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순대 국밥의 족보
순대는 돼지 창자에 당면과 채소,선지를 채우고 양념을 첨가해 만든 음식이다. 값싸고 흔한 시장음식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옛날에는 귀한 손님이 왔을 때나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처럼 특별한 날에 순대를 만들었다.
동양에서 순대와 관련한 최초의 기록은 시경에 순대에 해당하는 갹이라는 글자를 써서 "훌륭한 요리로 곱창과 순대를 준비했다"는 구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에 "식용으로 쓸 돼지창자를 제사에 희생용으로 바치는 별도 관리 부서인 전생서에서 기른 것으로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기록이 있다.
19세기말 '시의전서'라는 요리책에서 순대라는 한글이름이 처음 나온다.
순대가 제사 음식이었을 가능성은 만주족의 풍습에서 찾을 수 있다.1747년 발행된 청나라 황제가 하늘과 조상에 제사를 지내는 절차에 관한 기록인<만주제신제천전례>에는
어떻게 돼지를 잡아 창자 안에 피를 채워 솥에다 끓이는지 나온다고 한다.제례가 끝난 후 참석한 황제와 신하 모두 순대인 혈장과 다른 음식을 음복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나이드신 분이 전하는 공통적인 이야기는 순대는 이북 사람들이 주로 먹었던 북쪽 음식이라는 점이다.
여러 기록과 정황상 순대는 고대 북방민족의 공통 음식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순대국을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온돌문화 속에 발전한 국문화의 영향일 수 있겠다. 순대국에 관한 기록은 조선 중기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다.
조선후기 주막이나 장터를 중심으로 발전한 것으로 본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순대국 모두
장터를 중심으로 교통의 요지에 발달했다.
경기도 용인의 백암 순대국밥,경북 칠곡의 순대국밥,충남 천안의 병천순대국밥이 대표적이다.
병천은 우리말로 '아우내'다.유관순 열사가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아우내 장터가 생각난다. 1960년대 천안시 병천면에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햄공장이 생겼다. 남은 돼지 내장과 각종 채소와 선지를 넣어 순대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장터에 널리 보급되었다고 한다.
순대국은 힘든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나 추위를 쫓아야하는 사람들의 속을 든든하게 덥혀준다.
돼지뼈를 뽀얗게 우려낸 국물에는 단백질과 칼슘이 듬뿍 들어있고 ,찹쌀이나 당면을 넣어 쫀득한 순대를 씹어 목안으로 넘기는 부드러운 포만감도 좋다.파 송송 썰어서 넣고 부추와 들깨도 듬뿍 얹어 먹으면 세상 어떤 만찬보다 맛있다.
벌건 깍뚜기 국물 한 숟갈 풀고 얇게 썰은 머릿고기와 염통과 간도 사각사각한 깍뚜기와 함께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 침이 고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