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교실] 33. 우란분절과 자자(自恣)
백중, 포살-자자로 정진 다짐하는 날
조상 천도재는 중국불교서 비롯돼
얼마 전에 백중(百衆)이 지났다. 음력 7월 15일, 우란분절(盂蘭盆節) 혹은 우란분재(盂蘭盆齋)라고도 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죽은 조상들을 위해 천도재를 지내는 날로 인식되고 있지만, 원래 이 날은 불교도에게 있어 좀 더 특별한 날이다.
부처님 당시, 인도의 종교가들은 대부분 유행(遊行)생활을 했는데, 우기만은 한 곳에 정주하며 보냈다. 그 이유는 우기에는 풀들이 새싹을 틔우는 등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는 시기이므로, 이 때 수행자들이 유행을 계속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풀이나 벌레들을 밟아 죽일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도 당시의 이런 관습을 받아들여 우안거(雨安居), 즉 우기 3개월 동안 한 곳에 정착하도록 가르치셨다. 이 우안거는 보통 4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이다.
스님들은 안거 기간 동안 서로 법담을 나누거나 평소 궁금했던 점등을 확인하며 지식을 넓히고 또 수행에 정진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3개월 동안의 안거가 끝나는 7월 15일에는 함께 안거를 보낸 전원이 모여 3개월 동안의 잘못된 행동을 서로 지적하며 반성하는 자자(自恣)라는 모임을 갖게 된다. 안거 기간 동안 싸움이 일어날 것을 꺼려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기를 꺼리는 등 스님들이 안이한 화합을 구하며 서로 무관심하게 침묵하고 살았다는 얘기를 들으신 부처님께서는, 이 행동을 꾸짖으시며 안거가 끝난 후 자자를 실행하여 3개월 동안의 안거 생활 중에 보고 듣고 의심한 것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기회를 만들도록 하셨다. 즉, 서로 적극적으로 잘못을 지적하고 참회하는 기회를 갖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재가신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날은 자신의 공덕을 쌓기 위한 절호의 기회였다.
심신이 청정하고 덕이 높은 스님에게 바치는 공양의 결과가 훨씬 크다고 믿었던 당시의 재가불자들에게 있어, 3개월 동안 안거 생활을 무사히 잘 마치고 자자를 통해 청정이 보증된 스님들이야말로 자신의 공덕을 늘려줄 최고의 복전(福田)이었기 때문이다.
재가불자들은 이 날 정성스레 마련한 온갖 공양을 스님들께 대접하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겼다. 또 한편으로, 이 날은 팔재계라 불리는 포살계를 받고 정진하는 날이기도 했다.
재가불자의 포살일은 매달 여섯 번이지만, 특히 안거 기간 3개월 및 7월 15일의 자자일에 실천하는 포살은 특별한 의미를 지녔던 것으로 보인다. 스님들이 이 시기 동안 더욱 더 정진하는 것을 본받아 재가불자들도 한층 정진하겠다는 의미도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날씨 변화가 심한 이 시기에 팔재계를 잘 지켜 심신을 제어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이와 같이, 음력 7월 15일은 출가와 재가를 막론하고 하나의 특별한 정진일로서 불교도에게는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그런데 불교가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이 날은 조상을 공양하는 날로 바뀌게 된다.
『우란분경(盂蘭盆經)』에 의하면, 부처님의 10대 제자 가운데 한 명인 목련존자가 지옥에서 고통 받는 자신의 어머니를 구하려 부처님께 가르침을 청하자, 부처님께서는 안거가 끝나는 날인 음력 7월 15일에 승려들에게 공양을 베풀면 그 공덕으로 구제될 것이라고 설하셨다고 한다.
이것을 시작으로 음력 7월 15일은 많은 수행자들에게 보시를 올리고 그 법력에 의해 조상을 구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널리 퍼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그 영향으로 음력 7월 15일은 우란분절이라 하여 조상 천도하는 날로 불교도들에게 인식되고 있지만, 원래 이 날은 안거와 자자를 잘 마친 청정한 스님들에게 공양을 바쳐 그 노고를 위로함으로써 자신의 공덕을 쌓는 날이자, 또 한편으로는 재가불자 스스로도 팔재계를 지키며 정진하는 날이었던 것이다.
日 도쿄대 연구원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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