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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상) 5-(2)구운몽(九雲夢)
[작품 개관]
▷ 문종 : 고전 소설, 한글 소설(한문본도 있음), 몽자류소설, 이상 소설, 염정소설, 장회체(章回體) 소설, 양반 소설
▷ 연대 : 1687년 9월부터 11월 사이에 평안 북도 선천 유배지에서 지음, 숙종 15년(1689) 남해 유배시(작가 53세)
▷ 문체 : 문어체, 산문체, (부분적으로) 역어체
▷ 배경 : 시간 - 당나라 때, 공간 - 중국 남악(南嶽) 형산(衡山)의 연화봉(蓮花峯)
사상 - 유.불.선이 배합된 가운데 불교의 공(空) 사상이 중심
▷ 시점 : 전지적 작가시점
[표현]
(1) 꿈과 현실의 이중 구조를 취하고 있다.
(2) 관용적 표현과 유형적 문체의 사용이 두드러진다.
(3) 전기적 요소, 우연적 사건 전개로 비현실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 제재 : 성진의 꿈을 통한 깨달음의 과정
▷ 주제: 인생 무상의 자각과 불법에의 귀의
▷ 의의 : 꿈과 현실이 교차되는 몽자류 소설의 효시
▷ 사상 : 유(儒), 불(佛), 선(仙) 사상이 두루 나타나는 가운데 불교의 공(空) 사상이 근간을 이룸.
조선 양반 사회의 현세적 이상주의가 반영됨.
[전체의 줄거리]
(교과서 수록 부분) 벼슬에서 물러나 전원 생활을 즐기던 양소유는 생일 잔치를 성대히 치른 후 여덟 명의 처첩들과 누대에 오른다. 그는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처첩들에게 불교에 귀의할 뜻을 밝힌다. 이 때 홀연히 한 호승이 등장하여 꿈에서 깨워 주어, 자신이 연화 도량의 행자인 성진임을 깨닫는다. 스승인 육관 대사의 배려로 꿈을 꾸었음을 깨달은 성진은 대사에게 가서 사례하나, 육관대사는 아직 성진이 진정한 깨달음을 얻지 못했음을 깨우쳐 준다. 성진이 설법을 청하는데, 팔 선녀가 찾아와 불문에 귀의할 뜻을 밝힌다. 대사는 금강경을 설법한 뒤 성진에게 의발을 전수하고 서역으로 간다. 이후 성진과 팔 선녀는 불도에 정진하여 모두 극락으로 간다.
[창작 동기] : 귀양지에서 노모(老母)를 위로하기 위해 창작. 구운몽은 서포 김만중이 남해 유배 시절 어머니 윤씨 부인의 한가함과 근심을 덜어주기 위하여 지었다고 전해지는 우리나라 양반 소설의 대표적 작품이다. 유교, 도교, 불교 등 한국인의 사상적 기반이 총체적으로 반영되어 있으며 불교의 공(空)사상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성진이라는 불제자가 하룻밤의 꿈속에서 온갖 부귀 영화를 맛보고 깨어나, 인간의 부귀 영화는 일장 춘몽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껴 불법에 귀의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옥루몽>, <옥련몽>과 같은 몽자류 소설의 효시에 해당한다.
▷ 근원설화 : <조신몽>설화 [삼국유사]
▷ 아류작 : <옥루몽(玉樓夢)>, <옥련몽(玉蓮夢)>
▷ 구성 : 이원적(二元的) 구성, 곧 액자소설(환몽세계 부분)
현실세계(이상적 세계)→ 환몽세계(현실적 세계)→ 현실복귀(이상적 세계)
발단-전개-절정-결말의 4단 구성
* 발단 - 성진이 팔 선녀를 만나 속세에 뜻을 두었다가 인간 세상으로 추방됨(현실)
* 전개 - 성진이 인간 세상에 양소유로 태어나 부귀 공명을 누리다가 은퇴함(꿈)
* 절정 - 양소유가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꿈에서 깨어남(꿈)
* 결말 - 성진과 팔 선녀가 보살 대도를 얻고 극락 세계로 감(현실) *교과서에는 '절정-결말' 부분이 실림
[등장 인물]
▷ 성진 : 육관대사의 수제자로 비범한 인물. 속세에 미련을 두고 속세에 환생하여 팔선녀와 더불어 갖은 영화부귀를 누리지만 그것이 한갓 허망한 꿈임을 깨닫고 본성을 발견한다.
