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수업 하러 갔더니 동문회 사무실에서 찹쌀떡 신청을 받았다. 다음주에 바자회를 하는데 기수별로 신청을 하라고 해서 십시일반 힘을 보태기로 했다. 찹쌀떡을 파는걸 보니 처음 우리절에 찾아 오던 날 생각이 난다.
절과 인연을 맺은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신입생때 삼장법사가 될때까지는 다녀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때마다 방송대 다니던 시절 생각을 했다. 방송대에도 십 년 씩이나 다녔는데 그 정도는 문제 없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다녀 보니까 여기도 방송대처럼 중도 탈락자가 많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갈수록 비는 자리가 늘어난다. 그래도 선산의 굽은 소나무처럼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선배 도반들을 보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지도선배를 하면서 많은 후배를 알게 된것도 큰 복이다.
인연이 닿았는지 같이 근무하던 직원과 함께 화엄사로 성지순례를 갔다. 멋도 모르고 가자는 말에 무작정 따라 나섰다. 그것이 나 한테는 행운이었다. 한번 다녀 온 후로는 자꾸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절 구경 하는게 재미있어서 성지순례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 날도 많다. 성지순례를 다녀 오고 나서는 절만 보면 반갑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도 절에는 많이 가 봤지만 성지순례 가기 전에는 그런 기분을 느끼지 못했다. 꼭 만나야 될 친구를 이제야 만난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성지순례 다음으로 찾은 곳이 유마회였다. 불자 모임인데 내가 갈 곳을 제대로 찾은것 같았다. 모임을 하면서 처음으로 예불을 보던 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리 크지 않은 아늑한 법당인데 분위기가 좋았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법문에 빠졌다. 처음에는 직원을 따라 갔는데 나중에는 내가 더 적극적으로 열심히 다녔다. 나를 인도해 준 그 직원은 절에 고등학생때 부터 다녔던 사람이다. 그런데 유마회에는 몇 번 가더니 무슨 이유인지 더 이상은 안간다고 해서 섭섭했다.
유마회에 가면 회원들이 우리절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만 해도 우리절이 꽤 인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것도 몰랐는데 갈때마다 듣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알게 되었다. 누가 해 달라는 부탁도 안했는데 서로 먼저 하고 싶어 하는것 처럼 보였다. 그래서 괜찮은 절이라는 생각을 하고 지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모임에 오는 사람들 중에서 우리절에 다녀본 사람들이 많았다. 제각기 절에 다니면서 알게 된 이야기다. 하나같이 모두가 생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뿐이었다.
내 뜻과는 상관없이 자꾸 들으니까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꼭 한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말만 듣는것 보다는 직접 가서 보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에 오기 전에는 어떤 모습인지 전혀 감이 안 잡혔다. 절이라서 그저 재미있는 곳이겠지 하는 정도로만 생각을 했다. 도심지에 있는 절인데 엄청나게 많은 신도들이 있다는 것도 미처 몰랐다. 그리고 우리절 하면 한 몸뚱이처럼 계속 따라 다니는게 회주 스님 이야기다. 하도 많이 들어서 사람은 안봐도 이름만 알고 있었다.
오라는 사람도 없는데 직접 찾아 와서 우리절과 인연을 맺었다. 처음에 올 때는 어떻게 생긴 절인지 구경만 한번 하고 그냥 갈 생각이었다. 그랬는데 종무소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끌려서 신입생 등록까지 했다. 모든게 낯설기만 하면서도 어색한줄 몰랐다. 등록하기 위해서 일부러 마음을 먹고 온것 같다는 기분도 들었다. 빨리 다니고 싶어서 한 달 넘게 남은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절에 다니면서 그때 등록을 해 놓았던게 참 좋은 선택을 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절에 다니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건 부모님 산소 이장이다. 고향에 있던 산소를 말 못할 사정이 생겨서 우리절 납골당으로 옮겼다. 처음에는 큰 낭패라고 생각을 했는데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든다. 선산이 아닌 공동묘지라 처음부터 발 뻗을 자리가 아니었다. 늦었지만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한것 같아서 안심이 된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이장을 끝내고 나서 역시 그 말이 맞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모두가 부처님 가피라고 생각을 한다.
우리 절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언제나 친구 같은 다음 카페 불교 인드라망이다. 처음에 가입을 할때만 해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새로운게 많았다. 점점 관심을 가지면서 한줄 메모장에 글을 올리게 되었다. 글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데 더 좋은 글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이 글공부를 하게 된 동기였다. 그렇게 해서 수필과 인연을 맺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을 했는데 무엇 보다 좋은 취미가 되었다. 좋은 취미를 가지게 해 주어서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아랫목을 생각나게 한다. 찹쌀떡을 파는걸 보니 어김없이 추운 겨울이 찾아 오는 모양이다. 절에 처음 찾아 오던 날 생각나는게 있다. 그때도 날씨가 무척 추웠는데 절 앞에서 찹쌀떡을 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