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에게 안희정·이광재는 없느냐”고 대통령이 한탄했다는 이유가 이번 청문회에서 명명백백히 들어났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서울 출장 때 하루 97만원짜리 고급호텔에도 머물지 않았느냐”는 추궁에
“도지사가 여관에서 잘 수는 없지 않느냐”고 도리어 반문했다.
이것이 스스로 소장수의 아들로 가난하게 자랐다는 김태호의 의식구조다.
그는 총리로 지명된 뒤에도 서민 식당을 자주 찾았다.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는 안쓰러운 사연도 화제를 불렀다.
트위터에 계란프라이를 태운 안타까운 사진도 올렸다.
하지만 “여관에선 못 잔다”는 한마디로 물거품이 됐다.
자신의 서민적 이미지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말았다.
아니 지금까지 행동은 모두 정치적인 쑈 였던것이라고 해도 할말없을것 같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보자.
부인의 200만원대 명품백 사용이나
선거비용 10억원 대출 및 스폰서 의혹,
배우자가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도청 직원을 가사 도우미로 사용하였으며
그외에도 부인의 뇌물수수 의혹,
불투명한 금전거래와 재산관리 문제 등
썩은 양파 껍질을 까는것 같다고 야당이 표현할 정도로
'친서민 이미지'가 훼손됐다.
김 후보자는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과 관련해 박씨를 처음 알게 된 시점,
경남도청 직원의 지사 관사 가사도우미 활용,
부인의 관용차 무단 사용 등에 대해 처음에는 강하게 부인하다
야당측이 증거자료를 들이대면 그제서야 시인했다.
(더 이상 거짓말을 할수 없을때까지 버티다가.......)
그는 느리지만 천리(千里)를 가는 소 걸음 대신
거짓말로 순간을 모면하려는 축지법(縮地法)을 썼다.
김 후보자는 대부분 정책 사안에 대해
"이제부터 몸에 익혀 가겠다"거나 원론(原論) 주위를 맴도는 답변으로
총리로서 정책 수행 자질을 충분히 입증하지도 못했다.
오죽하면 한나라 의원들조차
“말 바꾸기가 심하다. 무엇이 진실이냐”고 따졌다.
그는 골프를 거의 안친다고 했다가, "주말에.."라고 답변했고,
"내기골프는 하느냐"는 물음에는
"가끔 조금 (돈을) 내서 재미로 하는 것은 있지만.."이라고 말을 바꿨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김 후보자가 은행법·공직자윤리법·지방공무원법 등
“현행법 위반 사례가 7건 정도”라며
“직권남용죄, 배임죄, 공금횡령죄등 공소시효가 살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젊은 나이와 경력에 비해 도덕성에서 너무 흠이 많다"고 했고,
박영선 의원은 "재산신고 과정에서 불법이 발견됐고
재산형성 과정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을 못했다"고 했다.
박선숙 의원은 "수많은 위법 사실에 대해 무감각한 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고 했다.
이용섭 의원은 "도덕성이 공직자의 일반적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강기갑 의원은 "허위사실을 너무 많이 말했다"고 했다.
뿐만아니라 다른 장관·청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위장전입·세금 탈루·부동산 투기·병역기피 등에 걸려든 후보자가
여럿이다.
김 후보자와 비교되는 인물이 이광재 강원도지사다.
이 지사는 당선 직후 직무가 정지돼 관사(官舍)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는 호텔은 물론 여관에도 가지 않았다.
대신 춘천시 칠전동의 한 찜질방을 찾아가 잠을 잤다.
우리 시대에 찜질방이 무얼 상징하는지는 다 안다.
없는 사람들이 하룻밤을 청하는 곳이다.
“정치적 쇼가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선거운동 때도 잘 곳이 없으면 자주 찜질방에서 잤다”고 짧게 답했다.
‘낮은 자세’에 관한 한 이 지사는 보통 고(高)단수가 아니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의 능력은 놀라웠다.
순식간에 “우리 도지사가 온갖 박대를 당하고 찜질방에서 밤을 지새운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강원도 민심이 사나워졌다.
결국 한나라당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강원도당위원장인 황영철 의원이 직접 “도지사를 선출한 도민들의 심정을 헤아려
그에 합당한 예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눈치만 살피던 행정자치부와 강원도청은 곧바로 관사와 승용차를 제공했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왜 8·8개각(改閣)을 했는지 헷갈릴 정도가 됐다.
민심을 다독이는 김영삼 정부식 국면전환용 개각으로 보기엔 애매하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의 정면 돌파형 개각과도 거리가 있다.
대통령 측근들을 전진 배치한 친정(親政)내각이라 하기엔 이미 정치적 흠집이 너무 많이 났다.
국민들 귀에는 야당의 ‘4대 필수과목’이라는 비난부터 쏙쏙 들어온다.
“사전에 청와대와 상의했다”는 후보자 증언이 사실이라면
청와대의 도덕적 기준까지 의심스럽다.
조순형의원은 후보들의 도덕적 결함이 너무 많아 소신과 비전, 자질을 검증하는 청문회가 아닌
'죄송 청문회'가 됐다"며 "이렇게 된 것은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 탓"이라고 까지 했다.
물론 각료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한 인사권이다.
하지만 이 정부가 애지중지해온 ‘친(親)서민’ 구호는 무색해졌다.
우리 사회가 ‘찜질방 vs. 고급호텔’ 중 누구 손을 들어줄지는 뻔하다.
앞으로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갈 듯싶다.
<언론보도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