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운동 (3)
세부적인 얘기, 돌리기
이제 돌리기에 대해 얘기해 보자.
첫째, 코어 운동을 코어 부위 단련 운동으로 이해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코어 근육이란 말도 많이 쓴다. 그러나 우리가 근육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많은 부분이 결합조직과 막이다.
특히 코어는 고기 부위가 아니라 기능 부위로 이해하는 게 더 낫다. 즉 우리 모두 코어를 가지고 있지만, 코어로 기능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우리가 원하는 바를 단지 근육들이 실현하는 모종의 협력 체계가 아니라, 코어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제대로 된 팀워크로 이해하는 게 낫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하는 상태가 백지에 가까울수록 좋다. 안타깝지만, 무언가 잡스럽게 그려져 있을수록 제대로 그리기가 더 어렵다.
둘째, 돌리기는 이런 백지 상태 마련과 관련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 몸 어디든 다 돌리는 게 좋다. 주요 부위, 큰 곳을 꼭 돌린다.
예를 들어 고관절, 견관절, 팔다리를 돌린다. 그러나 작은 부위들도 다 돌려줄수록 좋다.
손목발목을 돌리고, 손가락 발가락도 풀고, 목을 돌리고, 혀를 돌리고, 눈을 돌리고, 턱을 풀고, 내장까지 돌린다면 가장 좋다.
태국 무에타이의 전설, 남삭노이는 와이끄루 람무에이를 할 때 꼭 혀를 돌리고 턱을 풀어준다.
혀를 돌리는 것은 파시아를 푸는 것이다. 그리고 턱은 얼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귀와 눈 주변까지 모두 턱이며 인체에서 근육과 파시아가 가장 많이 연결된다. 긴장과 스트레스, 감정들이 얼굴에 깃들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이 턱이다. 화가 났거나 어떤 감정과 관련해 교감신경이 활성화될 때, 바로 턱 주변에 힘이 들어간다.
장기는 파시아의 연속이다.
주짓수의 대가 힉슨 그레이시가 요가의 나울리로 내장을 돌리는 것은 심층 파시아까지 풀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상지, 즉 팔을 가장 많이 돌리게 한다. 그 이유는
▶ 첫 번째 글에서 얘기했듯이 대부분 우리는 모니터형 인간처럼 사는 현대인이다. 그리고 노화가 진행 중이다. 따라서 흉견갑 쪽을 풀어(release)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 늙어 갈수록 머리, 목, 가슴, 어깨부터 덜 돌아가게 된다.
▶팔을 위로 높이 쳐들어 보자. 평소에 언제 그럴까? 평소에 거의 그럴 일이 없다. 어릴 때는 매일매일 높이높이 좌우좌우로 양팔을 휘젓고 다녔다. 생기와 즐거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만약 장애가 없는 데도 양팔을 몸 앞에 모으고 위로 좌우로 전혀 움직이지 않는 아이를 보게 된다면 학대나 방치의 문제를 의심해 보는 게 좋을 것이다.
성인의 경우 야구장이나 축구장에 응원 가야 이렇게 활갯짓을 크게 할 것이다.
그러나 팔 들기, 팔 돌리기, 활갯짓은 잠깐만 해도 쉽게 에너지 업을 시키는 좋은 움직임들이다. 우리 삶에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그리고 우리 학생들에게도 돌리기 종류보다 달리기 종류에 더 공을 들여왔다.
섬세한 작업은 상지 중심이지만 역동적 활동은 하지 중심이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을 붉은색과 파란색으로 분류했다. 물론 엄격한 구분은 아니다.
건강적인 면에서도 아래로부터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것이 더 맞다.
그래서 하체부터 시작해서 에너지를 끌어 올리는 타이마사지가 훌륭한 것이다.
그러나 결국 힘은 사지 모두에게로 막힘없이 뻗어나가야 한다.
견갑대 포함 상지와 고관절 포함 하지는 생김새 자체도 흡사하다. 인간도 예전에는 네 발 짐승이었으니 당연한 이치다.
달리기가 고관절 돌리기라서 중요한 것처럼 견갑대 돌리기 역시 중요하다.
그리고 이 팔 돌리기는 도구가 아니라 맨손을 기본으로 한다.
도구를 들고 돌릴 때는 레몬이나 스퀴즈 에그, 하이 바운스 볼처럼 작고 부드러운 물체부터
구운 계란,
대나무 스틱,
플라스틱 야구 배트 (200g)
나무 막대 (400g)
인디언 클럽 (450g, 900g)
야구 배트 (800g)
아령들 (500g, 1.5kg, 3kg)
메디신 볼 (1kg...)
바벨 원판 (4.5kg...)
까지 활용할 수 있는 도구는 다양하다.
그러나 딱딱한 도구 활용은 선택적이다. 성인의 경우, 딱딱한 뭘 손안에 쥐기만 해도 경직되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 손에 딱딱한 걸 쥐었으니 일단 긴장부터 되고 보는 신경이 뻣뻣한 상태의 사람들을 말한다.
그리고 원래 궤적을 따라 돌려지지가 않으니까 동공 지진이 일어나면서 혼란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심리적 경직 상태는 육체적 경직을 강화한다.