▷ 육관대사 : 세상의 모든 일을 관통할 수 있는 도통한 중. 성진의 스승으로서 성진의 번뇌를 성진으로 하여금 직접 벗도록 한다. 호승(胡僧)으로 변신하여 속세에 내려가 성진을 깨우쳐 성진으로 하여금 본성을 깨닫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 팔선녀 : 성진과 함께 남녀의 정욕을 탐하고 속세를 흠모하다 인생무상을 깨닫고 불도에 입문한다.
[국문학사적 의의]
- 환몽 설화(幻夢說話)인 삼국유사의 조신(調信) 설화로부터 영향을 받음.
- 홍길동전과 더불어 체제와 내용에 있어서 본격적인 고전 소설을 완성.
- 귀족 문학에서 평민 문학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교량적 구실을 함.
- 조선 중기의 전형적인 양반 사회의 이상을 반영한 양반 소설의 대표작.
- 꿈의 구조를 완벽하게 소설의 구조로 정착시킨 몽자류(夢字類) 소설의 효시(嚆矢).
- 구성이나 문체상 고전 소설의 전범(典範)으로 후대의 옥루몽(玉樓夢), 옥련몽(玉蓮夢)에 영향을 미침. 대개의 한국의 여타 고소설이 중국 소설의 아류로 혹평을 받을 만큼 모방. 표절. 번안의 수준에 그친 것이 많으나 《구운몽》은 《서유기》.《삼국지연의》.《태평광기》 등의 제설화를 차용하면서도 이를 능가하는 데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 줌.
- 김만중의 국문의식이 반영됨.
- 최초로 영문 번역되어 외국에 소개됨.
[서포 김만중의 삶과 문학]
"구운몽"의 지은이 김만중(金萬重 1637-1692)은 붕당으로 나라가 어지러웠던 17세기에 이름난 명문가의 후예로 태어났다. 하지만 일찍이 아버지를 여읜 탓에 어머니 윤씨만을 의지하며 살아야 했다. 그의 어머니는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책을 구하는 데 값을 따지지 않을 정도로 아들 교육에 온 힘을 쏟았다고 한다. 그 결과 김만중은 14세 때 과거에 급제하였고, 그 뒤 대제학(홍문관 . 예문관의 정이품 으뜸 벼슬), 의금부 판서(의금부의 으뜸 벼슬) 등 높은 벼슬자리에 오르기도 하였다.
이처럼 윤씨 부인의 가르침은 그의 삶과 사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그런 만큼 어머니에 대한 그의 효성은 누구보다도 지극했다. 김만중이 "구운몽"을 쓰게 된 동기는 어머니와 무관하지 않다. 이규경(1782-?, 조선 시대 실학자)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고금의 사물을 백과사전식으로 해설한 책)에서 '세상에서 전하기를 서포가 귀양살이할 때 그 어머니가 살아 있었던 시기를 가지고 추측해 보면, 그가 장희빈의 아들 균을 세자로 책봉하는 것에 반대하다 귀양 간 숙종 14년(1688년)이나, 기사환국(1689년 장희빈의 아들을 원자로 봉하는 문제를 계기로 일어난 서인(노론)과 남인의 다툼. 노론이었던 김만중은 이 일 때문에 남해로 귀양을 가게 된다. 1962년 그는 결국 이 곳을 벗어나지 못한 채 56세로 숨을 거두었다.)으로 남해에 귀양 간 숙종 15년(1689년)이 아닐까 한다.
귀양살이와 높은 벼슬아치의 생활이 반복되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김만중의 사상과 문학은 여느 문인과는 다른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가 지은 일종의 비평서인 "서포만필"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과 전후미인곡(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은 우리나라의 이소(離騷-중국 초나라 충신 굴원이 조정에서 쫓겨난 뒤 자신의 시름을 적은 서정시로, 고전시의 걸작이라 불림)다. .... 지금 우리나라의 시문은 흡사 우리의 언어를 버리고 남의 나라의 언어를 흉내내어 쓴 것이다. 설령 그것이 십분 흡사해진다 해도 그것은 앵무새가 하는 말일뿐이다.'
