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 아저씨와 야쿠르트 아줌마

[채수겸]

따뜻한 봄,

야유회를 한다니까 꼭 가보고 싶는데,

안타깝게도 사정이 있어서 또 불참할 수 밖에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네...

오랫만에 카페에 오니 가슴을 적시는 사연과 글들이 많아 잠깐만이라도

모든 것을 잊고 편안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

언젠가 나도 아래 글을 읽고 '참 감동적인 글이다.'라는 생각을 했던,

나만 알고 있기에는 아까워 여러 우리 동무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quote :

 

세차 아저씨와 야쿠르트 아줌마

내게는 생각만해도 마음이 훈훈해지고 삶의 지표가 되는 두 분이 있습니다.

한 분은 우리 아파트 단지의 '세차 아저씨',
다른 한 분은 우리 회사의 '야쿠르트 아줌마'입니다.
두 분다 성함을 모릅니다.
제가 무심하고 게으른 탓이지요.

하지만 그 두 분을 떠올릴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불평을 삼가고 욕심을 줄여야지.." 마음먹고,
"누가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지.." 다짐하곤 합니다.
제겐 세상의 그 어떤 사람보다 은혜가 되는 분들이지요.

세차 아저씨를 만난 건 5∼6년 됐습니다.
한 달에 4만원만 내면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닦아준다는 조건으로 시작했지요.
한동안 지날 때까지 그저 그런가보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인가 "어!" 하는 생각이 들게 됐습니다.
아무리 늦게 들어와도 기다리시는 데다 정히 늦었을(밤12시 이후) 때는
다음날 새벽같이 와서 세차해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요일엔 원래 해주지 않기로 돼 있는데
일요일 낮에 비나 눈이 오면 저녁에 오셔 서 닦아주는 겁니다.
월요일 아침에 더러운 채 나가지 않도록 말입니다.

'고객 감동'의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데도 단 한번 생색조차 내는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늘 "맡겨 줘 고맙다."고 인사하곤 하셨습니다.
단 하루 거르는 날이 없는 것도 물론이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나가 보니 차 앞에 이런 쪽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부친상을 당하여 3일 동안 정상적인 세차가 어렵습니다.
그동안 세차에 문제가 생겨도 양해를 바랍니다."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늦게 들어오기로 예정돼 있는 날이나 집을 비 울 때면
미리 '기다리지 마시라.'고 전해야지 하면서도 생각뿐 실천하지 못하던 저로선
놀라움과 고마움을 넘어 부끄럽기만 했습니다.
뿐인가요.
아저씨는 이 메모를 남겨놓고도 자녀들을 시켜 이틀동안 세차를 해줬습니다.
얼마나 기가 막혔던지요.

이후 저는 그 쪽지를 잘 접어 수첩에 넣고 다닙니다.
그리곤 기대했던 일이 제대로 안돼 기운 빠지고 지치거나,
주위로부터 상처받아 가슴속에 분함과 억울함이 치밀 때 꺼내 봅니다.

이 쪽지의 글을 읽으며 호흡을 길게 하다 보면 1백60㎝가 겨우 넘을까 말까 하는
자그마한 아저씨의 언제나 조용한 얼굴이 떠오르면서
문득 작은 일에 속상해 하고 투덜거리는 저 자신에 대해
'에이그…' 싶은 동시에 주위의 모든 사물에 감사한 마음이 솟습니다.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지는 것도 물론이지요.

야쿠르트 아줌마 또한
늘 뭔가 부족한 듯한 느낌에 시달리는 저를 달래고 뉘우치게 합니다.
아줌마를 알게 된 지는 세차 아저씨보다 훨씬 오래 됩니다.
정확히 기억하기 어렵지만 제가 입사한 지 그리 오래지 않았을 때부터
우리 회사를 담당하셨으니까 아무리 짧아도 15 년은 족히 넘었을 겁니다.

긴 세월을 한결같이 늘 보일 듯 말 듯 미소 띤 얼굴로 다니시는 아줌마를 대할 때마다
늘 조급한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아들 하나를 키웠는데 좋은 대학을 나와 결혼했다고 합니다.
아들이 대학을 졸업했을 즈음 그만두시라고 한 듯한데 "그럴 일 없다."며
계속하시는 모양입니다.

