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되돌아 보면 영어를 한참 공부하던 학창시절에 좀더 재미있고 효율적인 영어공부 방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아쉬워 할 때가 많다. 그 중에서도 영어사전 활용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준 사람이 없었던 것이 무척 안타깝다. 영어를 공부하는 학생에게 영어사전은 가장 가까이 지내야 할 벗일텐테, 사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고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태반인 것같아 이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사전활용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고 사전을 아예 보지 않는 것이 큰 문제이다. 여기에는 각종 문제집이나 참고서에서 학생들이 어려워 할 만한 단어의 뜻을 한글로 지문 옆에 달아놓은 까닭도 크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굳이 번거롭게 사전을 보지 않고 교과서나 문제집에 실린 단어뜻 하나만 보고 그 단어를 외워서 결국 단어를 단편적이고 파편적으로 이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로, 사전에는 C, UC라고 해서 그 단어의 가산, 불가산을 표시하는데, 이것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단어의 품사를, n, adj 등으로 표시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잘 알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 사소한 문제 같지만, 이처럼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을 활용할 경우 장기적으로 어휘력 증대에 큰 장애요인이 될 것이다.
세번째, 중고등학생들 중에 영어사전에 실린 발음기호를 읽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물론 인터넷이나 전자사전에서 단어를 원어민 발음으로 듣기도 하는 좋은 세상이지만,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으로서 발음기호를 읽지 못한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나도 지금 생각해 보면, 학교에서 발음기호를 체계적으로 읽어내는 교육은 받지 못했던 것 같다. 한심하고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네번째, 번거로워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학생들이 자신이 찾은 단어의 뜻 옆에 실린 유의어, 반대말 등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하나의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볼 때에는, 예를 들어서 그 단어가 동사라면, 이 단어의 명사형은 무엇인지, 혹시 형용사로 쓰이지는 않는지, 유의어, 반대말 등은 무엇인지, 이 단어가 자주 쓰이는 숙어나 구문은 무엇인지 등을 사전에서 찾아보아야 하는데, 한글로 풀이된 뜻 하나만 읽고 사전을 덮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우선은 편하겠으나, 그 단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함으로 인해 두고두고 불편을 겪게 된다.
다섯번째, 학생들이 사전에 실린 예문을 잘 읽지 않는다. 단어는 다양한 예문을 통해 익히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야만 단어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고, 이런 토대를 쌓아야 독해가 수월하게 되는 것이다.
이상 간단히 영어사전 활용에 있어서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지금 이 이야기가 절대 추상적이거나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하나 들겠다. 영어독해집에 "favor-부탁"이라고 단어풀이가 되어 있다고 해서, favor, 부탁, favor, 부탁... 이런 식으로 이 단어를 외우는 것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지는 이 단어를 사전에서 찾은 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단어공부는 단편적이고 지엽적으로 하지 말고, 세밀하게 하면서도 종합적이고 거시적으로 하자. 이것이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