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신보릿고개가 닥친다
정년퇴직은 인생에서 분기점이 된다. 직업인으로서 전반전을 마감한 다음 새로운 후반기 삶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갈림길에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마의 기간’이 존재한다. 정년퇴직한 다음 국민연금을 수령하기까지 약 10년 가까운 시간이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퇴직연령은 55세이지만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시기는 빨라야 60세이고, 1969년 이후에 출생한 사람은 65세가 되어야 수령할 수 있다. 55~64세의 기간은 정년퇴직을 하면서 월급봉투는 사라졌는데 국민연금을 받기까지는 아직 5~10년 정도 남아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보릿고개’인 셈이다.
55~65세대, 수입은 끊겨도 지출은 여전
55세부터 65세는 정년은 맞았지만 국민연금을 수령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시기를 ‘보릿고개’에 비유하기도 한다. 정년퇴직을 하면서 월급봉투는 사라졌는데 국민연금을 받기까지는 아직 5~10년 정도 남아 있는 것이다.
또 소득은 줄지만 자녀 관련 지출은 여전한 시기이다. 산업사회로 들어서면서 결혼과 함께 출산이 늦춰져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정년을 맞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자녀의 결혼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게다가 부모부양의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55~65세인 자녀의 부모 나이는 보통 85~95세 정도 된다. 수명이 늘어나다 보니 여전히 부모님이 생존해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한마디로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세대이다.
월급을 대신할 현금흐름을 확보하라
그렇다면 이 시기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정년퇴직을 했다고 당장 씀씀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월급봉투를 대체할 것을 찾아 헤맨다. 따라서 이 시기에 일정한 현금흐름을 마련해두는 것이 좋다. 10년간 필요한 생활비 전액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생활비가 발생하도록 퇴직 전에 설계해둘 필요가 있다. 기본적인 생활비 문제가 해결되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새로운 창업이나 재취업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실패율을 줄일 수도 있다.
소득공백기를 수월히 건너는 징검다리 만들기
가장 좋은 방법은 정년퇴직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하기까지 소득공백을 메울 별도의 자금을 마련해두는 것이다. 직장을 떠날 때 받은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퇴직연금의 경우 55세가 넘으면 수령할 수 있기 때문에 소득공백을 메우기에 제격이다. 직장에 다닐 때 연말에 소득공제를 받을 심산으로 연금저축에 가입해뒀다면 이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연금저축 역시 퇴직연금과 마찬가지로 55세 이후부터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한 번에 뛰어넘기 어려운 냇물에 드문드문 징검다리를 놓으면 수월히 건널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본격적으로 노후에 진입하는 이 기간에 징검다리를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인생 2막이 달라진다.
국민연금 수령, 당기거나 늦출 수 있다
소득공백기를 대비할 뾰족한 대안이 없을까? 국민연금 수령 전에 퇴직을 하는 근로자라면 ‘조기노령연금’ 신청을 한 번쯤 고려해보는 게 좋다. 조기노령연금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인 사람이 소득 있는 일에 종사하지 않는 경우, 본인의 희망에 따라 최대 5년간 연금을 당겨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때 남들보다 빨리 연금을 받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조기노령연금 신청자는 연금 수급시기를 1년씩 앞당길 때마다 연금 수령액이 6퍼센트씩 줄어든다. 따라서 연금수급 시기를 61세에서 56세로 5년 앞당기면 원래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30퍼센트 줄어든다. 이렇게 연금이 줄어드는 게 아깝긴 해도, 기댈 것이 국민연금밖에 없고 연금을 받을 때까지 아직 기간이 한참 남은 사람들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반대로 국민연금 수급시기가 온 다음에도 굳이 생활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연금 수령을 66세까지 연기할 수 있다. 국민연금 수령연기제도는 61~65세인 연금수급권자가 연금을 받는 시기를 66세까지 미룰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수급 시기를 뒤로 늦춘 대신 나중에 더 많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데 가산율은 현재 7.2퍼센트이다.
여유가 된다면 국민연금 수령시기를 뒤로 미루는 것도 좋다. 다만 연금을 정상 수령했을 때와 5년 연기 수령했을 때 누적연금의 차이는 76세를 기점으로 달라진다. 75세가 될 때까지는 정상적으로 노령연금을 수령한 사람의 누적 연금수령액이 많지만 76세를 넘어서면 연기한 사람의 누적 수령액이 더 커진다. 따라서 연금 수령시기를 미루는 것은 건강상태와 예상수명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출처 : <스마트 에이징>, 김동엽(미래에셋 은퇴교육센터장) 지음, 청림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