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지 않았을 뿐이다>
5층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바로 앞 버스승강장에 서있던 시내버스를 순식간에 덮쳤다.
학동 재개발지역 건물 붕괴사고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또 보았다.
마치 재난 영화의 한 장면같이 참혹했다.
아~ 광주의 생명들이 허망하게 꺾였다.
또 하나의 세월호 참사를 보는듯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죽거나 다쳤다.
사고 원인과 관련하여 공식적인 발표가 되지 않았지만, 뉴스에 나온 장면만 봐도 명백하게 인재(人災)다.
123층의 건물을 세우는 나라에서 5층 건물을 주먹구구식으로 철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9명 사망, 8명 중상 등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운림54번 시내버스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 이들의 이야기가 송곳이 되어 마음을 찌른다.
"아빠, 버스 탔어요. 집에서 만나, 사랑해"
나는 18살 고등학생이 아버지와 나눈 마지막 대화에서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뉴스에서는 그를 9번째 사망자 '남·10대'라 칭했다.
오늘 아침 화순군청을 가면서 사고 현장을 지나갔다.
그동안 수없이 지나다녔던 길이었다.
운전을 하면서 신호등뿐 아니라 주위 건물도 쳐다보게 된다.
대한민국에 안전지대는 없다.
나는 단지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지 않았을 뿐이다.
건물 붕괴 사고의 희생자들과 유가족분들에게 하늘의 안식과 위로를 빈다.
(2021.06.10)
#광주_학동_참사
(*Photo by 광주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