이처럼 그는 우리 시가(詩歌)를 높이 평가하면서, 나무하는 아이들이나 물긷는 아낙네들이 서로 화답하여 하는 노래가 학사 대부들의 시부(詩賦)보다 낫다고 하였다.
그는 시가뿐만 아니라 당시 사대부들이 천하의 풍속을 어지럽힌다고 멸시하던 소설의 가치도 높이 평가하였다. 즉 통속소설의 예술적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진수(陳壽, 233-297)의 "삼국지"보다 나관중(羅貫中, ?-?)의 "삼국지연의"(중국 후한 말부터 위, 촉, 오 삼국의 정립 시대를 거쳐서 진나라에 의한 천하 통일에 이르는 역사를 토대로 한 장편 역사 소설로서 흔히 삼국지라 불리는데, 유비와 관우와 장비 등 세 인물의 무용과 제갈공명의 슬기로움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바, 소설가 나관중이 정사인 삼국지를 바탕으로 70%의 사실과 30%의 허구를 섞어서 쓴 소설이다.)가 사람을 더 감동시킨다는 말을 남기기까지 했던 것이다. 이처럼 그가 당시 천대받던 우리말과 우리 글을 존중하고, 더 나아가 우리말로 "구운몽"과 "사씨남정기" 같은 소설을 남겼다는 사실은 그의 사상이 얼마나 진보적이었는가를 보여 주는 한 예라 하겠다.
[환몽 설화]
평소의 어떤 생각 때문에 꿈속에서 일련의 사건을 체험하고 꿈에서 깨어나 참다운 이치를 깨닫게 된다는 구조를 가진 설화를 환몽설화(幻夢說話)라 하는데 '조신몽(調信夢)'은 이러한 구조를 가진 전설로, 뒤에 김만중의 '구운몽'과 이광수의 '꿈'이라는 소설에 영향을 준다. 이 설화를 통해 드러나는 주제는 불교적인 것으로, '인생의 즐거움에 대한 욕망은 한 순간의 꿈이요, 고통의 근원이니 그러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구운몽의 사상적 배경]
'구운몽'의 사상적 배경에 대해서는 유교, 불교, 도교가 융합된 가운데 불교의 공(空) 사상이 강조되어 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선 양승상이 인생의 허망을 깨닫기 전까지는, 입신출세(立身出世), 출장입상(出將入相), 부귀영달(富貴榮達)의 전 과정이 유교의 현세주의가 지배적이다. 도교는 위부인과 팔 선녀의 인물 설정과 관련된다. 또한 성진의 신분이 승려라는 점과, 세속의 부귀 영화가 덧없고 무상함을 깨닫고 득도(得道)하여 대중의 교화하는 모습에서 불교적 배경을 발견할 수 있다. 주제와 관련해서는 불교의 공(空)사상이 중심이 되고 있는데, 제시문의 양승상의 말을 통해서도 이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유도(儒道)는 생전(生前) 사업과 신후유명(身後留名)할 뿐이요, 신선(神仙)은 예부터 구하여 얻은 자가 드무니 진시황, 한무제, 현종제를 볼 것이라.'에서 양승상은 유교와 도교의 한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지적하면서 불교를 선택하고 있는데, 이는 현실에 대한 작자 김만중의 선택으로도 볼 수 있다.
[제목과 주인공의 이름에 대한 상징적 의미]
'구운몽(九雲夢)''을 글자 그대로 풀어 보면 '구운(九雲)'의 꿈이라는 뜻이다. 이 소설의 주제인 '인생무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인생이란 덧없는 꿈과 같으므로, 인간의 존재는 잠깐 동안 있다가 사라지는 구름에 비유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의 제목은 성진과 팔 선녀를 구운(九雲)이라 하고, 이들 아홉 사람이 꾼 꿈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것이다.
