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膳物)
최 화 웅
제가 다니는 투석실은 야전병원을 방불케 합니다. 그날도 H병원 인공신장센터는 마치 야전병동 같았습니다. 의료진은 가동 중인 40여 대의 혈액투석기 모니터에 신경을 곤두세운 채 회진과 혈압체크 등으로 분주했습니다. 다양한 환자들을 4시간 동안 꼼짝 없이 침상 위에 묶어두는 상황입니다. 저는 그 구속을 아랑곳하지 않고 침대에 붙은 간이책상에 휴대폰과 레시버, 책과 돋보기, 메모지와 볼팬을 잔뜩 꺼냈습니다. 투석을 하는 동안 음악을 듣고 책을 읽기 위해섭니다.
요즘 읽는 책은 인문고전강좌교재,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관련 자료와 다큐멘터리 영화들입니다. 책은 두껍고 무거워서 읽는 동안 책장을 고정하기에 때로는 애를 먹습니다. 그래서 한 손으로는 항상 책장을 누르거나 쥐고 있어야 합니다. 회진을 다녀간 박범심 수간호사가 다시 와서 포장지에 싼 조그만 물건을 하나 건넸습니다. 그것은 로슈에서 나온 사은품, 서류집게였습니다.
투석 넉 달 만의 일이었습니다. 포장을 뜯고 선물을 꺼냈습니다. 신기하게도 집게를 꽂았더니 쉽게 책장을 물었습니다. 책장집게를 쓸 때마다 환자를 살피고 헤아려주는 마음이 고맙고 선물에 담긴 정성에 스스로 사무쳤습니다. 저는 다음 투석 때 답례로 백년어서원의 메모지 ‘좋은 예감입니다’를 한 묶음 전했습니다. 여행을 다니거나 밤에 침대에서 책을 읽을 때 곤충의 더듬이처럼 생긴 독서등, 북라이트를 써왔지만 책장집게는 처음 보는 물건이었습니다.
이번 가을 저는 지인들로부터 갖가지 선물을 받았습니다. 멀리 강화의 시인 참나리 자매와 제투피 길라잡이 아브라함 형제로부터 속노란 고구마를, 전주의 스테파노와 율리아나 부부로부터 나주배를, ‘바람이 전하는 말’로 심금을 울린 티노씨와 옆집 새댁으로부터 햇밤을, 길동인 황소지 동인으로부터 이슬 먹은 아침사과를, 리아 외가에서는 단감과 대봉을 보내주셨고 함께 강의를 듣는 아가다 자매로부터는 단테의 신곡과 프란치스코 교황 말씀달력을 받았습니다. 선물(膳物)은 “사람들이 인사나 정으로 서로 주고받는 물건”입니다. 참나리 선생님께는 쉘 실버스타인의 그림우화집 '골목이 끝나는 곳'을 답례로 구해 보냈습니다.
선물은 영어로 ‘present’라고 쓰며 그 뜻은 ‘현재’라는 의미로 ‘보여주다’, ‘선물하다’, 제시하다‘, 발표하다’로 쓰입니다. 현재는 이미 지나간 어제가 아니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도 아닌 바로 지금(只今)입니다. 하느님께서 “지금 여기에 계시다”는 의미의 라틴어 ‘hic et nunc', 즉 지금 그리고 여기(here and now)를 떠올리게 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하루 24시간, 1,440분, 86,400초의 시간을 고루 선물 받습니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공유하는 순간에 영원을 꿈꿉니다.
저는 겨울을 좋아합니다. 머지않아 눈이 내릴 강설(降雪)소식과 함께 성탄을 기다리는 대림시기입니다. 캐롤이 흐르는 동짓달에 큰아이 사비나와 저의 생일이었고 그에 앞서 둘째 그레고리오와 손녀 리아의 생일을 맞았습니다. 리아는 이번에 세 번째 생일을 맞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화요일은 라이브러리, 목요일은 뮤직스쿨에 이어 금요일은 발레스쿨에서 원주민 아이들과 어울리며 싱그럽게 자랍니다.
리아는 다음 주 수요일부터 수영을 시작합니다. 이번 주에는 발레스쿨 동무들과 생일파티를 했다고 자랑입니다. 저는 리아가 젖먹이 때 와서 두고 간 분유에 동전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그 분유통이 무거워져서 한 손으로 들기 힘들어졌습니다. 그 돈으로 리아의 생일선물을 준비해서 학회 참석차 들어오는 이들 편에 보낼 참입니다. 마음은 벌써부터 설렙니다. 다음 주에는 리아가 좋아하는 수영복 색상을 물어보고 디자인을 골라야 합니다.
