로 옮기려 애쓴다.
내리는 비에도 온통 얼굴 피 칠갑인채, 끌려가다시피 하던 창세,
울컥 피 토하고. 애녹, 놀라서 창세 무릎에 누인다.
창세, 눈 뜨고 희미해져가는 정신 모으려 애쓴다.
애녹 [창세야, 제발, 제발, 정신 잃지마. 우리, 빨랑 병원가자, 응?
창세 (희미하게 웃다가 다시 피 울컥 나오는데 목에 걸리는 듯
기침하면)
애녹 (마구 미친 듯이 키쓰, 반복하며 창세 피 먹는다)
창세 (피 멈추고) 그 때.... (힘겨운) 생일 날.... 왜 안 먹고... 그냥
갔어?
애녹 (안으며, 몸부림치듯) 미안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정신
차리게 하려고, 부러 밝은 목소리로) 창세야? 창세야? 이거
봐, 이거 니가 사준 거야.
창세 (피 묻은 속옷 보며) 이.... 쁘다.
애녹 (꼭 안으며) 아껴서, 안 입다, 오늘 처음 입었어. (괜히 밝은
소리로) 근데 엉망이 됐네.
창세 (애녹 귀에 대고 숨 몰아쉬며,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또....
더.... 이쁜거루..... 또..... 더..... 잘 차려줄게.
애녹 (더 꼭 안으며) 그래, 생일상두 더 잘 차려주고, 그것두 다시
태워주구, 응?
창세 [그래.... 우리, 저 호수도 낮에.... 아침에....다시....
애녹 [그래, 우리 내년에 사과꽃 피는 것두 보고, 응?
창세 [사과꽃두....(고개 꺽인다)
애녹 (보지만, 상관없이 넋나간 듯 애기 안고 달래는 포즈로) 달빛
아래서 사과꽃두 보구....
화면, 껴안은 두사람에서 점점 멀리 빠지며.
애녹E [닭두 키우고, 돼지두 키우구, 꽃두 키우구.... 우리, 우리....
뭐든 키우자.
S#75. 씬 71의 호수 (이른 아침)
이른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호수 수면.
화면 가득 채우고.
그 위로 조용히 흩뿌려지는 유골,
한동안 수면위에 떠돈다.
화면, 하늘로 빠지면서 하애지면
E [아이들 웃음소리, 청량하게 울려퍼진다.
S#76. 창세 농원 (낮)
한적한 시골, 주위로 텃밭이 널찌기 보이는 평지.
창세 농원 아치, 평지 가운데로 보이고.
아이들, 아치 밖으로 쫓아나오며 깔깔 대는데,
연한 분홍색의 새끼 돼지 한 마리, 아이들 피해 이리저리 달아나고
있다.
아이들 가운데는 정신 지체아 모습도 보이고.
아이들 쫓아 나오는 애녹 손에는 꽃 재배용 가위와 꽃 들려있고.
멀리서 보이는 창세 농원 풍경, 그 위로.
애녹E (소리친다) 애숙아, 애숙아, 일루 나와봐.
애숙E (소리친다) 뭔데, 언니, 나 지금 바뻐 (F.O)
S#77. 씬67의 구위원장 사무실 외경 (오후)
(F.I) 여전히 "2천년을 이끌 한국당의 새 일꾼 구 일천
현수막 펄럭이고 있다.
E [전화벨 소리
구위E (약간 거들먹대는 소리로) 아아, 네에, 권부장니임.
S#78. 사무실 안
구위원장, 의자 돌려놓고 제껴지듯 않아, 전화 받고 있다.
그 뒷모습 위로 들리는 소리.
구위E [뭐, 별 일 없으시죠... 네, 네, 그러시죠.... 지까진게 뭐,
나 죽었네 하고 완전 꼬랑지 내리고 숨었겠죠, 뭘.... 그럼요,
걱정을 놓으십시오.... 그런게 있어두 지가 뭐 인제 뜨거운
맛을 봤는데 어쩌겠습니까? 허허허.
의자 옆으로 보여지는 구위원장 손.
필름통, 장난스레 툭툭 위로 던졌다 올렸다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