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사 명장면] 28. 중국불교부흥의 현장과 부흥요인
사회발전 발맞춰 다시 꽃피는 ‘인간불교’
중국불교가 새로운 변화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6년 4월13일 항저우에서 열린 제1차 세계불교포럼을 환영하는 중국불자들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2000여년 성쇠 겪으며 중국문화에 녹아들어
# 중국불교 부흥의 전통적 우세
불교는 역사적 발전 과정에서 많은 풍격이 상이한 학파와 종파를 형성하며 팔만사천의 법문을 이루었다. 그 중에는 자력에 의한 수행에 의하여 해탈을 하는 선종이 있는가 하면 타력을 중요시하는 정토종, 밀종(密宗)이 있다. 또한 출세간과 인간세상을 융통하는 대승법이 있는가 하면 철리가 극히 심오하고 치밀한 중관(中觀) 유가(瑜伽), 삼론(三論), 화엄(華嚴)등 철학사상도 있다. 그리고 저차원의 신앙에 적응한 보문시현(普門示現)이 있고 민중들의 정신 심리적 요구에 응해주는 불보살 숭배도 있다. 이로 볼 때 불교는 인간사회의 많은 신앙적 요구를 만족시켜 주는 요소를 갖추고 있다.
중국에 전해진 불교는 계리계기(契理契機)의 홍법(弘法)원칙에 의하여 중국의 현실상황에 근거하여 대담하게 인도불교교의와 제도의 전통을 혁신하여 중국불교의 다수 종파와 사원 총림(叢林)제도를 확립하였다. 불교의 중국적 전개는 자신을 부단히 성찰하여 중국사회에 적응하고 중국문화와 융합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계리계기(契理契機)의 전통은 중국 불교로 하여금 더욱더 생명력을 갖게 하였다. 그러므로 불교는 그 전통적 우세를 갖고 있음과 동시에 청춘의 생명력을 지닌 종교이기도 하다.
중국불교는 수당 성세(盛世) 이후로 쇠퇴의 길을 걸어 왔으나 모든 것을 상실한 것은 아니다. 청 말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한전(漢傳) 불교사원은 26만 여개에 달하였고 스님의 수는 395만 명에 달하였다. 그리고 제종 제파는 모두 법맥을 있는 계승자가 계속하여 배출되었다. 비록 사회적인 요인으로 말미암아 불교계의 풍기가 어느 정도 문란할 때도 있었지만 출가자들은 독신, 금욕, 소식전통을 지켜왔고 재가거사들 중에도 불교 계율을 엄격히 지켜온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제창된 인간불교의 전통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맥을 잇고 있다. 즉 중국불교는 갖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 종풍을 계승하여 왔으며 스님 양성을 잊지 않았다.
불교는 그 전파 과정 중 각 지역의 민족문화와 융합하여 공존 공생하여 왔으므로 커다란 전통우세와 문화적 우세를 갖고 있다. 중국에 있어서의 불교는 비록 외래문화이기는 하지만 중국대륙에서의 2000여 년간 전파되는 과정 중 본토문화에 적극 적응하여 중국적 불교로 변모함과 동시에 중국전통문화의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되었다. 수많은 중국민중들은 불교를 신앙하여 왔고 그 영향은 중국의 철학, 종교, 민속, 문화, 예술, 과학, 건축, 언어 등 문화요소와 분야에 깊이 침투되어 그 영향 또한 심원하다. 특히 여래불(如來佛), 관음보살 등의 무한한 법력, 자비, 지혜 등의 형상은 <서유기(西遊記)>와 같은 문학작품들에 의하여 널리 알려졌고 신세대 청소년들의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중국의 광대한 산천에는 가는 곳마다 불교 사찰이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문경관을 통하여 불교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 중국불교의 현황
‘문화대혁명 법난’ 극복하고 1980년대 이후 부흥 기지개
승속화합-민중불교로 전환…개방 타고 국제화 적극모색
중국사회의 격변 속에서 부흥의 기회를 맞은 중국불교는 새로운 시대, 사회상황과 여러 기지 도전에 적극 응하여 새로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설명 : 2006년 새해 첫날인 1월1일 닝보의 설두사에서 사경을 통해 교학 공부를 하고 있는 중국불자들.
