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14)
바느질
김정조(1954~ )
상처를 꿰맨다
아파서 해지고 구멍 난 것들
모두 가져다 상처를 메꾼다
늦은 밤
불면을 바느질하던 어머니도
숱한 상처를 다독이고 기웠으리라
가난과 상처를 달래던 바늘과 실
어머니의 한 땀 한 땀으로 치유되던 날들
딸아, 한 땀이라도 정성을 기울이렴
김정조: 대전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3년 『안성문학』으로 작품 활동, 2011년 『문학나무』 신인상, 2015년 시집 『따스한 혹한』 출간, 문학나무숲 시인상, 한국미소문학대상, 한국시인협회/한국문인협회/한국여성문학인회 회원, 안성문협 부지부장 역임, 한국미소문학 부주간 역임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14번째 시는 김정조 시인의 “바느질”입니다.
아침에 늦은 출근을 하고 있는데, 중년의 여인 두 분이 반갑게 얼싸안으며 만남의 즐거움을 나누고 있습니다.
“지금 문화센터 가는 길이에요?” “요즘 안 보이셔서 궁금했어요.” “지금도 에어로빅하세요?” “살이 잘 안 빠지네요. 그래서 약 먹고 있어요.”
두 분의 해후와 안부는 끝을 모를 정도입니다.
두 분의 반가움을 뒤로 하고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골 어머니 생각이 떠오릅니다. 이가 안 좋으셔서 먹을 것을 제대로 드시기 못 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며칠 전에 들었습니다. 어머니뿐만이 아닙니다. 장모님은 무릎이 성치 않으셔서 잘 걷지를 못하고 계시다는 전갈입니다.
우리 어머니들은 다 그런 분들이십니다. “가난과 상처”를 이겨내고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입니다. 가난을 “바느질”로 이겨내신 분들입니다. 우리의 가난은 “어머니의 한 땀 한 땀으로 치유되”었던 것입니다. “불면”의 “바느질”이 우리의 “상처를 메”꾸어 주었기에 오늘날의 우리가 평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건강을 위해 오늘날 문화센터에서 우아하게(?) 운동을 하는 것도, 난을 치는 것도, 어머니의 “숱한 상처를 다독이고 기웠”을 “바느질”이 없었다면 가당치나 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의 앞으로의 삶은 “정성을 기울”여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이 시를 읽으며 하게 됩니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3년 1월호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