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방살이의 서러움이 참 큽니다.
민들레의 집 식구들은 방 한 칸에 세들어 삽니다. 누구는 밥도 그냥 주면 나중에 옷도 사주고 집도 사줘야 되느냐? 라고 하지만 우리 VIP 손님들에겐 맛있고 영양 풍부한 음식을 맘껏 드시게 하고 싶습니다. 때에 절고 다 떨어져서 옷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을 걸친 우리 손님에게 새옷이라도 사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겨우 헌옷이라도 조금 나눠줍니다. 밑창이 너덜거리는 신발아닌 신발을 싣고 추위에 떠는 우리 손님들에게 새 운동화를 드리면 좋겠지만 헌 운동화라도 맘껏 드리고 싶습니다.
삼 년전에 노모와 노숙하던 사십대 중반의 아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민들레국수집에 식사하러 왔다가 저에게 혼이 났습니다. "세상에 늙으신 어머니까지 이런 곳에 모시고 와서 밥을 드시게 하다니... 나쁜.."
그 아들이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증을 잘못서서 하루 아침에 거리로 나앉았습니다. 부평역 근처에서 어머니와 노숙하면서 어머니만이라도 찜질방에서 주무시게 하려고 하루 온종일 종이상자를 줍고 고물을 주워도 겨우 어머니를 찜질방에서 주무시게 할 정도의 돈 버는 것도 어려웠답니다. 자기는 부평역 지하도에서 잤다고 합니다. 밥은 경로식당에 모시고 가서 드시게 했는데 주민등록증이 없어서 부평구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길이 없어서 밥도 못 먹게되었답니다. 주민등록증은 부평역전의 어느 순대국밥 집에서 너무도 배고파서 순대국 시켜먹은 다음에 돈이 없어서 주민등록증을 어머니 것과 자기 것을 맡기고 나서야 풀려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물어물어 거의 세 시간이나 화수동을 헤매다가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며칠을 두고 보다가 겨우 방 한 칸을 세를 얻었습니다. 보증금 오십 만원에 월 십만 원의 단칸방입니다. 어머니와 함께 이삿짐이라고 들고 온 것은 검은 비닐 봉지에 담긴 물건들 두 개뿐입니다. 최소한의 살림살이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월세 십 만원씩 석 달치는 어느 사회복지 단체에서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아들에게 혹시 집세를 내기가 어려우면 미리 이야기해 달라고 했습니다. 방세를 제대로 내지 않으면 내가 다음에 집 얻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알려줬습니다.
그러고나서 다섯 달이 지났습니다. 어느 사회복지 단체가 석달의 집세는 내어준다는 약속을 잘 지켰습니다. 그 후에 달마다 집세 낼 즈음에 아들에게 물어보면 세를 잘 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집주인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두 달전부터 집세가 안 들어온다고 합니다. 알아보았습니다. 밀렸는데 곧 갚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또 두 달이 지났는데 집주인이 방을 비워달라고 합니다. 방세를 내지 않았으니 방 보증금에서 제하겠다고 합니다. 당장 방을 비워달라고 합니다. 기가막혀서 아들에게 가 보았습니다. 누워있습니다. 몸이 아파서 일을 잘 못다녔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취직을 해서 월급을 받는 날 빚쟁이가 찾아와서 다 뺏어갔다고 합니다. 미안해서 방세 냈다고 했는데... 말을 못합니다.