저는 리아에게 꼭 해줄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번에 받은 책장집게 선물과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The Gift of the Magi)’입니다. 가난한 부부, 짐과 델라가 엮은 순수하고 모순된 사랑의 선물이 전하는 메시지를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입니다. 선물은 우리의 존재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실존케 합니다. 그 실존의 관계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에 산재한 모든 것과 두루 관계를 맺고 마음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도 손녀 리아의 동영상과 화상채팅을 통한 실시간 삶을 기다립니다. 저는 투석 또한 하느님께서 주신 귀한 은총의 선물입니다. 투석에 앞서 엘사와 큰아이 사비나가 일러준 환자의 바람직한 매너를 상기하려고 애씁니다. 저는 혈액투석을 살벌하게 혈투라고 부르지 않고 즐거운 투석, 즉 ‘즐투’라고 되뇝니다. 투석하는 날은 명상과 기도와 더불어 책을 읽습니다. 하느님, 이 모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알렐루야!
당신은 내 생애 최고의 선물입니다
박 현 희
당신이 내 삶 속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무지했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고
열린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마 당신을 알지 못했더라면
존재의미도 모르고 살았을 뿐만 아니라
잠재된 맑고 순수한 나의 감성은
영원히 잠자고 있었을지도 모르니까요.
당신으로 말미암아
내 생애에 가장 아름다운 날들이 시작되었고
꿈꾸던 이상의 날개를
활짝 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늘에 태양이 없으면
모든 생명의 근원이 사라지듯이
당신 없는 내 삶은 빛을 잃은 태양처럼
아무런 희망도 살아야할 존재이유도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내 삶을 풍요롭게 향기롭게 가꾸어주는
당신과의 아름다운 인연은
어쩌면 미리 예견된 필연의 만남인 듯
운명처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당신은
신께서 주신 내 생애 최고의 선물입니다.
첫댓글 새아침에 맛있고 따끈한 글을 읽어 행복합니다.
이리 행복 주신 그리움님, 고맙습니다.
그리움님의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저에게도 느껴져 감동적인 아침입니다.
오늘 하루도 감사하며 충실하게 기쁘게 살아야겠습니다. 엘사님과 함께 좋은 날들 되십시오~^^*
힘든 시간을 은총의 시간으로 바꾸심이 큰 선물입니다. 감사합니다.
가을을 보내며 스산했던 마음이 올려주신 글을 읽으며 따뜻해지네요.
선물을 보다 의미있고 감사하게 받아들이시는 그마음이 더욱 선물을 값지게 만드는것 같아요.
투석하시는 힘겹고 지루한 시간을 은총의 시간으로 받아 안으시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보이세요..
선생님처럼 사신다면 모든 삶이 선물일텐데 그렇지 못한 저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길동무인 스테파노의 따뜻한 토닥임에 위로를 받습니다.
모든 것을 은총으로 받아들이고,
내적으로 성숙해지도록 저도 노력해 보렵니다. ^^*
이른 아침 향기로운 커피와함께 다가온
그리움님의 가슴에 찡하고 울림으로 더
향기를 내어놓음 감사드립니다^^*
선물 줌,받으심에 큰 맘 주심 ~~
어떤 어려운 상황도 너그럽게 받으심
크게 와닿음을 느낍니다.힘든투석에도^
모든이에게 행복주심에 멋,맛있는 모습
아름다움으로 간직하며 배웁니다.
두분 끝자락가을 날에 좋은 나날되세요
"God with us!!"
'투석 또한 하느님께서 주신 귀한 은총의 선물이라고 여깁니다.' 에 몰표입니다.^^
무엇이든 생각하기 나름인데
'즐투' 라니요?
하느님도 어쩔 수 없이 '졌다'에
한표 던지셨네요.
멋진 인생을 선물로 받으신
그리움님의 겨울은 더욱 빛날 것입니다.^^
모든 것을 받아안으시는 모습에 감동입니다.
마음가짐에 따라 건강은 덩달아 함께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일임을 절감합니다.
열심히 사시면서, 좋은 글까지 곁들여주시니...그저 감사드립니다..^^*
살면서 부딪치는 모든 일들은 나 자신의 호불호에 의해 기쁨과 고통으로 나뉘어 집니다
고통의 시간도 선생님처럼 받아들일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가질수 있도록 용기를 내어보는 시간입니다.
늘 좋은 글과 좋은모습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생애의 최고의 선물은 무엇일까 ?? 사비나를 통해 예수님을 만남것이 최고의 아닐까 문득 생각이 드네요
자신을 한번 돌아볼수 있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