성진은 인간계에서 '소유(少遊)라 불리는데, 이 이름 역시 소설의 주제와 관련이 있는 명명법이다. '소유(少遊)'란 '한때 마음껏 노닐고 떠도는 삶'을 의미하므로, 인간계에서의 삶을 선계에서의 삶과 대비하여 상징적으로 표현하기에 적합한 이름이다.
[양소유와 팔낭자]
- 진채봉 : 어사의 딸. 양소유가 과거를 보러 가다가 시를 지어 서로 화답하여 서로 인연을 맺었다.
- 계섬월 : 낙양의 기녀. 천진교 주루에서 처음 만나고 후에 양소유가 연왕을 항복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만나 인연을 맺음.
- 정경패 : 정 사도의 딸. 거문고가 인연이 되어 만났다. 후에 황태후의 양녀로 들어가 영양 공주로 불린다.
- 가춘운 : 정경패의 시비(侍婢)
- 적경홍 : 북방 궁벽한 시골의 천한 집의 딸. 양소유가 벼슬길에 오른 후 연왕을 항복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만나 인연을 맺었다.
- 이소화 : 난양 공주. 천자의 친동생이다.
- 심요연 : 변방에서 검술과 칼춤을 배우며 자랐다. 양소유가 토번과의 전쟁에 참가했을 때 적진에서 만나 인연을 맺었다.
- 백능파 : 용왕의 딸. 토번을 물리치고 돌아오는 길에 꿈 속에서 처음 만났다.
[장자방]
자 자방(子房). 시호 문성공(文成公). 한나라 명문 출신으로, BC 218년 박랑사(博浪沙:河南省 博浪縣)에서 시황제(始皇帝)를 습격했으나 실패, 하비(下:江蘇省 下縣)에 은신하고 있을 때 황석공(黃石公)으로부터 《태공병법서(太公兵法書)》를 물려받았다고 한다. 진승(陳勝)·오광(吳廣)의 난이 일어났을 때 유방의 진영에 속하였으며, 후일 항우(項羽)와 유방이 만난 '홍문의 회(會)'에서는 유방의 위기를 구하였다.
선견지명이 있는 책사(策士)로서 한나라의 서울을 진(秦)나라의 고지(故地)인 관중(關中)으로 정하고자 한 유경(劉敬)의 주장을 지지하였다. 소하(蕭何)와 함께 책략에 뛰어나 한나라 창업에 힘썼다. 그 공으로 유후(留侯)에 책봉되었다. (두산세계대백과 EnCyber)
그러나 유방은 항우를 깨뜨리고 한나라를 세우고 나서 창업공신들을 하나하나 제거하였다. 이에 장자방은 유방이 고난은 함께 할 수 있어도 기쁨은 같이 나눌 수 없는 사람이란 판단이 서자 과감히 모든 관직에서 물러나 신선술을 익힌답시고 산으로 도피하여 목숨을 구하였다.
[1∼1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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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을 씻어 다시 부으려 하더니 홀연 석양에 막대 던지는 소리가 나거늘, 고이히 여겨 생각하되 어떤 사람이 올라오는고 하더니, 한 호승이 눈썹이 길고 눈이 맑고 얼굴이 고이하더라. 엄연히 좌상에 이르러 승상을 보고 예하여 왈,
"산야 사람이 대승상께 뵈나이다."
승상이 이인인 줄 알고 황망히 답례 왈,
"사부는 어디로서 오신고?"
호승이 소왈,
"평생 고인을 몰라 보시니 귀인이 잊음 ㉠헐탄 말이 옳도소이다."
승상이 다시 보니 과연 낯이 익은 듯하거늘, 홀연 깨쳐 능파 낭자를 돌아보며 왈,
"소유, 전일 토번을 정벌할 제 꿈에 동정 용궁에 가 잔치하고 돌아올 길에 남악에 가 노니, 한 화상이 법좌에 앉아서 경을 강론하더니 노부가 노화상이냐?"
호승이 박장대소하고 가로되,
"옳다, 옳다. 비록 옳으나 몽중에 잠깐 만나 본 일은 생각하고 십 년을 동처하던 일을 알지 못하니 뉘 양 장원을 총명타 하더뇨?"
