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장에서 계속~~
나는 일단 이 사실을 임각빈 총동문회 간사에게 그대로 설명했다.
다음날 청주상고 이종빈 교장선생님이 급히 상경하여 내방하셨으므로 다시 한번 그간의 전말과 사정을 자세히 설명 드렸다. 교장선생님은 연신 한숨만 내쉬면서 건물철거는 불가한데 이 문제로 공직자가 희생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말씀이셨다. 참으로 막막하고 답답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두 토끼를 잡기 위해 실무적으로는 노력하겠지만 내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과 혹시 다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찾아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는 헤어졌다.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어려운 문제였는데, 교육청의 잘못이 없으니까 공직자에게 문책이 있어서는 안 되겠고 문화재로 보아 존치할 것인가의 여부는 더 상부에서 검토하면 문제 해결이 용이해 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보다 당당하게 대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 아래 담당과의 직원들과 심의실 직원들을 만나 이렇게 설명하였다.
“청주상고 본관건물이 1930년대 건물이라 낡았고 또 수리에도 한계가 있어 부득이 새 건물을 신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국비지원은 정당한 일이고, 따라서 구 건물의 철거를 전제로 지원한 것까지는 모두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철거 문제는 한 가지 더 생각할 일이 있는바, 그 건물 자체만을 볼 때, 지나치게 오래되어 학생들이 사용하기엔 어려운 실정이므로 철거하는 편이 교정을 더 넓고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어 좋겠지만, 사용상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오래되고 보존가치 있는 문화재를 보존할 것인가의 여부는 별도로 검토, 처리하여야 할 일이다”
그리고 나는 나대로 백방으로 뛰어다녔는데, 한편 당시 총동문회 간사인 박원규(27회졸, 현 모교 교장)는 철거계획 철회에 관한 호소문을 작성하여 동문들과 교직원의 날인을 받아서 관계요로에 제출하고, 윤석민 재경총동문회장은 대통령실을 통해 사안의 심각성을 전달하였다.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 건물에 대한 애착은 모든 동문회원들이 공감할 만큼 소중하고 갚진 것이었다.
결국, 감사담당자들은 ‘교육청 담당자는 사후관리가 소홀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주의촉구하고, 낡은 건물은 당초 조건과 같이 철거하도록 시정요구하는 것’으로 감사의견을 작성하여 건의하였고, 감사위원회에서 이를 심의할 때 ‘그와 같이 훌륭한 문화재를 철거하여서야 되겠느냐’는 이유로 시정요구부분을 수정하기로 결의하였다. 감사원은 교육청 관계자들을 문책하지도, 모교 본관건물을 철거하지도 않는 훌륭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그 후 모교에서는 이 본관건물을 보수하고는 문화재청에 문화재로 등록할 것을 건의하였고,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전문가들을 파견하여 꼼꼼히 검토한 결과, 2002년 2월 28일 등록문화재 제6호로 등록되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본관 건물앞에 자리잡은 이 건물을 문화재로 계속 보존하는 데는 많은 비용과 어려움이 있을 텐데도, 문화재로 지정받아 관리하기로 한 재단과 학교 관계자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설립자인 고 김원근옹이 직접 구음으로써 그의 땀이 밴 적벽돌로 만든 이 건물이 존속하는 한 설립자의 뜻이 더욱 크게 빛날 것이다. 아울러 학창시절에 이 건물에서 호연지기를 기르고 더위와 추위를 무릅쓰고(냉방이나 난방장치가 없었음) 학업에 정진하였던 청주상고 동문들로서는 교명도 바뀐 상태에서 이 건물의 영구보존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다시 찾는 청주상고, 내 추억의 장소인 이 건물 앞에서 후배들이 조회를 하고 뛰기도 하며 지나다닌다. 그들은 알까. 먼 훗날,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 그들과 난 같은 건물과 같은 공간을 회상하면서 늙어갈 것이라는 것을……. 이 건물이 문화재로 존속하는 동안 대성고등학교가 충북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재와 교정을 자랑하면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기리고 사학의 명문으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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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래서 나는 두 토끼를 잡기 위해~감사원은 교육청 관계자들을 문책하지도, 모교 본관건물을 철거하지도 않는 훌륭한 결정을~.....휴~~우~~!,,,,마치 산불로 인해 낙산사에 불길이 번지기 직전의 풍전등화와 같은 긴박했던 순간들이....노고에 감사..감사드립니다.!
50회졸업생입니다.... 선배님들의 모교사랑에 무한한 감동을..... 선배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후배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