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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활에 불합리한 일체의 제도를 인류로써 인류를 압박치 못하며, 사회로써 사회를 수탈하지 못하는 이상적 나라로 건설할지니라. - 신채호(申采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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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한국이 극복해야 할 어려움
통일된 한국을 생각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우리 가슴을 벅차게 한다. 더욱이 통일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생각하는 것은 더욱 신나고 가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에 앞서 한민족으로서 웅비의 도약대가 될 통일 한국 앞에 놓이게 될 문제들에 대하여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다음 어느 북한 이탈 주민의 글을 읽고, 생각해 보자.
제가 남한에 오게 된 중요한 목적은, 자본주의 사회인 남한에서는 열심히 일하면 일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저의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는 열심히 일해서 돈도 많이 벌고, 또 앞으로 데리고 오지 못한 자식들을 만날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회는 그렇게 쉽게 생각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날이 감에 따라 실감하게 되면서 실망할 때도 많았습니다. 이 사회에서는 우선, 자기 결심이 확고해야 하며 마음의 준비를 철저하게 하지 않고서는 아주 살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눈 한번 다른 데 팔지 않고, 사회 생활의 깊이를 알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저는 미용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이 사회에서 살아 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언어 문제였습니다. 미용 기술을 배우자면, 우선 자격증을 갖기 위해 필기 시험과 실기 시험을 쳐야 합니다. 그런데 남한에는 서양 문화가 많이 들어와서 그런지, 외래어를 우리 나라 말로 쓰는 경우가 많아서 책을 들여다봐도 무슨 소리인지 도저히 알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밤을 새며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만, 첫 필기 시험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때 저의 심정이 어떠했겠습니까?
위의 글을 통해, 우리는 한 북한 이탈 주민이 남한 사회에서 겪은 문화적 충격과 정서적 어려움에 대해 호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통일 한국이 발전해 나아가는 데 있어서 극복해야 할 어려움은 무엇인가?
첫째, 내적인 민족 통합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통일 한국은 남북한의 외형적인 통일도 어렵지만, 그 뒤 궁극적으로 내적인 통합을 이루기 위해 상당한 기간 동안 민족 구성원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둘째, 통일 이후에도 사회 내에는 어느 정도의 분열과 갈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합 정책에 의해서 이러한 분열과 갈등의 문제가 완화될 수 있겠지만, 그와 반대로 심화되거나 새로운 분열과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 이 시대에 가장 적절한 민족 통합의 기준을 세우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민족 통합은 자유, 민주, 인권, 복지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남북한 쌍방 체제의 특수한 가치나 입장을 조화시키는 데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타협과 관용의 정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 외에도 통일 한국이 해결해 나아가야 할 문제로 예견되는 것들은 무엇인가?
통일 후 예상되는 사회 관련 문제
- 지역 갈등 심화, 사회 불안정, 범죄 증가, 대규모 인구 이동, 노사 분규 심화, 이산 가족 상속 문제, 이산 가족 중혼 문제
통일 한국이 나아갈 방향
통일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우선 지난 분단 시대의 모순과 폐단을 완전히 해소하고, 통일된 민족 공동체의 행복과 번영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또한, 그것은 한민족과 인류가 공통적으로 소망하던 꿈들을 실현하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남북한의 통일은 단순히 공간적인 재결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통일은 다양한 갈등을 해소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한민족의 특수한 가치에 따라서 미래 한국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발전적이고 창조적인 작업이다. 그렇다면 민족을 하나로 묶을 수 있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한민족의 특수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게 하는 통일 한국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첫째, 통일 한국은 ‘열린 민족주의’를 지향하는 모습을 띄어야 할 것이다. 통일 국가를 형성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체제와 생활 방식 속에서 살아 왔던 우리 민족이 하나의 정치 체제 속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방향의 한 예로, 우리 역사 속에서 왕건의 고려 건국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그는 고구려를 부활시키겠다는 의미에서 국호를 ‘고려’로 정하고, 멸망한 신라와 후백제의 백성들을 차별 없이 널리 위로하고 포용하는 정책을 실시하였다. 이것은 바로 고려의 역사적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일이자, 일종의 민족주의를 지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통일 한국이 존재하게 될 미래의 시대는 지금보다도 더 개방된국제 사회를 형성하게 될 것이므로, 통일 한국의 민족주의의 참된 모습은 19세기의 제국주의적 민족주의도, 20세기의 전체주의적 민족주의도 아닌 ‘열린 민족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열린 민족주의란, 자기 민족의 이익만을 위하여 다른 민족을 배척하는 배타적 성격의 민족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안으로는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족의 단결을 통한 발전과 번영을 도모하면서도, 밖으로는 세계 평화와 인류의 공존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민족주의를 말한다.
