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일 丙子일
식신 태지, 정인 록지, 역마살.
오늘은 신자진이 주인공이지만 庚子년에 子형, 子卯형, 子寅 격각.
子를 건드리는 조절, 조정 작용이 득세. 공부에 몰입이 안돼 진도가 맴돌았다.
***
영해 로터리에는 만리향이란 중국집이 있다.
제목만 중국집이지 백숙에서 생선회까지 사장님이 하고 싶은 건 다 된다.
그래도 이 집의 시그니처는 쟁반짜장인데 들어가는 재료도 사장님 마음대로다.
그날 어획한 해산물이 바로 바로 등장한다.
(내가 먹은 날은 손톱만한 주꾸미가 까만 짜장 속에서 수줍게 민머리를 내밀었다.)
지난번 회합의 주 메뉴 또한 장어를 넣고 푸욱 달인 토종닭백숙.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압력솥 안에서 푸욱 익은 장어를 직접 잡은 거라며 친견하게 하신다.
그 비주얼만 눈감으면 곰탕보다 진한 국물이 그야말로 약이었다.
요즘은 워낙 장사가 안돼서 중국집 주방 보다는 온 산천을 헤집고 다니며
애기 팔뚝만한 민물 장어(싯가 백만원까지 한단다)며 붕어, 메기도 잡곤해 부업이 더 쏠쏠하단다.
요즘 이 분의 또 하나 업은 입천정의 동물 농장화 사업.
팔자 신산한 검순이를 입천정에 강제 입양시킨 원주인이자
최신 빌라에서 매일 목청껏 우짖는 청계, 백계, 오골계의 주인이다.
얼마 전에도 병아리며 중닭까지 더 데려와서 빌라의 인구밀도를 높여 놓으셨다.
연못에도 직접 잡은 붕어, 메기, 미꾸리들을 풀어놓으며 매운탕 해먹으라고 하신다.
입천정 어두컴컴한 연못 안에는 대체 얼마나 많은 식구들이 사는 건지...
나 같은 쫄보는 근처에 가는 것도 주저된다.
닭, 개, 붕어에 이어 고구마 밭 어귀에도 무화과 나무를 한 주 심어놓고 이름표도 달아놓으셨다.
영역표시 확실하다.
늘 45도 빼딱하게 모자를 눌러쓰고 다니며 개구진 아이처럼 웃는 이 분의 캐릭터는
들어도 안 듣기고, 안 들려도 다 듣는 세상 편한 모노 타입 라디오.
4살 때 청력을 잃어 한쪽 귀에 보청기를 장착하셨는데 그게 아니더라도
이 분은 세상의 소리를 가려 듣는데 탁월한 능력자이시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선생님과 대화를 시작하면 두 사람이 각자 다른 주파수로 지방방송을 한다.
마주보고 있어도 각자 하고 싶은 말만 하니 결국 제각각 떠드는 난장판이 되고 만다.
시트콤 같지만 그러고도 서로 다 알아먹으니 참 재주다.
오늘 갑자기 이 분이 떠오른 건 내 주변에도 ‘안 들린다’로 일관하며
듣고 싶은 말만 듣고, 곤란한건 소 닭 보듯 모르쇠하는 사람이 있어서다.
청각 장애가 있는 건 결코 아니다.
소통도 절대 스테레오가 안된다. 일방통행.
용건을 혼자 말하고 재차 물으면 답이 없다.
묻는 말에 바로 답해주면 가오가 빠지는 줄 아나보다.
일목요연하게 빨리 다음을 진행해야하는 나의 급한 성정에 복장이 터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지만
요즘은 그 또한 큰 공부를 시키는 구나 싶다.
기대하고 기다리고 그래서 실망하고 좌절하고 미워하고 자책하는
그런 널뛰는 감정의 사이클이 얼마나 소모적이고 뜻 없는지 배웠다.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할 자유도 없는 관계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저마다의 본 모습 그대로 걸림 없이 자유로워야 관계는 지속될 수 있고
그런 관계만이 가치있다고 최근의 나는 생각한다.
눈뜨고도 못보고 귀 뚫렸어도 못 듣는 건 나도 마찬가지.
시야의 폭을 줄여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산다. 납득되지 않는 건 그런 채로 버려둔다.
오지라퍼로 살기엔 에너지가 딸리기 때문에...
그래도 오늘은 듣기나, 안듣기나 모르겠는 만리향 사장님이
볶아낸 뜨끈한 쟁반짜장이 먹고 싶다.
진짜 리얼리 레알 맛있다!
첫댓글 영해가면 쟁반짜장 먹어야지~
넘 좋아요
영해일기 찐팬 됐어요 ~^^
오늘도 컴 켜자마자 영해일기 보러 왔습니다~^^
재밌고 생생해요~
ㅋㅋㅋ~ 한편의 개그를 보는 듯 합니다. 이미지속의 장어는 ㅠㅠㅠ~~
우리도 지난 겨울에 비슷한 백숙을 맛 본 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