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책
마당 깊은 집/김원일 저
김영태 시인
(월간 한비문학 편집장)
<작품 특성>
김원일 작가의 자전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로서 한국 전쟁 이후 어린 시절에 겪었던
전쟁의 상흔으로 남겨진 가난에 얼룩진 가정사와 사회 전반에 걸친 이념성의 충돌로
물질적 육체적 정신적을 통괄하는 불구아닌 불구의 삶을 살아가는 피난민의 삶 속에서
모든 불합리한 사회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사멸하지 않은 인간성의 따뜻함과 깊이를 보여주어,
전쟁의 참회와 이념의 허구성에 집착하지 않고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문학의 정신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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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깊은 집
김원일
<작가 소개>
김원일(金原一)
1942년 경남 김해 출생
영남대학교 졸업
1979년 한국일보문학상
1983년 동인문학상
1990년 이상문학상
1992년 우경문화예술상
1996년 한무숙문학상
1998년 이산문학상
주요작품
장편소설
<노을> <바람과 강> <겨울 골짜기> <마당 깊은 집> <불의 제전>
<늘 푸른 소나무> <슬픈 시간의 기억> <아우라지 가는 길> <푸른 혼>
중단편집
<어둠의 혼> <도요새에 관한 명상> <그곳에 이르는 먼 길>
<물방울 하나 떨어지면><전갈><김원일 중단편 전집>
산문집
<사랑하는 자는 괴로움을 안다> <김원일의 피카소> <기억의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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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김원일의 작품 세계는 <어둠의 혼><어둠의 축제><불의 제전> 등 전쟁의 참혹함과 분단 상황을 제재로 작품을 써 온 작가로
작가의 작품에서 보여 주는 이념의 갈등이나 허구성 그리고 가족 상황 등은 작가 자신이 전쟁 중이나 전후에 겪었던
이념주의로 가정을 버린 아버지로 인하여 편모슬하에서 장남으로 힘든 시절을 겪어야 하였던
체험이 바탕 되어 문학적 요소로 많이 승화된 것을 볼 수 있다.
가끔 여러 곳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대하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겪어야 하였던 많은 일이
자신의 인생관과 문학관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고 술회하면서 전쟁을 혐오하는
평화주의로서 자신의 작품을 통하여 전쟁의 처절함에 속한 비참함을 통하여
평화의 소중함을 몸과 정신의 고통 없이 깨달을 수 있으면 한다고 하였다.
전쟁과 마찬가지로 전쟁 후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최우선 과제도 극빈의 삶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마당 깊은 집'에서는 이러한 사실에 기초를 두고 작가의 대구행으로 시작을 한다.
작품의 주 무대가 되는 대구는 필자가 나고 자란 곳이라 나오는 지명이나 대화 속의 사투리가 친근하게 받아들여져 작품을
읽으면서 당시의 상황이 구체적인 이미지로 그려졌으며, 또한 작품 속의 주인공처럼 60년대 후반도 그렇게 살기 좋은 시절은 아니어서 필자 역시 신문을 배달해 본 경험으로 더욱 작품에 깊이 빠져들었다. 소설에 나오는 대구의 중심이 되는 동성로가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처음 책을 대하던 80년대 후반만 하여도 작품의 배경이 되는 약전 골목이나, 칠성시장, 교동 시장,
송죽극장이 작품 속의 모습으로 거기에 있었다.
'마당 깊은 집'과 필자와의 세월의 간격은 15년 가까이 되지만 필자가 어릴 때의 생활도
그리 녹녹치 만은 않아 거의 모든 집이 일제감정기에 남긴 판잣집이 많았으며 동네 곳곳에는
하수도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날마다 상이군인과 거지가 집집을 기웃거리며 반 공갈로
동냥을 하는 것이 흔했으며, 수시로 전기가 나가고, 물도 부족하여 공동 수도에서 물을 길러오곤 하였다.
초등학교에서는 배급으로 가루우유와 옥수수 빵을 나누어주었으며,
지금이야 초등학교, 중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이지만 그때 당시는 의무교육 제도가 없어
학교에 내는 기성회비를 내지 못해 초등학교를 중간에 그만두는 얘들도 상당히 되었다.
