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육 교사동아리 <물꼬방(reading.naramal.or.kr)>에서 2월의 추천도서 9권을 정리했어요. 『학교 도서관 저널』3월호에 실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물꼬방샘들이 머리를 모아 골라 뽑은 책 9권. 두둥 두둥.
비교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용이 좋은 책을 가려 뽑아보았어요. 이미 유명세를 탄 책은 많은 분들이 찾아읽으셨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짧막한 설명만 읽어보아도 "얼른 읽어 봐야겠다!"라는 욕구가 마구마구 솟아나는 9권의 책들.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읽어 두고 싶은데, 새학기까지 남은 날을 세어 보니 택도 없겠군요 *-_-* 방학동안 열심히 책 좀 읽어 둘 걸 하고 무지 후회되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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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미(강원 경포고)
하종강, <울지말고 당당하게>, 이숲, 2010
일하는 여성들이 겪는 일들을 담아 놓은 책이다. 무시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얘기를 들으면 답답하고 화가 난다. 노동자고 여성이어서 겪는 고통이 곱빼기다. 당하고 지는 얘기만 나오면 힘이 빠지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부당한 일에 저항할 때 여성들이 남자들보다 더 적극적이다. 오히려 남자 조합원이 여성 조합원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래도 끈질기게 맞선다. 이기는 얘기도 나와서 마음이 환해진다. 노조 파업하는 장면이 TV에서 나오면 왜 저러나 싶은데 읽다보면 노동조합이 왜 필요한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되고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송승훈(남양주 광동고)
이일훈,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사문난적, 2011
숲과 강과 도시에서 사람이 하는 여러 개발 현장에 대한 책이다. 화려한 광고로 떠들썩하게 알려졌지만 겉으로만 친환경인 척한 것을 가려내 비판하고, 진짜 자연과 어우러지는 길에 대해 대안을 내놓는다. 4대강과 같이 국가적인 큰 사업을 이야기하면서 동네 뒷산 약수터 관리처럼 우리 일상을 이루는 온갖 작은 일들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기에 재미있다. 이 책에는 평소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풍경들을 다시 보게 하는 생각거리가 여러 가지다. 창의적인 발상을 아주 많이 보여주기에, 평소 자신이 뻔한 생각만 한다고 아쉬워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임영환(서울 우신고)
유시민, <운명이다>, 돌베개, 2010
우리 곁에 있었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후 자서전. 온갖 부정과 특권이 판을 치던 대한민국 복판에서 ‘사람사는 세상’이란 작은 소망 하나를 의지 삼아 반칙과 불의에 저항해 온 그가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고졸로 사시를 합격하고 판사, 변호사가 되면서 어떻게 현실의 불의와 만나게 되는지, 그 불의와 어떻게 싸워나가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청소년들이 멀게만 생각하는 정치를 가깝게 느끼게 하고, 성공과 부만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는 이 세상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만드는 책.
김유미(울산 대현중)
박기범, <병수는 광대다>, 현실문화, 2007
어린이, 생명, 평화를 사랑하는 박기범씨가 목수 출신의 현장예술가 최병수님의 삶과 작품을 소개하는 책.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판화그림을 그린 분이 최병수님이다. 목수일을 하던 그가 시대와 만나 불꽃 같이 예술혼을 피워내는 감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여린 생명이 부르는 곳, 평화가 필요한 현장에 달려가 미술'작업'으로 막힌 숨구멍을 틔우고 생명과 자연을 위로한다. 권정생선생님 영정판화를 비롯한 그의 설치미술작품들을 노순택 작가님의 사진으로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다. 그림자료가 풍부해서 중학생 친구들도 즐길 수 있다.
김수란(부산 부산중)
김진경,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 문학동네, 2009
공부 잘하게 하는 기계-'시계모자'가 발명되자, 학생과 학부모들이 앞다투어 구입한다. 교육부는 '교육시계부'로 명칭을 바꾸고 전국의 학생들에게 시계모자를 강제착용 시킨다. 지나친 전파 자극으로 아이들은 정신이상을 일으키지만, 부모들은 아이들이 패배자가 될 것을 더 두려워한다. 모두가 열심히 해도, '99.9점=일등'과 '99.1점=꼴등'으로 결국 누군가를 패배하게 만드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 경쟁을 당연시하는 아이들이 슬프게 느껴질 때, 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눈을 갖도록 해 주고 싶을 때 함께 읽을 만한 책. 중학생 친구들과도 읽을 수 있다.
황지영(울산 신정고)
하일권, <삼단합체 김창남>, 학산문화사, 2008
인간과 99% 닮은 로봇 '시보레'가 테스트를 위해 고등학교에 나왔다가 왕따에 소심하기만한 '호구'와 짝이 된다. 인간과 꼭 닮은 로봇의 눈에 비친 인간들은 잔인하고 비겁하며 서로를 상처 주면서도 외로움에 나약하다. 옆에 있는 짝과도 문자로 대화하는 아이들. 업무와 수업을 핑계로 가슴 속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여유도 갖지 못한 교사들. 교실 속 우리들은 왜 이렇게 개별화되어 버린 걸까?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성'과 우리가 되찾아야 할 진정한 '관계'를 고민하며 그래도 사람이 희망임을 믿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김영희(화성 남양중)
하세가와 요시후미, <내가 라면을 먹을 때>, 고래이야기, 2009
내가 한가롭게 앉아 라면을 먹을 때 다른 나라의 아이들은 동생을 돌보거나, 물을 긷거나, 농사일을 하거나, 빵을 판다. 공부나 놀이는커녕 당장 일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 배가 고파 쓰러진 아이도 있다. 짧고 쉽지만 가슴에 진하게 남는 감동이 있는 책. 자신의 풍족한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아이들에게, 세계적인 빈곤과 기아 문제를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교사들에게.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로 좀 더 좋은 세상을 꿈꾸며 만들어 가려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이민수(서울 방원중)
이옥수, <어쩌자고 우린 열 일곱>, 비룡소, 2010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못한 시골 소녀 순지는 서울에 있는 두 친구를 따라 일도 하고 야간학교도 졸업하겠다는 꿈으로 상경한다. 녹록치 않은 서울생활도 셋이 뭉쳐 씩씩하게 헤쳐나가던 어느 날, 회사 지하 숙소에서 잠을 자던 그들에게 닥친 화재사고! 열일곱의 꿈을, 28명의 생명을 무참히 앗아간 이 사고는 1988년 3월 안양의 한 봉제공장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지금 당장 공부가 힘들고, 때론 삶이 무료하다고 느낄 때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88올림픽의 화려함 뒤에 이름없이 죽어간 그들이 더 이상은 외롭지 않도록.
박선미(울산 남외중)
김두식, <불편해도 괜찮아>, 창비, 2010
정말!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이야기. <네 멋대로 해라>, <똥파리>, <가족의 탄생> 등 재미난 영화와 드라마에 담긴 인권이야기를 아주 유쾌하게 들려준다. <십시일反>, <사이시옷>과 일맥상통한다. 재미 있고 깊이도 있다. 청소년, 성소수자, 여성과 폭력,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검열과 표현의 자유 등을 여러 영화와 엮어 소개하였다. 특히 ‘지랄 총량의 법칙’에 누구나 빵 터진다. 주변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한참 수다 떨고 싶게 만드는 책. 보다 열린 사람이 되고 싶은 교사, 학생모임에 추천한다.
첫댓글 매달 이렇게 추천해 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좋은 책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