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했던 라싸의 호텔을 떠나 라체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묶고 새벽에 눈을 떠서 다시 이동을 한다.
아침 여섯시. 지리적으로 해가 뜨려면 아직 멀은 시간이다.
(중국은 땅이 크지만 하나의 시간으로 통일해서 사용하고 있다. 북경시간을 모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서쪽에 위치한 티벳은 해가 늦게뜨고 늦게 진다.
새벽하늘의 별은 지난밤과 마찬가지로 변함없이 쏟아질 듯 반짝이고, 고산의 쌀쌀한 공기가 잠을 확 깨게 만들어준다.
대충 물수건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차에 오른다.
새벽에 이동하는 이유는 낮시간이 되면 고속도로 건설 때문에 출입이 어려워지는 구간이 있기 때문에, 공사가 시작하기 전에 서둘러 이동하는 것이다. 공사중인 산기슭의 비포장도로는 울퉁불퉁 고불고불 아슬아슬하다.
불안해서 도저히 조수석에 앉아 잠을 잘 수 없는 정도. 하지만 짐을 잔뜩 실은 버스도, 트럭도 잘도 다닌다.
아침 일찍 도착한 시가체에서 아침 식사를 하라고 우리를 내려놓고, 티벳 기사 아저씨는 어제 동승했던 아주머니를 댁으로 목적지를 태워다드리기 위해 잠시 떠난다.
머리 아프고 졸리고 추운데 아침은 무슨 아침. 근처 구멍가게에서 산 1위안짜리 쵸콜렛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가만히 서서 주변을 구경한다.
- 이른 아침의 올드 팅그리. 대부분이 에베레스트로 향하는 여행객들이다. -
- 추워 추워. 배고프고 추운 아침 -
- 팅그리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이동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검문소 -
시가체 역시 라체와 마찬가지로 우정공로 여행의 중간 경유지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몇몇의 상점과 식당, 숙소만 있을 뿐이다.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동네 꼬마애들이 여행객들에게 손을 내민다. 그 아이들이 원하는 돈이 그다지 큰 금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갑을 꺼내기 귀찮아서 일까? 아이들의 작은 손을 외면하는 사람들 사이에 나도 포함되어 모르쇠로 일관한다. 조금더 신경을 써줄걸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한시간 남짓 시가체에서 머문 후에 다시 이동하려는데, 에베레스트 산 입구라서 그런지 중국 공안의 검문소가 있다. 기사 아저씨의 가이드 허가증과 함께 동승한 모두의 여권과 비자를 확인하고나서야 통행을 허가해 준다. 티벳 사람들이 대부분이 이곳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 중국 공안의 검문소라... 단순히 여행객들의 출입을 허가하는 일이 아닌 혹시 모를 분리 독립 운동에 대한 사전 대비 차원에서 세워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다시 산을 한참 오른후에 도착한 곳은 이름 모를 산의 정상. 항상 구름이 머물러있는 곳 답게 온통 흐린 날씨이다. 이곳 역시 티벳 사람들의 의미가 담긴 곳인지 오색빛깔의 룽다가 펄럭이고 있다. 기사아저씨가 포토를 찍으라고 우리를 내려주었지만 날씨도 춥고, 날씨가 흐려 이곳이 얼마나 멋있는 장소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얼렁뚱땅 십여분을 멈춘 후 서둘러 산을 내려온다.
- 구름이 산을 뒤덮고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황토빛 산 정상. 이곳에도 기념품을 가는 가판대가 있다. 테이블 위의 돌은 히말라야 산맥에서 발굴(?)된 화석. 많이 파는 것을 보니 꽤 흔한가보다. -
- 티벳 사람들이 내세를 기원하며 산 정상에 만들어 놓은 룽다. 순진무구한 그들의 마음이 엿보이는 듯 하다. -
- 춥다는 것을 상징하기 위한 컨셉 사진. 목이 없다 ^^; -
점심 식사를 위해 머문 팅그리(올드)는 이틀동안의 이동 중에 머문 곳 중에서 가장 중국 때가 덜 묻은 곳이다. 물론 도로도 정비되지 않아 먼지가 풀풀 나고 지저분하지만, 순박한 티벳 사람들의 생생한 표정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나 싶다.
- 올드 팅그리 거리. 오른쪽 간판은 파출소. 어디가나 경찰서는 파란색인가보다. -
- 많은 여행객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이곳 -
- 팅그리에서 만난 꼬마 자매. 1위안씩 쥐어주는 내 손이 부끄럽기만 하다 -
- 점심 식사를 한 작은 식당. 하지만 가격은 라싸의 고급 식당과 맞먹는다. -
점심 식사를 한 후에 다시 이동. 쉼없이 계속 달려 아침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도착한다.