전통종교 중의 하나인 불교를 3대 어계(중국어계, 티베트어계, 파리어계) 로 나누어 살펴보면, 중국어계 불교는 한민족(漢民族)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고, 그 외의 티베트어계 불교, 파리어계 불교는 지역적으로 모두 소수민족 집거지역이기에 민족적 특색을 많이 띠고 있다.
그 중에서 티베트어계 불교는 중국서부지역의 장족, 몽골족, 토족, 위고족, 나시족, 보미족, 문파족 등 민족을 중심으로 신도수는 약 700만명에 달한다. 파리어계 불교는 중국서남지역의 타이족, 부랑족, 덕앙족, 와족, 아창족 등 민족을 중심으로 신도 수는 150만 명에 달한다. 따라서 소수민족지역만 하더라도 불교신자 수는 850만 명을 넘는다. 티베트불교만 하더라도 현재 사원 3000 곳에 스님이 12만 명이다. 파리어계 불교는 비구 장로(長老)도합 1만명이 넘으며 사원은 1600곳이 있다. 이러한 지역의 불교는 동시에 민족종교(민족전체가 신봉하는 종교)이기도 하기에 그 종교적 전통이 별로 단절된바 없고 종교적 분위기 또한 농후하다. 그에 반해 한족지역의 불교는 중국사회의 역사적 전개 과정 중에서 많은 풍파를 겪어 왔고 때로는 그 종교적 맥락마저 찾아보기 어려웠다.
1949년 이후 중국불교계는 곡절을 겪었다. 특히 문화대혁명 중에는 회멸적인 타격을 받았다. 많은 스님들이 강제로 환속됐고 많은 사찰들은 문을 닫거나 파괴됐으며 불교 전적(典籍)들은 발견되기 만하면 불살라 버렸다. 이러한 법난(法難)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불교는 1980년대 이후로 1950년대 이전에 활약했던 고승, 대거사(大居士), 불교학자들이 새롭게 활약하기 시작하였고 근 30년에 거쳐 많은 승재(僧才)들을 양성하였다. 그리하여 현재 중국의 제종교 중에서 제일 빠른 회복과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중국불교는 홍전(弘傳)의 중심을 산림(山林)에서 도시에로 불교의 사회적 기초는 농민과 지방으로부터 도시의 상공업자, 문화 지식계층에로 불교교단의 구조는 사찰 스님중심, 즉 승주속종(僧主俗從)에서 승속화합(僧俗和合)으로 적극 전환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재가거사들의 불교계 내외의 활약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즉 중국불교는 중국사회현실에 맞춰 인간불교의 이념을 토대로 적극적으로 시대와 사회에 적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간불교의 실천은 불교로 하여금 사승(寺僧)불교에서 해방되어 사회 각 계층 민중불교에로 전환하고 있다. 최근 30년간 중국 각지에서는 수많은 사원들이 재건되거나 신건되었고 스님의 수는 1982년의 2만 6000명에서 20만 명으로 늘어났고 중국 불학원을 대표로 한 불교 고급교육기관은 20여개 회복 또는 창설 되어 수천 명에 달하는 불교 인재들을 동시에 양성하고 있다.
오늘날 중국 불교사찰들을 돌아 볼 때 불학원 출신 젊은 주지, 방장들을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불교의 영향은 불교계 내에만 국한 되지 않고 문화계 지식계의 폭넓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름방학마다 저명한 사찰에서 열리는 대학생 불교수행 여름 캠프 등 에는 참가신청자가 너무 많아 골치 아플 정도이다. 북경대학의 고급경영자MBA코스에는 불교법사들의 불학 특별강의와 수행체험과목도 설치되어 있다.