㈏ 승상이 망연하여 가로되,
"소유, 십오륙 세 전은 부모 ㉡좌하를 떠나지 아녔고, 십육에 급제하여 연하여 직명이 있으니, 동으로 연국에 봉사하고 서로 토번을 정벌한 밖은 일찍 ㉢경사를 떠나지 아녔으니, 언제 사부로 더불어 십 년을 상종하였으리요?"
호승이 소왈,
"상공이 오히려 춘몽을 깨지 못하였도소이다."
승상 왈,
"사부, 어찌면 소유로 하여금 춘몽을 깨게 하리요?"
호승 왈,
"이는 어렵지 아니하나이다."
하고, 손 가운데 석장을 들어 석난간을 두어 번 두드리니, 홀연 네 녘 뫼골에서 구름이 일어나 대상에 끼이어 지척을 분변치 못하니, 승상이 정신이 아득하여 마치 취몽 중에 있는 듯하더니 오래게야 소리질러 가로되,
"사부가 어이 정도로 소유를 인도치 아니하고 환술로 서로 희롱하나뇨?"
말을 ㉣맟지 못하여서 구름이 걷히니 호승이 간 곳이 없고, 좌우를 돌아보니 팔 낭자가 또한 간 곳이 없는지라 정히 경황하여 하더니, 그런 높은 대와 많은 집이 일시에 없어지고 ⓐ제 몸이 한 작은 암자 중의 한 포단 위에 앉았으되, 향로에 불이 이미 사라지고, 지는 달이 창에 이미 비치었더라.
㈐ 스스로 제 몸을 보니 일백여덟 낱 염주가 손목에 걸렸고, 머리를 만지니 갓 깎은 머리털이 가칠가칠하였으니 ⓑ완연히 소화상의 몸이요, 다시 대승상의 위의 아니니, 정신이 황홀하여 오랜 후에 비로소 제 몸이 연화 도량 성진 행자인 줄 알고 생각하니, 처음에 스승에게 수책하여 풍도로 가고, 인세에 환도하여 양가의 아들 되어 ⓒ장원 급제 한림학사 하고, 출장 입상하여 공명 신퇴하고, 양 공주와 육 낭자로 더불어 ⓓ즐기던 것이 다 하룻밤 꿈이라. 마음에 이 필연 사부가 나의 염려를 그릇함을 알고, 나로 하여금 이 꿈을 꾸어 인간 부귀와 남녀 정욕이 다 허사인 줄 알게 함이로다.
㈑ 급히 세수하고 ⓔ의관을 정제하며 방장에 나아가니 다른 제자들이 이미 다 모였더라. 대사, 소리하여 묻되,
"성진아, 인간 부귀를 지내니 과연 어떠하더뇨?"
성진이 고두하며 눈물을 흘려 가로되,
"성진이 이미 깨달았나이다. 제자 ㉤불초하여 염려를 그릇 먹어 죄를 지으니 마땅히 인세에 윤회할 것이어늘, 사부 자비하사 하룻밤 꿈으로 제자의 마음 깨닫게 하시니, 사부의 은혜를 천만 겁이라도 갚기 어렵도소이다."
㈒ ( ㉥ ) "네, 승흥하여 갔다가 흥진하여 돌아왔으니 내 무슨 간예함이 있으리요? 네 또 이르되 인세에 윤회할 것을 꿈을 꾸다 하니, 이는 인세와 꿈을 다르다 함이니, 네 오히려 꿈을 채 깨지 못하였도다. '장주가 꿈에 나비 되었다가 나비가 장주 되니' 어니 거짓 것이요 어니 진짓 것인 줄 분변치 못하나니, 어제 성진과 소유가 어니는 진짓 꿈이요 어니는 꿈이 아니뇨?"
성진이 가로되,
"제자, 아득하여 꿈과 진짓 것을 알지 못하니, 사부는 설법하사 제자를 위하여 자비하사 깨닫게 하소서."
대사 가로되,
"이제 금강경 큰 법을 일러 너의 마음을 깨닫게 하려니와, 당당히 새로 오는 제자 있을 것이니 잠깐 기다릴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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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승상은 호승과 인연이 있다.