열린 민족주의의 또 다른 모습은 해외 동포에 대한 포용 정책이다. 일제 강점기의 강제 이주 정책이나 광복 이후 합법적인 해외 이민 정책으로 인해 많은 한민족들이 국외에서 거주하고 있다. 한반도의 통일은 이들에게 커다란 희망이 될 것이며, 통일 한국은 이들의 삶과 지위에 대해 더 깊은 관심과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날 냉전이 해체된 동유럽이 다양한 민족적·종교적 갈등으로 얼룩져 있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냉전이 끝났다는데, 민족의 수호라는 이름 아래 지구상에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통일 한국이 지향해야 할 열린 민족주의는 이러한 비극을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통일 한국은 남북한 간의 생활 방식과 가치관의 차이를 인정하되, 장기적으로 그 차이점 대신 공통점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남북한은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반세기 이상 살아 오면서 생활 방식과 가치관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는 인정되어야 하고, 우열을 논하거나 획일적인 방식과 가치관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더 나아가 민족 간의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편, 겉으로 드러난 문화적 차이의 이면에는 공통적인 원리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왜냐 하면, 짧은 분단의 시간 속에서 수천 년간의 동질적인 삶의 요소가 완전히 파괴되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직도 남북한 간에는 동질적인 요소가 더 많이 남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질성을 부각시키기보다는 동질성을 찾아 나아가며, 상호 이질적인 측면을 인정하는 태도를 길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질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모든 가치관과 생활 방식이 전부 똑같이 좋다거나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남북한이 가진 가치관과 생활 방식의 문제점을 반성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통일 한국은 통일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민족 구성원 전체의 참여와 합의를 바탕으로 해결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통일 이후에는 집단 간이나 계층 간의 대립과 갈등, 다양한 이익 집단들 간의 대립이 새로운 형태를 띠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해결 방식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남북한은 오랫동안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하에서 생활해 왔기 때문에, 상호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조정과 타협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수 있다. 예컨대,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들 간에 있을 수 있는 다음 대화를 읽어 보자.
남측 주민 : 체제가 다른 두 사회를 통합한다는 것이 어렵기만 하군요. 북한 사람 중 일부는 아직도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지금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데, 언제까지 함께 일하고 평등하게 나누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한마디로 세계 자본주의 생리를 너무 쉽게 보는 것 같아요.
북측 주민 :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통일이 우리에게 기쁨과 희망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무엇이든 구입할 수 있고, 누구든지 아무데나 여행을 가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남한 사람들은 자본주의 생리에 너무 빠져서 사람들의 인정을 무시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자유가 주어지면 무엇합니까? 못 사는 사람은 계속해서 못 살고 힘든데, 남한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는 인정을 너무 쉽게 보는 것이 아닙니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방향에서, 통일 한국이 이러한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잘 해결해 나아간다면,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의 국가가 될까?
제국주의 : 한 나라의 정치적·경제적 지배권을 다른 민족·국가의 영토로 확대시키려는 국가의 충동이나 정책이다.
전체주의 : 개인보다는 전체의 가치를 중시하는 정치 체제로서, 이탈리아의 파시즘, 독일의 나치즘, 일본의 군국주의 등이 이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