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사두가이파 사람들의 말문을 막아버리셨다는 소문을 듣고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들 중 한 율법교사가 예수의 속을 떠보려고 “선생님, 율법서에서 어느 계명이 가장 큰 계명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 가는 계명이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한 둘째 계명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두 계명이 모든 율법과 예언서의 골자이다.”
■ 오늘의 말씀
하느님을 사랑하라.
■ 오늘의 묵상 : 애증관계
아버지와 말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싸우고 난 후, 아니 일방적으로 화를 내고 난 후, 가만히 내 화를 돌이켜 봅니다. 사실은 아빠도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장난스럽게 이야기한 것인데, 그 마음을 철없는 딸래미는 헤아릴 리 없습니다. 그저 아버지의 말이 불편하고 불쾌합니다. 사실 아버지의 말이 불편한 이유는 그것이 나의 두려움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버지가 걱정하는 것을 나도 사실은 똑같이 걱정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그 두려움을 감추려니 화를 낼 수밖에요. 그렇게 화를 내는 딸래미에게 멋쩍어 하시며 건네시는 아버지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는 딸을 더욱 화나게 합니다. 사실 이 화는 미안함에서 오는 것인데, 난 잘못한 게 없다며, 아버지에게 솔직해질 기회를 또다시 놓쳐버립니다.
오늘 주님은 가장 큰 계명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나를 창조하신 그 분을 사랑하는 것은, 곧 나를 사랑하는 것이며, 나를 사랑하는 것은 곧 나를 이 땅에 있도록 해준 내 육신의 아비와 어미를 사랑하는 일일진대, 참 이상하게도 부모와의 관계는 사랑과 증오, 이해와 오해 사이에서 늘 줄타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자고 다짐해도 쉽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대단히 크고 멋진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을 사랑하는 일로부터 시작되는 일일 겁니다. 나를 사랑하는 일, 내 가족을 사랑하는 일이 무엇일지 기도하며, 실천해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