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9일
중미 3개국 35일 여행 22일차

아바나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복도 끝의 창으로, 그림같은 풍경이 보입니다.
도착한 첫날엔, 폐허같은 모습에
다들 이 도시에 두려움을 가지게 되지만,
아침이 되고, 도시의 활기찬 모습을 보고 나면
조금씩 마음이 바뀌게 됩니다.

호텔의 레스토랑은 꼭대기 층에 있습니다.
이게 무슨 3성호텔이냐 싶을만큼
방은 어둡고 우울하지만,
저는 이 호텔의 레스토랑 뷰가 좋습니다.
쿠바의 호텔 수준이 이렇다면
뷰라도 좋아야지.


도시를 즐기러 나가는 길,
아바나다,
하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페인트 칠이 벗겨진 건물들,
건물 앞에 서 있는 올드카,
바닥엔 개똥, 곳곳에 쓰레기, 악취.

도대체 이런 도시를
사람들이 왜 좋아할까
싶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땐,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 이유를 찾아 떠납니다.

걷다보면, 이제껏 본 낡은 건물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멋지고 깨끗한 건물이 나타납니다.
까피톨리오.국회의사당입니다.
10시부터 12시까지 입장이 가능하다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일단 패스합니다.


현지인들이 현지인돈으로 사먹을 수 있는
군것질거리를 파는 가게입니다.
튀긴 빵이 50원 하길래 우리도 먹어봅니다.

역시 멋진 이 건물은 국립극장
까피톨리오와 나란히 서서
아바나의 랜드마크 역할을 합니다.

건너편 중앙공원에는
호세마르티의 상이 서 있습니다.

오비스포 거리로 들어섰습니다.
현지돈을 바꿔 군것질을 하고
조금 더 걷다보니 민예품시장이 나옵니다.

물건값 깎느라 시간 보내던 시장이었는데
이젠 적당한 가격을 아예 붙여놓아
흥정하느라 시간 보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오래된 약국
폴리코사놀 찾아 들어가니
여직원이 한국사람이라며 좋아합니다.

다음은 암보스문도스 호텔
헤밍웨이가 묵으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를 썼던 방이
이 호텔 5층에 있지만,
그때 모습 그대로는 아니고
구경하려면 입장료를 내고 엘리베이터를 타야 합니다.

호텔의 1층 로비의 사진과 그의 사인은 여전합니다.
로비 바에서 모히또를 한 잔씩 마시며
쉬어 갔습니다.

로비 바에서 모히또를 시켜 마시며
잠시 쉬어 가려니
바깥 골목이 시끌시끌합니다.
장대 위에 올라선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역시 쿠바입니다.
매일이 축제고, 곳곳이 파티입니다.

다시 걸어 카테드랄까지 갔습니다.
미사가 있는 날이라 그런지
출입구는 닫혀 있었습니다.

카테드랄 옆의 골목.
매일이 축제인 이곳이지만,
그건 관광객들을 위한 축제일까.
바글바글 외국인들이 몰려다니고
거리는 음악과 그림으로 넘쳐납니다.

카테드랄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이번 쿠바 첫 랍스터를 먹었습니다.
식당은 어디든 상관없었지만,
삐끼의 말에 혹한건,
"프리 와이파이!"
라는 말 때문이었습니다.
아바나에서 프리 와이파이라니!!
음식은 괜찮았지만,
와이파이는 카톡이 겨우 들어오는 정도였고,
그나마도 얼마 못가 끊어져버리고
다시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바가지만 옴팡 쓸 뻔한 것을
따져서 덜 쓰고 나왔습니다.

어찌 되었건 식사는 잘 했으니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헤밍웨이가 나의 모히또는 여기에, 라 했다는
카페 앞에는 헤밍웨이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페주인의 거짓말이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벽에 대충 그려놓은 듯한 그림도,
그저 앉아 있는 듯한 여인의 모습도,
하나의 예술품처럼 보이는 곳입니다. 아바나는.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는 것.

까바냐성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시작하는 것은 보지도 못한 드라마,
남자친구 1회에서 박보검 송혜교가
거기서 일몰을 봤다하길래, 가보기로 했습니다.
꼭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한다길래
항구까지 걸어가던 길, 커피 파는 곳을 만났습니다.
한잔에 50원짜리 달달한 커피를 마시고
기분 좋은 주인아줌마랑 인사를 하고
다시 터덜터덜 걸어서 항구로 향했습니다.

그냥 낙서라기엔 너무나도 거창한 벽화

걷다보니 바다가 나왔습니다.
바닷가 난간에 기대어 서 있는 남자가 있어
가까이 가 봤지만,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옷자락에 이름도 써 있었는데, 모르는 이름입니다.
이제 배를 타고, 해협을 건널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