평소 몸이 흐느적거리는 사람도 이런 동적 움직임은 얼마든지 딱딱할 수 있다.
성별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나이와는 크게 상관이 있다.
이런 상태로는 도구 활용이 효과적이지 않다.
간단한 막대기 돌리기는 원래 1~2분 내로 터득되는 직관적인 돌리기다.
나이가 어리거나 신경이 유연한 사람은 보여주면 바로 따라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두 가지 방법이다.
하나는 딱딱 끊어서 돌리기를 익히는 과정인데, 자칫하면 영영 로봇처럼 딱딱 끊어서만 돌리게 된다.
또 한 가지 방법은 그냥 무작정 돌리다 보면 나아지겠지 하는 식이다. 그런데 어지간해야 그렇게 돼지 영 나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우리 결론은 맨몸으로 쉬운 궤적의 돌리기를 많이 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팔 돌아가는 방향대로 돌리면 된다.
거의 생각이 필요 없을 정도의 간단한 돌리기다.
해외 훈련을 가서나 사람들을 찾아가 가르칠 때도 즉 언제 어디서든 가능했고 유용했다.
도구는 그 뒤에 들어도 충분하다.
다시 말하지만 도구는 목표가 아니다.
도구 사용 배우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문제다. 게다가 당장 맨몸으로 돌릴 수가 있는데 말이다.
맨몸 돌리기는 (1퍼센트의 엘리트 운동선수를 뺀) 99퍼센트의 우리 같은 사람들도 궤적이나 움직임을 보자마자 이해한다.
몇 개의 도구들에 대해서 설명을 추가하면,
바벨 원판
바벨 원판은 돌리기뿐만 아니라 여러 운동이 가능하다.
원형이라서 더 입체적인 궤적으로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좌우 어퍼컷이나 바디 샷 같은 움직임도 가능하다.
1개를 고르자면 크기가 지름 45cm 올림픽 기준 바벨 원판이 낫다. 바닥에 내던질 수 있는 고무 재질 원판은 손에 들고 하기에는 냄새가 너무 심하다. 더 무겁게 하고 싶을 때는 4.5kg짜리 원판을 두 개나 세 개를 겹쳐 들고 하면 되니까 여러 무게를 장만하는 것보다 그냥 4.5kg로 여러 개 장만하는 게 더 편리했다.
이 ROGUE 제품은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두께가 얇아서 겹쳐 쓸 때도 좋다.
메디신 볼
중량공 즉 메디신 볼도 여러 운동이 가능하다.
역시 구체라서 바벨 원판과 비슷한 궤적의 운동이 가능하고 바벨 원판과 달리 던지고 받는 것도 가능하다.
딱딱하고 배구공만한 메디신 볼도 나름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바벨 원판을 부담스러워할 때 배구공만한 딱딱한 메디신 볼을 권한다.
그러나 우리는 대인 운동에서 던지고 받거나 때리고 밀기 위해서 쿠션 있는 중량공이 더 필요했다. 그래서 DYNAMAX 제품을 장만했다.
그러나 원래 이 제품과 그 모조품들은 크기가 너무 크다. 크기가 너무 큰 것이 문제인 이유는 마치 머신 운동처럼 움직임을 제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에는 진품도 모조품도 없는 mini DYNAMAX 시리즈로 수입해야 했는데, 그보다 더 작았으면 좋겠다.
어쨌든 이 공들이 세계에서 가장 작은 쿠션 중량공(메디신 볼)이었다. 확실히 딱딱한 메디신 볼을 던지고 받으면 쿠션 있는 메디신 볼로 할 때보다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바로 긴장된다. 그러면 공을 쓰는 장점이 줄어든다.
공에 대해선 다른 글을 한 편 써야할 만큼 길어서 일단 여기서 마친다.
아쉬워서 하나 더,
하이 바운스 볼 (왼쪽은 MSD 스퀴즈 에그. 딱 달걀 같다)
Spalding은 스포츠의 시작을 함께 한 브랜드다. 1894년 농구공을 최초로 개발했다. 1906년 야구 배트(현재 형태)를 최초로 개발했다. 초기 복싱의 여러 용품들을 개발했다.
Spalding 하이 바운스 볼은 1949년 출시됐다. 그 후 반세기 동안 미국 어린이들이 만들어내고 즐겼던 다양한 거리(street) 공놀이의 원조 도구였다.
원래는 분홍색이었고 1999년에 다른 색상들이 나왔다. 통통 튀는 부드럽고 작은 공은 그야말로 만능 재주꾼이다. 이런 공으로 할 수 있는 수많은 활동들에 관한 설명은 생략한다.
태국 산 고무로 만들어진 이 작고 가볍고 부드러운 구체를 손안에 (손바닥이 아니라 손가락들로) 쥐고 돌리면 느낌이 매우 좋다.
앞에서 말했듯 특별한 궤적이 아니라 팔 돌아가는 데로 돌리는 돌리기를 말한다.
아주 약간의 무게감과 손안에서도 계속 통통 튀려는 성질이 돌릴 때 공중에 붕 떠 있는 느낌을 만들어내고 원심력을 살짝 더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고 가볍고 부드러운 구체라서 긴장은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