② 승상은 호승과 인연이 있음을 안다.
③ 승상은 호승의 힘으로 꿈에서 깬다.
④ 성진은 세상사가 헛됨을 깨닫는다.
⑤ 성진은 인세(人世)와 꿈은 다르게 보고 있다.
2. ㈎ 글을 미루어 볼 때, 호승이 승상에게 줄 수 있는 말로 알맞은 것은?
① 가재는 게 편이라
② 구렁이 담 넘어 가듯 한다.
③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
④ 고사리도 꺾을 때 꺾는 법이다.
⑤ 동냥 자루도 제 멋에 찬다더라.
3. ㈎∼㈒ 중, 글쓴이의 주관이 가장 심하게 나타난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4. ㉠∼㉤과 바꾸어 쓰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헐탄-쉽다는 ② ㉡ 좌하(座下)-슬하(膝下) ③ ㉢ 경사-경사스러운 일
④ ㉣ 맟지-마치지 ⑤ ㉤ 불초하여-어리석어
5. ㉥의 어조로 적절한 것은?
① 못마땅해하며 ② 슬퍼하면서 ③ 반기면서
④ 섭섭해하면서 ⑤ 부끄러워하면서
6. ⓐ∼ⓔ 중 ㈏의 밑줄 친 부분이 암시하는 바가 실현된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7. 윗글에서 '꿈'의 기능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사건의 발단 ② 주제의 함축 ③ 배경의 설정
④ 정서의 표출 ⑤ 의식의 흐름
8. 대사의 태도로 보아 성진에게 이끌어 주고자 하는 바는?
① 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한다.
② 불교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③ 중생에게 불도를 가르치게 한다.
④ 불교의 신비로운 힘을 보여 준다.
⑤ 올바른 종교적인 자세를 가르쳐 준다.
9. '제자'와 '사부'의 관계와 유사한 것은?
① 비-날씨 ② 추위-더위 ③ 단체-동아리 ④ 사랑-결혼 ⑤ 남-여
10. 위 글에서 동일 인물을 가리키는 말이 아닌 것은?
① 호승 ② 사부 ③ 고인 ④ 노화상 ⑤ 소화상
11. 위 글의 서술상의 특징으로 바르게 지적한 것은?
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사건이 서술되고 있다.
② 서술의 시점이 작가와 인물 사이를 넘나들고 있다.
③ 사실적 수법으로 형상화하여 현장감을 더해 주고 있다.
④ 인물 사이의 대화는 갈등과 극복의 양상으로 가고 있다.
⑤ 등장 인물의 내면 세계를 서술하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
[해설]
1. ㈏의 전반부의 '망연하여∼상종하였으리요?'에서 인연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 고 있다.
2. 남악에서 사부에게 경(經)을 배운 자신(성진)을 알지 못하고 있다.
① 초록 동색(草綠同色) ② 일을 슬그머니 얼버무린다.
③ 어렵던 때의 일은 생각하지 아니하고, 일이 잘된 때에 호기만 부린다.
④ 일의 시기에도 때가 있다. ⑤ 제 멋에 살아간다.
3. ㈎의 앞부분, ㈏의 뒷부분에 나타나나, ㈐는 전체적으로 이루어졌다.
4. ㉢ 경사(京師)-서울, 수도(首都)
5. 대사는 아직 인세와 꿈을 구별 못하는 성진이를 질책하고 있다.
6. 인간 부귀와 남녀 정욕이 다 허사인 줄을 깨달음(인생무상)
7. 꿈-인생, 주인공의 일생, 체험의 구체화
8. 꿈에서는 세속사의 무상함을 깨닫게 하고 난 뒤, 올바른 불도를 닦는 제자로 만들려고 한
다.
9. 중간 개념이 있는 대립 관계
① 상하 관계 ② 대립 관계 ③ 유의 관계 ④ 인과 관계 ⑤ 모순 관계
10. 소화상-성진(소유)
11. 전반부에서는 인물의 갈등 제시 (춘몽과 승상이 호승을 알아보지 못함)
후반부는 인물의 갈등이 해소됨 (춘몽임을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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