당시에 날마다 저녁으로 누런 국수로 끼니를 때우면서,
새벽에 일어나 아쉬운 잠을 달고 어두운 골목길을 무서움에 떨면서
신문을 돌리거나 한여름 아이스케키 통을 메고 골목을 누비면서 입안에 침이 바삭 말라버려도
돈이 아까워 아이스케키 하나 먹을 수 없는 헐벗고 굶주리던 소년기의 기억이
김원일 소설을 접하면서 일순 깊은 기억의 늪에서 쏫아 나와 15년의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각이 고스란히 나의 시각이 되어 동질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작품 감상
'마당 깊은 집'은 작가가 전쟁이 끝난 1954년 4월 하순부터 1년 동안 대구의 종로통 장관동에서 생활한
시절을 바탕으로 소설적인 구성을 가미하여 재현한 작품으로,
아버지가 없는 혼돈과 빈곤의 생활 속에서 오직 현실적으로만 무장한 어머니에게
강제로 가장의 몫을 떠맡으며 겪게 되는 어머니와의 대립과 화해를 주축으로
함께 사는 피난민들을 통하여 당시의 사회 행태와 생활 상황을 객관적인 안목으로
절제된 필체로 보여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전후의 암울한 삶을 화자인 소년의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작품 속으로
빠져들다 보면 암울한 느낌보다는 각박하고 빈곤한 삶 속에서 자칫 타락한 생활상이나
이기적인 정신만을 부각시켜 암투와 갈등만을 그려내기 쉽지만 어렵고 힘든 생활 속에서
극박한 일이 닥쳤을 때 보여주는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훈기를 비중 있게 다루며,
마당 깊은 집의 주인이 보여주는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만 정신적으로나 내면적으로는
피폐해진 전형적인 졸부의 행태를 대비로 보여 줌으로서 이야기를 한층 따뜻하고 온화한 쪽으로
이끌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형태는 비단 그때뿐만 아니라 지금도 해당되는 이야기이지만,
그 시절에 비교할 수도 없는 물질적인 풍요와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그때보다 정신적인 여유와 마음의 덕이 있어야 하지만 사회 경제의 발전으로
물질이 풍부해 지면서 개인주의도 함께 팽배하여 이기주의와 배타주의가 사회 전반을
주도하여 공명주의와 명예주의가 판을 치고 이해타산을 위하여 극한 대립 양상을 보여,
정신적인 면으로 본다면 그때보다 오히려 더욱 삭막한 것이라 하여도 과한 것은 아니지 싶다.
'마당 깊은 집'은 주인집 식구 여덟 명과 피난민 4가구 스물두 명이 각기 다른 출신과 사연 그리고 직업을 가지고
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주인공인 나(길남)의 시각에 비친 모습을
정밀하게 묘사하여 전쟁 후의 비난한 삶과 억척같은 생활상과, 주인집을 통하여 졸부들의 행태를
보여 줌으로서 '마당 깊은 집'이 사회의 축소 판으로 이야기의 모태는 한집이나
결국은 전쟁 후의 사회를 모두 보여주고 있어, 전쟁의 참혹함과 허위성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며
폐허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정신 상태를 어머니와 나를 주축으로 하여 집 주인과 피난민들의
생활 속에서 '나'의 시각과 관찰로 보여 주고 있는 사회 역사를 바탕으로 한 서사이자 개인의 서사로
작가는 개인의 서사를 시작으로 사회의 역사적 서사를 풀어나간 것으로 작품 속에 이야기가
그 시대에 국한되지 않고 회자 되는 이유가 인간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사는 곳에서는
꼭 전쟁이라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고,
현시대에도 곳곳에서 소설 속의 이야기 같은 빈곤과 부유, 대립과 화합이 곳곳에서 벌어지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된다.
줄거리
나는 고향 장터거리에서 불목하니 노릇을 하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누나를 따라 대구로 와서 장관동 셋집에 있던 어머니,
누이, 두 남동생과 합류하면서, 주인집 식구 여덟 명과
첫째 방은 경기도 연백에서 피난온 경기 댁으로 세 식구,
둘째 방은 퇴역장교 상이군인 가족으로 세 식구,
셋째 방은 평양댁 가족 네 식구,
바깥채 김천에서 피난온 김천댁 두 식구
네 가구의 피난민 열두 명과 함께 생활을 하게 된다.
처음 대구로 와서 어머니가 신문을 팔아보라며 건네 준 팔십 환으로 신문을 팔기 시작하여
대구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당시의 사회성과 생활 성을 보여주며
'마당 깊은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피난민의 생활의 변화를 시간의 편차로 나열해 놓는다.
경기 댁의 딸은 미군 부대에 근무하다가 미군과 결혼하여 도미하게 되고,
상인 군인 준호 아버지가 고무팔에 쇠갈고리를 달고 다니며 행상을 하는 일과
평양댁 아들 정태가 월북 미수로 체포되는 일 등의 사건을 통하여 전쟁의 상흔으로 인한
이념의 아픔과 빈곤한 삶의 행적을 주인공인 '나'의 경험과 시각을 통하여 보여주고 둘려준다.
첫댓글 소개해주신 자료 잘 보았습니다. 접하지 못하였던 글들 한비에서 공부 많이 되네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