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에 군산에 사는 매제가 왔다. 모처럼의 방문이라 무척 반가왔다.
처가와 가까이 산다는 이유(꼭 그런 것만은 아닐테지만)로 무슨 이벤트마다
꼭 참석하는 매제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전에 매제를 만날때
겸연쩍었던 나는 연구소에 다니면서 대인 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인지
매제와 살아가는 이야기 좀 나누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매제가 나를 피하는 눈치였다.
거의 4년간 내가 매제를 피했으니 그럴만도 했을게다. 아쉬움 속에 조카들과 미용실
놀이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새벽에 신문사 지국에 가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을 한 부씩 사왔다. 아침 식사전에 매제와 같이 신문을 훑어 보았고 아침을 먹었다. 식후 커피 대접은 내가 했다. 매제와 여동생이 커피 맛있게 탔다고 말해 기분이
좋았다. 그 후 매제와 여동생은 자주 본다는 드라마를 재밌다며 뚫어지게 보았다.
나는 별 할 일이 없어서 졸리운김에 작은방에 와서 한숨 늘어지게 잤다.
잠을 깬 것은 매제가 점심을 금마에서 유명한 매운탕집에서 먹자는 말을 아버지께 말씀 드릴때였다. 나는 아침을 많이 먹어서인지 내키지 않아서 옷을 주섬주섬 입고 외출
준비를 하는데 여동생이 만 원을 주면서 용돈하라고 했다. 조금은 부끄러웠지만
고맙다고 말하며 받았다. 어머니와 아버지껜 매제한텐 먹은거나 다름없으니 고맙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한 후 집을 나섰다.
장애인 복지관에서는 상수 형이 언제나 그런 것처럼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마침 점심 시간이라 식사를 같이하고 상수 형에게 인사를 한뒤 잘 알고 지내는
동생이자 친구인 일희를 만나러 갔다. 대한서림에서 그를 만난 후 서점에 진열된
책들을 한 번 쭉 훑어 보았다. 점심 식사 전이라는 말에 연구소 앞에 있는 송원분식에서 짬뽕라면과 공기밥 하나를 주문했다. 친구는 게눈 감추듯 뚝딱 점심을 해치웠다.
무척 배가 고팠었나보다. 식사를 마치고 연구소에 소장님이나 선생님들, 그리고 회원들이 있을지 몰라서 3층으로 올라갔다. 아쉽게도 문은 단단히 잠겨 있었다.
주말에도 만나고 싶은 우리 연구소 식구들...
산책을 하려고 원대앞 대학로로 가는 도중에 신광교회에 잠깐 들렀다.
주차장에서 눈에 띄는 연구소 봉고차을 발견했다. 가까이 가서 확인은 안했지만
우리 차일거라고 생각했다. 차만 보아도 반가움이 먼저 앞섰다.
만추의 낭만을 만끽했고 시나브로 떨어지는 노란 은행잎을 바라보며 겨울이 멀지않았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 친구에 대해 설명하자면 보건소 정신보건센터 회원으로서 지금은 대영직업전문학교에서 취업 훈련을 받고 있는 올해 33살 먹은 청년이다.
검소하고 소박한 그에게서 많은 배울 점을 본다.
맥도날드에 도착해서 원두커피 두 잔을 시켰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결혼, 친구,
부모님, 학원 수업 등등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대화 도중에 창승이가 생각나서
전화를 했다. 커피 한 잔 하자고 말하자 알고 지내는 형(정신 장애인)집인데 많이
피곤하다고 해서 다음을 기약했다. 그렇게 지내고 있는 창승이가 애처로웠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내일은 주일이기에 차량 봉사를 해야 하기때문에 저녁때에는 군산집으로 돌아가야한다고 말한 매제가 생각나서 매제에게 인사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걸음을 재촉했다. 집 근처에 거의 다 왔는데 갑자기 전방에서 반갑게 인사하는 사내가 보였다. 몇주전에 우리집에도 왔었던 이름이 금주라는 친구였다. 32살이고 역시 보건소 정신보건센터 회원으로서 11월19일부터는 '토목 cad'라는 취업 훈련을 받을 예정이다. 어디서 오냐고 물었더니 전주에서 막노동을 하고 오는 길이란다. 시간을 보니 오후 5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운수가 좋아서 별하는 일없이 지내다가 일당 6만 원을 받아가지고 왔다며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이나 한 그릇 하자고 했다. 고맙게 좀 이른 저녁을 먹고 또 그냥 헤어지면 안 된다고 금주가 음료수를 사주었다.
나는 송정근 선생님이 좋아하는 식혜를 마셨다. 그러면서 송 선생님의 얼굴이 자꾸자꾸 떠올랐다. 또 세상 사는 이야기, 정신 장애우들의 아픔들을 나누면서 서로 격려를
주고 받았다. 집에 돌아오니 저녁 7시가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매제는 이미 군산으로 출발했었고 인사를 못한 것에 미안한감이 들어 서둘러 휴대폰에 전화해서 어제, 오늘 참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자 별 말씀을 다한다고 겸손해했다.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오늘은 주일이다.
그러고보니 우리 연구소에는 크리스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연구소 식구들을
만나는 것이 더 즐거운지도 모르겠다.
소장님을 비롯하여 선생님들, 회원 친구들 모두
평안한 주일을 맞이하기를 소망한다.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시길...
샬롬~~~
첫댓글 언제나 그렇듯이 인기형의 글은 길지만 많은 배울점을 느낍니다.
고마워 동원아! 더욱 힘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