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2063]채근담(菜根譚)-후집 63장
작성자古方
채근담(菜根譚)-후 63장
63장 -[조용한 마음으로 사물(事物)을 대하라]
古德云 竹影掃階塵不動 月輪穿沼水無痕
고덕운 죽영소계진부동 월륜천소수무흔
吾儒云 水流任急境常靜 花落雖頻意自閒
오유운 수류임급경상정 화락수빈의자한
人常持此意 以應事接物 身心何等自在
인상지차의 이응사접물 신심하등자재
옛날 고승(高僧)이 이르기를 ..
대나무 그림자가 뜰을 쓸어도 먼지가 일어나지 않고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물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했고
또 우리 유가(儒家)에서도 말하기를
.. 물의 흐름이 아무리 빨라도 그 주위는 언제나 고요하고,
꽃은 자주 지지만 마음은 스스로 한가롭다'라고 하였다.
사람이 항상 이런 뜻을 가지고 사물에 임하고
물건에 접한다면 몸과 마음이 얼마나 자유롭겠는가.
[해설]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그림자가
뜰에 비추어도 먼지 하나 일지 않고
달빛이 연못의 물 속에 드리워도 물결이 일지 않듯
항상 외물에 동요하지 말고
평정한 마음으로 사물을 대하면 얼마나 자유롭겠는가?
죽영소계진부동(竹影掃階塵不動)
- 대나무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고,
월윤소수무흔(月輪穿沼水無痕)
- 달무리 늪을 뚫어도 물에는 흔적 하나 없네.
수류임급경상정(水流任急境常靜)
- 물살이 빨라도 그 언저리는 늘 조용하고,
화락수빈의자한(花落雖頻意自閑)
- 꽃잎이 분분히 날리어도 마음 스스로 한가하네.
대나무에 바람이 불어오는지,
그 그림자가 움직여 계단 위를 휩쓸고 지나가지만,
(그림자이므로) 계단의 먼지는 움직이지 않는다.
달이 연못(늪) 속을 비추지만
물에는 흔적이 없다.
즉, 달빛은 깊은 연못의 밑바닥까지 비추고 있으나
물에 그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물이 아무리 급하게 흘러가도
다만 흐르는 물 자체만이 급하고 어수선할 뿐,
그 주위는 언제나 고요하고 한가롭고,
꽃잎이 어수선하게 날려도 마음은 고요하다는 뜻으로,
세상이 아무리 혼란하고 시끄러워도 수행자의 마음은
언제나 고요하고 한가롭다는 말이다.
수행자는 세상의 시끄러운 경계에 마음이 끌려가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대나무 그림자가 계단을 휩쓸고 지나가지만 계단의 먼지가
움직이지 않는다.”와 “물이 급하게 흘러가도
소리가 나지 않고 주위는 조용하다”는
두 구절 모두가 “달이 연못 속을 비추지만 물이 흔적이 없는”
동중정(動中靜)의 경지를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선사의 삶 역시 집착을 끊고 마음을 비운 자유의 표상이었다.
이 시 역시 모두가 집착하지 않고,
자기를 잊은 자유로운 활동을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어떤 일에도 얽매이지 않는
일거일동(一擧一動)을 아름다운 풍경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채근담>에는 유교의 입장에서
「오유운 수류임급경상정(吾儒云 水流任急境常靜)
화락수빈의자간(花落雖頻意自間)
인상지차의 이응사접물(人常持此意 以應事接物)
신심하등자재(身心何等自在)―
우리 유교에서도 물은 급하게 흘러가도 주위는 조용하다.
꽃이 자주 떨어져도 내 마음은 조용하다.
인간은 이런 마음을 잊지 말고 일에 대처하면
몸과 마음이 자유로울 수 있다.」라고 했다.
그 무렵 조원 선사가 열두 살 때 부모와 함께 산사에 놀러 갔다가
한 수좌가 위의 시구를 읊는 것을 듣고 이에 이끌려 출가를 결심해
13세에 항주 정자사로 출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송(宋)나라 말기 원의 군사가
송나라로 대거 침입해 전국이 전쟁에 휘말렸다.
조원 선사가 있던 온주 능인사에도 군사들이 난입했다.
그러나 선사가 태연자약하게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자 원의 군사는
그의 비범함에 감동해 물러갔다고 한다.
천지에 지팡이 하나 꽂을 땅이 없으니
기쁘도다, 사람도 비고 법마저 비어 있네.
무거운 대 원나라의 삼 척 검은
번뜩이는 그림자 속에 봄바람을 베누나.
조원 선사는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일체를 싹 비워 버린 자유로운 경지에 있었기 때문에
절대절명의 한계상황에서도 그러한 대응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도인 김시원님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