원래는 베이스캠프 입구에서부터 천막숙소가 있는 수km정도의 거리(10km라고 하는데 그정도 멀지는 않은 것 같다)를 조랑말이 이끄는 마차나 도보로 이동해야하지만, 우리의 멋쟁이 기사 아저씨. 우리에게 잠시 차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고 잠시 나갔다오신후에 그대로 차로 진입로로 돌진한다. 분명히 입구에 No Vehicle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알고보니 아저씨께서 운영하시는 천막숙소가 그곳에 있기 때문에 영업용 차량으로 등록이 된 것이다. 조랑말 비용 빼고, 고생하는 보람도 빼고 이석이조. 평소 같으면 조랑마차를 안탄걸 안타까워 하겠지만, 해발 5000미터가 넘는 그곳은 예외. 가급적 빨리 숙소를 잡아 그곳에서 쉬고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고산의 두통이 머리를 짓누르기 때문에... ^^
천막 호텔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와 에베레스트 산을 바라본다. 우뚝 솟은 산 정상이 마치 커다란 사진 액자를 보는 듯 하다. 내 눈으로 직접 에베레스트를 보다니... 티벳에서 초모랑마 라고 불리는 이 산의 정상에 발을 올려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간들의 희생이 있었던가.
여담이지만 불교에서 가장 신성한 산으로 추앙받고 있는 카일라스산(인도에서는 수미산, 중국에서는 곤륜산이라 불리는 티벳 서북쪽의 성산)은 중국 당국에서 엄격하게 등정을 불허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발이 닫지 않도록 통제하여 그 신성성을 유지하는 것이 티벳 사람들이나 세계 불교도들에게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중국이 티벳에 행하는 일들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부분만은 괜찮게 생각하고 있다.
-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로 가기위한 이동수단인 마차. 그리고 걸어가는 여행객. 하지만 나는 편안히 차 안에 있다. 정면에 보이는 에베레스트 산은 다른 세계에 있는 듯 푸르게 빛나고 있다. -
- 하얀 구름띠가 히말라야 산들의 산허리를 감싸고 있다. (너무 진부한 표현 -_-) -
- 에베레스트 앞에 당당히 선 내 모습. 근데 너무 초라해 보인다. -
- 산을 보며 조용히 감상에 젖은 모습을 찍고 싶었는데... 왼쪽에 있는 커플이 시선을 방해한다 ^^; -
-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천막 호텔. 보기와는 다르게 그 안은 꽤 안락하다. -
-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공중 화장실? -
- 천막호텔에서 랜드 크루저 기사아저씨와 그의 조카(또는 아들)과 함께 -
- 숙소에서 간식으로 내어준 차와 버터티, 그리고 콩. 콩은 아삭아삭 씹히는 느낌이 꽤 상큼하다. -
-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체국. 내 주위에 모임 동네 꼬마들을 모아서 포즈를 취하게 했다. -
- 에베레스트 산을 감상하는 최적의 장소. 룽다가 내 얼굴을 스칠때면 바람이 나에게 속삭이는 듯 느껴진다. -
팅그리에서 기사 아저씨가 트렁크에 태운 꼬마가 선막 숙소의 주인집 아들이었다. 그 꼬마(이름을 들었는데 까먹음 ㅠ.ㅠ 기사 아저씨의 조카인지 아들인지 아직까지 알 수 없다.)의 손을 잡고 그 동네 천막 호텔 주위를 어슬렁 거린다. 베이스캠프에 있는 우체국에서 집과 회사로 보내는 엽서 한장씩 사서 기념으로 부쳐본다. 한장에 35위안이니까 우리돈 사천원이 조금 넘는다. 그쪽 물가로 따지면 정말 비싼 비용. 그래도 기념이니까.. ^^
저녁으로 라싸에서 사온 컵라면을 먹고 쇼파겸 침대에서 담요를 돌돌 싸매고 함께 이동하고 있는 동생들과 고스톱을 친다. 근데..근데.. 머리가 아파서 도저히 게임이 되지를 않는다. 저 옆에서 기사 아저씨는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과 함께 신나가 마작을 하고 있다. (머리가 안아프신가 보다 >.<)
할 수 없이 별로 할일이 없기 때문에 잠을 청한다. 티벳 여행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두통이다.
첫댓글 마지막 사진이 편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