인물도 여간 고운 분이 아니어서 젊은 시절 유혹도 많았을 법한데
긴 세월동안 단 하루 거르거나 우울한 얼굴을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전날 갖다준 떠먹는 야쿠르트를 먹지 않고 책상에 두고 있으면
조용히 그냥 가시는 바람에 혹시 안 먹은 게 있으면
아줌마가 오시기 전에 안 보이는 곳으로 감출 정도지요.

직업이 직업인 만큼 유명한 분들, 나름대로 내로라 하는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위로는 역대 대통령부터 장관, 기업가, 국내 최고라는 작가, 화가, 음악가, 학자 등등.
개중엔 신문이나 방송에 널리 알려진 것처럼 정말 대단하다 하는 분도 있고,
무슨 일로 이렇게 과대포장 됐을까 싶은 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명한 사람을 만난 뒤 제 가슴은 허전하고, 어딘가 속은 것 같고,
"사람의 욕심은 어디까지일까?" 싶어 쓸쓸해진 적이 더 많았습니다.
가질 만큼 갖고 이름도 날 만큼 났는데도 더 갖고 싶고
더 유명해지고 싶어 애쓰는 건 물론 더 갖고 더 유명한 사람에 대한
시기심을 감추지 못하는 게 느껴지곤 한 탓이지요.

물론 그런 분들과 얘기하고 있으면 반짝거리는 아이디어와
사물에 대한 통찰력 등에 놀라게 되는 수도 많습니다.
은연중 능란한 처세술을 배우게 되는 수도 허다하고요.

그런 이들이 볼 때 세차 아저씨와 야쿠르트 아줌마는
어쩌면 무능의 상징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게 세상을 보는 눈을 주고
이기적이고 안으로만 향하는 집착을 제거하도록 해주는 분들은
위로 앞으로 내달리느라 옆과 뒤는 볼 여지가 없는 '유명하고 잘난 분'들이 아니라
자기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어김없이..'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하는 세차 아저씨와 야쿠르트 아줌마 같은 분들입니다.

저는 세월이 아무리 바뀌어도 좀체 달라지지 않는 부조리와 부패,
아니 갈수록 심해지는 것만 같은 혼란과 어지러움에도
세상이 무너지지도 망하지도 않고 유지되고 있는 건
많이 배우고 잘나서 누가 자신을 챙겨주기를 밤낮으로 바라는 사람들이나
원망과 불평불만으로 세상을 뒤엎고 싶은 이들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몫을 묵묵히 감당해내는 사람들 덕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 덕에 저처럼 이기적이고, 이론과 비판만 앞서고,
'기회를 갖고 싶다.'는 이름으로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숨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올 한해 '이것만은..' 하는 결심을 해봅니다.
"크고 거창한 것 찾느라 정신없이 지내지 말고
세차 아저씨께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해 주는 등의 작은 일이라도
제대로 실천해보자"고 말입니다.

    - 박 성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

[임만배]

살만한 세상이란걸 일깨워주는 좋은 미담이구만.......일육친구들은 다 요렇게 따뜻한 마음으로 살구 있잖여.

[김재식]

제목만 보고 무슨 야한 개그인줄 알았는데.. ㅎㅎㅎㅎ 수겸이가 야유회에 못온다니 무척이나 아쉽구나. 담에 보자구

[최신희]

사람이살다보면 이런일 저런일이 만네 그저우리가 살아서 숨쉬고잇고 조금만 뒤돌아보면 나보다 못한사람 또위를보면 목이아프니 다 `,,,마음이네!!!!!!!

[늘푸른]

우리 주위에 이런 고마운분들의 소중함을 잊고살지는 않았는지.... 이 어려운시기에 이런분들과 함께살아 갈수만 있다면 더 좋은 세상이 되지않을까 싶네.

[§ 夜人指起 §]

좋은글 감동있게 잘보았네요.또다시 가슴에와닿는글 기대하면서 즐감하고 갑니다.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