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2월 9일 목요일 흐리고 눈이 왔다 갔다 함

17년 2월 9일 목요일 흐리고 눈이 왔다 갔다 함   ‘목표 120도막을 달성하라’오늘로 표고버섯목 베기를 마쳐야 한다.올 봄에 세운 500도막을 기본으로 하고 해마다 100여 도막을 추가하기로 했다. 어제 벤 도막이 40도막, 오늘 80도막을 더 베어야 한다.직경 25cm 이상의 참나무를 골라 14그루 넘어트리고, 도막을 내야 한다.한 그루의 참나무에서 120cm 정도의 도막이 6개 정도가 나온다.기계톱, 톱, 휘발유, 엔진오일을 준비했다.그런데 날씨가 좋지 않다. 바람이 강하고 눈발이 날린다.‘오늘은 위기가 몇 번이나 닥칠까’가 걱정이다. 나무 베는 일과 위험은 항상 함께 동행한다. 무사히 작업을 마치기만 비릴 뿐..농사일이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그 중 기계를 사용하는 일은 더욱 위험하다. 10여년 겨울마다 나무를 베었지만 아무런 속 썩임 없이 편안하게 끝난 날은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철저히 조심해야 한다.큰 참나무를 베어 넘어트릴 때 가장 조심할 것이 쓰러지는 나무에 다치는 것이다. 산에 다니며 나무를 베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벌목꾼이라 하는데 날고 기는 벌목꾼도 자기가 벤 나무에 깔려 죽는 일이 생긴단다.참나무는 상당히 무겁기 때문에 밑에 깔리면 크게 다치거나 사망까지 이른다.먼저 산에 올라 적당한 나무를 고른다.잎이 다 떨어진 우람한 참나무가 하늘을 찌르듯이 서서 위압감을 준다.30년, 40년은 된 나무들이다. 서있는 모습이 단단하고 당당하다.‘네가 날 베려고 왔어 ? 어디 한 번 해봐’ 가소롭다는 듯이 째려본다.그렇다고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 자르면 넘어가는 놈들이니까.나무를 한 바퀴 돌아보며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나무가 어느 쪽으로 굽어 자랐는지 살펴야 한다.어느 한 쪽으로 굽었으면 틀림없이 굽은 쪽으로 넘어진다.그런데, 똑바로 위로만 치솟은 나무들이 문제다. 이 놈들은 위험하다.이 놈들은 가지가 어느 쪽으로 많이 뻗었는지, 세심하게 살펴서 무게 중심이 어느 쪽인지 알아내야 한다.그다음은 기계톱에 시동을 걸고, 나무 주변의 거치장스러운 것들을 잘라낸다.톱질을 자유롭게 하기 위함도 되지만 나무가 쓰러지면서 내게 닥쳐올 때 순간적으로 피할 수 있는 퇴로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 건 아주 중요하다.나무가 쓰러질 때는 순간적이기 때문에 ‘어어’하면서 몸이 굳어 움직여지지 않을 수도 있더라. 항상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대비한다며 정신을 곶추 세워야 한다. 산 속에서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상하기가 어렵다.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나무에 달라 든다.제일 먼저 넘어질 것으로 예상한 방향 쪽에 톱을 대고 넘어가기 쉽게 아래서 위쪽으로 비스듬히 몸통의 1/3 정도를 잘라준다.다음엔 톱을 빼서 반대쪽에 대고 잘라 들어간다.이 때 시선은 나무 꼭대기를 바라보며, 나무의 움직임에 집중하여 세심히 살펴야 한다. 거의 잘라들어가면 나무의 끝이 넘어가는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아, 됐다. 넘어가는 구나’하고 안심해서는 안된다.오늘같이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은 엉뚱한 쪽으로 넘어갈 수가 있고, 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서는 옆 나무에 걸려 서 있을 수도 있다. 이 때가 문제다.또, 나무가 쓰러질 때 톱을 재빨리 빼내지 않으면 쓰러지다 말고 서 있는 나무 둥치에 기계톱날이 끼어 어찌할 수가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때는 준비한 예비 톱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상당히 힘이 든다.일단 나무를 쓰러뜨렸으면 제일 큰 문제는 해결 됐다.완전히 쓰러진 나무는 가지를 쳐내고 120cm 정도로 잘라내면 되는 데 굵기 15cm 이상이 되는 부분까지만 사용한다.가지를 쳐낼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자를 가지가 어떤 상태로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다른 나무에 짓눌려 있는 가지는 자르는 순간 눌려있던 반발력으로 자르는 순간 크게 튀어나오며 사람을 날려 보낼 수도 있고,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내가 아는 사람 하나는 튀어나오는 나무에 맞고 5m를 날아간 적도 있다. 그리고 짓눌린 반대쪽을 자르다 보면 톱이 나무 사이에 끼어 예비톱을 동원해야 된다. 문제는 잘린 채 다른 나무에 기대어 서 있는 나무다.그대로 세워 놓고 자르는 수밖에 없는데 많이 힘들다.또 톱날을 옆으로 대고 잘라내면 밑에 있던 도막은 떨어져 나가면서 나무 윗부분이 떨어져 내려 오는데 이 때 붙어있던 가지가 사람을 때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항상 끝까지 조심, 조심이 최우선이다.앞으로 기계톱으로 나무를 자를 분들을 위해 쓴 글이다.오전, 오후까지 작업을 하여 80도막을 채우고 나니 4시 30분. 피곤해서 더 할 수가 없었다. 이럴 땐 가장 쉬운 일. 장작을 한 차 싣고 와서 장작 간에 쌓아 놓으니 해가 저문다.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니 피로가 한결 가벼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