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꽃(Flower) 이야기
능소화(양반꽃)
화사한 봄꽃들의 향연이 끝나는 초여름 무렵, 시골의 오래된 기와집 담장이나 고목에 줄기줄기 기어오르며 탐스러운 분홍빛 꽃을 소담스럽게 피워내는 꽃이 능소화(凌霄花)인데 그 화려한 자태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아름다운 꽃이다.
예전, 양반집에나 심던 귀한 꽃으로 양반이 아닌 집에 심으면 볼기를 맞았다는 이 능소화는 그런 연유로 ‘양반꽃’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그 밖에도 금등화(金藤花), 능소화(凌宵花), 자위화(紫葳花), 대화능소(大花凌宵)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일본에서는 노젠카즈라(ノウゼンカズラ)라고 부르는데 원산지는 중국이고 서양에서는 ‘Chinese Trumpet Creeper’라고 부른다. 한자로 ‘능소’를 凌(능가할 능)에 霄(하늘 소)를 쓰기도 하고 宵(밤 소)를 쓰기도 하니 ‘하늘을 뒤덮는다’는 뜻인지, ‘밤을 뒤덮는다’는 뜻인지....
자위화(紫葳花)는 자색(紫) 꽃이 무성하다(葳/무성할 위)는 의미이니 꽃이 무리 지어 계속 피는 것을 나타낸 이름인 듯하고, 서양 이름은 트럼펫(Trumpet) 모양의 꽃이 넝쿨 줄기(Creep)에서 피는 모양을 따서 이름을 지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능소화는 또 자존심이 강한 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싱싱하게 피어있던 꽃이 갑자기 통째로 떨어져 며칠 동안이나 시들지 않고 그대로 있다.
또 함부로 자신의 몸(꽃)에 손대는 것을 싫어해서 꽃을 손으로 만지면 꽃술 속에 숨겨져 있던 갈고리가 튀어나와 눈에 들어가면 심한 통증을 일으키고 실명(失明)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시골에서는 ‘처녀 꽃’이란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아름다운 꽃 모양과 더불어 능소화는 여러 가지 약리작용도 있다. 특히 부인병, 순환계통 질환, 소화계통 질환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날, 중국 황실에 복숭아 빛 뺨을 가진 자태가 고운 ‘소화(霄花)’라는 어린 궁녀가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을 모시고 나서 곧바로 빈(嬪)의 자리에 앉았고, 궁궐의 한 편에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어찌 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빈의 처소에 한 번도 찾아오지를 않았다. 임금을 애타게 그리며 기다리던 소화는 그만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권세를 누렸던 빈이었다면 장례도 거창했겠지만, 잊혀진 궁궐의 여인은 장례조차 치러지지 않은 채, ‘담장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 라는 유언에 따라 그녀는 궁궐의 담장 밑에 몰래 묻혔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온갖 새들이 꽃을 찾아 모여드는 계절이 되면, 소화(霄花)가 묻힌 담장에는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자국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소화의 분홍색 볼을 닮은 꽃이 피었다.
사람들은 소화를 닮은 그 꽃이 애처로워 소화의 이름을 따서 능소화(凌霄花)라고 불렀다고 한다.
능소화는 덩쿨줄기에 흡착근(吸着根)이 있어 벽에 붙어 잘 기어오르고, 길이가 10미터 이상 벋기도 한다. 능소화의 꽃말은 명예, 자랑, 자만, 영광, 기다림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알려진 꽃말은 ‘명예(名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