한민족계 불교는 그 분포가 넓고, 사원에 의한 엄격한 등록제도가 확립되지 않아 그 신도 수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불교 신도가 도교신자를 훨씬 넘는다고 추정하여도 무방할 것이다. 불교 문화계만 하더라도 <법음(法音)> <선(禪)> <불교문화(佛敎文化)> <불교연구(佛學硏究)> <광동불교(廣東佛敎)> <복건불교(福建佛敎)> 등 40여 종의 불교 간행물이 창간 발행된다.
또 200여 명에 달하는 불교 전문 연구 학자대오가 형성되어 불교연구에 전념함과 동시에 많은 불교연구 전문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1000여 종에 달하는 현대학자들에 의하여 저술된 불교 서적이 출판.유통되고 있다. 그리고 불교미술, 불교음악, 불교영상 등은 중국문화시장의 앞자리를 장식하고 있다.
개혁개방이래 불교계와 경제계와의 관계도 나날이 밀접해지고 있다. 불교사찰과 관광경제의 갈라놓을 수 없는 밀접한 현실 외에도 불교와 관련된 많은 산업들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중국 불교는 국제화의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으며 여러 나라 불교계와의 왕래도 전례 없이 빈번하다. 물론 이런 과정 중 부분적 사찰과 불교도들의 병폐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승단의 신앙약화, 계율무시, 금전향락주의 등 현세이익을 추구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그러나 상술한 바와 같이 불교와 중국사회의 발전은 시대적 추세이다. 20세기 후반기 중국불교는 더없이 소중한 부흥의 기회를 맞았을 뿐만 아니라 수백 년간 볼 수 없었던 성황을 이루고 있다.
# 중국불교부흥의 사회적 요인
유교문화 전제체제 해체
서양 과학기술문명 퇴조
華人불교계도 부흥 동력
새로운 종교정책이 실시됨에 따라 문화대혁명시기에 파괴되었던 사찰들은 정부와 사회의 지원으로 점차 복구됐고 환속됐던 스님들은 정부의 도움을 받아 사찰을 되찾게 됐다. 불교관련 서적들의 대량 공개 출판은 대중 일반들의 불교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20세기말 중국불교 부흥의 또 하나의 요인은 역대로 불교를 억눌러왔던 유교문화 전제체제의 해체일 것이다. 제국주의와 봉건주의를 반대하는 역사물결 속에서 유가사상은 봉건정치체제의 핵심이념으로 혁명적 세력의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근대의 5.4운동으로부터 문화대혁명에 이르기까지 유교문화는 철저한 타격을 받았고 2000여 년에 이른 그 우세를 상실하게 되었다. 이와 반대로 봉건성, 정치성을 지니지 않은 초시대적 초계급적인 불교는 많은 지식계층과 일반 민중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1980년대 이래 경제발전에 잇따른 신앙위기는 종교 붐을 불러일으켰고 불교는 많은 청소년들의 눈길을 끌었다.
중국불교부흥의 또 하나의 사회적 요인은 현대 과학기술 문명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된 동양전통에 대한 중요시일 것이다.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나타난 인간성 상실, 도덕타락 등은 서양문명시대의 종말을 예언하였으며 동양전통문화에 많은 관심을 표하였다. 1960년대 이후 서양문화계에서 시작된 이러한 문화반성 사조는 동양문명의 중요한 사상요소인 불교 특히는 선종에 관심을 모으게 하였다. 이 과정 중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불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개혁개방정책으로 말미암아 대만, 홍콩, 동남아 등 지역의 화인(華人)불교계가 중국대륙 불교부흥의 강력한 기연(機緣)이 되어 왔다. 역사적으로 상술한 지역들의 불교는 중국대륙불교와 깊은 연원관계를 갖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중국대륙불교 회복과정에서 상술한 지역들의 불교계는 여러모로 중국대륙 불교발전의 강력한 조연(助緣)이 되어 왔다.
김 훈 / 중국 베이징대 교수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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