마침 동네에 보증금없이 방 한 칸에 부엌이 붙어있지 않고 따로 떨어져 있는 조건이 별로지만 보증금이 없다는 그 것 때문에 서둘러 이사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방세 십 만원을 내지 못하면 대신 내어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주인집에서 전기세와 수도세를 너무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많을 때는 4만원에서 4만5천원이나 냈다고 합니다. 방세는 선불로 십만원을 내는데 전기 수도 사용료도 방세의 40-45%를 낸다는 것은 참 너무 합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할머니가 지난해에는 동네의 희망일자리를 해서 이삼십만원 벌어서 방세를 해결했는데 올해는 지난 해에 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조차 없습니다. 지난 달에도 할머니가 아주 미안한 듯 방세 마련 못했다고 해서 대신 내어드렸습니다. 며칠 전에도 할머니가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전기 수도세를 내고나니 방세를 마련할 길이 없다고 합니다. 아들은 허리가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대신 내어주었습니다. 할머니가 하소연을 합니다. 주인집에서 낮에는 움직이지도 못하게 한다고 합니다. 주인집 아들이 PC방을 운영하는데 새벽에 와서 낮 동안 잠을 잔다고 합니다. 조금만 소리내어도 시끄럽다고 난리라고 합니다. 새벽에 아들이 요란하게 문 열고 씻고 난리를 치면 잠을 설치고... 그러면 다시 노숙하실래요? 할머니께 물어보았습니다. 할머니는 정색을 하시면서 다시 노숙하라면 차라리 죽는게 나아요. 참 셋방살이의 서러움을 온몸으로 겪고 계십니다.
마침 고마운 분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우선 오십 만원을 보낸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매달 십만 원씩 후원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백 만원이 모아지면 어려운 분들을 위해 방을 하나 얻어주시고, 그리고 매달 보내드리는 십만 원으로 방세도 내어주시면 고맙겠다고 하십니다. 그 전화를 받자마자 그래 할머니네의 셋방살이의 서러움을 씻어드리자. 어느 누군가 말한 것처럼 나중에 집이라고 사주면 좋겠지만 형편이 안되니 주인에게 서러움 받지 않는 조그만 독채 하나 얻어드리자 마음먹었습니다.
강화부동산 할머니께 독채로 방 하나 얻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마침 독채로 방 한 칸이 있는 집이 있다고 합니다. 기름보일러고 푸세식 화장실인데 따로 떨어져있다고 합니다. 함께 가 보았습니다. 바로 주헌씨가 살고 있는 집 윗집입니다. 넓은 방 한 칸, 다락방도 있습니다. 부엌이 있습니다. 그 즉시 계약을 했습니다.
보증금 백만 원에 월 십 만원 선불. 재개발 될 때까지 사용할 수 있기로 했습니다. 부동산 수수료 육 만원을 드렸습니다. 집 열쇠를 받았습니다.
할머니께 집을 보여드렸습니다. 뛸 듯이 좋아합니다. 내일 당장 이사하라고 했습니다. 방세를 그제 냈는데 방세 아까워서 어떻하냐고 합니다. 그럼 이사하지 말고 그곳에서 서러움 겪으시면서 살든지... 저녁에 아들과 상의해서 내일 이사하기로 했습니다. 이삿짐이 많은지 물어보았습니다. 지난 날에 제가 준 델레비젼이 커서 아들 혼자 힘으로는 옮기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리고 냉장고가 있는데 너무 소리가 크다고 합니다. 그럼 내일 봉사자를 보내드릴테니까 걱정 마시고 텔레비전만 옮기시고 소리나는 냉장고는 그냥 두고 오시라고 했습니다. 며칠 전에 고마운 분이 보내주신 가전제품이 있어서 거의 새것에 가까운 냉장고를 나눠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이사를 했습니다. 옆집에 혼자 사는 할머니가 커피믹스 한 통 사들고 축하하러 오셨습니다. 이렇게 큰 집으로 이사할 수 있어서 좋겠다고 합니다.
엘피지 가스를 연결해야 하는데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다고 합니다. 얼마면 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주저주저하더니 가스 연결할 수 있는 비용이라도... 십 만원을 드렸습니다. 아들보고도 다시 시작해보자고 했습니다. 맨땅에서 일어나기가 이토록 어렵습니다.
병국씨를 만났습니다. 올 구월까지 한 번 더 기다려주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죽지않고 살아있으니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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